<정계원로 릴레이인터뷰> ⑤민주당 정대철 상임고문

"안철수에 민주당 팔아먹었다고? 결국 민주당이 주도권 잡을 것"

[일요시사=정치팀] 여야의 정쟁은 그칠 줄을 모르고,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2014년 대한민국 정치권의 현주소다. 이럴 때 정치 원로의 충고 한 마디는 망망대해에서 만난 등대의 빛줄기처럼 반갑다. 길을 잃은 정치권의 탈출구는 어디일까? <일요시사>가 준비한 정치 원로들과의 릴레이인터뷰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보자. 이번 호에서는 민주당 정대철 상임고문을 만나봤다.

 

민주당 정대철 상임고문은 우리나라 정치의 산 증인이다. 정 고문은 지난 1977년 불과 34살의 나이에 제9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이후 5선 의원을 지내며 민주당 대표까지 역임한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그는 또 40년 가까운 정치 이력 속에서 두 번이나 대선 승리의 주역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잠시 정치권에서 물러났던 그는 최근 '민주와 평화를 위한 국민동행(이하 국민동행)'이란 모임을 창립하고 공동대표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모임 멤버들도 범야권 정치원로들로 매우 화려하다. 상도동계의 김덕룡 전 의원과 동교동계의 권노갑 전 의원, 새정치연합 김효석·이계안 공동위원장도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정 고문은 길을 잃은 대한민국 정치권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할 수 있을까? 다음은 정 고문과의 일문일답.

- 정 고문님의 제안으로 최근 창립된 국민동행이 정치권의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국민동행의 취지와 역할은 무엇입니까?
▲ 국민동행은 기본적으로 정치적 시민단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민동행의 취지는 경제 민주화와 보편적 복지 등 시대적 소명을 실현하는 것입니다. 좀 더 구체적인 역할로는 개헌운동과 대통령이 공약을 잘 지키도록 촉구하는 일, 야권이 선거에서 분열하지 않도록 조정하는 일 등이 있습니다.

- 정 고문님께서는 국민동행이 정치적 시민단체에 가깝다고 언급하셨지만 최근 홍영기 국민동행 전남상임대표가 목포시장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습니다. 사실상 창당은 아닌지요?
▲ 결코 창당일 수 없습니다. 앞으로 선거에 출마하시는 분들은 국민동행을 탈퇴하도록 권유 할 작정입니다.

- 박근혜정부에서는 유독 정치 원로들의 활약이 눈에 띕니다. 일각에서는 국민동행을 통해 범야권 정치 원로들도 다시 한 번 정치 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 국민동행에 참여하고 있는 원로들이 전면에 나서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충고하고 도와주는 차원입니다.


- 민주당이 최근 내부 노선투쟁을 겪고 있습니다. 당 지도부의 우클릭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민주당의 내부 노선투쟁은 개혁과정입니다. 국민적 지지를 올리고 앞으로 크고 작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비전을 증폭시키는 과정입니다. 앞으로 중도 우파까지 끌어들일 수 있도록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이런 것에 대해서 운동권과 486에서 진보 포기가 아니냐 그런 불만이 나오는 것입니다. 정당이라는 것은 원래 여러 가지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거기서부터 하나의 방향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다르다는 것은 당연하고 오히려 건강한 정당이라고 봅니다.

 

- 지난달 27일 민주당 김기식 의원이 주도하는 혁신 모임인 '더 좋은미래'가 전병헌 원내대표의 조기 퇴진을 요구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 저는 그런 주장이 나오는 것도 다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그런 주장들도 결국엔 민주당을 잘 이끌어 가보자고 몸부림치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물론 선거가 좀 더 가까워지면 이래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선거 치르기 전 준비단계에서 이런 저런 고민이 왜 없겠습니까? 이런 과정을 통해 당이 건강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이러다가 어느 순간에는 또 깨끗이 털고 힘을 모으면 됩니다.

- 전병헌 원내대표의 조기 퇴진이 필요하다는 보시는지요?
▲ 그런 뜻은 아닙니다. 저는 사실 무엇 때문에 김기식 의원이 그런 주장을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대여 투쟁이나 대여 대처가 미흡하다는 것인 것 같은데. 저는 단지 당내에서 그런 의견도 나올 수 있다는 그런 뜻입니다. 정당 내에서 그런 논의를 아예 금기시하고 못하게 하는 정당은 민주정당이 아니라는 그런 뜻입니다.

'제3지대 신당' 새누리당 어부지리 막아
민주당 정신은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

-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문재인 의원이 구원 등판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문재인 구원 등판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지금은 문재인 의원의 등판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의원은 대선 패배의 책임자이고, 당사자입니다. 국회의원직도 그만 두고 자숙하는 자세가 필요한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벌써 다음 대선 운운해서 민주당을 국민들로부터 희화화시키고 있는 판에 구원투수 등판은 더욱 더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문재인 의원이 등판한다고 해서 지방선거를 승리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 표면적으로 민주당의 계파싸움이 극대화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 이른 바 친노와 비노 간의 대결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486과 비486 간의 대결로 보여 집니다. 저는 민주당의 계파갈등이 극심하지는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울타리 안에서라면 선의의 경쟁은 얼마든지 괜찮다고 봅니다. 다만 계파 이기주의로 흐르는 일은 없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 민주당은 현재까지도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현재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개입을 직접 지시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없습니다. 정황상 증거만 있을 뿐이지요. 반대로 이석기 의원의 경우 1심에서 이미 유죄판결까지 받은 상황이지만 민주당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며 제명안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너무 이중적인 태도는 아닌지요.
▲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은 이승만 정권 당시 3·15 부정선거처럼 국가기관이 개입된 국기문란 사건입니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특검을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관련이 없다고 하지만 박 대통령을 위해서 댓글을 단 것입니다. 법률적으로 또 최소한 정치 도덕적인 책임이 있습니다. 또 수사과정에서 검찰총장 밀어내기 등 수사 축소 논란이 있었습니다. 반면 이석기 사건은 재판 중인 사건입니다. 1심이 유죄로 끝났지만 항소심이 얼마 안 있으면 있을 테니까 이왕 기다리는 거 그때까지 기다려보자는 것입니다. 민주당이 종북세력과 손을 잡는다는 오해는 불식시켜야 하지만 좀 더 큰 원칙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내 개인으로는 이석기 의원이 정치에서 떠나는 게 맞다는 생각도 합니다. 저도 그 사람이 진짜 종북인지 확실히는 모릅니다. 다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석기 의원은 종북적인 색채가 짙다는 것입니다. 민주당하고 거리를 둬야 하는 건 맞지만 국회에서 아예 쫓아낼 것인가 이런 것은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재판 결과가 확실히 나오면 그때 가서 쫓아내도 늦지 않다는 것입니다.

 


- 여당이 요구하는 이석기 제명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지방선거에는 불리한 것 아닌지요?
▲ 민주당 내에서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민주당이 성급하게 재판 중인 것을 나서서 미리 뭐 이럴 것은 없습니다. 이제 2심, 3심 하고 있는 중 아닙니까? 이왕 하는 거 성급할 건 없다 이 말입니다. 그러나 종북세력과 분명히 선을 긋는 자세는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 이로 인해 촉발되고 있는 민주당 내부에 종북 세력이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민주당 내에 법을 어기는 종북세력이 있었다면 수사기관이 가만 두었겠습니까? 단지 종북세력이 포함되었던 진보세력과 선거 때 연대 또는 단일화한 적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앞으로는 종북세력과 단호히 선을 그어 나가면 되는 일입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취임 1주년에 대해 평가해 주신다면?
▲ 저는 솔직히 박근혜 대통령이 합격점은 못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중요 공약이 전부 후퇴했습니다. 지금 여론조사에서 박근혜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50%이상 나오고 있는데 저는 어디까지나 민주당이 잘못해서 반사이익을 얻는 거지 박근혜정권이 잘하고 있어서 지지율이 나오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솔직한 얘기로 저는 박근혜정권이 뭘 잘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국내 정치에서는 완전히 낙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는 지난 대선 당시 가장 큰 화두였고 시대적 소명인데 대선 이후 약속한 것들은 모두 뒤로 물리고 있습니다. 경제성장 역시 재벌경제를 바탕으로 한 성장은 이게 벌써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봅니다. 지난 대선 때 박 대통령이 경제민주화라든가 보편적 복지를 내세우길래 사실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당선되고 나선 기본적인 것들을 다 뒤집고 있습니다. 만약 민주당이 앞으로 제대로 자리만 잡으면 박근혜정부의 지지율도 크게 하락할 것이라고 봅니다.

- 대선공약 파기, 부정대선 의혹, 인사 실패 등등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무척 높은 지지율을 구가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민주당은 지지율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습니다.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우선 박근혜 대통령은 야당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아서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듯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정말 미스터리에 가깝습니다. 현재 민주당은 과감한 개혁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과감한 혁신을 끌어나갈 지도력이 미흡합니다.

- 정 고문님께서는 대표적인 개헌론자로 평가됩니다. 국민동행의 모임 취지에도 '독점적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운동'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개헌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 우리나라의 정치가 삐뚤어지고 파행이 되는 것은 모두 대통령에게 권한이 너무 집중되어서입니다. 그래서 소위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하지 않습니까? 우리나라 대통령제하에서는 남자를 여자로, 여자를 남자로 바꾸는 것 빼고는 다 할 수 있는 나라가 이 나라입니다.
대통령의 권한이 분산되어야 합니다. 개헌만 한다면 우리나라 정치개혁의 8할 이상은 성공한 것입니다. 개헌을 통해 근원적인 정치개혁이 이뤄집니다.

 

- 개헌이 필요하다면 민주당이 정권을 잡고 있을 때 왜 개헌을 하지 못했느냐는 비판도 있습니다.
▲ 저희도 개헌을 하려고 했었습니다. 김대중, 김종필의 정치연대가 내각제 개헌을 전제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 당시 한나라당의 반대와 국민적 공감대 미성숙 등으로 개헌이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해서 직접 실행에는 옮기지 못했습니다.

"문재인 구원 등판론? 일단 잠자코 있어야"
개헌 성공하면 정치개혁 8할은 이룬 것

- 개헌론자들 사이에서도 '4년 중임제'와 '내각제'로 의견이 갈리고 있는데 정 고문님이 생각하시는 개헌의 방향은 무엇입니까?
▲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이나 내각제 개헌이 정답입니다. 4년 중임제는 임기 5년을 4년 씩 두 번 가능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나 근원적인 문제인 대통령의 권한 축소, 권한 분배와는 거리가 먼 개헌운동입니다.

- 앞서 언급하신 것처럼 '권력의 집중'은 부작용을 낳게 됩니다.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 된 지금의 양당체제도 개혁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요?
▲ 절대로 권력이 집중되어 있지 않습니다. 도리어 양당체제에는 권력이 더 집중되어야 합니다. 현제 양당이 무슨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양당의 권한을 모두 합쳐도 대통령이 가진 권한의 10분의 1만도 못합니다.

- 지난 2일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제3지대 신당'을 창당하기로 했습니다. 평가를 하신다면.
▲그러지 않아도 야당간 분열로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주는 것을 막기 위해 충고하고 조율해줄 작정이었습니다. 스스로들 미리 알아서 하니까 정말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잘 협조해서 좋은 결과 이루기를 바랍니다.

-국회 내 126석을 가진 민주당과 단 2석의 새정치연합이 5:5의 비율로 합당을 하기로 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당연히 민주당 인사들은 불만이 좀 있을겁니다. 그런데 사실상 5:5는 불가능합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큰당과 작은당이 합칠 때 다 5:5로 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론 그렇게 잘 안됐습니다. DJ 시절에도 전부 5:5라고 말해 놓고 한쪽으로 쏠렸죠. 산술적으로 힘들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서 5:5란 창당 정신을 뜻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민주당이 양보한다는 표시로도 해석되고요.

-민주당의 정체성이 없어졌다, 민주당을 팔아먹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괜히 시비 걸려는 사람들 얘깁니다. 저는 거꾸로 봅니다. 안철수 쪽의 정체성이 없어지면 없어졌지 결코 민주당의 정신이 없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수차례 이합집산을 지켜봤지만 결국 주된 정당이 주도권을 쥐게 돼 있습니다. 민주당내 경쟁하려는 집단이 시비를 걸 수 있지만 대국적으로 대단히 잘된 일입니다.


- 마지막으로 정치권에 하시고 싶은 말씀은 무엇입니까?
▲ 소통을 통해서 정치가 복원되어야 합니다. 박근혜정부 들어서 정치가 없어졌고 또 여야 간에 소통이 없어지므로 정치다운 정치가 없어졌습니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가 오죽하면 정무장관을 복원시키자고 했겠습니까? 청와대와 야당과의 소통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정무장관을 복원시키자고 했는데 청와대는 그것도 시큰둥한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시대적 소명을 잘 알고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시대가 어디로 가고 있는 건가?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건가? 여야 정치인들이 공통분모를 갖고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후배 정치인들이 자괴성 발언을 자주 합니다. "우리나라 정치는 너무 후진적이야." "아무리 해도 안 변해."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제가 정치를 시작한지가 한 40년이 되는데 속도는 늦지만 분명히 정치는 조금씩 조금씩 발전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서양에서 800년 동안 만들어 놓은 민주주의 제도를 우리나라는 해방 후 60년간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겪고 이뤄내지 않았습니까? 저는 그것도 굉장히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이나 국민들은 정치인들은 다 못된 놈들이라고 비판하지만 너무 절망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 대신 그만큼 더 노력을 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정대철 고문은?>

▲한양대학교 조교수
▲제9·10·13·14·16대 국회의원
▲평화민주당 대변인
▲새정치국민회의 부총재
▲민주당 대표
▲민주당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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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폴 적색수배’<br> 황하나 근황 포착

[단독] ‘인터폴 적색수배’
황하나 근황 포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마약 투약 혐의로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은 황하나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해 1월31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황씨를 형사 입건했다. 앞서 황씨는 2023년 9월, 영화배우 고 이선균을 협박한 유흥업소 실장 김모씨 등과 함께 내사를 받아왔다. 지난해 2월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간이시약 검사 등을 통해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했다. 수사를 받던 황씨는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마약과 성매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추가 혐의가 드러나자 태국에 있는 황씨를 검거하기 위해 인터폴 적색수배와 현지 영사 조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폴 적색수배 중인 황씨는 지난 1년 사이 캄보디아로 이동했다. 유튜브 채널 ‘크라임넷’을 운영하는 제보자 A씨에 따르면 현재 프놈펜 소재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한국인 남성과 함께 거주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지난해 태국으로 도주한 황씨는 자동차 관련 사업체를 운영하는 현지인 N씨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있다. N씨는 태국 상류층을 뜻하는 ‘하이소(High-Society)’로 분류되는 유명인사다. 황씨의 지인이자 한국에서 모델 활동을 했던 여성 Y씨는 “(자신과 함께) N씨가 클럽, 유흥업소 등에서 황씨와 파티를 즐겼다”고 알려왔다. 태국에서 상위 10% 미만에 속하는 재벌인 하이소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파티를 즐길 뿐더러, 전관예우 등에 따라 현지 경찰의 수사가 어려운 대상이다. 황씨가 N씨의 비호를 받아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왔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Y씨를 비롯한 다수의 제보자는 황씨가 태국, 캄보디아 등을 오가며 성매매,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고 전했다. 황씨는 한국에 있던 Y씨 등을 불러 현지 남성과의 성매매를 유도하기도 했다. 이 밖에 황씨는 과거 방송인으로 활동했던 에이미(이윤지) 등 유명인들과 어울리며 여유로운 삶을 이어갔다. 현지 정보망에 따르면 황씨는 하이소들과 함께 했기에 경찰의 눈을 피할 수 있었다. 하이소의 권력이 얼만큼인지 나타내는 실제 사례도 있다. 스포츠음료 ‘레드불’ 공동 창업주의 손자 오라윳 유위티야의 뺑소니 사망사건이다. 오라윳은 2012년 9월 방콕 시내에서 술과 마약에 취해 페라리를 과속으로 몰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근무하고 있던 경찰관을 치어 숨지게 한 후 도망쳤다. 그러나 경찰은 사고 후 스트레스로 술을 마셨다는 오라윳 측 주장을 인정하고 음주 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오라윳은 불기소됐고, 이후 마약 복용에 따른 처벌도 면했다. 경찰 추적 중에도 호화 생활 동남아 오가며 ‘환락 파티’ 2022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마약법 개정으로 만료됐다고 현지 검찰총장실 대변인이 밝혔다. 1979년 제정된 마약법을 보면 코카인 불법 복용자는 6개월~3년 징역에 처하고 공소시효는 10년이다. 오라윳의 공소시효는 그해 9월3일에 만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2021년 12월 발효된 새로운 마약법에 따르면, 코카인 복용은 징역 1년에 공소시효는 5년이다. 이에 따라 오라윳의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는 자동 기각됐다는 것이다. 오라윳은 이를 틈타 해외로 도주했다. 불기소 결정 뒤 반정부 집회가 열릴 만큼 반발은 심했다. 결국 총리 지시로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다. 검찰과 경찰의 조직적 비호가 있었다는 정황도 포착했다. 검·경은 뒤늦게 부주의한 운전에 의한 과실치사에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도 추가했다. 하지만 오라윳의 행방은 묘연하다. 검찰은 경찰이 오라윳을 체포해 데려오기 전까지는 마약 복용 혐의로 기소할 수 없다고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현재 오라윳에게 남은 혐의는 과실치사뿐이며 공소시효는 2027년 9월3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를 종합하면, 황씨는 동남아로 도주하기 전 마약을 투약한 것과 더불어 지인에게 마약을 권하기도 했다. 황씨의 지인 J씨는 취재진과 전화 통화에서 “황하나가 나에게 좋은 거 있는데 해볼래?”라며 팔에 주사로 된 약물을 주입했다. 그는 “좋은 거라길래 설마 했는데, 속이 울렁거리면서 구토를 하게 됐다”며 “정신을 차려 보니, 주변에 주사기들이 놓여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J씨는 “마약을 투약한 것 같다”고 경찰에 자수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이어 황씨는 지난해 3월19일 취재진과 통화에서 “술은 왜 마셔요? 마약이 더 좋은데”라며 “왜 기자들은 내 기사만 쓰는지 모르겠다. 다른 약쟁이들도 많은데, 좀 취재하고 기사를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황씨의 아버지 황재필씨는 “딸이 적색수배된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카카오 메시지를 읽었지만, 묵묵부답이다. 태국 재벌 ‘하이소’ 조력 “나 잡아봐라” 수사망 피해 한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로 전환된 황하나에 대해 출국금지 명령이 내려지지 않은 것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적색수배가 내려진 황씨가 이번에 귀국하게 되면, 앞으로 1년 이상 태국에 재입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는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이자, 동방신기 출신 박유천의 전 약혼녀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두 사람은 2018년 9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수차례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황씨는 2019년 11월 항소심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면서 석방됐다. 앞서 여러 차례 마약 투약으로 처벌받은 이력도 있다. 2015년 5~9월 자택 등에서 필로폰을 세 차례 투약했다. 2018년 4월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 없이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집행유예 기간 중인 2021년 7월9일 재차 마약을 투약해 1심 판결로 추징금 40만원에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019년에 마약 투약죄로 선고받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동종범죄 재범에 이종범죄까지 저지른 대가로 가중처벌을 받은 것이다. 당시 마약 혐의와 함께 2020년 11월, 시가 500만원 상당의 명품 신발 등을 훔친 혐의도 받았다. 기소된 이후 세 차례 반성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2021년 10월28일 2심 판결서 검찰은 황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구형했다. 황씨는 최후 진술에서 “휴대전화도 없애고 시골로 내려가 열심히 살고 제가 할 수 있는 성취감 느끼는 일을 찾아 열심히 살아보겠다”면서 “지난 3~4년간 수면제나 마약으로 인해 제정신이 아니었다. 한 번뿐인 인생인데 제가 너무 하찮게 다뤘고 죽음도 쉽게 생각하며 저를 막 대했다”고 눈물을 흘리며 변론했다. 그해 11월15일 2심 판결서 재판부는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8개월을 선고했다. 추징금은 4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태국서 이동 이후 2023년 이선균 마약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은 황씨를 포함해 총 8명이 마약을 투약한 단서를 포착하고, 일부는 형사 입건해 내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당시 황씨는 내사자 신분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내사 대상에 오른 인물 1명과 성명불상자 1명을 공갈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사실도 파악했다. 다수의 제보자들은 “황하나는 이선균이 협박당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이선균을 협박해 금품을 뜯은 전직 영화배우 박모씨와 유흥업소 여종업원 김씨의 협박 행각이 검찰 공소장을 통해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