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원로 릴레이인터뷰> ⑤민주당 정대철 상임고문

"안철수에 민주당 팔아먹었다고? 결국 민주당이 주도권 잡을 것"

[일요시사=정치팀] 여야의 정쟁은 그칠 줄을 모르고,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2014년 대한민국 정치권의 현주소다. 이럴 때 정치 원로의 충고 한 마디는 망망대해에서 만난 등대의 빛줄기처럼 반갑다. 길을 잃은 정치권의 탈출구는 어디일까? <일요시사>가 준비한 정치 원로들과의 릴레이인터뷰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보자. 이번 호에서는 민주당 정대철 상임고문을 만나봤다.

 

민주당 정대철 상임고문은 우리나라 정치의 산 증인이다. 정 고문은 지난 1977년 불과 34살의 나이에 제9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이후 5선 의원을 지내며 민주당 대표까지 역임한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그는 또 40년 가까운 정치 이력 속에서 두 번이나 대선 승리의 주역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잠시 정치권에서 물러났던 그는 최근 '민주와 평화를 위한 국민동행(이하 국민동행)'이란 모임을 창립하고 공동대표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모임 멤버들도 범야권 정치원로들로 매우 화려하다. 상도동계의 김덕룡 전 의원과 동교동계의 권노갑 전 의원, 새정치연합 김효석·이계안 공동위원장도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정 고문은 길을 잃은 대한민국 정치권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할 수 있을까? 다음은 정 고문과의 일문일답.

- 정 고문님의 제안으로 최근 창립된 국민동행이 정치권의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국민동행의 취지와 역할은 무엇입니까?
▲ 국민동행은 기본적으로 정치적 시민단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민동행의 취지는 경제 민주화와 보편적 복지 등 시대적 소명을 실현하는 것입니다. 좀 더 구체적인 역할로는 개헌운동과 대통령이 공약을 잘 지키도록 촉구하는 일, 야권이 선거에서 분열하지 않도록 조정하는 일 등이 있습니다.

- 정 고문님께서는 국민동행이 정치적 시민단체에 가깝다고 언급하셨지만 최근 홍영기 국민동행 전남상임대표가 목포시장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습니다. 사실상 창당은 아닌지요?
▲ 결코 창당일 수 없습니다. 앞으로 선거에 출마하시는 분들은 국민동행을 탈퇴하도록 권유 할 작정입니다.

- 박근혜정부에서는 유독 정치 원로들의 활약이 눈에 띕니다. 일각에서는 국민동행을 통해 범야권 정치 원로들도 다시 한 번 정치 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 국민동행에 참여하고 있는 원로들이 전면에 나서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충고하고 도와주는 차원입니다.


- 민주당이 최근 내부 노선투쟁을 겪고 있습니다. 당 지도부의 우클릭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민주당의 내부 노선투쟁은 개혁과정입니다. 국민적 지지를 올리고 앞으로 크고 작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비전을 증폭시키는 과정입니다. 앞으로 중도 우파까지 끌어들일 수 있도록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이런 것에 대해서 운동권과 486에서 진보 포기가 아니냐 그런 불만이 나오는 것입니다. 정당이라는 것은 원래 여러 가지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거기서부터 하나의 방향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다르다는 것은 당연하고 오히려 건강한 정당이라고 봅니다.

 

- 지난달 27일 민주당 김기식 의원이 주도하는 혁신 모임인 '더 좋은미래'가 전병헌 원내대표의 조기 퇴진을 요구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 저는 그런 주장이 나오는 것도 다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그런 주장들도 결국엔 민주당을 잘 이끌어 가보자고 몸부림치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물론 선거가 좀 더 가까워지면 이래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선거 치르기 전 준비단계에서 이런 저런 고민이 왜 없겠습니까? 이런 과정을 통해 당이 건강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이러다가 어느 순간에는 또 깨끗이 털고 힘을 모으면 됩니다.

- 전병헌 원내대표의 조기 퇴진이 필요하다는 보시는지요?
▲ 그런 뜻은 아닙니다. 저는 사실 무엇 때문에 김기식 의원이 그런 주장을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대여 투쟁이나 대여 대처가 미흡하다는 것인 것 같은데. 저는 단지 당내에서 그런 의견도 나올 수 있다는 그런 뜻입니다. 정당 내에서 그런 논의를 아예 금기시하고 못하게 하는 정당은 민주정당이 아니라는 그런 뜻입니다.

'제3지대 신당' 새누리당 어부지리 막아
민주당 정신은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

-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문재인 의원이 구원 등판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문재인 구원 등판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지금은 문재인 의원의 등판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의원은 대선 패배의 책임자이고, 당사자입니다. 국회의원직도 그만 두고 자숙하는 자세가 필요한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벌써 다음 대선 운운해서 민주당을 국민들로부터 희화화시키고 있는 판에 구원투수 등판은 더욱 더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문재인 의원이 등판한다고 해서 지방선거를 승리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 표면적으로 민주당의 계파싸움이 극대화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 이른 바 친노와 비노 간의 대결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486과 비486 간의 대결로 보여 집니다. 저는 민주당의 계파갈등이 극심하지는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울타리 안에서라면 선의의 경쟁은 얼마든지 괜찮다고 봅니다. 다만 계파 이기주의로 흐르는 일은 없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 민주당은 현재까지도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현재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개입을 직접 지시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없습니다. 정황상 증거만 있을 뿐이지요. 반대로 이석기 의원의 경우 1심에서 이미 유죄판결까지 받은 상황이지만 민주당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며 제명안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너무 이중적인 태도는 아닌지요.
▲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은 이승만 정권 당시 3·15 부정선거처럼 국가기관이 개입된 국기문란 사건입니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특검을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관련이 없다고 하지만 박 대통령을 위해서 댓글을 단 것입니다. 법률적으로 또 최소한 정치 도덕적인 책임이 있습니다. 또 수사과정에서 검찰총장 밀어내기 등 수사 축소 논란이 있었습니다. 반면 이석기 사건은 재판 중인 사건입니다. 1심이 유죄로 끝났지만 항소심이 얼마 안 있으면 있을 테니까 이왕 기다리는 거 그때까지 기다려보자는 것입니다. 민주당이 종북세력과 손을 잡는다는 오해는 불식시켜야 하지만 좀 더 큰 원칙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내 개인으로는 이석기 의원이 정치에서 떠나는 게 맞다는 생각도 합니다. 저도 그 사람이 진짜 종북인지 확실히는 모릅니다. 다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석기 의원은 종북적인 색채가 짙다는 것입니다. 민주당하고 거리를 둬야 하는 건 맞지만 국회에서 아예 쫓아낼 것인가 이런 것은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재판 결과가 확실히 나오면 그때 가서 쫓아내도 늦지 않다는 것입니다.

 


- 여당이 요구하는 이석기 제명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지방선거에는 불리한 것 아닌지요?
▲ 민주당 내에서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민주당이 성급하게 재판 중인 것을 나서서 미리 뭐 이럴 것은 없습니다. 이제 2심, 3심 하고 있는 중 아닙니까? 이왕 하는 거 성급할 건 없다 이 말입니다. 그러나 종북세력과 분명히 선을 긋는 자세는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 이로 인해 촉발되고 있는 민주당 내부에 종북 세력이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민주당 내에 법을 어기는 종북세력이 있었다면 수사기관이 가만 두었겠습니까? 단지 종북세력이 포함되었던 진보세력과 선거 때 연대 또는 단일화한 적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앞으로는 종북세력과 단호히 선을 그어 나가면 되는 일입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취임 1주년에 대해 평가해 주신다면?
▲ 저는 솔직히 박근혜 대통령이 합격점은 못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중요 공약이 전부 후퇴했습니다. 지금 여론조사에서 박근혜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50%이상 나오고 있는데 저는 어디까지나 민주당이 잘못해서 반사이익을 얻는 거지 박근혜정권이 잘하고 있어서 지지율이 나오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솔직한 얘기로 저는 박근혜정권이 뭘 잘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국내 정치에서는 완전히 낙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는 지난 대선 당시 가장 큰 화두였고 시대적 소명인데 대선 이후 약속한 것들은 모두 뒤로 물리고 있습니다. 경제성장 역시 재벌경제를 바탕으로 한 성장은 이게 벌써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봅니다. 지난 대선 때 박 대통령이 경제민주화라든가 보편적 복지를 내세우길래 사실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당선되고 나선 기본적인 것들을 다 뒤집고 있습니다. 만약 민주당이 앞으로 제대로 자리만 잡으면 박근혜정부의 지지율도 크게 하락할 것이라고 봅니다.

- 대선공약 파기, 부정대선 의혹, 인사 실패 등등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무척 높은 지지율을 구가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민주당은 지지율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습니다.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우선 박근혜 대통령은 야당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아서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듯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정말 미스터리에 가깝습니다. 현재 민주당은 과감한 개혁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과감한 혁신을 끌어나갈 지도력이 미흡합니다.

- 정 고문님께서는 대표적인 개헌론자로 평가됩니다. 국민동행의 모임 취지에도 '독점적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운동'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개헌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 우리나라의 정치가 삐뚤어지고 파행이 되는 것은 모두 대통령에게 권한이 너무 집중되어서입니다. 그래서 소위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하지 않습니까? 우리나라 대통령제하에서는 남자를 여자로, 여자를 남자로 바꾸는 것 빼고는 다 할 수 있는 나라가 이 나라입니다.
대통령의 권한이 분산되어야 합니다. 개헌만 한다면 우리나라 정치개혁의 8할 이상은 성공한 것입니다. 개헌을 통해 근원적인 정치개혁이 이뤄집니다.

 

- 개헌이 필요하다면 민주당이 정권을 잡고 있을 때 왜 개헌을 하지 못했느냐는 비판도 있습니다.
▲ 저희도 개헌을 하려고 했었습니다. 김대중, 김종필의 정치연대가 내각제 개헌을 전제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 당시 한나라당의 반대와 국민적 공감대 미성숙 등으로 개헌이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해서 직접 실행에는 옮기지 못했습니다.

"문재인 구원 등판론? 일단 잠자코 있어야"
개헌 성공하면 정치개혁 8할은 이룬 것

- 개헌론자들 사이에서도 '4년 중임제'와 '내각제'로 의견이 갈리고 있는데 정 고문님이 생각하시는 개헌의 방향은 무엇입니까?
▲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이나 내각제 개헌이 정답입니다. 4년 중임제는 임기 5년을 4년 씩 두 번 가능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나 근원적인 문제인 대통령의 권한 축소, 권한 분배와는 거리가 먼 개헌운동입니다.

- 앞서 언급하신 것처럼 '권력의 집중'은 부작용을 낳게 됩니다.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 된 지금의 양당체제도 개혁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요?
▲ 절대로 권력이 집중되어 있지 않습니다. 도리어 양당체제에는 권력이 더 집중되어야 합니다. 현제 양당이 무슨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양당의 권한을 모두 합쳐도 대통령이 가진 권한의 10분의 1만도 못합니다.

- 지난 2일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제3지대 신당'을 창당하기로 했습니다. 평가를 하신다면.
▲그러지 않아도 야당간 분열로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주는 것을 막기 위해 충고하고 조율해줄 작정이었습니다. 스스로들 미리 알아서 하니까 정말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잘 협조해서 좋은 결과 이루기를 바랍니다.

-국회 내 126석을 가진 민주당과 단 2석의 새정치연합이 5:5의 비율로 합당을 하기로 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당연히 민주당 인사들은 불만이 좀 있을겁니다. 그런데 사실상 5:5는 불가능합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큰당과 작은당이 합칠 때 다 5:5로 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론 그렇게 잘 안됐습니다. DJ 시절에도 전부 5:5라고 말해 놓고 한쪽으로 쏠렸죠. 산술적으로 힘들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서 5:5란 창당 정신을 뜻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민주당이 양보한다는 표시로도 해석되고요.

-민주당의 정체성이 없어졌다, 민주당을 팔아먹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괜히 시비 걸려는 사람들 얘깁니다. 저는 거꾸로 봅니다. 안철수 쪽의 정체성이 없어지면 없어졌지 결코 민주당의 정신이 없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수차례 이합집산을 지켜봤지만 결국 주된 정당이 주도권을 쥐게 돼 있습니다. 민주당내 경쟁하려는 집단이 시비를 걸 수 있지만 대국적으로 대단히 잘된 일입니다.


- 마지막으로 정치권에 하시고 싶은 말씀은 무엇입니까?
▲ 소통을 통해서 정치가 복원되어야 합니다. 박근혜정부 들어서 정치가 없어졌고 또 여야 간에 소통이 없어지므로 정치다운 정치가 없어졌습니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가 오죽하면 정무장관을 복원시키자고 했겠습니까? 청와대와 야당과의 소통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정무장관을 복원시키자고 했는데 청와대는 그것도 시큰둥한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시대적 소명을 잘 알고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시대가 어디로 가고 있는 건가?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건가? 여야 정치인들이 공통분모를 갖고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후배 정치인들이 자괴성 발언을 자주 합니다. "우리나라 정치는 너무 후진적이야." "아무리 해도 안 변해."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제가 정치를 시작한지가 한 40년이 되는데 속도는 늦지만 분명히 정치는 조금씩 조금씩 발전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서양에서 800년 동안 만들어 놓은 민주주의 제도를 우리나라는 해방 후 60년간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겪고 이뤄내지 않았습니까? 저는 그것도 굉장히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이나 국민들은 정치인들은 다 못된 놈들이라고 비판하지만 너무 절망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 대신 그만큼 더 노력을 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정대철 고문은?>

▲한양대학교 조교수
▲제9·10·13·14·16대 국회의원
▲평화민주당 대변인
▲새정치국민회의 부총재
▲민주당 대표
▲민주당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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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