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국개특위 간사' 민주당 문병호 의원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3.12.17 09:3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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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파트 기피하는 국정원, 본연의 역할부터 충실해야"

[일요시사=정치팀] 국가정보원개혁특별위원회가 진통 끝에 드디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첫 회의부터 여야는 특위 활동의 공개 여부를 놓고 날선 대립을 펼치는 등 향후 특위 활동의 험로를 예고했다. 가까스로 첫발을 내디딘 국정원 개혁 특위는 과연 꽉 막힌 정국의 물꼬를 틀 수 있을까?




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야의 4자회담을 통해 드디어 국정원개혁특위가 출범했다. 특위는 지난 9일 첫 회의를 열고 정세균 위원장과 김재원·문병호 여야 간사를 각각 선출했다. 하지만 사안마다 여야의 입장차이가 너무나 커 특위가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일각에선 특위에 대한 회의론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정원 대선개입 논란으로 벌써 1년 가까이 정국이 마비되면서 특위의 활동은 전 국민적인 관심사가 됐다.

과연 특위는 어떠한 성과를 내게 될까? <일요시사>가 국정원개혁특위의 야당 간사인 민주당 문병호 의원을 만나봤다. 다음은 문 의원과의 일문일답.


- 국민적 관심사인 국정원개혁특위의 야당 간사를 맡게 됐는데, 각오는?
▲ 일찌감치 했어야 할 일을 근 1년간이나 갈등을 겪은 끝에 하게 돼 안타깝게 생각한다. 만시지탄이지만 환영하는 바이고 막중한 책무를 맡게 돼 부담도 된다. 이번 특위를 통해 다시는 선거과정에 국정원이나 관계기관이 개입하는 일이 없도록 개혁적이고 상생의 의미를 담은 법안들이 통과되기를 바란다.

- 국회 정상화를 위한 4자회담 합의사항을 놓고 여야가 아전인수격 해석을 하고 있다. 특검이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 양당이 합의사항을 작성한 것은 앞으로의 약속이니 지키자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그 약속을 위해 4항에 명기된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특검의 시기와 범위 문제는 계속 논의한다'에 책임감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이런 합의사항을 뒤집으려는 친박 세력의 꼼수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특검을 받아야 한다는 여론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 일부 친박 세력들이 특검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엉뚱한 논리로 국민들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 새누리당은 검찰이 이미 수사 중이므로 특검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민주당 조경태 의원도 현재 검찰이 국정원 수사를 잘하고 있다며 특검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검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검찰이 수사 인력 한계로 2차 공소장 변경에 적시된 2090여만 건의 트위터 글에 대한 분석조차 하지 못하고, 현재까지 121만여 건의 트위터 글만 기소된 현 상황만 보더라도 특검만이 유일한 해답이다.

- 현행 국정원법은 김대중 대통령 때 만들어졌다. 야당이 집권했던 지난 10년 동안 별 문제를 제기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다.
▲ 진보집권 10년 동안 최소한 국정원이 선거개입을 한다든지, 권력놀음에 아첨한다든지 하는 문제는 없어서 문제제기가 없었던 것 아니겠는가? 당시는 국정원이 제대로 잘 돌아갔고, 최소한 기본권 유린이나 권력에 굴종하는 기관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명박정부 들어서 국정원이 대선개입과 정치개입 같은 각종 불법행위를 해 온 것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제도나 법을 확실히 좀 바꾸고 또 운용도 새롭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 된 것이다.

- 민주당이 요구하는 국정원 개혁 방안은 어떤 것들인가?
▲ 우선 국회예산통제권의 강화다. 국정원이 권력의 도구가 아니라 국민의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예산 통제와 감시가 강화되어야 한다. 국정원 예산과 결산 심사도 정보위원회 심의로 대체할 것이 아니라 국회 예결위에서 심의해야 한다. 더불어 대공수사권을 포함한 모든 수사권을 수사기관으로 이전하자는 것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의 경우 정보 수집은 정보기관이, 수사는 수사기관이 담당하도록 해서 각 기관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확실히 보장해주고 있다. 이밖에도 중점으로 다룰 사안으로 부당직무행위 거부권, 내부 고발자 신분 보장, 부당정보 수집금지, 공소시효 연장, 사이버심리전 활동 규제 등은 반드시 연내 입법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새누리당, 엉뚱한 논리로 특검 반대
대선불복 파문은 국정원 개혁 물타기용

- 민주당이 주장하고 있는 국정원 개혁 방안 중 국내파트 폐지는 많은 국민들이 안보에 사각지대가 발생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 국정원의 본연의 업무는 대북파트와 해외파트다. 그런데 국정원 내에서 대북파트나 해외파트는 기피부서란다. 왜냐하면 국내파트로 가야 진급에 유리하기 때문이란다. 이는 정상적이지 않다. 또 국내정보파트는 법에 정해진 국한된 부분에 한해서만 활동을 해야 되는데 현재 국정원은 국내 모든 정보에 관여하며 국내파트가 너무 비대화 되어 있다. 즉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진 국정원의 국내파트를 축소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폐지하자는 것이다. 대신 대테러나 대정부 전복 활동에 대한 감시활동은 더욱 강화해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국가를 지켜야 할 것이다.




- 민주당은 국정원의 국내파트 수사권을 검경으로 이전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외국에서 수사를 하다가 간첩이 국내에 들어오면 수사를 중단하라는 말이냐"고 비판했는데?
▲ 김진태 의원께서 검찰 출신인데 검찰을 무시하는 말씀을 하신 거다. 현재도 검경에서 대공수사를 하고 있고 많은 대공사범들을 검거해 실적을 올리고 있다. 그래서 수사권을 검경으로 이관을 하더라도 전혀 문제가 될 게 없다. 지금처럼 정보기관이 수사권까지 갖고 있으면 권력이 너무 집중돼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선진국에서는 정보권과 수사권을 동시에 갖는 기관이 없다.

- 양승조, 장하나 의원 파문으로 특위가 중단되는 일이 발생했었다. 해당 의원들이 불필요한 정쟁을 유도한 것은 아닌가?
▲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국정원 개혁을 피하기 위해 양승조·장하나 의원의 발언에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일종의 물타기, 국면전환용이다. 국회의원의 양심적 발언을 가지고 의원직 제명 운운은 해도 해도 너무한 공포정치 자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문재인 명의의 문자메시지 유포되고 있다.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당선무효 투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당시에 그렇게 비열했던 새누리당이 이제와 야당 의원들에게 제명을 협박하고 있으니 앞뒤가 안 맞는 억지다. 새누리당이 4자회담을 통해 어렵게 마련한 특위를 내팽개치겠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심각한 우려가 든다.


- 민주당은 특위가 중단되자 예산 심사를 중단하겠다고 맞섰다. 국민들 사이에선 민주당이 번번이 예산을 볼모로 잡는 것에 대한 반감도 있는데?
▲ 현재 예산관련 각 위원회와 예결위의 계수소위도 진행되고 있고, 또 각 위원회의 법안소위도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유독 가장 국민적 관심이 큰 국정원개혁특위만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는 참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국정원의 대선개입과 일탈 행위로 온 나라가 일 년간이나 정지된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그 원인을 제거해야만 한다. 이 특위는 절대로 정쟁의 제물이 되어선 안 된다. 하지만 향후 민주당은 예산을 볼모로 특위를 내세우는 일은 없을 것이다.

- 지금까지 많은 특위가 있었지만 특위 무용론까지 제기될 정도로 성과를 내는 경우가 드물었다. 이번 국정원 개혁 특위의 경우는 어떻게 전망하는가?
▲ 민주당은 이미 합의와 소통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입에만 의존해 억지주장과 국정원 감싸기만 하지 않는다면 올바른 개혁안이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국정원개혁특위는 이제 시작이다. 여야가 합의사항을 발표했다고 해서 다 끝난 것이 아니고 여야 모두 합의를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국민들은 지난 대선에서 불법적으로 진행된 사건들에 대해 진실을 알고 싶어 한다. 국민들은 더 이상 박근혜정부의 불통 정치를 원하지 않는다. 정부 여당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소통하고 상생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할 때다. 민주당은 언제나 국민의 편에 서서 민주주의의 바람, 민생 안정의 바람을 몰고 나갈 것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문병호 의원 프로필>

▲ 제28회 사법고시 합격
▲ 법무법인 부평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
▲ 인천일보 객원 논설위원
▲ 인천참여자치연대 공동대표
▲ 제17대 국회의원
▲ 제19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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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