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권력지형 대해부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1.06 09:3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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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 만에 5대 권력기관 장악했다

[일요시사=사회팀] 국정원과 국세청, 경찰을 차례로 접수한 청와대가 최근 감사원장과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선을 마치며 권력기관 장악의 마침표를 찍었다. 박근혜정부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꼭지점으로 각 권력기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호위무사’가 될 채비를 마쳤다.




지난달 30일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권력기관의 중추로 불리는 검찰의 수장까지 현 정부가 미는 인사로 교체되면서 5대 권력기관(감사원·국정원·검찰·국세청·경찰)은 사실상 청와대가 접수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리고 청와대 권력의 정점에는 ‘왕실장’으로 불리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포진해 있다. 김 실장은 지난 8월 청와대에 입성한 후 무서운 속도로 권력기관을 장악해 나갔다.

‘5대 권력기관’
청와대 품으로

무엇보다 김 실장은 ‘문고리 권력’을 둘러싼 암투에서도 승리하며 2인자 체제를 공고히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 실장 입성 후 청와대 권력지형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소문은 여의도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익히 알려진 대로 청와대 밖 권력기관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김 실장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때문에 현 정국을 이해하기 위해선 김 실장의 등장 전후를 비교할 필요가 있다. 권력 장악의 시작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가 발족한 지난해 12월이다.

새누리당 이한구 당시 원내대표는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5대 권력기관장의 교체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법에서 임기를 보장하는 직책을 (인수위가) 어떻게 할지 상당히 고민할 것”이라면서도 “기본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5대 권력기관장 교체는 역대 정권마다 되풀이돼 왔다. 그러나 박근혜정부가 달랐던 건 헌법에 보장된 각 기관장의 임기를 보장하겠다는 약속이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경찰청장 임기제가 도입된 후 6명의 청장 가운데 1명만이 법정임기를 마쳤다”며 “경찰 조직이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면서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김기춘 입성 후 완전 장악 ‘독주체제 구축’
청와대 2인자 꼭짓점으로 5명 호위무사 포진

그러나 2012년 5월 취임한 김기용 당시 경찰청장은 법적 임기가 1년3개월이나 남은 상황에서 거의 쫓겨나다시피 조직을 떠났다. 원인은 바로 고위층 성접대 수사에 있었다.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과 갈등을 겪고 있던 경찰은 검찰을 상대로 ‘회심의 일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타깃은 박근혜정부 초대 검찰총장 후보자로 거론됐던 김학의 전 대전고검장. 경찰은 ‘김 전 고검장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추천되면 성접대 동영상을 터뜨려 검찰에 치명타를 입힌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변수가 등장했다. 김 전 고검장이 검찰총장이 아닌 법무부차관으로 내정된 것이다. 그리고 동영상과 관련한 추문은 한 메이저 언론사에 의해 퍼질 대로 퍼져 청와대로까지 흘러들었다. 최초 검찰을 겨냥했던 ‘성접대 스캔들’은 “청와대 인사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결과로 귀결되면서 현 정부의 심기를 건드렸다.

박근혜정부의 도덕성에 흠결을 입힌 김 청장을 청와대가 놔둘 리 없었다. 수사 중인 상황에 대해 사전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김 청장은 옷을 벗었다. 떠난 김 청장의 자리는 이성한 당시 부산경찰청장(현 경찰청장)이 대신했다.

이 청장은 비(非) 경찰대 라인으로 개혁을 요구하던 경찰 내부의 목소리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이 청장은 경찰청장 취임 직후 박근혜정부의 주요 공약인 ‘4대악 근절’에 사활을 걸었다. “실적이 저조한 지휘관에게 (인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엄포까지 덧붙였다. 덕분에 몇몇 경찰관들은 4대악으로 지목된 ‘불량식품’ 단속을 위해 학교 앞 문방구를 이 잡듯 뒤져야 했다.

경찰은 ‘충성맹세’
검찰은 ‘독고다이’

경찰은 청와대의 품으로 돌아왔지만 이번엔 검찰이 문제였다. 앞서 ‘검란 사태’를 경험한 검찰은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명분으로 지난 2월 검찰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를 신설했다.

그리고 총추위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당시 서울고검장)과 소병철 법무연수원장(당시 대구고검장), 그리고 얼마 전 총장 후보자로 내정된 김 후보자(당시 총장대행) 등 3명을 총장 후보로 법무부에 추천했다. 이때 당시 “김기춘의 의중이 김진태에게 쏠려있다”는 첩보가 나왔다. 그런데 세 후보 중 결국 최종 후보가 된 건 채 전 총장이었다.

김 실장과 가까운 김 후보자가 뽑히지 않은 까닭은 ▲황교안 법무부장관과의 궁합 ▲아들의 병역 면제 사실 ▲지난 이명박정권과 연속성이 있는 인물이란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 등 인사 문제로 곤욕을 치렀던 청와대 입장에선 ‘큰 흠결이 없던’ 채 전 총장이 가장 안전한 카드였다. 그러나 청와대는 처음부터 ‘꼿꼿한’ 채 전 총장을 달가워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두환 추징금 환수, 이재현 CJ그룹 회장 탈세 등 정·재계 거물들을 겨냥한 굵직한 수사들은 ‘채동욱 체제’에서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중수부는 폐지됐지만 검찰의 화력은 더욱 막강해졌고, 사실상 여름 정국의 주도권은 검찰이 쥐고 있었다. 앞서 ‘윤창중 사건’으로 오욕을 뒤집어썼던 청와대는 바짝 몸을 낮춘 채 검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검찰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부터 “채동욱이 현 정권의 심기를 건드려 곧 쫓겨날 것”이란 이야기가 나왔다. 이 무렵 채 전 총장은 스스로도 본인의 운명을 예견한 듯 “지켜봐 주십시오. 예전에도 밝혔듯이 국민이 원하는 검찰을 만들겠습니다. 제 임기가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겠지만”이라고 말했다.

채 전 총장은 국정원 댓글 수사와 관련, 피의자들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것을 놓고, 황 장관 등 청와대 사람들과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만약 피의자들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면 박근혜정부가 져야 할 부담이 만만치 않은 까닭이었다.

하지만 채 전 총장은 ‘국정원 수사’를 밀어붙였다. 때문에 청와대는 채 전 총장을 ‘눈엣가시’로 여겼다. 여기서 등장한 인물이 바로 김 실장이다. 막후에 있던 김 실장이 권부의 중심으로 돌아온 것이다.

국정원과 검찰
정국 주도권다툼

김 실장이 청와대 외곽에 있던 6개월 동안 검찰의 독주를 견제했던 대항마는 국정원이었다. 법정 임기가 없는 국정원장은 늘 대통령의 최측근이 자리를 꿰차왔다. 대표적인 ‘MB맨’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2009년 2월부터 이명박정부 마지막까지 정보기관을 틀어쥐었다. 그리고 원 전 원장의 뒤를 이어 국정원장에 오른 인물은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현 국정원장)이었다.

육사 25기인 남 원장은 ‘뿌리부터 보수주의자’로 알려진 대표적인 반공인사다. 그는 지난 2004년 일어난 ‘군 장성 진급 비리’의 배후로 거론돼왔다. 또 하나회의 후신으로 평가 받는 ‘나눔회’의 원로로 지목돼왔다.

때문에 남 원장의 귀환은 군내 사조직 의혹을 촉발시키는 도화선이 됐다. 하나회는 사라졌지만 ‘제2의 하나회’가 현 정권에서 부활한 것이란 평가도 있었다.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남 원장은 박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임과 함께 정보라인을 컨트롤하게 됐다.

남 원장은 지난 6월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로 청와대의 기대에 부응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국면을 ‘NLL 포기 논란’으로 전환시킨 것이다. 이른바 ‘NLL 정국’은 정부와 여당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는 호재였다.

남 원장이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정국의 큰 판을 쥐고 흔드는 역할을 맡았다면 김덕중 국세청장은 ‘재계 길들이기’에 골몰했다. 박근혜정부의 공약인 ‘지하경제 양성화’란 완장을 찬 것. 그러나 김 청장에게 주어진 진짜 미션은 ‘MB 지우기’였다.

검·경 암투 과정서 경찰청장 교체
국정원·국세청·감사원장 측근 발탁
검찰총장 내정자 청문회 넘으면 완료

김 청장의 전임인 이현동 전 국세청장은 원 전 원장처럼 소위 ‘MB맨’으로 불렸다. 2010년 8월 취임했던 그는 인수위 시절 유임설이 돌 만큼 조직 장악력 면에선 그 능력을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권력은 이 전 청장을 놔두지 않았다. 그만한 이유도 있었다.

유력 국세청장 후보로 거론됐던 조현관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은 김덕중 국세청장에게 밀렸다. 이는 이 전 청장이 구축해 놓은 ‘MB블럭 허물기’로 해석됐다. 이 전 청장은 임기 내내 자신과 같은 TK 출신 인사들을 대거 중용했는데 김 청장(대전)의 깜짝 발탁은 국세청 내 TK 독주를 막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바꿔 말하면 국세청 내 특정 라인을 견제하겠다는 의중이 실려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권 초기 청와대의 우려 섞인 시선을 받았던 국세청은 정부의 국정철학을 충분히 공유하며, CJ·효성과 같은 친MB 기업들을 매섭게 몰아쳤다. 뿐만 아니라 세수 증대를 위한 전 방위 세무조사까지 병행하며, 어느덧 박근혜정부의 호위무사로 자리매김한 상황이다.

그런데 문제가 또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남은 임기가 1년5개월이나 됐던 양건 감사원장이 지난 8월 돌연 사표를 던진 것이다.

감사원장의 법정 임기는 4년. 무엇보다 감사원은 정치적 중립이 생명인 헌법기관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그동안 양 원장의 자진사퇴를 꾸준히 종용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버티기로 일관하던 양 원장이 물러난 표면적인 이유는 인사 외압. 그러나 근본적인 이유는 감사원 내 파워게임으로 전해진다.

복수 언론보도에 따르면 감사원 내에선 국세청처럼 ‘MB 지우기’가 진행됐다. 김영호 사무총장 등 청와대와 사전 교감한 감사위원들은 ‘MB정부 사람’인 양 원장을 코너로 몰았다.

4대강 사업 감사 등에서 양 원장은 점차 힘을 잃었다. “김 사무총장의 배후로는 김 실장이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청와대와 싸워 이길 수 없던 양 원장의 선택은 하나. ‘외압’이란 표현을 써서 청와대에 데미지를 입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죽은 권력이 산 권력을 이길 순 없었다.

김기춘 천하
대항마 없다

양 원장 사퇴 이후의 상황은 본지 등에 수차례 보도된 대로다. 채 전 총장은 혼외아들 의혹으로 임기 1년6개월을 남기고 자진사퇴했으며, 후임으로는 김 후보자가 낙점됐다. 감사원장은 황찬현 서울중앙지법원장이 내정됐다.

김 후보자와 황 법원장의 공통점은 경남을 연고로 하고 있다는 점, 사실상 김 실장이 추천한 인물이란 점 등이 꼽히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건 감사원장 후보로 하마평에 올랐었던 김희옥 동국대 총장이 낙마했다는 사실이다.

김 총장을 잘 아는 법조계 출신 국회의원은 “정치권에 빚이 없고, 법전에 따라 사는 사람이라 (감사원장 인선은) 의외로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왕수석’인 이정현 홍보수석과 같은 학교 출신이란 점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황 법원장이 감사원장으로 추천되면서 청와대 권력의 추는 김 실장 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는 평가다. 더불어 김 실장은 지난 인수위 시절 “새누리당 중진의원들도 몸을 낮췄다”던 청와대 보좌진 그룹 일명 ‘십상시’를 제압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엔 보좌진을 거쳐야 독대가 가능했던 박 대통령이지만 김 실장 입성 이후로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 ‘박심’을 등에 업은 김 실장의 ‘1인 천하’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 보는 이유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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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