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권력지형 대해부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1.06 09:3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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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 만에 5대 권력기관 장악했다

[일요시사=사회팀] 국정원과 국세청, 경찰을 차례로 접수한 청와대가 최근 감사원장과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선을 마치며 권력기관 장악의 마침표를 찍었다. 박근혜정부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꼭지점으로 각 권력기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호위무사’가 될 채비를 마쳤다.




지난달 30일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권력기관의 중추로 불리는 검찰의 수장까지 현 정부가 미는 인사로 교체되면서 5대 권력기관(감사원·국정원·검찰·국세청·경찰)은 사실상 청와대가 접수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리고 청와대 권력의 정점에는 ‘왕실장’으로 불리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포진해 있다. 김 실장은 지난 8월 청와대에 입성한 후 무서운 속도로 권력기관을 장악해 나갔다.

‘5대 권력기관’
청와대 품으로

무엇보다 김 실장은 ‘문고리 권력’을 둘러싼 암투에서도 승리하며 2인자 체제를 공고히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 실장 입성 후 청와대 권력지형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소문은 여의도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익히 알려진 대로 청와대 밖 권력기관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김 실장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때문에 현 정국을 이해하기 위해선 김 실장의 등장 전후를 비교할 필요가 있다. 권력 장악의 시작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가 발족한 지난해 12월이다.


새누리당 이한구 당시 원내대표는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5대 권력기관장의 교체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법에서 임기를 보장하는 직책을 (인수위가) 어떻게 할지 상당히 고민할 것”이라면서도 “기본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5대 권력기관장 교체는 역대 정권마다 되풀이돼 왔다. 그러나 박근혜정부가 달랐던 건 헌법에 보장된 각 기관장의 임기를 보장하겠다는 약속이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경찰청장 임기제가 도입된 후 6명의 청장 가운데 1명만이 법정임기를 마쳤다”며 “경찰 조직이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면서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김기춘 입성 후 완전 장악 ‘독주체제 구축’
청와대 2인자 꼭짓점으로 5명 호위무사 포진

그러나 2012년 5월 취임한 김기용 당시 경찰청장은 법적 임기가 1년3개월이나 남은 상황에서 거의 쫓겨나다시피 조직을 떠났다. 원인은 바로 고위층 성접대 수사에 있었다.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과 갈등을 겪고 있던 경찰은 검찰을 상대로 ‘회심의 일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타깃은 박근혜정부 초대 검찰총장 후보자로 거론됐던 김학의 전 대전고검장. 경찰은 ‘김 전 고검장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추천되면 성접대 동영상을 터뜨려 검찰에 치명타를 입힌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변수가 등장했다. 김 전 고검장이 검찰총장이 아닌 법무부차관으로 내정된 것이다. 그리고 동영상과 관련한 추문은 한 메이저 언론사에 의해 퍼질 대로 퍼져 청와대로까지 흘러들었다. 최초 검찰을 겨냥했던 ‘성접대 스캔들’은 “청와대 인사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결과로 귀결되면서 현 정부의 심기를 건드렸다.

박근혜정부의 도덕성에 흠결을 입힌 김 청장을 청와대가 놔둘 리 없었다. 수사 중인 상황에 대해 사전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김 청장은 옷을 벗었다. 떠난 김 청장의 자리는 이성한 당시 부산경찰청장(현 경찰청장)이 대신했다.


이 청장은 비(非) 경찰대 라인으로 개혁을 요구하던 경찰 내부의 목소리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이 청장은 경찰청장 취임 직후 박근혜정부의 주요 공약인 ‘4대악 근절’에 사활을 걸었다. “실적이 저조한 지휘관에게 (인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엄포까지 덧붙였다. 덕분에 몇몇 경찰관들은 4대악으로 지목된 ‘불량식품’ 단속을 위해 학교 앞 문방구를 이 잡듯 뒤져야 했다.

경찰은 ‘충성맹세’
검찰은 ‘독고다이’

경찰은 청와대의 품으로 돌아왔지만 이번엔 검찰이 문제였다. 앞서 ‘검란 사태’를 경험한 검찰은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명분으로 지난 2월 검찰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를 신설했다.

그리고 총추위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당시 서울고검장)과 소병철 법무연수원장(당시 대구고검장), 그리고 얼마 전 총장 후보자로 내정된 김 후보자(당시 총장대행) 등 3명을 총장 후보로 법무부에 추천했다. 이때 당시 “김기춘의 의중이 김진태에게 쏠려있다”는 첩보가 나왔다. 그런데 세 후보 중 결국 최종 후보가 된 건 채 전 총장이었다.

김 실장과 가까운 김 후보자가 뽑히지 않은 까닭은 ▲황교안 법무부장관과의 궁합 ▲아들의 병역 면제 사실 ▲지난 이명박정권과 연속성이 있는 인물이란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 등 인사 문제로 곤욕을 치렀던 청와대 입장에선 ‘큰 흠결이 없던’ 채 전 총장이 가장 안전한 카드였다. 그러나 청와대는 처음부터 ‘꼿꼿한’ 채 전 총장을 달가워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두환 추징금 환수, 이재현 CJ그룹 회장 탈세 등 정·재계 거물들을 겨냥한 굵직한 수사들은 ‘채동욱 체제’에서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중수부는 폐지됐지만 검찰의 화력은 더욱 막강해졌고, 사실상 여름 정국의 주도권은 검찰이 쥐고 있었다. 앞서 ‘윤창중 사건’으로 오욕을 뒤집어썼던 청와대는 바짝 몸을 낮춘 채 검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검찰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부터 “채동욱이 현 정권의 심기를 건드려 곧 쫓겨날 것”이란 이야기가 나왔다. 이 무렵 채 전 총장은 스스로도 본인의 운명을 예견한 듯 “지켜봐 주십시오. 예전에도 밝혔듯이 국민이 원하는 검찰을 만들겠습니다. 제 임기가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겠지만”이라고 말했다.

채 전 총장은 국정원 댓글 수사와 관련, 피의자들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것을 놓고, 황 장관 등 청와대 사람들과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만약 피의자들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면 박근혜정부가 져야 할 부담이 만만치 않은 까닭이었다.

하지만 채 전 총장은 ‘국정원 수사’를 밀어붙였다. 때문에 청와대는 채 전 총장을 ‘눈엣가시’로 여겼다. 여기서 등장한 인물이 바로 김 실장이다. 막후에 있던 김 실장이 권부의 중심으로 돌아온 것이다.

국정원과 검찰
정국 주도권다툼

김 실장이 청와대 외곽에 있던 6개월 동안 검찰의 독주를 견제했던 대항마는 국정원이었다. 법정 임기가 없는 국정원장은 늘 대통령의 최측근이 자리를 꿰차왔다. 대표적인 ‘MB맨’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2009년 2월부터 이명박정부 마지막까지 정보기관을 틀어쥐었다. 그리고 원 전 원장의 뒤를 이어 국정원장에 오른 인물은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현 국정원장)이었다.


육사 25기인 남 원장은 ‘뿌리부터 보수주의자’로 알려진 대표적인 반공인사다. 그는 지난 2004년 일어난 ‘군 장성 진급 비리’의 배후로 거론돼왔다. 또 하나회의 후신으로 평가 받는 ‘나눔회’의 원로로 지목돼왔다.

때문에 남 원장의 귀환은 군내 사조직 의혹을 촉발시키는 도화선이 됐다. 하나회는 사라졌지만 ‘제2의 하나회’가 현 정권에서 부활한 것이란 평가도 있었다.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남 원장은 박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임과 함께 정보라인을 컨트롤하게 됐다.

남 원장은 지난 6월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로 청와대의 기대에 부응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국면을 ‘NLL 포기 논란’으로 전환시킨 것이다. 이른바 ‘NLL 정국’은 정부와 여당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는 호재였다.

남 원장이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정국의 큰 판을 쥐고 흔드는 역할을 맡았다면 김덕중 국세청장은 ‘재계 길들이기’에 골몰했다. 박근혜정부의 공약인 ‘지하경제 양성화’란 완장을 찬 것. 그러나 김 청장에게 주어진 진짜 미션은 ‘MB 지우기’였다.

검·경 암투 과정서 경찰청장 교체
국정원·국세청·감사원장 측근 발탁
검찰총장 내정자 청문회 넘으면 완료

김 청장의 전임인 이현동 전 국세청장은 원 전 원장처럼 소위 ‘MB맨’으로 불렸다. 2010년 8월 취임했던 그는 인수위 시절 유임설이 돌 만큼 조직 장악력 면에선 그 능력을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권력은 이 전 청장을 놔두지 않았다. 그만한 이유도 있었다.


유력 국세청장 후보로 거론됐던 조현관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은 김덕중 국세청장에게 밀렸다. 이는 이 전 청장이 구축해 놓은 ‘MB블럭 허물기’로 해석됐다. 이 전 청장은 임기 내내 자신과 같은 TK 출신 인사들을 대거 중용했는데 김 청장(대전)의 깜짝 발탁은 국세청 내 TK 독주를 막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바꿔 말하면 국세청 내 특정 라인을 견제하겠다는 의중이 실려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권 초기 청와대의 우려 섞인 시선을 받았던 국세청은 정부의 국정철학을 충분히 공유하며, CJ·효성과 같은 친MB 기업들을 매섭게 몰아쳤다. 뿐만 아니라 세수 증대를 위한 전 방위 세무조사까지 병행하며, 어느덧 박근혜정부의 호위무사로 자리매김한 상황이다.

그런데 문제가 또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남은 임기가 1년5개월이나 됐던 양건 감사원장이 지난 8월 돌연 사표를 던진 것이다.

감사원장의 법정 임기는 4년. 무엇보다 감사원은 정치적 중립이 생명인 헌법기관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그동안 양 원장의 자진사퇴를 꾸준히 종용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버티기로 일관하던 양 원장이 물러난 표면적인 이유는 인사 외압. 그러나 근본적인 이유는 감사원 내 파워게임으로 전해진다.

복수 언론보도에 따르면 감사원 내에선 국세청처럼 ‘MB 지우기’가 진행됐다. 김영호 사무총장 등 청와대와 사전 교감한 감사위원들은 ‘MB정부 사람’인 양 원장을 코너로 몰았다.

4대강 사업 감사 등에서 양 원장은 점차 힘을 잃었다. “김 사무총장의 배후로는 김 실장이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청와대와 싸워 이길 수 없던 양 원장의 선택은 하나. ‘외압’이란 표현을 써서 청와대에 데미지를 입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죽은 권력이 산 권력을 이길 순 없었다.

김기춘 천하
대항마 없다

양 원장 사퇴 이후의 상황은 본지 등에 수차례 보도된 대로다. 채 전 총장은 혼외아들 의혹으로 임기 1년6개월을 남기고 자진사퇴했으며, 후임으로는 김 후보자가 낙점됐다. 감사원장은 황찬현 서울중앙지법원장이 내정됐다.

김 후보자와 황 법원장의 공통점은 경남을 연고로 하고 있다는 점, 사실상 김 실장이 추천한 인물이란 점 등이 꼽히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건 감사원장 후보로 하마평에 올랐었던 김희옥 동국대 총장이 낙마했다는 사실이다.

김 총장을 잘 아는 법조계 출신 국회의원은 “정치권에 빚이 없고, 법전에 따라 사는 사람이라 (감사원장 인선은) 의외로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왕수석’인 이정현 홍보수석과 같은 학교 출신이란 점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황 법원장이 감사원장으로 추천되면서 청와대 권력의 추는 김 실장 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는 평가다. 더불어 김 실장은 지난 인수위 시절 “새누리당 중진의원들도 몸을 낮췄다”던 청와대 보좌진 그룹 일명 ‘십상시’를 제압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엔 보좌진을 거쳐야 독대가 가능했던 박 대통령이지만 김 실장 입성 이후로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 ‘박심’을 등에 업은 김 실장의 ‘1인 천하’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 보는 이유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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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