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기획> 역대 정권 '권력형 비리' 풀스토리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9.16 15:3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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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만하면 또…권력의 덫에 걸려 자멸

[일요시사=사회팀] 권력은 10년을 넘길 수 없다는 옛말이 있다. 요즘 정치권에선 이를 '권불오년'으로 바꿔 부른다. 제 아무리 날고 기는 절대 권력이라도 정권이 바뀌는 주기인 5년은 넘기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권력에 붙어 호가호위하던 이들은 정권이 바뀌면 가장 먼저 수사망에 오른다. 역대 정권마다 되풀이돼온 권력형 비리의 역사. 그 역사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지난 10일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가 16년 만에 미납추징금 문제를 매듭짓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는 이날 오후 3시께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 현관에서 "추징금 환수 문제와 관련해 그간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저희 가족 모두를 대표해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역대 정권실세들
모두 받아챙겼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군 형법상 반란·내란과 뇌물수수 혐의로 무기징역형과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추징금 중 533억원만 납부했고 전체 76%인 1672억원을 올해 초까지 미납했다.

지난 5월24일 검찰은 채동욱 검찰총장의 지시로 서울중앙지검에 '전두환 추징금 환수 전담팀'을 구성했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한지 석 달이 지난 시점에 시작된 권력형 비리 수사였다.

문민정부가 출범한 이래 전·현직 대통령을 겨냥한 권력형 비리 수사는 늘 정권 초나 말에 이뤄졌다. 권력교체기를 전후한 수사기관의 권력형 비리 수사는 5년을 주기로 일종의 통과의례처럼 반복됐다.


한 검찰 관계자는 "VIP(대통령)가 살아있을 때는 모두가 해바라기처럼 VIP 주변을 바라보지만 권력 이동의 순간에는 줄을 댔던 사람들의 투서가 줄을 잇는다"며 "아무래도 권력형 비리는 뇌물을 건넨 당사자가 입을 열지 않으면 혐의 입증이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 검찰 출입기자는 "첩보도 첩보지만 정권 말이나 권력교체기가 되면 고과에 따른 인사이동이 예고되는데 검찰 입장에서도 눈도장은 찍어야하지 않겠냐"며 "정권과 연계된 권력형 비리 수사는 그 근본부터 정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권력형 비리의 꼭대기에는 늘 '떡값'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이와 관련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심복이자 유신정권 실세로 불린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은 '떡값의 대부'로 통한다.

5년간 날고 기다 정권 바뀌면 '서초동행'
권력에 붙어 호가호위…맘껏 누리다 '골인'

이 전 부장은 10·26 사건으로 박 전 대통령이 암살되고 80년 신군부가 들어서자 가장 먼저 권력형 부정축재자로 지목됐다. 이때 당시 이 전 부장은 "떡(정치자금)을 만지다보면 떡고물(부스러기 돈)이 묻는 것 아니냐"고 말해 유신정권의 도덕성을 가늠케 했다.

또 다른 군부독재 세력인 전두환 정권은 권력형 비리의 스케일 면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했다. 1983년 터진 이른바 '장영자 사건'은 건국 이래 최대의 금융사기 사건으로 회자된다.

스캔들의 주인공 장영자씨는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씨와 사돈 관계였다. 일찍이 사채업으로 돈을 굴렸던 장씨는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자 전 전 대통령의 처삼촌 이규광씨를 후견인으로 맞이했다.


이 같은 배경을 등에 업은 장씨는 1981년 2월부터 1982년 4월까지 모두 7111억원의 어음을 건설시장에 유통시켰다. 이중 확인된 사기 어음의 총액은 6404억원이었다.

이 천문학적인 사기사건과 관련해 모두 30여 명의 피고인이 법정에 섰다.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현직 은행장과 경제관료 등 100여 명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당시 이들이 얼마나 많은 비자금을 조성했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지하 자금 중 일부가 청와대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친인척 비리
군사독재 뺨쳐

6월 항쟁 이후 노태우 정권이 들어서자 전 전 대통령과 관련한 권력형 비리는 고구마줄기 캐내듯 파헤쳐졌다.

먼저 전 전 대통령의 형 기환씨는 노량진 수산시장 운영권 교체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1988년 구속됐다. 동생 경환씨도 새마을운동중앙본부 회장에 재직하며 공금 76억여원을 횡령해 실형을 살았다. 사촌형 순환씨는 골프장 허가를 미끼로 3700만원의 금품을 수뢰한 혐의, 사촌동생 우환씨는 양곡가공협회장 취임 후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각각 구속됐다.

노태우 정권도 전임 정권의 전철을 밟았다. 노 전 대통령의 처조카이자 '6공 황태자'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박철언 전 정무장관은 김영삼 정권이 출범하던 1993년 구속됐다.

박 전 장관은 슬롯머신 사업자에게서 6억원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수감됐으며 이후 "노 전 대통령이 YS에게 통치자금 명목으로 3000억원을 건넸다"고 폭로해 충격을 안겼다.

노 전 대통령의 딸 소영씨는 남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함께 외화 밀반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들이 빼돌린 것으로 의심받았던 돈은 미화 20만달러였다.

노 전 대통령 본인도 권력형 비리에 연루됐는데 그는 대선 직후 받은 당선 축하금 1100억원과 재임 시절 기업체로부터 거둬드린 돈 3500억원을 모두 비자금으로 은닉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렇게 받은 떡값의 대부분을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건넸다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의 퇴장으로 군사정권은 막을 내렸지만 문민정부에도 권력형 비리는 여전했다. 김 전 대통령은 당선 직후 '친인척 정치 금지' 원칙을 강조했고 가족들에게 "돈 싸들고 접근하는 똥파리를 조심하라. 단돈 100만원만 받아도 구속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말뿐이었다.

김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는 청와대 밤의 막후 실력자로 군림했다. 청와대로 들어오는 모든 정보는 현철씨를 거친다는 소문이 있었다. 현철씨에게는 '소통령'이란 별명이 붙었다.


IMF의 암운이 드리운 1997년 1월 재계 서열 14위였던 한보그룹이 부도를 맞았다. 이른바 '한보 사태'로 불린 이 대형 권력형 비리는 김영삼 정권의 치부를 낱낱이 드러냈다.

한보 사태의 배후엔 '소통령'이 있었다. 한보그룹은 5조7000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부실 대출을 감행하면서 정·관계 핵심 인사들과 유착했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정태수 리스트’가 공개돼 여야 중진의원 등 정·관계 고위 인사들이 줄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들과 함께 수사망에 오른 현철씨도 혐의를 피해가지 못했다. 현철씨는 정 회장 등 기업인들로부터 모두 66억원을 받고 12억원의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로 같은 해 6월 구속됐다.

현철씨는 비선 조직을 가동하면서 기업들에게 특혜를 주고 뒷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았다. 현철씨 구속 후 김영삼 정권은 사실상 '식물정권'이 됐다.

아울러 현철씨는 5년 뒤인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조동만 전 한솔 부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2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권력을 잃은 '소통령'은 두 번째로 영어의 몸이 됐다.

민주정부
너마저도…


대한민국 역사상 첫 정권교체를 이룬 김대중정부도 권력형 비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통령 친인척 부당행위 금지법'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권력형 비리 근절에 의욕을 보였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대통령 친인척 관리·감시 업무'가 강화된 시점도 국민의정부 때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국민의정부는 DJ 퇴임을 1년 앞둔 시점에 터진 '진승현 게이트' '이용호 게이트' '최규선 게이트' 등으로 무너졌다.

진승현 게이트는 'DJ의 오른팔'인 권노갑 전 의원과 김은성 전 국정원 차장이 연루된 권력형 비리였다. 2300억원대의 불법 대출과 주가 조작의 배후는 바로 DJ의 핵심 측근들이었다.

다음 해에는 이용호 게이트와 최규선 게이트가 정국을 뒤흔들었다.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는 이권청탁 명목으로 25억원여원, 정치자금 명목으로 22억여원 등 모두 47억원의 대가성 로비자금을 챙겨 구속됐다. 지난 2001년 구성된 '이용호 게이트 특별검사팀'은 이용호 G&G그룹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파헤치던 중 이 같은 범죄 사실을 밝혀냈다.

삼남 홍걸씨도 '최규선 게이트'로 철창신세를 졌다. 홍걸씨는 2001년 3월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로비를 대가로 타이거풀스 대표 송모씨로부터 10억원을 받은 것을 비롯해 모두 36억여원을 챙겨 구속됐다. 홍걸씨는 2002년 11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추징금 2억원을 선고받았다.

참여정부 출범 후 마지막 남은 장남 홍일씨도 검찰 조사를 받았다. 홍일씨는 나라종금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불구속 기소됐다. 이로써 'DJ 3형제'는 모두 사법 처리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한국 역사상 가장 도덕적인 정권으로 자부했던 참여정부도 끊이지 않는 친인척·측근 비리 의혹으로 몸살을 앓았다.

군사정권 때 주고받던 떡값 시초
자녀·측근 연루 '게이트' 비화
정권마다 되풀이…지금도 진행 중

참여정부 실세가 개입된 것으로 의심받았던 권력형 비리는 '생수회사 장수천 사건' '나라종금사건' '썬앤문 불법 자금 의혹 사건' '오일게이트' 등으로 지난 정권과 비교해도 적은 수는 아니었다.

또 친인척 비리 수사과정에서 나온 '박연차 리스트' '정대근 리스트' 등은 참여정부가 강조해 온 덕목인 '청렴함'과 배치됐다. 이밖에도 '김상진 리스트' '제이유 리스트' 등은 모두가 측근 비리로 분류돼 참여정부가 대응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을 좁혔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의 비리·비위 혐의가 뼈아팠다. 참여정부는 대통령의 친가 8촌, 외가 6촌까지 관리 리스트에 올리고 사돈과 종친회를 포함해 약 900명을 감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봉하대군'으로 불린 노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가 세종증권 인수 과정에 개입해 29억여원을 받은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이밖에 건평씨는 대우건설 사장 연임로비에도 개입된 것으로 의심받았다.

딸 정연씨도 순탄치 않은 시간을 보냈다. 정연씨는 지난 2007년 9월 미국 뉴저지 포트 임페리얼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미화 100만달러를 해외로 불법 송금한 혐의로 검찰에 소환됐다.

결과적으로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인 2008년 검찰발 '박연차 게이트'가 터지면서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해야 했다.

MB 비리는
빙산의 일각

이명박정부의 경우는 집권 초기부터 꾸준히 권력형 비리 의혹이 제기되면서 '도덕적으로 가장 부실한 정권'이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 '영일대군' 이상득 전 의원은 미래·솔로몬저축은행 로비 자금 수수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또 부인 김윤옥씨의 사촌오빠 김재홍씨는 제일저축은행에서 청탁 및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다.

아울러 부인 김씨의 사촌언니 김옥희씨는 국회의원으로 공천받게 해주겠다고 속여 30억원을 받아 구속기소됐다.

'왕차관'으로 불린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와 관련 금품을 수수해 구속 수감 중이고, 최근에는 '원전 납품 비리'의 몸통으로 지목받았다.

'MB의 멘토'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도 인허가 특혜와 관련 금품수수로 옥살이를 했으며 'MB의 친구'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은 수사 과정에서 세무조사 무마, 이권 개입 등을 명목으로 뒷돈을 챙겼다는 진술이 잇따랐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 이명박정부의 아킬레스건으로 불리는 '자원 외교'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이 전 대통령의 목줄을 겨눈 권력형 비리가 언제 어디서 터질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현정부 첫 친인척 비리'

대통령 5촌 조카 사기 내막

"고모가 박근혜" 수억 가로채

박근혜 대통령의 5촌 조카가 거액의 사기행각을 벌이다 경찰에 붙잡혔다. 정권마다 반복돼 온 친인척 비리는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8일 복수 언론에 따르면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이날 박 대통령의 5촌 김모(53)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김씨는 2010년 초부터 최근까지 3년여 동안 피해자 5명으로부터 기업 인수 및 투자유치 등을 명목으로 4억60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투자유치"4억6000만원 뜯어내
기업 접근해 고급 외제차 빌려

김씨는 피해자들의 고소·고발이 잇따르자 도피생활을 벌이다 지난 7일 경기 하남경찰서에 체포됐다. 김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셋째 형인 상희씨의 손자로 박 대통령과는 5촌지간이다. 김씨는 과거에도 사기 혐의로 여러 차례 검찰과 경찰의 조사를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번에 드러난 김씨의 사기행각은 박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는데 김씨는 기업 인수합병을 빙자해 기업체로부터 각종 명목으로 돈을 뜯어내고 고급 외제차를 업체 명의로 빌려 몰고 다닌 것으로 파악됐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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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