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 통합진보당 계보 대해부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9.09 13:5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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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에 '이석기 사람' 숨어있다

[일요시사=사회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국회 체포 동의를 거쳐 '내란 혐의'로 구속된 가운데 이번 수사의 칼끝이 어디까지 이어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의원을 위시한 지하혁명조직 'RO'로부터 '경기동부연합', '울산연합', '인천연합'으로 이어지는 소위 NL 정파의 숨겨진 '고리'가 밝혀질지 정국은 지금 폭풍전야다.



지난 4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89.3%라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표결에 참석한 289명의 의원 가운데 찬성표를 던진 의원은 258명이었다.

RO의 뿌리는
경기동부연합

현재 이 의원에게 씌워진 내란 예비음모 혐의는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등 관계기관의 녹취록 공개 등으로 기정사실화된 모양새다. 하지만 통합진보당과 이 의원 측은 관련 강력히 혐의를 부인하며 지하 혁명조직으로 지칭된 RO(Revolution Organization)의 실체를 부정하고 있다.

이번 '내란 수사'를 주도하고 있는 국정원은 국회에 제출한 이 의원의 체포동의요구서에서 RO를 지하혁명조직으로 규정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RO는 "조직 가입식에서 단체 강령을 구두로 하달 받고, 단체 가입 시부터 그 실현을 결의함으로써 폭력적 방법에 의한 사회주의 혁명의 목적을 공유하고 국회를 사회주의혁명투쟁의 교두보로 삼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의원 측은 "RO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고 국정원이 마음대로 이름을 붙인 것"이라며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 녹취록에서 드러난 회합의 성격도 '당 차원의 세미나'라고 못박았다.


그래서 다수 관계자는 RO의 실존 여부가 이번 수사를 판가름하는 열쇠라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RO에 정식 편제가 있는지 그들에게 무슨 직책이 부여됐는지 등이 재판 과정에서 쟁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정원은 "RO에서 파생된 RO산악회가 국가전복을 기도했다"며 그 수장으로 이 의원을 지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정원 관계자는 "1997년 해체된 민족민주혁명단(민혁당) 잔존세력이 모여 재건한 조직이 RO산악회"라며 "RO산악회는 이 의원의 지시에 따라 회합 여부가 결정 나는 것은 물론 주요 지령에 따라 조직원들의 활동 범위가 정해진다"고 분석했다.

RO 실체 두고 진실게임 "경기동부연합 실세"
경기서 시작해 전국구 조직으로 수사 확대

국정원은 RO산악회의 뿌리를 지난 19대 총선 과정에서 이름이 알려진 '경기동부연합'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기동부연합은 소위 NL(민족해방) 계열 전국조직인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전국연합)'의 하부 조직 중 하나로 경기 성남·용인을 근거지로 한 운동권 세력이다. 이중 수사망에 오른 RO산악회는 경기동부연합의 비선라인으로 통칭된다.

그러나 믿을만한 전언에 의하면 공안당국이 체제전복세력으로 지목한 RO산악회가 지금은 해체된 조직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RO산악회는 1991년 운동권 전국조직인 전국연합이 건재하던 때 활동하던 조직이지만, 전국연합의 해체 이후로는 산악회 형태가 아닌 폐쇄된 사조직 형태로 운영돼 왔기 때문에 그 실체가 불명확하다는 게 핵심이다.

실제로 국정원은 최근까지 RO산악회의 정확한 조직도조차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적어도 내란을 꾸미려면 체계적인 조직 편제와 그에 따른 업무 분장 등이 필수적인데 이를 입증할만한 조직도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구두를 통해 확인되는 '가느다란 실'을 잡을 수 있는지 여부가 '전체적인 밑그림'을 완성하는 척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종북몰이
계속된다


그런데 RO산악회의 해산은 이번 내란 예비음모 사건을 이해하는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먼저 통합진보당 측의 해명을 들어보면 RO란 이름은 국정원이 고의로 조직의 이름을 명명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실제로 RO는 'VO(Vangard Organization·전위조직)', 'MO(Mass Organization·대중조직)' 등과 함께 운동권 조직체계의 한 단계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돼 왔다.

해당 사건의 공동변호인단으로 이름을 올린 김칠준 변호사는 "이름을 알 수 없을 땐 '성명불상 단체'라고 해야 한다"며 "이름을 붙이면 행위에 대한 입증이 없어도 단체라는 이름으로 일망타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즉 국정원이 개개인을 조직 단위로 묶어 '반칙'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지점에서 이번 사건의 공개수사 전환 후 검찰을 통해 나온 멘트가 눈길을 끈다. 검찰 한 관계자는 "이번 수사의 첫 타깃이 RO산악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중 '첫 타깃'이라는 표현이 무척 의미심장하다.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RO산악회는 '수사의 게이트'일 뿐이지 '마지막 종착지'는 아니다. 다시 말해 검찰의 노림수는 따로 있다는 것이다. 현재 사정당국이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RO 출신 인사들과 다양한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현역 정치인, 특수 공무원 등의 범죄 혐의다. 이들은 대부분 조직 밖의 인물로 분류되지만 검찰의 내사 혐의가 일정 부분 사실로 증명되면 그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 놀라운 건 사정당국이 경기동부연합보다 조금 더 큰 규모의 조직을 주시하고 있다는 첩보다. 때문에 이번 수사가 이 의원을 구속하는 선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경기동부연합을 시작으로 NL계열 계파에 대한 전면적인 확대 수사가 예정된 것이다.

경기동부연합 출신 인사들은 지난 몇 년간 국정원과 검찰의 끈질긴 내사를 받아왔다. 근 10년 사이 세가 비약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군자산의 약속'을 계기로 민주노동당에 대거로 입당한 후 광주·전남 연합과 같이 민주노동당의 당권을 완전히 장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 당시 경기동부연합에 밀려 탈당한 정치인은 PD(민중민주) 계열의 정의당 심상정 의원과 노회찬 전 의원 등이다.

경기동부연합은 학생 운동이 절정에 달했던 1980년대를 전후로 탄생한 운동권 조직이다. 그러나 이는 외부의 시각일 뿐 '경기동부연합'은 기성 정치권의 '친노'처럼 그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견해가 있다.

경기동부연합에 대한 여러 가지 학설이 있으나 이 의원이 한국외국어대 용인캠퍼스에 입학한 1982년께가 경기동부연합의 태동으로 추정된다. 당시 경기 성남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재야 운동가들은 공업단지인 성남을 '혁명의 도시'로 부르며 군부와의 투쟁을 벌였다.

아울러 성남에는 도시빈민이 많은 탓에 경제적 차별 또한 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무렵 성남에 있는 한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 의원은 이런 사회·정치적인 배경 속에 자신의 진로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6월 항쟁 이후 재야 운동권 세력이 사회로 빠르게 유입되면서 일부는 기성정치권에 편입됐다. 하지만 나머지는 자신이 활동하던 지역에 남아서 통일·노동 운동을 계속했다. 현재 경기동부연합으로 통칭되는 사람들은 이 시기 성남으로 모여든 운동가 집단의 후신이다. 이중 대표적인 인물은 통합진보당 김미희 의원으로 꼽힌다.

경기동부연합
패권적·종북적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운동권 출신 대학생 및 노동 운동가들은 1991년 전국연합의 깃발 아래 모였다. 전국연합은 해방 이후 최대의 '전국적 운동조직'으로 불리는 진보 세력의 총아이며, 불행히도 진보 계파정치의 뿌리이다. 


당시 전국연합의 주류는 '한총련' 등으로 대표되는 통일운동세력이었다. 그러나 이 통일운동세력 모두가 지금 말하는 '종북세력'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때 당시 최대 화두는 '종북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닌 의회정치로 편입될 것인지에 대한 논의였다. 



전국연합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분화됐다. 제도권 정치로의 편입 여부가 세력을 갈랐다. 당시 정치세력화에 반대한 지역연합은 광주·전남연합, 서울연합, 대구·경북연합, 인천연합이었다. 반대로 정당운동을 선택한 세력은 경기동부연합, 울산연합이었다.

특히 현대자동차 사업장 등을 기반으로 한 노동운동 세력이 탄탄했던 울산연합은 정당운동을 가장 먼저 시작했다. 이후 울산연합과 경기동부연합은 통합진보당에서 만나 당권다툼을 벌였다.

이처럼 범운동권 세력이 정당운동을 저울질했던 시기에 민주당을 지지했던 시민운동 세력은 전국연합에서 급격히 힘을 잃었다. 경기동부연합의 민주당 지지파도 마찬가지. 당시 연합원들은 민주당 간판으로 출마할 것이냐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이냐를 놓고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좀 더 '온건파'로 분류된 시민운동 세력은 경기동부연합 주류에서 밀려났다. 이후 경기동부연합은 범NL계열 중에서도 좀 더 급진적인 인물들이 면면을 채우기 시작했다.

이들은 자주·민주·통일운동을 함께하는 실천가의 삶을 목표로 했고, 군대를 방불케 하는 집단 문화와 엄격한 규율로 조직을 유지했다.


이와 관련해 한 관계자는 "NL 정파 중 경기동부연합은 자신의 사생활마저 포기하고 통일운동에 몰입하는 등 조직의 헌신도 측면에서 다른 조직보다 월등했다"며 "단 그들은 조직에서 벗어날 경우 다른 정파에서 받아주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맹목적으로 충성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NL 노선'을 갖고 있는 통합진보당의 계파는 크게 3가지다. 울산연합과 경기동부연합, 인천연합이다. 이들은 흔히 '평등파'로 불리는 PD계열 운동가들의 비판을 받아왔다. 너무 패권적이고, 너무 종북적이란 내용이었다. 이중 패권적인 측면에서 가장 정도가 심했던 건 앞서 언급한 경기동부연합이다.

성남 기반 재야운동세력 후신
라이벌은 울산연합·인천연합

경기동부연합은 당직을 가지지 않은 비선라인이 조직의 정치적 행동을 결정하고, 명령하는 문화를 갖고 있다. 이른바 대표자는 대중적인 인물을 세우고, 조직의 브레인인 '실세'는 막후에 숨어 영향력을 발휘하는 식이다.

이는 과거로부터 공안당국의 주 타깃이 조직의 대표자가 돼왔던 것에 대한 나름의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그리고 모든 정통 NL 조직은 중요한 정치적 판단을 비선에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 같은 문화는 아직 대학가 일부 총학생회에 남아있다.

현재까지 경기동부연합과 비슷한 노선을 걸어온 정치세력은 울산연합이다. 경기동부연합과 울산연합은 ▲지역을 중심으로 정치세력화를 꾀했고 ▲다양한 지역 사업 등에 손을 뻗쳐 자금을 마련했으며 ▲대외적으로는 조직의 존재를 감췄고 ▲대학생·노조원을 중심으로 '후계자'를 양성해 왔다.

여기서 흔히 오해하는 부분은 조직의 확장성 여부다. 일부 보수언론들은 NL계열 정파가 조직원 규모를 늘리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지만 사실상 NL 조직의 핵심 논리는 '불확실한 확장'이 아닌 '혁명이 가능한 수준의 조직원 유지'다.

이를 두고 한 관계자는 "우리는 모든 국민을 상대로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그날(혁명의 날 혹은 전쟁)이 왔을 때 대중에게 올바른 길을 제시할 수 있는 활동가를 필요로 한다"고 언급했다. 즉 전쟁 이후의 상황이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NL 정파 간에도 대중운동을 바라보는 계파 사이의 견해는 엇갈린다. 이를 결정적으로 드러낸 계기가 바로 통합진보당 경선 파문이다. 당시 울산연합의 경우 정치적 판단을 중시해 이 의원과 김재연 의원을 제명할 것을 종용했지만 경기동부연합은 이를 거부했다. 이 경선 파문은 결국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이어져 통합진보당의 당원 명단을 사정당국에 넘겨주는 계기가 됐고, 공안당국의 수사가 본격화되는 도화선이 됐다.

울산·인천연합
모두 노린다

경선 파문 이후 경기동부연합의 정치적 파트너는 농민운동을 기반으로 한 광주·전남연합이 됐다. 지금은 이들을 합쳐 범경기동부연합으로 부른다. 정치권에서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지난 총선 전후의 문건을 보면 경기동부연합 출신 인물로는 이 의원과 김 의원을 비롯해 이정희 대표, 김선동 의원, 오병윤 의원, 윤원섭 전 민중의소리 대표, 안동섭 경기도당 위원장, 신창현 전 인천시당 위원장 등이 꼽힌다.

울산연합과 인천연합은 각각 노동자 세력이 더 강세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인천연합에는 전국농민회가 포함돼 있고, 울산연합에는 경남·부산연합 등이 합류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두 연합은 각각 경기동부연합보다 전통이 더 오래됐기 때문에 세력과 자금력 면에서 경기동부연합보다도 앞서 있는 것으로 한 관계자는 전했다. 

또 이 관계자는 "지금 공안당국이 원하는 건 경기동부연합이 아닌 'NL세력' 전체라며, 지금은 여론을 관망하고 있지만 가장 먼저 대학생 운동권에 손을 뻗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또 과거 NL계열 조직에서 활동했던 한 관계자는 "몇 년 전까지 몇몇 대학에 북한의 지령 유통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나에게도 제의가 왔었는데 만약 그 유통책의 윗선이 확인되면 대한민국 전체가 흔들릴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기사 내용 중 일부는 임미리 한국학 중앙연구원의 논문을 인용했음을 밝힙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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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