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net세상> 힙합 디스전 득실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9.02 15: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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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욕하는 게 진짜 힙합?

[일요시사=사회팀] 상대를 험담하거나 조롱한다는 뜻을 담고 있는 디스(diss). 우리나라에선 다소 생소한 개념인 이 '디스'를 담은 노래가 대한민국 연예계를 발칵 뒤집었다. 래퍼들 사이의 물고 물리는 이 피 튀기는 경쟁에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이 모아졌다. 



대한민국 연예계를 발칵 뒤집었던 '힙합 디스전'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달 23일부터 시작된 가수들의 연이은 '디스곡' 발표와 폭로전은 네티즌들의 관심을 힙합씬으로 이끌었다.

연이은 폭로전

힙합은 그동안 다른 장르에 비해 덜 주목 받은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소위 마이너로 불렸던 힙합은 요 며칠 새 대중의 관심을 독차지하며 메가톤급 이슈를 만들어냈다. 그 시작은 한국의 스윙스였다.

스윙스는 미국의 주목 받는 신예 래퍼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가 랩을 통해 현지 스타급 래퍼들을 디스한 것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켄드릭 라마는 래퍼 빅션(Big Sean)의 '컨트롤(Control)'이라는 곡에 피처링으로 참여하면서 미국을 대표하는 래퍼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리고 켄드릭 라마가 지른 불은 미국 전역으로 번져 활동 중인 현역 래퍼들끼리 상대를 디스하는 이른바 '디스전'으로 확대됐다.

한국의 경우 스윙스는 무료곡 '킹 스윙스'를 발표하며 디스전을 시작했다. 기획 단계부터 다분히 논란을 의도한 이 곡은 힙합팬들 사이에 퍼지며 적잖은 반향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스윙스에게 디스당한 래퍼들은 다시 스윙스를 '맞디스'하며 불을 지폈다. 여기서 대형사건이 하나 더 터졌다.


그룹 슈프림팀 출신으로 잘 알려진 래퍼 이센스는 자신의 트위터(@ikesens)에 'You Can't Control Me'(당신은 나를 지배할 수 없어)라는 곡을 공개했다. 제목부터 범상치 않았던 이 노래는 그룹 다이나믹듀오 멤버이자 전 소속사 공동대표격인 개코를 타깃으로 해 폭풍을 몰고 왔다.

앞서 이센스는 다이나믹듀오가 만든 엔터테인먼트사 '아메바컬쳐'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당시 이센스는 래퍼 사이먼디와 함께 프로젝트 그룹 슈프림팀을 결성했다. 슈프림팀은 힙합 그룹임에도 많은 히트곡을 내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이센스가 대마초 흡연으로 실형을 선고받자 슈프림팀의 활동은 전면 중단됐다.

집행유예 판결 후 근신을 하고 있던 이센스는 소속사로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아메바컬쳐 측은 이 전도유망한 래퍼와의 재계약을 포기한 이유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이 무렵 음악계에는 "이센스와 소속사 간의 갈등이 있다"는 소문이 불거졌다. 그리고 이 소문은 결국 사실로 확인됐다.

이센스는 이번 노래 가사를 통해 개코를 직접 거론하면서 전 소속사가 갖고 있던 문제점과 치부를 드러냈다. 랩의 표현 수위도 높았지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래퍼를 타깃으로 했다는 점에서 대중의 관심은 이센스에게 집중됐다. 더불어 이센스의 친구로 알려진 스윙스가 슈프림팀 멤버 사이먼디를 공격하자 디스전을 향한 대중의 관심은 절정에 달했다.

각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는 이센스, 개코, 스윙스, 사이먼디와 관련한 키워드들이 자리했다. 모두의 기대는 상대적으로 유명한 개코와 사이먼디가 이 '랩게임'에 참여할 지로 모아졌다. 팬들의 기대는 현실이 됐다. 

먼저 개코는 자신의 트위터(@gaekogeem)에 "컨트롤 비트를 다운 받았다"는 글을 올려 맞대응을 예고했다. 사이먼디도 자신의 트위터(@babospmc)에 "오늘밤"이라는 글을 올려 긴장을 고조시켰다. 두 뮤지션은 각각 'I Can Control You'(나는 너를 지배할 수 있어)와 'Control'이라는 제목의 노래를 트위터에 공개했다. 노래를 들은 대중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그러자 이센스는 자신의 트위터에 "오케이, 성격 나오시네"라는 글로 또 한 번 포문을 열었다. 스윙스 역시 트위터(@itsjustswings)에 또 다른 디스곡 발표를 선언했다. 이 두 사람은 각각 'True Story' '신세계'를 발표하면서 앞선 디스곡에 화답했다.


미국처럼…국내 유명 래퍼들 집단 공방
'음악적 경쟁' 아닌 진실공방 비화 얼룩

하지만 'True Story'의 경우 개코와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금전적 문제를 상세히 노래하면서 디스전은 어느덧 '폭로전'으로 비화한 모양새다. '신세계' 역시 가사를 통해 '디스전의 종결'을 선언했지만 디스 당사자들 간의 원만한 화해가 이뤄진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디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앞서 언급한 개코 등 거물급 래퍼 외에도 신인이나 중견급 래퍼들이 대거로 물고 물린 이번 디스전의 '득과 실'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아이디 @makest*****는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음악의 경쟁'이 아닌 진짜 'diss'가 된 게 안타깝다"며 실이 더 많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아이디 @incub*****도 "지금껏 흥미롭게 지켜봤지만 굳이 듣지 않아도 될 이야기들이 계속 나와 씁쓸해지고 있다"며 "솔직히 시간 지나고 나면 상처만 남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힙합을 접할 기회가 적었던 대중에게는 좋은 기회가 됐다는 의견도 있었다.

아이디 @mista****는 "어른인 나에게 이번 디스전은 고등학생으로 돌아간 듯한 설렘을 주었다”며 “힙합씬은 평론가가 아닌 대중에 의해 재조명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아이디 @bobs****도 "애증의 디스곡을 만들면서 어떻게 보면 서로의 음악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 아니냐"며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아이디 @INNERC****** 역시 "눈 가리고 입 막는 것에 익숙한 사회에서 이번 디스전을 보면 뭔가 속이 후련하고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면서 "자연스레 다른 곡들도 찾아보게 되면서 관심이 커진 것 같다"고 동조했다.

관심 받고 싶어서?

아울러 아이디 @soulga****는 "디스가 곧 힙합이라고 생각하는 건 잘못된 것"이라며 "음악을 통해 서로 경쟁하고, 서운했던 부분을 해소하는 것이 원래 힙합이라는 문화가 갖고 있는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이디 @IYKIM*****은 "이건 디스 문화도 아니고, 처음부터 폭로를 목적으로 음악이란 수단을 이용한 것 같다"면서 "미국의 사례와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정리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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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