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문 열린 ‘원전 게이트’ 추적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8.14 12:00:24
  • 호수 1100호
  • 댓글 0개

한수원 로비스트 “검은돈 정권실세에 배달”

[일요시사=사회팀] 원전 비리가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되고 있다. MB정권의 막후 로비스트들이 연이어 구속된 데 이어 참여정부 실세까지 원전 업체에게 로비를 받은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원전 마피아의 진짜 몸통은 누구일까. 
 

지난 3일 부산지검 동부지청 원전비리 수사단(단장 김기동 지청장)은 '원전 브로커' 오희택씨를 긴급 구속했다. 오씨는 원전부품 업체로부터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에 납품을 주선하거나 한수원 직원들에게 인사 청탁을 한 대가로 10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오씨는 최근까지 한수원 협력업체인 한국정수공업의 부회장을 자임했다. 

원전 브로커
영포라인 구속

오씨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영일·포항 출신이며, 올해 초까지 재경포항중고등학교 동창회장을 역임한 이른바 '영포라인'이다. 무엇보다 오씨는 지난 2006년께부터 한나라당 중앙위원회에서 건설분과 위원장을 지내는 등 여권쪽 지리에 밝은 인물로 전해진다. 

오씨는 한나라당의 최고위원을 지낸 A의원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소개됐다. 

A의원은 국민연금의 'UAE 원전 투자 프로젝트'에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던 인물이다. 이외에도 오씨는 퇴역 장성급 인사 100여명 등 국방 관련 인사들이 설립한 '한국위기관리연구소'라는 곳의 이사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오씨는 이 같은 자신의 정·관계 거미줄 인맥을 로비에 이용했다. 지난 2009년 2월 오씨는 이규철 한국정수공업 회장에게 접근, 로비를 명목으로 수십억원의 금품을 요구했다. 

한국정수공업은 50년에 가까운 역사를 지닌 폐수·분뇨 처리 전문 업체다. 이 업체는 지난 1995년 1월 미국의 세계적인 원전기술 보유업체 웨스팅하우스로부터 '용존 산소 제거 설비' 기술을 도입, 2000년대 초반부터는 원전 전문 건설업체로 탈바꿈했다. 

이후 한국정수공업은 2006년 6월께부터 콘크리트가 타설된 신고리 1·2·3·4호기, 신월성 1·2호기, 신울진 1·2호기의 용수처리 설비 입찰을 따내 업계의 소문난 '알짜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또 영광원전 3∼6호기, 울진원전 3∼6호기에도 자사의 용수처리 설비를 공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정수공업은 DJ정부 말기인 2002년부터 올해까지 한수원의 용수처리 설비와 유지·정비를 독점해왔다. 한국정수공업과 한수원의 불편한 커넥션이 드러난 것도 이 같은 독점 운영을 배경으로 한다. 그러나 진짜 밝혀져야 할 '검은 커넥션'은 따로 있었다. 

UAE 원전 납품
정권실세 통했다

한국정수공업은 MB정부가 추진한 'UAE 브라카 원전(BNPP) 1∼4호기 건설'에 참여했다. BNPP는 한국전력 컨소시엄이 수주한 공사비 200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원전 프로젝트다.

한국정수공업은 이 원전 사업에 필요한 설비를 납품하기 위해 정권 실세를 겨냥한 로비를 계획했다. 그리고 이를 실행에 옮긴 브로커가 바로 오씨였다. 


오씨는 이 회장에게 'UAE 원전 납품을 위한 로비'를 제안하면서 수주에 성공했을 경우 "전체 납품 금액의 8%를 자신에게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액수로 따지면 80억원. 그리고 오씨가 지목한 청탁 대상은 MB정부의 '왕차관'으로 불린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었다. 

지난 8일 검찰은 "오씨가 여당 당직자 출신인 이윤영씨를 통해 박 전 차관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며 의혹을 확인했다. 

오씨는 이 회장에게서 13억원을 받아낸 뒤 이중 3억원을 박 전 차관의 측근인 이씨에게 전달했다. 박 전 차관에게 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씨는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이씨는 한나라당 부대변인과 중앙위원회 노동분과 부위원장 등을 지낸 여당 고위 인사다. 오씨와는 당 중앙위원회서 안면을 텄으며, 당시 이씨는 서울특별시의회 의원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경력과 무관하게 이씨가 이번 게이트의 '키맨'으로 불리는 건 결국 박 전 차관과의 남다른 인연 때문이다.

이씨는 지난 2007년 대선 때 박 전 차관의 지시로 선진국민연대 전국직능총괄본부장을 맡았다. 선진국민연대는 대선을 두 달 앞둔 2007년 10월 결성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핵심 사조직이다.

선진국민연대는 이 전 대통령을 만든 파워그룹으로 꼽힌다. 결성을 주도한 박 전 차관과 김대식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MB정부 1등 공신'으로도 불린다.

지난 17대 대선 당시 박 전 차관과 김 전 처장은 이른바 '투캅스'로 불리며 전국 곳곳을 누볐다. 그들의 입김으로 약 200여개에 달했던 이명박 지지단체는 선진국민연대라는 단일 그룹으로 재탄생했다.

출범 당시 가입회원 수는 460만명 정도로 세가 대단했다. 이 전 대통령조차 선거 직후 530만표 차이의 압승을 거둔 원동력으로 선진국민연대를 언급했을 정도다. 

구속된 오희택·이윤영 정관계 거미줄 인맥
로비 동원 여부 초점…'검은 커넥션' 윤곽

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들은 MB정부 출범과 동시에 저마다 한 자리를 꿰찼다. 조직의 리더인 박 전 차관을 시작으로 김 전 처장, 이영희 전 노동부장관,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장관, 엄홍우 전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 등이 차례로 감투를 썼다. 

정부 기관과 공기업 등 MB정부 요직에는 모두 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들이 포진했다. 이 전 대통령이 선진국민연대 간부 250여명을 청와대로 불러 만찬을 가졌을 때 행사 사회자가 "공기업 감사는 너무 많아 일일이 다 소개를 못 하겠다"고 말한 건 굉장히 상징적이다.

이씨 역시 선진국민연대 출신으로 권력의 단맛을 봤다. 그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상임 자문위원을 거쳐 2009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카지노를 운영하는 공기업 '그랜드코리아레져(이하 GKL)'의 감사로 재직했다. 이후 이씨는 국민통합연대라는 단체를 만들어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대권 행보를 외곽 지원했다. 


하지만 이씨는 자신의 '롤모델'인 박 전 차관과 달리 김 지사를 왕으로 만드는 데 실패했다. 그리고 사정기관의 타깃이 됐다. 검찰은 오씨와 같은 혐의로 이씨를 지난 5일 구속했다. 납품 알선 등을 명목으로 거액의 로비 자금을 수뢰한 혐의다.

검찰은 이들이 이 회장을 상대로 로비 자금을 요구한 단서를 포착했다. 이씨 등은 원전 수출이 성사단계에 이른 2009년 11월 구체적인 로비 자금을 논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오씨가 요구한 80억원 중 60억원은 자신이 갖고, 나머지 20억원은 이씨가 챙기기로 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이윤영 구속
윗선 드러낸다

'검은 돈'의 거래 내역을 감추기 위해 오씨가 미국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사실도 드러났다. 오씨는 2010년 72억원 상당의 가짜 컨설팅 업체 N사를 미국에 설립하고, 두 차례에 걸쳐 해외로 송금한 돈을 회수했다. 송금된 돈의 출처는 한국정수공업이다. 

이와 함께 검찰은 최근 이씨가 오씨로부터 약속한 돈을 돌려받지 못하자 이 회장에게 항의하며, 20억원을 선입금하라고 요구한 내용의 편지를 입수했다. 

이 회장을 수신인으로 한 이편지에는 "오희택 부장이 '한수원 계약을 유지해달라' 'UAE 원전 수출을 성사시켜 달라'고 부탁해 이를 수락했고, 나(이윤영) 때문에 한국정수공업이 관련 계약을 수주하게 됐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이씨는 오씨의 수주 청탁 내용을 언급하면서 "누구를 통해 어떻게 했는지 글에서 밝힐 수 없지만 이 대표님이 더 잘 아실 것으로 믿는다"고 적어 자신에게 배후가 있음을 강조했다.

또 이씨는 "(오씨에 대한) 신뢰 때문에 오씨가 하자는 대로 다 했지만 (오씨가) 약속을 미뤄 내가 금전적 문제를 해결하다가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즉 편지내용만 놓고 보면 이씨가 오씨를 대신해 '정권실세'에게 로비 대금을 선지급 했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아울러 이씨는 오씨의 부탁으로 이 회장 등의 경영권 방어를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편지에서 이씨는 "2010년 W사가 한국정수공업 인수를 시도할 때 오씨의 부탁으로 지방국세청에 압력을 넣어 W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였고, 결국 인수 시도를 무마시켜 줬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씨의 편지와 관련한 여러 정황을 바탕으로 이 회장 등이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로비를 벌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오씨가 한국정책금융공사의 고위층을 움직여 정책자금 642억원을 한국정수공업에 지원받은 뒤 이 돈을 지분 매입 등에 사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한국정수공업은 지난 2010년 8월 한국정책금융공사의 신성장동력 육성 펀드 1호로 지정돼 산은캐피탈과 JKL파트너스가 공동으로 위탁운용한 펀드 1600억원 중 40%(462억원)를 지원받았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은 펀드 관리를 위해 파견된 산은캐피탈과 JKL파트너스의 고위 관계자를 매수했다. 지난 6일 민주당 김기식 의원실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해 JKL파트너스에서 파견된 Y씨를 통해 산은캐피탈의 비상임감사 C씨에게 금품을 전달했다. 액수는 5억원. 

C씨는 한국정수공업에 462억원이 지원될 당시 산은캐피탈의 투자를 담당하고 있던 업무 실장이었다. 즉 한국정수공업이 한국정책금융공사의 펀드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C씨가 힘써준 것에 대한 보답인 셈. 또 공교롭게도 C씨 역시 '영포라인'으로 확인됐다. 

드러난 혐의 빙산의 일각
박영준 등 MB라인 초긴장

영포라인 외에도 한국정수공업이 돈을 보낸 곳은 더 있다. 김종신 전 한수원 사장이 현금 다발로 모두 1억3000만원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송모 한수원 부장의 자택 등에서 발견된 괴자금 6억원의 일부 출처가 한국정수공업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송 부장 외 한수원 간부들이 한국정수공업으로부터 더 많은 금품을 수뢰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한국정수공업이 후원을 명목으로 또 다른 '정권 실세'에게 금품을 살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몇몇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정수공업은 그간 공공연히 정권에 줄대기를 해왔던 만큼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라고 전해진다.

간단히 말해 영포라인 오씨가 이씨를 통해 선진국민연대 계열 인사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면, 이 회장은 MB정부 탄생의 비밀을 쥐고 있는 국민성공실천연합 계열 인사들에게 로비를 해온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국민성공실천연합은 MB정부를 지탱한 또 다른 축인 이상득 전 의원,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과 밀접히 연관된 이 전 대통령의 '친위대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성공실천연합을 이끈 이영수 KMDC 회장은 이미 여러 차례 언론으로부터 '막후 권력'으로 소개된 바 있다.

17대 대선을 앞두고서는 선진국민연대와 국민성공실천연합이 '누가 더 대선자금을 많이 해왔나'로 신경전을 벌였다는 일화가 있다. 정치권 동향에 밝은 한 인사는 "만약 국민성공실천연합 쪽으로 줄을 대고자 했다면 최시중의 양아들로 불린 정용욱씨를 거쳤을 것"이라며 돈이 '의외의 곳'에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을 조심스레 언급했다. 

MB라인 챙긴
검은돈 더 있나

아울러 "지금 드러난 혐의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원전 쪽으로 게이트를 드러내기 위해선 UAE 원전 사업과 관련한 돈의 흐름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검찰은 한수원의 송 부장이 한국정수공업이 아닌 현대중공업 전·현직 임직원들로부터도 17억원을 받기로 한 점에 주목, 발견한 10억원 중 출처가 불분명한 4억원의 행방을 쫓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 4억원이 '윗선'에 전달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귀띔했다. 사정당국이 지켜보고 있는 이 윗선이 누구냐에 따라 '박영준 게이트'는 또 다른 원전 게이트로 확대될 전망이다. 그리고 이 게이트의 뇌관은 결국 UAE 원전 사업과 관련한 대규모의 '이권 청탁'이란 설명이다. 

최근 검찰은 이 전 대통령과 현대건설에서 인연을 맺은 전 공기업 사장 K씨를 수사망에 올렸다. K씨는 UAE 원전 수출 과정에서 업체 알선 등 이권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MB정부 당시 K씨가 가진 무게가 남달랐다는 점에서 원전 수사의 파장은 더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한 원자력계 관계자는 "지난해 전 정권 실세 B의원의 최측근 브로커 윤모씨에 대한 납품비리·청탁 수사가 진행됐지만 윤씨를 비롯한 몇몇 한수원 직원만 구속됐을 뿐 B의원은 잡지 못했었다"며 “(수사 결과가) 이번이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고 의견을 전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5000만원 관봉권’ 출처를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검찰은 대통령실 특활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씨는 그저 ‘기도비’라고 진술 중이다. 검찰이 김건희씨까지 수사 대상에 올린 점을 보면 전씨의 진술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전씨가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김씨의 소환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일가를 향한 수사는 그간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로비 사건은 중앙지검이 아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포문을 열었다. 전씨는 통일교와 캄보디아 사업 및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돈을 받았다. 윤석열 일가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수상한 증거들 남부지검은 전씨를 수사하기 이전에 한 가상자산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최근 정식 부서로 신설된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해 7월 ‘퀸비코인(QBZ)’ 관계자 이모씨 외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사업 진행 능력이 없음에도 허위 자료를 제출해 스캠 코인을 상장했다. 1만명이 넘는 투자자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300억원에 육박한다. 남부지검은 수사 과정서 퀸비코인 관계자 이씨가 2018년 1월 자유한국당 경북 영천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모씨를 전씨와 연결한 정황 및, 이들 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정씨는 전씨 법당을 찾아 1억원을 건넸다. 이 사실을 파악한 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그의 법당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두 달여 전에는 경기 성남의 카카오 판교 서버를 압수수색해 전씨의 카카오톡 기록까지 확보했다. 전씨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그의 처남으로 알려진 ‘찰리’ 김모씨도 전씨와 같이 활동했다. 전씨는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전시기획회사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씨의 딸도 잠깐이지만 코바나컨텐츠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남부지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과 김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로비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실제 전씨가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들이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고 적시됐다. 청탁 사유로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담겼다. 이 압수수색은 전씨를 통해 통일교 세계본부장 출신이자 2인자였던 윤모씨가 수천만원 상당의 그라프(Graff)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천수삼 농축차 등을 김씨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남부지검은 윤씨가 지난 2022년 7월 전씨에게 ‘김 여사가 물건(천수삼) 잘 받았다더라,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한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찍혔는데…통상 정부 예산 활용 금융권 “개인이 갖고 있을 수 없다” 일축 검찰이 지난 3일 전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남부지검 수사팀 내부에서는 김씨를 대선 직전에 소환조사해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목걸이와 명품백을 잃어버렸다. (김 여사가 잘 받았다는 문자는) 거짓 문자”라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씨 측도 “전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검찰은 윤씨가 전씨에게 윤석열정부의 캄보디아 ODA 사업 추진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검찰은 윤씨가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국가 단위 ODA 연대 프로젝트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3월 윤씨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김씨를 인수위서 만난 뒤 캄보디아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통일교는 같은 해 메콩강 핵심 부지에 ‘아시아태평양유니언 본부’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윤씨는 훈센(Hun Sen) 당시 캄보디아 총리와도 이 사업을 논의했지만 자금난으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씨는 2022년 5월 한 통일교 행사에서 “3월 22일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독대를 하면서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ODA는 비영리기구(NGO)가 펀딩 가능하고 국가가 지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직후인 2022년 6월 기획재정부가 제4차 한-캄보디아 ODA 통합 정책협의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한 점을 주목했다. 한도액이 늘면 중기후보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ODA 사업 수주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지자, 윤씨는 전씨에게 “김 여사에게 빌리지 말고 하고 다니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넸다. 검찰은 지금까지 김씨 명의 휴대전화 3대를 확보했다. 이 중 1대는 김씨가 지난달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서 나오면서 보안 비화폰(안보폰)을 반납한 뒤 개통한 휴대전화다. 나머지 2대는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사실상 공기계로 알려졌다. 자택 압색 그 이후… 검찰은 100여개에 달하는 압수 대상에 윤씨 선물 명목으로 전씨에게 제공했다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인삼주 등도 적시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윤씨의 청탁이 성사됐거나 윤씨와의 직무 관련성 등이 입증된다면 김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카톡 기록과 전달됐거나 전달되려 했던 물품들은 이미 수사팀이 확보했으니 김씨가 대면 조사를 피하긴 힘들다”며 “남부지검서도 성역 없이 수사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으니 직무 관련성 입증이 관건”이라며 “입증만 된다면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5만원권 3300매(1억6500만원)를 확보했는데, 이 중 5000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전씨에게 이 관봉권의 출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관봉권은 ‘제조권’과 ‘사용권’ 두 종류로 나뉜다. 제조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한은이 받아온 신권으로 돈다발에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 압축한 형태다. 사용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서 회수한 돈을 검수해 낡은 돈은 폐기하고 사용하기 적합한 돈만 골라낸 것이다. 발견된 돈다발 김씨와 전씨 사건서 등장하는 관봉권은 모두 사용권이다. 전씨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 돈다발은 한은이 적힌 비닐로 포장돼있었고, 비닐엔 기기 번호와 담당·책임자 일련번호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씨 측이 옷값을 치를 때 썼던 관봉권은 비닐 없이 띠지만 둘러져 있는 돈다발 형태였다. 관봉권은 국가 예산으로 편성되는 대통령실(청와대)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수사나 조사에 필요한 특수활동비로 쓰이기도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이 특활비가 로비 자금으로 악용됐다. 한은은 전국에 16개 지역 본부를 두고 금융기관에 관봉권을 보낸다. 서울엔 남대문 본점 및 강남본부 등 두 곳이 있다. 이 중 강남본부가 대통령실과 사정기관 등에 예산 조달을 담당해 왔다. 다만 민간인의 집에서 관봉권이 발견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대개 일반 정부 예산은 관봉권 형태가 아닌 계좌이체 등을 통해 전달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천만원 상당의 관봉권이 묶인 채로 남아 있는 건 영수증 내역도 남지 않는 특활비”라며 “통상 정보와 사정기관이 ‘돈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도 전씨의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 강남본부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 관봉권에는 ‘2022년 5월13일’이라는 날짜가 기재돼있다. 윤 전 대통령 취임일 사흘 뒤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로 돈은 ‘기도비’ 명목으로 받아왔지만 관봉권은 정확하게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은 방문 이후 전씨의 집에서 발견된 관봉권에 적힌 ▲기기번호 ▲담당자 ▲책임자 ▲발권국 항목 등의 의미를 확인했다. 기기번호의 뜻은 정사기(검수기) 기기번호와 기기호수를 뜻하고, 발권국 정보에는 정사 업무를 담당하는 발권국 화폐관리1팀을 의미하는 숫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MB 때 국정원 ‘입막음·로비’ 용도로 사용 검·정보 “이번엔 아니다”…남은 건 용산 포장지에 적힌 ‘2022년 5월13일 오후 2시5분59초’는 한은이 검수를 마친 시각이라고 한다. 다만, 한은은 개별 사용권이 어느 시점에 어느 금융기관으로 지급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금융기관서 화폐를 요청하는 경우 ▲지급한 금융기관명 ▲지급일자 ▲권종 ▲금액 등만 기록할 뿐, 어떤 사용권 묶음을 제공했는지는 별도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관봉권이 지난 대선 기간 전씨가 운영했던 윤 전 대통령 선거캠프 운영비일 수 있다고 보고 금융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초 당시 네트워크 본부장으로 있던 오을섭씨를 소환조사하면서 양재동 캠프의 운영비 출처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관봉권 출처가 불분명한 만큼 특활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은 뭉칫돈은 대부분 특활비”라며 “특활비라면 한은 검수 이후 수천만원 상당의 돈이 필요한 곳은 보통 사정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예산은 뭉칫돈으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사정기관 담당자들을 불러 확인해봐야 하는데 정보기관에서는 특활비 활용 자체가 보안으로 분류돼 확인도 어려울 것이다. 출처 규명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와 접촉한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국정원 특활비’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앞서 이명박정부 청와대는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바 있다. 지난 2011년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했는데, 당시 국정원은 관봉 형태의 특활비 5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 ‘입막음비’로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 수사와 공판 등을 통해 청와대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장 전 주무관에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분명한 출처 어디?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과거 국정원 특활비와 흡사해 보이지만 2022년 이후의 특활비 활용이나 대통령실을 통해 쓰인 ‘국정원 특활비’ 등에 대해서 들여다봤을 때 불법적이거나 위법하게 쓰인 사실이 없다. 한 개인에게 갈 일은 더더욱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 관계자도 “남부지검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검찰 특활비는 아니다. 남부지검 수사팀도 검찰과는 상관없는 관봉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