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문 열린 ‘원전 게이트’ 추적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8.14 12:00:24
  • 호수 11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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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로비스트 “검은돈 정권실세에 배달”

[일요시사=사회팀] 원전 비리가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되고 있다. MB정권의 막후 로비스트들이 연이어 구속된 데 이어 참여정부 실세까지 원전 업체에게 로비를 받은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원전 마피아의 진짜 몸통은 누구일까. 
 

지난 3일 부산지검 동부지청 원전비리 수사단(단장 김기동 지청장)은 '원전 브로커' 오희택씨를 긴급 구속했다. 오씨는 원전부품 업체로부터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에 납품을 주선하거나 한수원 직원들에게 인사 청탁을 한 대가로 10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오씨는 최근까지 한수원 협력업체인 한국정수공업의 부회장을 자임했다. 

원전 브로커
영포라인 구속

오씨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영일·포항 출신이며, 올해 초까지 재경포항중고등학교 동창회장을 역임한 이른바 '영포라인'이다. 무엇보다 오씨는 지난 2006년께부터 한나라당 중앙위원회에서 건설분과 위원장을 지내는 등 여권쪽 지리에 밝은 인물로 전해진다. 

오씨는 한나라당의 최고위원을 지낸 A의원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소개됐다. 

A의원은 국민연금의 'UAE 원전 투자 프로젝트'에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던 인물이다. 이외에도 오씨는 퇴역 장성급 인사 100여명 등 국방 관련 인사들이 설립한 '한국위기관리연구소'라는 곳의 이사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오씨는 이 같은 자신의 정·관계 거미줄 인맥을 로비에 이용했다. 지난 2009년 2월 오씨는 이규철 한국정수공업 회장에게 접근, 로비를 명목으로 수십억원의 금품을 요구했다. 

한국정수공업은 50년에 가까운 역사를 지닌 폐수·분뇨 처리 전문 업체다. 이 업체는 지난 1995년 1월 미국의 세계적인 원전기술 보유업체 웨스팅하우스로부터 '용존 산소 제거 설비' 기술을 도입, 2000년대 초반부터는 원전 전문 건설업체로 탈바꿈했다. 

이후 한국정수공업은 2006년 6월께부터 콘크리트가 타설된 신고리 1·2·3·4호기, 신월성 1·2호기, 신울진 1·2호기의 용수처리 설비 입찰을 따내 업계의 소문난 '알짜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또 영광원전 3∼6호기, 울진원전 3∼6호기에도 자사의 용수처리 설비를 공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정수공업은 DJ정부 말기인 2002년부터 올해까지 한수원의 용수처리 설비와 유지·정비를 독점해왔다. 한국정수공업과 한수원의 불편한 커넥션이 드러난 것도 이 같은 독점 운영을 배경으로 한다. 그러나 진짜 밝혀져야 할 '검은 커넥션'은 따로 있었다. 

UAE 원전 납품
정권실세 통했다

한국정수공업은 MB정부가 추진한 'UAE 브라카 원전(BNPP) 1∼4호기 건설'에 참여했다. BNPP는 한국전력 컨소시엄이 수주한 공사비 200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원전 프로젝트다.

한국정수공업은 이 원전 사업에 필요한 설비를 납품하기 위해 정권 실세를 겨냥한 로비를 계획했다. 그리고 이를 실행에 옮긴 브로커가 바로 오씨였다. 


오씨는 이 회장에게 'UAE 원전 납품을 위한 로비'를 제안하면서 수주에 성공했을 경우 "전체 납품 금액의 8%를 자신에게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액수로 따지면 80억원. 그리고 오씨가 지목한 청탁 대상은 MB정부의 '왕차관'으로 불린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었다. 

지난 8일 검찰은 "오씨가 여당 당직자 출신인 이윤영씨를 통해 박 전 차관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며 의혹을 확인했다. 

오씨는 이 회장에게서 13억원을 받아낸 뒤 이중 3억원을 박 전 차관의 측근인 이씨에게 전달했다. 박 전 차관에게 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씨는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이씨는 한나라당 부대변인과 중앙위원회 노동분과 부위원장 등을 지낸 여당 고위 인사다. 오씨와는 당 중앙위원회서 안면을 텄으며, 당시 이씨는 서울특별시의회 의원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경력과 무관하게 이씨가 이번 게이트의 '키맨'으로 불리는 건 결국 박 전 차관과의 남다른 인연 때문이다.

이씨는 지난 2007년 대선 때 박 전 차관의 지시로 선진국민연대 전국직능총괄본부장을 맡았다. 선진국민연대는 대선을 두 달 앞둔 2007년 10월 결성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핵심 사조직이다.

선진국민연대는 이 전 대통령을 만든 파워그룹으로 꼽힌다. 결성을 주도한 박 전 차관과 김대식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MB정부 1등 공신'으로도 불린다.

지난 17대 대선 당시 박 전 차관과 김 전 처장은 이른바 '투캅스'로 불리며 전국 곳곳을 누볐다. 그들의 입김으로 약 200여개에 달했던 이명박 지지단체는 선진국민연대라는 단일 그룹으로 재탄생했다.

출범 당시 가입회원 수는 460만명 정도로 세가 대단했다. 이 전 대통령조차 선거 직후 530만표 차이의 압승을 거둔 원동력으로 선진국민연대를 언급했을 정도다. 

구속된 오희택·이윤영 정관계 거미줄 인맥
로비 동원 여부 초점…'검은 커넥션' 윤곽

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들은 MB정부 출범과 동시에 저마다 한 자리를 꿰찼다. 조직의 리더인 박 전 차관을 시작으로 김 전 처장, 이영희 전 노동부장관,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장관, 엄홍우 전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 등이 차례로 감투를 썼다. 

정부 기관과 공기업 등 MB정부 요직에는 모두 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들이 포진했다. 이 전 대통령이 선진국민연대 간부 250여명을 청와대로 불러 만찬을 가졌을 때 행사 사회자가 "공기업 감사는 너무 많아 일일이 다 소개를 못 하겠다"고 말한 건 굉장히 상징적이다.

이씨 역시 선진국민연대 출신으로 권력의 단맛을 봤다. 그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상임 자문위원을 거쳐 2009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카지노를 운영하는 공기업 '그랜드코리아레져(이하 GKL)'의 감사로 재직했다. 이후 이씨는 국민통합연대라는 단체를 만들어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대권 행보를 외곽 지원했다. 


하지만 이씨는 자신의 '롤모델'인 박 전 차관과 달리 김 지사를 왕으로 만드는 데 실패했다. 그리고 사정기관의 타깃이 됐다. 검찰은 오씨와 같은 혐의로 이씨를 지난 5일 구속했다. 납품 알선 등을 명목으로 거액의 로비 자금을 수뢰한 혐의다.

검찰은 이들이 이 회장을 상대로 로비 자금을 요구한 단서를 포착했다. 이씨 등은 원전 수출이 성사단계에 이른 2009년 11월 구체적인 로비 자금을 논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오씨가 요구한 80억원 중 60억원은 자신이 갖고, 나머지 20억원은 이씨가 챙기기로 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이윤영 구속
윗선 드러낸다

'검은 돈'의 거래 내역을 감추기 위해 오씨가 미국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사실도 드러났다. 오씨는 2010년 72억원 상당의 가짜 컨설팅 업체 N사를 미국에 설립하고, 두 차례에 걸쳐 해외로 송금한 돈을 회수했다. 송금된 돈의 출처는 한국정수공업이다. 

이와 함께 검찰은 최근 이씨가 오씨로부터 약속한 돈을 돌려받지 못하자 이 회장에게 항의하며, 20억원을 선입금하라고 요구한 내용의 편지를 입수했다. 

이 회장을 수신인으로 한 이편지에는 "오희택 부장이 '한수원 계약을 유지해달라' 'UAE 원전 수출을 성사시켜 달라'고 부탁해 이를 수락했고, 나(이윤영) 때문에 한국정수공업이 관련 계약을 수주하게 됐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이씨는 오씨의 수주 청탁 내용을 언급하면서 "누구를 통해 어떻게 했는지 글에서 밝힐 수 없지만 이 대표님이 더 잘 아실 것으로 믿는다"고 적어 자신에게 배후가 있음을 강조했다.

또 이씨는 "(오씨에 대한) 신뢰 때문에 오씨가 하자는 대로 다 했지만 (오씨가) 약속을 미뤄 내가 금전적 문제를 해결하다가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즉 편지내용만 놓고 보면 이씨가 오씨를 대신해 '정권실세'에게 로비 대금을 선지급 했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아울러 이씨는 오씨의 부탁으로 이 회장 등의 경영권 방어를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편지에서 이씨는 "2010년 W사가 한국정수공업 인수를 시도할 때 오씨의 부탁으로 지방국세청에 압력을 넣어 W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였고, 결국 인수 시도를 무마시켜 줬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씨의 편지와 관련한 여러 정황을 바탕으로 이 회장 등이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로비를 벌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오씨가 한국정책금융공사의 고위층을 움직여 정책자금 642억원을 한국정수공업에 지원받은 뒤 이 돈을 지분 매입 등에 사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한국정수공업은 지난 2010년 8월 한국정책금융공사의 신성장동력 육성 펀드 1호로 지정돼 산은캐피탈과 JKL파트너스가 공동으로 위탁운용한 펀드 1600억원 중 40%(462억원)를 지원받았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은 펀드 관리를 위해 파견된 산은캐피탈과 JKL파트너스의 고위 관계자를 매수했다. 지난 6일 민주당 김기식 의원실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해 JKL파트너스에서 파견된 Y씨를 통해 산은캐피탈의 비상임감사 C씨에게 금품을 전달했다. 액수는 5억원. 

C씨는 한국정수공업에 462억원이 지원될 당시 산은캐피탈의 투자를 담당하고 있던 업무 실장이었다. 즉 한국정수공업이 한국정책금융공사의 펀드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C씨가 힘써준 것에 대한 보답인 셈. 또 공교롭게도 C씨 역시 '영포라인'으로 확인됐다. 

드러난 혐의 빙산의 일각
박영준 등 MB라인 초긴장

영포라인 외에도 한국정수공업이 돈을 보낸 곳은 더 있다. 김종신 전 한수원 사장이 현금 다발로 모두 1억3000만원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송모 한수원 부장의 자택 등에서 발견된 괴자금 6억원의 일부 출처가 한국정수공업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송 부장 외 한수원 간부들이 한국정수공업으로부터 더 많은 금품을 수뢰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한국정수공업이 후원을 명목으로 또 다른 '정권 실세'에게 금품을 살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몇몇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정수공업은 그간 공공연히 정권에 줄대기를 해왔던 만큼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라고 전해진다.

간단히 말해 영포라인 오씨가 이씨를 통해 선진국민연대 계열 인사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면, 이 회장은 MB정부 탄생의 비밀을 쥐고 있는 국민성공실천연합 계열 인사들에게 로비를 해온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국민성공실천연합은 MB정부를 지탱한 또 다른 축인 이상득 전 의원,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과 밀접히 연관된 이 전 대통령의 '친위대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성공실천연합을 이끈 이영수 KMDC 회장은 이미 여러 차례 언론으로부터 '막후 권력'으로 소개된 바 있다.

17대 대선을 앞두고서는 선진국민연대와 국민성공실천연합이 '누가 더 대선자금을 많이 해왔나'로 신경전을 벌였다는 일화가 있다. 정치권 동향에 밝은 한 인사는 "만약 국민성공실천연합 쪽으로 줄을 대고자 했다면 최시중의 양아들로 불린 정용욱씨를 거쳤을 것"이라며 돈이 '의외의 곳'에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을 조심스레 언급했다. 

MB라인 챙긴
검은돈 더 있나

아울러 "지금 드러난 혐의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원전 쪽으로 게이트를 드러내기 위해선 UAE 원전 사업과 관련한 돈의 흐름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검찰은 한수원의 송 부장이 한국정수공업이 아닌 현대중공업 전·현직 임직원들로부터도 17억원을 받기로 한 점에 주목, 발견한 10억원 중 출처가 불분명한 4억원의 행방을 쫓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 4억원이 '윗선'에 전달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귀띔했다. 사정당국이 지켜보고 있는 이 윗선이 누구냐에 따라 '박영준 게이트'는 또 다른 원전 게이트로 확대될 전망이다. 그리고 이 게이트의 뇌관은 결국 UAE 원전 사업과 관련한 대규모의 '이권 청탁'이란 설명이다. 

최근 검찰은 이 전 대통령과 현대건설에서 인연을 맺은 전 공기업 사장 K씨를 수사망에 올렸다. K씨는 UAE 원전 수출 과정에서 업체 알선 등 이권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MB정부 당시 K씨가 가진 무게가 남달랐다는 점에서 원전 수사의 파장은 더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한 원자력계 관계자는 "지난해 전 정권 실세 B의원의 최측근 브로커 윤모씨에 대한 납품비리·청탁 수사가 진행됐지만 윤씨를 비롯한 몇몇 한수원 직원만 구속됐을 뿐 B의원은 잡지 못했었다"며 “(수사 결과가) 이번이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고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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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