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극복 전략 ‘리모델링 창업’이 뜬다

적은 자본을 투자해 점포를 회생시키는 ‘리모델링 창업’이 늘고 있다.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면서 매출 부진 점포를 중심으로 업종 전환 등 리모델링을 통해 위기를 타개하고자 하는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맹본부들도 무리하게 신규창업 수요를 확보하는 대신 부진한 점포를 회생시키는 리모델링 창업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경북 포항시에서 자연냉각 크림생맥주전문점 ‘플젠’(www.plzen.co.kr) 쌍용사거리점을 운영하는 김현지 사장은 작년 3월 업종전환을 결심했다. 무난하게 운영하던 노래연습장을 그만두고 업종전환을 결심한 데는 플젠의 새로운 인테리어 ‘플젠 2.0’의 영향이 컸다.

노래연습장에서
맥주전문점으로 전환

과거 퓨전주점을 운영해본 경험이 있어서 주점 창업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일가견이 있었던 김 사장은 크림생맥주와 대표 메뉴를 맛본 뒤 성공 가능성을 점칠 수 있었고, 플젠 2.0의 고급스러우면서도 세련된 외관과 인테리어를 보고난 뒤부터는 직접 운영해 보기로 마음을 굳혔다.

작년 6월 오픈한 플젠은 상가건물 1층에 입점, 실내에 들어서면 얼음을 가득 채운 황금색의 냉각기가 눈에 들어오고 양 벽을 채운 유럽식 건물 스케치와 역시 중세 유럽풍의 방패 모양 장식이 어우러져 고급하고 진중한 느낌을 연출하고 있지만 밝은색 목재를 사용한 심플한 디자인의 탁자와 테이블이 있어서 전체적으로 세련되고 안락한 느낌이다. 특히 양 벽에 붙박이 소파를 배치해 공간을 알뜰하게 사용한 것은 돋보이는 아이디어다. 밝고 안락한 분위기 덕분에 고객층은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고 가족단위 손님들도 많이 찾는다. 또 주중에는 30~40대 직장인들이 그리고 주말에는 커플 위주의 20대 젊은이들이 많다. 오픈한 지 이제 석 달을 갓 넘긴 맥주집이지만 매일 손님들로 넘쳐나고, 손님들의 40% 이상이 단골손님이다.

김 사장은 “어느덧 자영업을 한 지 20년을 바라보고 사십 줄에 들어서고 보니, 이제 수익만으로는 심리적 만족감이 덜 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플젠을 하면서 실리도 좇고, 만족감도 채울 수 있어서 일할 맛 난다”고 말했다. 


상권 맞는 업종전환
대박집 변신 

경기도 부천시 역곡 북부역 근처에 있는 ‘만득이네 두루치기’는 상권에 맞는 업종전환으로 쪽박집에서 대박집이 됐다. 이 점포의 권혁서 사장은 특색 없이 적자에 허덕이던 식당을 총 1000만원을 투자하여 간판갈이를 했다. 주 고객층이 일대 주민들과 근처 대학생들이라는 점에 착안, 저렴하면서도 푸짐한 점심메뉴와 실속 있는 저녁 술안주 메뉴로 ‘박리다매’ 전략을 택한 것이 주효했다. 20평 규모로 평균 테이블 회전율이 3~4회전 되는 이 점포는 월평균 매출 4000만~4500만원에 달하고 그 중 순이익은 32% 선이다. 현재 본사는 교육비 330만원이면 일체의 돈을 받지 않고, 생계형 창업자나 장사 안 되는 점포를 회생시키는 창업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15년 외식사업 노하우를 전수하고, 점포에 필요한 인력을 최소화하는 시스템도 구축해준다.  

서울 방배동 방배초등학교 근처에 있는 커피전문점 ‘드립앤더치’(www.드립앤더치.kr)는 도넛 전문점을 1000만원 들여 리모델링한 점포다. 테이크아웃 콘셉트에서 편안하게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카페로 바꿔 주변 학부모들의 모임장소로 인기가 높아졌다. 가격도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주부들의 마음을 잘 이용해 경쟁 점포보다 20~30% 정도 저렴하다. 이 점포는 리모델링 후 수익률이 50% 증가했다.

“욕심내지 말것”
무리하다가는‥

업종전환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창업전문가들은 적자가 6개월 이상 계속될 때는 적극적으로 리모델링을 검토해보라고 조언한다. 경기 불황을 탓하며 막연히 ‘언젠가는 매출이 나아지겠지’라고 기대하는 동안 적자폭이 늘어나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가급적 성장기 업종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더불어 이 때 기존의 사업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업종인지도 살펴본다. 현재 유행하고 있는 업종이라 할지라도 경험이 없는 업종으로 변경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업종 전환 전 자신이 경험했던 성공 요인과 실패 요인을 철저히 따져 새로운 사업에 대입해야 한다. 상권의 특성에 맞는 업종을 선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뜨는 업종도 특정 상권에 적합하지 않으면 매출이 오르지 않는다.

주변 상권의 변화 과정도 항상 유심히 지켜보아야 한다. 재개발지역으로 선정되거나 대형 관공서, 빌딩, 아파트단지의 입주, 지하철역의 개통 등으로 기존 소비자 계층에 변화가 생긴다면 그동안 장사가 잘 되는 업종이라 하더라도 업종전환을 고려해 보는 것이 좋다.


기존 점포를 리모델링할 시는 무리하게 자금을 들여서는 안 된다. 실패가 반복되면 재기할 힘을 잃고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규 창업자도 요즘 같은 불황기에는 욕심부리지 말고, 적당히 리모델링으로 창업할 점포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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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