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장추적> '노조발' KT&G 의혹들①부실경영 논란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3.04.01 14:3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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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쑨 자회사…윗돌 빼 아랫돌 괴기

[일요시사=경제1팀] KT&G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제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 노조의 제기 직후 '외풍'까지 불어 닥쳐 의문이 더하다. 회사 측은 전면 부인했지만 물음표는 그대로다. 그래서 준비해봤다.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KT&G 수수께끼'를 하나하나 풀기로 했다.



KT&G 노조(민주노총 한국인삼공사지부)는 지난 2월 각종 의혹을 제기하면서 민영진 사장의 연임을 반대했다. 민 사장의 퇴임을 요구한 노조는 그 이유로 먼저 실적부진을 들었다. 노조는 "민 사장은 부실경영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무리하게 진행한 자회사 인수와 해외사업 진출 때문에 실적이 부진했다"고 지적했다.

"무리한 확장"

당시 회사 측은 "말도 안 되는 악의적 음해"라며 "KT&G 전 계열사 매출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성장했다"고 일축했다.

사실일까. 일단 KT&G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 KT&G는 지난해 전년(2조4908억원) 대비 5.9% 증가한 2조6376억원의 매출을 냈다. 영업이익은 9727억원으로 전년(8980억원) 대비 8.3% 올랐다. 순이익의 경우 7759억원에서 7684억원으로 주춤했지만, 국내담배 시장점유율은 2011년 59%에서 지난해 62%로 뛰었다.

이런 실적을 바탕으로 KT&G 주주들은 '배당 잔치'를 벌였다. 주당 3200원씩 총 4029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한 KT&G는 삼성전자(7500원·1조2066억원), SK텔레콤(8400원·6551억원), 현대차(1900원·5208억원), 포스코(6000원·6180억원), KT(2000원·4874억원) 등과 함께 배당금 지급규모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KT&G는 2011년에도 주당 3200원씩 총 4024억원을 배당한 바 있다. KT&G 관계자는 "다들 어렵다고 한다. 사업장마다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내외수 경기침체 및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소비부진을 감안하면 충분히 선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주요 계열사들의 상황은 다르다. 대부분 죽을 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KT&G의 자회사 24개(해외법인 포함) 가운데 절반 이상이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KT&G의 가장 큰 자회사인 한국인삼공사는 지난해 831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년(9401억원) 대비 11.5% 감소한 금액. 영업이익은 1331억원으로 전년(2008억원)에 비해 33.7% 줄었다. 순이익의 경우 전년(1564억원) 대비 36.3%나 급감한 997억원에 그쳤다.


영진약품공업과 태아산업, 케이지씨라이프앤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영진약품공업은 매출이 2011년 1121억원에서 지난해 1377억원으로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35억원·26억원에서 33억원·18억원으로 줄었다. 태아산업도 매출은 161억원에서 162억원으로 큰 변동이 없으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8억원·9억원에서 모두 4억원씩으로 감소했다. 매출이 200억원에서 570억원으로 급증한 케이지씨라이프앤진 역시 영업손실(-132억원→-309억원)과 순손실(-129억원→-306억원)이 더 발생했다.

주요 계열사 작년 성적표 보니 '낙제점'
해외법인 부진…사장 야심작들도 '암담'

KT&G 해외법인들도 지지부진한 성적을 냈다. 15개 해외법인 가운데 10개가 오히려 뒷걸음질 쳤고, 5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법인은 2011년 97억원 흑자에서 지난해 19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미국(Global Trading)법인과 정관장육년근상업상해(중국), 인도네시아법인(4개) 등도 순이익이 마이너스로 추락했다. 터키·이란·길림한정인삼(중국)·일본법인 등은 적자 폭이 커졌다. 정관장고빈(대만)·미국(KOREAN RED GINSENG)·홍콩·브라질·싱가포르법인 등은 별다른 실적을 내지 못했다.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신사업 실적이다. 노조는 "민 사장이 무리한 사업 확장과 방만한 사업 운영으로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1986년 KT&G(당시 전매청)에 입사해 경영전략단장과 사업지원단장, 마케팅본부장, 해외사업본부장, 생산·R&D 부문장 등을 거쳐 2010년 2월 사장에 취임한 민 사장은 지난 2월 연임됐다. 민 사장이 '지휘봉'을 잡은 지난 3년간 KT&G는 '식구'들이 급증했다. KT&G 자회사 수는 2009년 말 12개에서 지난해 말 24개로 2배 정도 늘었다. 물론 돈을 퍼부었다. KT&G는 계열사 확장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차입금을 늘렸다. 장기차입금은 2010년∼지난해 15억원에서 378억원으로 오르더니 1096억원까지 치솟았다. 단기차입금은 각각 665억원, 828억원, 919억원으로 많아졌다. 덩달아 부채도 같은 기간 1조1787억원, 1조3913억원, 1조6015억원으로 쌓였다.

그렇다면 민 사장 취임 이후 인수하거나 설립한 자회사들의 실적은 어떨까. 결과부터 말하면 한마디로 암담하다.

소망화장품은 지난해 전년(1198억원) 대비 4.9% 증가한 1260억원의 매출을 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52억원에서 26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순이익도 11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폭삭 주저앉았다. KT&G는 2011년 9월 소망화장품을 인수했다. 인수가격은 양사 간 합의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선 600억원대로 알려졌다. 소망화장품의 자회사 로제화장품은 사업부진으로 자본 잠식에 빠져 지난해 3월 청산 수순을 밟았다.


신사업 뒷걸음

지난해 2월 KT&G 계열사로 편입된 케이티앤지생명과학은 2011년 20억원 순손실로 전환된데 이어 지난해 62억원 순손실을 기록, 갈수록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각각 2011년 12월, 지난해 2월 설립한 예본농원과 케이지씨예본은 실적이 백지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KT&G는 바이오·화장품·농업에 이어 최근 숙박업까지 진출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며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KT&G가 번 돈을 자회사들이 까먹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실제 자회사들의 부진은 KT&G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KT&G를 포함한 전체 계열사(연결기준) 매출은 전년(3조7230억원) 대비 6.6% 증가한 3조9847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1조359억원으로 전년(1조903억원)에 비해 5% 감소했다. 순이익도 2011년 8169억원에서 지난해 7251억원으로 11.2% 가량 줄어들었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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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