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보사 몽골·대만 공작 전모

연결하지 못한 ‘외환 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2차 종합특별검사팀의 외환 수사가 늦어지고 있다. 국군정보사령부 의혹을 당장 수사하긴 어렵다는 관측이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종합특검팀은 우선적으로 몽골·대만 공작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과거 내란 특검팀도 이 사안을 수사했으나 외환 연결고리를 찾지 못했다. ‘정상적 업무’였다는 정보사의 논리를 깨지 못한 것이다.

“정보사령관이 대만까지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몽골 노크’도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가 <일요시사>에 전한 말이다. 국군정보사령부는 12·3 내란 직전 수상한 해외 공작을 진행했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특별검사 권창영)도 관련 사안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이 끼워 맞추지 못한 단추를 완성하려면 현지 조사에도 나서야 한다는 게 정보기관 안팎의 목소리다.

정리 안 된
해외 공작

정보사 몽골 공작의 중심에는 육군사관학교 출신 박모 대령이 있다. 정보사 내에서도 몇 되지 않는 몽골 전문가로 꼽힌다. 수년간 최우수 공작관에 선정되면서까지 그 능력을 인정받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였다. 그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비서실장을 역임한 이후 자신의 후배인 이모 중령에게 자리를 인계했다. 노 전 사령관의 비서실장일 때에는 2016년 그가 몽골을 방문할 때 통역 및 실무를 담당했다.

몽골 공작 사건은 지난 2024년 11월18일에 벌어졌다. 정보사 요원 2명이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 급파됐는데 한국대사관에 있던 박 대령의 안내로 관용차를 타고 주몽골 북한대사관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정보원 조사로는 이들이 무작정 북한대사관의 정문을 두드린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이 반응을 보이지 않아 철수한 이후에는 몽골 현지인까지 섭외해 북한과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두 정보사 요원은 4일 후인 11월22일 현지인의 신고로 몽골 정보당국에 체포됐고, 이틀 뒤 국정원 2차장이 사과 서한을 보낸 뒤에야 풀려났다.

정보기관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수사를 통해 전모를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으나 박 대령은 군과 국정원 조사는 물론 내란 특검 수사를 받지 않았다. 박 대령은 현재 해외 첩보를 취합해 보고하는 국방정보본부 A 지원단장을 맡고 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이들이 몽골을 방문하기 전에 문상호가 2024년 5월 말에 몽골을 비공식적으로 방문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때 박 대령이(이들을) 만났는지 조사가 필요하다”며 “만났다면 어떤 지령이 있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몽골 공작 작전 진행자 2명 아니다”
“북한대사관 노크? 변죽·소설 수준”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에 따르면 몽골 북한대사관을 찾아갔던 정보사 요원은 2명이 아니라고 한다. 북한대사관에 노크를 시도하지도 않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한 정보사 관계자는 “대사관 앞에 경찰 감시초소가 있어서 문을 두드리려고 시도하면 체포된다”고 했다.

몽골로 급파된 요원 2명의 목적은 북한대사관 관계자와의 접촉이 아닌 대북 첩보 라인에 속한 몽골인인 이른바 ‘에이전트’를 만나기 위함이었다는 게 정보사 간부들의 설명이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몽골에는 친북 단체가 있다. 수십년 전부터 북한 유학파로 구성된 사람들이 러시아나 동유럽에도 있듯이 몽골에도 있지 않겠나”라며 “이건 수사로 풀기 힘든 부분”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내란 특검은 정보사 요원들이 북한대사관에 실제 간 사실에 대해서만 파악했다. 몽골에 갔던 정보사 요원들이 에이전트를 만나 무슨 대화를 나눴고 뭘 기획했는지 수사해야 실마리가 풀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보사 요원들은 지금까지 “정보원 등 인수인계를 위한 방문”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른바 ‘블랙 요원’ 명단 유출 파문으로 해외 공작요원들이 모두 귀국한 뒤였음에도 말이다.

정보사는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이 같은 해 11월 초에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 후속 조치를 끝냈다는 취지로 보고를 올렸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후속 조치는 끝내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부터 국정원과 정보사 합동으로 공작망을 조사하고 있다는 게 이유다.

문 전 사령관은 몽골 공작 사고가 제대로 수습되지 않았음에도 같은 달 25일 급작스럽게 대만 출장을 갔다. 문 전 사령관 측은 “정상적인 해외 출장”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예민한 대만 문제 이례적인 사령관 방문
정보사발 ‘북 무인기’ 윗선은 자리 유지 

하지만 정보기관의 시선은 다르다. 지금껏 ‘정보사령관’이 공식적으로 대만을 방문한 전례가 없기에 더욱 그렇다. 중국의 외교적 항의와 마찰이 불가피할 수 있어 ‘대만 출장’이 필요하더라도 최대한 접촉을 지양해 왔다는 게 핵심이다.

문 전 사령관은 당시 대만 군사정보국의 무인기 지원 협조를 받으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무인기로 뭘 하려고 했는지는 극소수의 정보사 간부들만이 알고 있다고 한다.

문 전 사령관의 지시로 추진됐던 ‘무인기 공작’도 오리무중이다. 북한이 지목한 날짜인 지난해 9월27일과 지난 1월4일 북한에 무인기를 무단으로 날려 보내 일반이적죄(대한민국 군사상 이익을 해함) 등 혐의로 기소된 민간인들을 도운 군인들과 국정원 직원만이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군경 합동조사 태스크포스(TF)는 지난달 31일 국정원 직원 1명을 일반이적 방조와 항공안전법 위반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육군 특수전사령부(특전사) 소속 군인 1명에게는 일반이적 방조와 항공안전법 위반 혐의를, 정보사 소속 군인 1명에게는 항공안전법 위반 방조 혐의를 적용했다는 것이 TF의 설명이다.

앞서 무인기 제작사 에스텔엔지니어링 이사를 지낸 30대 대학원생 오모씨 등 민간인 3명은 네 번에 걸쳐 무인기를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한 개성 일대까지 비행시키고 영상을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국정원 직원 B씨는 오씨와 10년 넘은 친구로, 오씨에게 무인기 제작비와 시험 비행 당일 식비 등 총 290만원을 지원했다. 오씨와 학교 동창 사이인 특전사 대위 C씨는 오씨가 무인기를 북한에 보낼 때 동행하고 그 무인기가 북한에서 촬영한 영상을 평가해주는 등 오씨의 범행을 적극적으로 도운 혐의를 받는다.

대북정보 수집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인 정보사 대위 D씨는 오씨를 자신의 공작(정보기관이 다른 나라의 정치·경제·사회 등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은밀히 수행하는 활동) 업무에 활용할 목적으로 접촉해 무인기가 촬영한 북한 지역 영상을 직접 확인하고, 그 영상 촬영이 불법행위인 줄 알면서도 그 영상을 정보사가 활용할 방안을 검토했다고 TF는 밝혔다.

수상한
문상호

이를 두고 윗선으로 꼽혔던 정보사 영관급 장교들은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보사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던 대령과 소령, D씨 팀의 팀장인 중령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 정보사 기반조성단은 문 전 사령관의 지시로 만들어졌다. 블랙 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정보사의 휴민트망을 재건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조직이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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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제2의 로켓랩?’ 비트팜스 사건 내막

[단독] ‘제2의 로켓랩?’ 비트팜스 사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주식시장이 활활 타고 있다. 미국 대통령의 한마디에 휘청이던, 전쟁 여파에 고꾸라지던 모습이 전생처럼 느껴질 정도다. 특정 악재가 발생해도 하루 이틀이면 다시 제자리를 찾는 것을 넘어 지수를 말아 올리고 있다. 대통령이 공언했던 코스피 지수 5000보다 이제는 1만이 더 가까워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주식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없애겠다며 ‘코스피 5000시대’를 공약으로 내세웠을 때 대부분 ‘빈 약속’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12‧3 비상계엄의 여파를 제외하고라도 코스피 지수는 3000 언저리 박스권에 갇혀 있는 상태였다. 바닥이 얇고 지붕이 단단하다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대한 인식은 깨지기 어려워 보였다. 역대급 불장 돈이 모인다 이재명정부 1년째를 앞둔 현재, 주식시장의 지붕은 완벽하게 뚫렸다. 국내외 증권사들은 코스피 상방을 올려 잡고 있다. 동시에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개미(개인 투자자)’의 비율이 높아졌다. 나만 뒤처질 수 없다는 포모(FOMO) 증후군이 퍼졌고 인생 역전을 꿈꾸는 이들이 너도나도 주식시장으로 움직였다. 부동산에 몰린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옮기겠다는 정부 차원의 ‘머니 무브’ 정책으로 역대급 불장이 계속되면서 덩달아 증권업계도 신났다. 올해 1분기 국내 증권사는 거래대금 폭증으로 역대급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주요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100% 이상 증가했다. 대형 증권사의 분기 순이익이 1조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60여개에 이르는 국내 증권사들은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개미들을 잡으려 각종 유인책을 내놓았다. 증권사는 주식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로 이익을 내는 구조인 만큼 투자자가 많을수록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또 증시가 폭발하면서 빚을 내서까지 시장으로 진입하는 비율이 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도 증권사는 손해 볼 게 없다. 문제는 주식 거래가 증가하면서 일어나는 증권사발 사건‧사고다. 최근 증권사의 갈지(之)자 행보로 투자자가 의도치 않은 세금 폭탄을 맞은 사건도 한 예다. 증권사마다 명확한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제멋대로 굴면서 일부 투자자는 수백만원, 많게는 억대의 손해를 봤지만 하소연할 곳도 마땅치 않은 상태다. 정부도 손을 놓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캐나다→미국 본사 이전 주식 구분 변경 일어나 캐나다에 본사를 두고 암호화폐를 채굴하던 ‘비트팜스(Bitfarms)’라는 기업이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법인을 뒀던 비트팜스는 미국으로 본사를 옮기고 인공지능 및 고성능 인프라 기업으로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명을 ‘킬 인프라스트럭처(Keel Infrastructure)’로 변경했다. 본사 이전이 완료된 시기는 지난달 1일. 비트팜스는 킬 인프라스트럭처의 자회사가 됐고 미국 현지시각으로 같은 달 6일 주식 구분이 변경됐다. 다시 말해 주식 종목에서 비트팜스가 없어지고 킬 인프라스트럭처로 거래가 개시된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 과정이 ‘주식 교환’으로 처리돼 세금이 붙지 않았다. 문제가 된 건 비트팜스 주식을 가지고 있던 우리나라 ‘서학 개미’들이다. 이들의 주식은 매도 후 재매수 처리됐다. 다시 말해 비트팜스 주식이 처분되고 킬 인프라스트럭처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이른바 ‘양도’가 일어난 것이다. 비트팜스 1주는 킬 인프라스트럭처 1주로 바뀌었다. 이 과정은 투자자가 아닌 증권사의 의지로 이뤄졌다. 비트팜스 주주들은 당연히 반발했다. 현행법상 해외주식으로 소득이 발생하면 ‘양도소득세’라는 세금이 붙는다. 250만원 이상의 주식 소득에 22%의 세금이 매겨진다. 예를 들어 해외 주식으로 1000만원을 벌었다면 250만원을 제외한 750만원에 대해 22%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증권사 수수료까지 떼고 나서야 투자자가 실제 번 돈이 된다. 양도소득세는 1년치 해외주식 소득을 따져 부과된다. 그래서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시점이 되면 투자자들은 주식을 정리한다. 이익과 손해가 250만원 이내로 합산되면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기에 이 시기에 투자자들은 계산에 골몰한다. 물론 주식을 사고팔지 않으면 양도소득세 자체는 ‘0’이다. 예상치 못한 세금 날벼락 하지만 비트팜스가 킬 인프라스트럭처로 주식 구분이 변경될 당시 ‘매도 후 재매수’라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지면서 투자자들은 ‘강제로’ 이익 혹은 손해가 발생했다. 기대 수익, 예상 손해로 존재하던 게 실제 이익과 손해로 전환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투자자들에게는 예상하지 못했던 세금 부과 이슈가 발생한다. 비트팜스 사건을 두고 지난해 5월 일어난 ‘로켓랩’ 주식 전환 사태를 떠올리는 이유다. 미국 민간 우주기업 로켓랩 USA는 지난해 5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기업재편을 단행했다. 같은 해 5월23일 신설된 로켓랩 코퍼레이션이 기존 로켓랩 USA 법인을 자회사로 흡수합병했다. 이때 로켓랩 USA 주식은 동일한 가치의 로켓랩 코퍼레이션 1주로 자동 전환됐다. 미국은 세법상 주식 교환 과정에서 이익과 손해를 실현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매도 후 재매수 방식으로 처리됐고 무엇보다 당시 이 과정이 야밤에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로켓랩 USA 주주들은 크게 반발했고 금융감독원 등에 ‘민원 폭탄’이 쏟아졌다. 단일 민원으로는 최다였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특히 문제로 떠오른 점은 국내 증권사들의 대응이었다. 당시 국내 증권사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각자 다른 답을 내놨다. 세법에 대한 해석이 갈리면서 적용을 달리한 것이다. 일부 증권사는 법무법인의 자문을 받아 ‘양도 거래’로 판단해 매도 후 재매수 방식으로 처리했다. 또 다른 증권사들은 단순 주식 교환으로 간주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지 않았다. 투자자로서는 어느 증권사를 이용하고 있었느냐에 따라 세금이 부과되고, 부과되지 않는 이른바 ‘복불복’ 상태에 놓인 것이다. 당시 로켓랩 주식 전환 처리 방식에 따라 증권사를 옮기는 이동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논란이 계속되자 공은 결국 정부로 넘어갔다. 세법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한 것이다. 민원 폭탄에 기재부 해석 당시 기획재정부는 로켓랩 사태 이후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게 맞다는 해석을 내놨다. 국세기본법 제14조 실질과세의 원칙과 소득세법 제88조의 ‘양도’의 의미를 근거로 내세웠다. 주식 티커명이 같더라도 법률상 기존 로켓랩 USA 주식이 소멸하고 주주가 새로운 로켓랩 코퍼레이션을 취득한 만큼 동일한 자산을 연속적으로 보유한 것이 아니라 자산을 교환한 것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주식 티커는 증권거래소에서 특정 상장회사의 주식을 고유하게 식별하기 위해 사용하는 짧은 약어를 뜻한다. 비트팜스 주주들은 기재부의 유권해석에 치명적인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비트팜스가 KEEL로 티커명이 바뀌어도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는 같은 사람이고 거래 상태는 ‘보유 계속’이다. 사업, 경영진, 지분율 어느 하나 바뀌지 않았는데 (기재부는) 이걸 자산의 이동으로 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백번 양보해서 로켓랩 사태 당시 기재부가 유권해석을 내렸기에 비트팜스 사건에 동일하게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선례가 있음에도 국내 증권사들은 저마다의 방식을 적용했다. 이번에도 증권사에 따라 손해와 이익이 갈리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따지고 보면 비트팜스 사건과 로켓랩 사태에서 투자자들이 분노한 지점은 같다. ‘실제 팔지도 않은 주식’에 세금을 매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더 화나게 하는 부분은 증권사들이 적용 기준을 제멋대로 했다는 점이다. 재판으로 비유하면 판례가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증권사의 행보는 ‘갑질’로 느껴질 정도라고 지적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비트팜스가 킬 인프라스트럭처로 주식 구분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일부 증권사별로 적용 시점이 달랐다. 메리츠 증권은 지난달 3일, 토스 증권은 같은 달 6일에 투자자들에게 주식 구분 변경 사실을 알렸다. 미국은 비과세로 처리하는데… 우리나라는 ‘매도 후 재매수’ 투자자들에 따르면 일부 증권사는 주식 구분 변경 사실을 아예 공지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말 그대로 자고 일어나보니 내가 하지 않은 주식 거래가 이뤄져 있던 셈이다. 로켓랩 사태와 오버랩 되는 대목이다. 토스 증권을 사용 중인 한 투자자는 “6일에 비트팜스에서 킬 인프라스트럭처로 바뀌어서 거래가 개시됐는데 그 당일에 공지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토스 증권은 해당 투자자의 문제 제기에 “(4월)3일에 (주식 구분 변경) 정보에 대해 처음 알게 됐고 (4월)6일에 공지했다. 최초로 정보를 알게 된 (4월)3일은 현지 휴장일로 투자자가 실제 매매 등 대응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이후 7일에 외부 법무법인의 자문을 받아 권리 처리를 이행했다고 덧붙였다. 즉 매도 후 재매수 방식으로 적용했다는 뜻이다. 투자자들은 처음에는 교환으로 적용했다가 뒤늦게 양도로 처리한 증권사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 투자자는 “신한 증권을 사용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주식명만 바뀌더니 2~3일 뒤에 재처리됐다. 증권사에 문의했더니 다른 증권사의 처리 방식대로 했다고 하더라. 그사이에 주가와 환율이 바뀌었는데 일괄 적용한 것이다. 주먹구구식도 이런 주먹구구식이 없다”고 비판했다. 정부도 비트팜스 투자자들의 민원을 증권사에 돌리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은 투자자들이 받은 답변은 이 사안이 ‘자율 조정 대상’이라는 내용이었다. 자율 조정 대상은 정식 조사 전 금융사와 소비자가 자율적으로 합의하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일단 증권사랑 얘기하라는 뜻이다. 투자자로선 금감원에서 증권사로 넘어간 공이 이리 튀고 저리 튀는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손 놓은 정부 투자자 운다 70명가량 모여 있는 비트팜스 투자자 단체 채팅방에서는 무력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정부와 증권사의 태도에 분통을 터트리면서도 로켓랩 사태의 선례로 이번 사건 또한 흐지부지될 것이라 자포자기한 듯한 모습이었다. 실제 몇몇 투자자는 ‘손절(손해 보고 매도)’하고 채팅방을 떠났다. 한 투자자는 “로켓랩 사건 때 정말 다 들고 일어났다고 느낄 정도로 문제 제기가 많았는데도 결론적으로 양도소득세가 부과됐다. 그러다 보니 이번에는 민원도 많이 안 들어간 걸로 안다”며 “이 사건이 스페이스X와 합병설이 도는 테슬라 같은 대형 주식에 일어났어도 정부나 증권사가 이렇게 반응했을까”라고 한탄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