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리뷰> 가장 멀리 나간 ‘프로젝트 헤일메리’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6.03.30 17:21:04
  • 호수 15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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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분 이겨내는 꼼꼼한 절박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같은 작가의 원작이란 공통점이 있는 <마션>에 이어 우주인의 고립을 다룬다. 여러 걸작의 요소와 개연성을 꼼꼼히 갖췄다는 게 알려지면서 벌써 걸작 대우를 받고 있다. 단조로운 이야기와 긴 상영 시간은 약간의 아쉬움을 남긴다.

지난 18일 개봉한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SF 작가 앤디 위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화는 2015년 작 <마션>에 이어 두 번째로 추진됐다. <마션>과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공통점은 고립된 우주인을 다룬다는 것이다. <마션>은 화성 유인 탐사 중 갑작스러운 모래 폭풍 때문에 화성에 고립된 우주인의 이야기를 다뤘다.

소설 원작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할 실마리를 찾기 위해 지구로부터 11.9광년 떨어진 행성 타우 세티를 홀로 찾아간 우주인의 이야기를 다룬다.

원작 소설과 영화는 꽤 그럴듯한 개연성을 갖추고 있다. 작중 지구가 직면한 위기는 금성으로 날아가는 적외선 광선인 페트로바 선의 힘이 점점 강해지면서 햇빛이 약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타우 세티만큼은 광선의 영향력에 노출되고도 햇빛의 힘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현실에선 미국의 아폴로 계획에 따른 달 착륙 이후 유인 행성 탐사를 진행한 적이 없다. 아폴로 계획도 미소 냉전에 따른 체제 선전을 위해 많은 것을 감수하고 진행된 것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막대한 예산 투입의 어려움이다. 이 때문에 냉전 종식 이후엔 굳이 유인 행성 탐사를 진행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이 때문에 원작과 영화에선 주인공 라일랜드 그레이스(라이언 고슬링 분)를 우주로 내보내는 프로젝트 추진 기관인 페트로바 선 대책위원회 책임자 에바 스트라트(산드라 휠러 분)에게 막강한 권한이 부여돼있다. 작중 지구엔 비상계엄이 선포된 수준의 위기가 이어진다.

스트라트는 군을 동원해 특정인을 강제로 가둬도 상관없는 막강한 권한을 보장 받았다. 비상 상황이란 개연성이 강조돼야 인류가 실제로 진행한 적 없는 장거리 외계 행성 탐사에 당위성이 보장된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작중 타우 세티 탐색을 추진하는 계획이다. 헤일메리는 미식축구에서 경기 종료 직전 역전을 노리는 도박성 전술이다. 구체적으로는 리시버 5명 모두 오로지 터치다운만을 노리고 돌진해 쿼터백이 언더 존에서 던진 롱패스를 받는 공격 전술을 말한다.

작중 지구의 상황과 그레이스를 타우 세티로 보내야 하는 절박함을 은유한 것이다.

<마션>과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공통점은 고립이다. <마션>은 원작·영화 모두 “로빈슨 크루소의 화성 버전”이란 평가를 들었다.

치밀한 설정…유인 행성 탐사 당위성 부여
<마션> 이은 고립된 우주인의 생존 투쟁기

<마션>에선 화성에 홀로 남은 우주인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 분)의 생존기를 다룬다. 지구에서 와트니를 구하러 가기 위해 걸리는 시간은 약 4년이다. 기지에 남은 식량은 300일분이다. 이 때문에 마크 와트니는 졸지에 크루소가 돼 자급자족을 준비해야 했다.


영화 <마션> 개봉 이후 가장 크게 화제가 된 장면은 화성에 착륙한 비행선 내부에서 감자를 재배하는 것이었다. 크루소가 섬의 자원을 이용해 농사를 짓는 것을 연상시킨다. 두 주인공 모두 기록을 통해 고독을 견딘다는 공통점이 있다. 크루소는 일기를 쓰고, 와트니는 영상 로그를 남긴다.

<로빈슨 크루소>의 고립을 바다에서 구현한 영화는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2000년 작 <캐스트 어웨이>다. 주인공 척 놀랜드(톰 행크스 분)는 비행기 추락 사고를 겪은 후 무인도에 불시착했다. 놀랜드도 다른 주인공들처럼 똑같이 자급자족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버틴다.

<캐스트 어웨이>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은 놀랜드가 외로움을 이겨내는 장치를 묘사한 부분이다. 그리고 그 장치를 불가피하게 놔야만 할 때 놀랜드가 절규하는 상황은 <캐스트 어웨이>의 명장면으로 회자된다.

이는 <프로젝트 헤일메리>에서도 구현된다. 원작과 영화에선 그레이스가 외계 생명체 로키를 만나 친구가 되는 상황에 큰 비중을 둔다. 여기에 개입되는 정서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미지와의 조우>와 <ET>에서 공들여 묘사한 정서와 비슷하다.

고립된 상황에서 낯선 존재를 만나 의사소통을 위해 노력하면서 서로 마음을 나누는 과정은 그레이스가 머나먼 우주에서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자 관객의 정서를 사로잡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앤디 위어는 이따금 작품에 미국의 전설적인 드라마 시리즈 <스타트렉>의 설정을 인용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그가 <스타트렉>의 열성 팬을 일컫는 ‘트레키’일 수도 있단 이야기가 나온다. 그레이스와 로키가 어렵게 의사소통을 하면서 친구가 되는 과정은 <스타트렉: 더 넥스트 제너레이션> 시리즈(1989~1994)에서 여전히 명작으로 통하는 에피소드 ‘다르목(Darmok)’을 연상시킨다.

<스타트렉> 연상 ‘미지와의 조우’
애니메이션 전문 감독 첫 SF 정극

<스타트렉> 세계관엔 만능 번역기가 존재해서 외계인과의 대화가 어렵지 않다. 그래도 번역기가 단순 번역만 할 뿐 언어의 의미·맥락을 잘 전달하지는 모해 첫 접촉한 외계 종족과의 대화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다르목(Darmok)’에선 그 소통의 어려움과 ‘의사소통의 기본은 이해’라는 진리를 다룬다.

앤디 위어는 원작에서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는 쾌감·만족감·정을 확대했다. 이어 영화는 이를 극대화했다. 영화의 핵심이라서 시놉시스에도 그대로 제시돼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엔 ▲그레이스가 타우 세티로 가야만 하는 이유 ▲그레이스가 고립된 이유 ▲그레이스·로키가 함께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과제를 해야만 하는 절박함 등이 꼼꼼히 묘사돼있다.

일각에선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일컬어 “<인터스텔라>와 <마션>의 뒤를 잇는 걸작”이라고 평가한다. <인터스텔라>의 주인공이 지구의 암울한 현실을 해결하는 열쇠를 찾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도 절박함이었다.

암울하면서도 정교한 설정이 개연성을 갖추고 있으므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걸작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와 비교하는 관객도 있다. 걸작 SF 영화들이 두루 언급되는 상황은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흥행 여부와 무관하게 걸작으로 남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공동 감독 필 로드·크리스토퍼 밀러는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레고 무비>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등 애니메이션과 <21 점프 스트리트> 등 코믹 액션 영화를 연출해 명성을 쌓았다. 따라서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그들이 처음 연출한 SF 정극이다. 그런데도 상당한 연출력을 과시해 눈길을 끈다.

라이언 고슬링이 사실상 1인극이나 다름없는 영화 전체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의 비중은 단점이 될 수도 있다. 극 전체 분위기를 바꿀 만한 변화가 없어 상영 내내 진지한 분위기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 상영 시간도 156분이나 된다. 관객의 인내심을 요구하는 부분이 있다는 의미다.

터치다운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한국·미국에서 모두 흥행을 거두고 있다. 한국에선 개봉 첫 주에 관객 43만명이 영화를 감상했다. 미국에선 첫 주부터 8058만달러를 거둬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긴 상영시간과 약간의 지루함을 이겨내게 하는 영화 속 꼼꼼함은 관객의 눈길을 끌고 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터치다운에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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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