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국민의힘 거물은 왜 전장 피하나

패배 피한 선택인가, 다음 권력 위한 계산인가 

오세훈 서울시장은 8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후보 신청 시간을 22시까지 연장했는데도 끝내 신청을 하지 않았다. 이 소식은 정치권을 뒤흔들었다. 당의 간판이자 수도권 승부의 상징인 인물이 선거 출발선에 서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번 지방선거의 분위기를 짐작하게 한다.

오 시장은 ‘당 노선 정상화’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유권자가 느끼는 공백은 명분보다 현실에 가깝다.

승부의 중심에 서야 할 주자가 관중석으로 물러난 장면은 선거 전략의 이상 신호다. 선거는 명분이 아니라 책임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시작도 하기 전에 중심이 흔들리는 선거는 필패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나경원·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도 일찌감치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당의 중량감 있는 인물이 줄줄이 링 밖으로 걸어 나가는 모습은 단순한 세대교체나 전략적 후퇴로 보이지 않는다. 선거는 결국 책임 정치의 무대인데, 책임질 인물이 먼저 퇴장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은 크다.

겉으로는 당 혁신과 노선 정비를 말하지만 실제로는 패배의 책임에서 멀어지려는 계산이 깔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패배할 가능성이 높은 싸움에 몸을 던지기보다 다음 승부를 준비하는 선택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인의 시간표는 선거 달력보다 훨씬 길게 움직인다.


이번 지방선거 판세가 녹록지 않다는 판단이 당내에 이미 공유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설득력을 갖는다. 수도권 민심의 흐름, 정권 중반부에 접어든 이재명정부 평가, 야권 결집 구도까지 고려하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거물이 전면에 나섰다가 패배의 책임을 뒤집어쓸 경우 정치 생명은 치명상을 입는다.

차라리 한 발 물러서 차기 총선과 대권 구도를 도모하는 편이 합리적이라는 전략적 판단이 가능하다. 정치에서 한번의 패배는 단순한 전적이 아니라 미래 정치의 문을 닫는 족쇄가 되기 때문이다. 불출마는 소극적 선택처럼 보이지만, 때로는 가장 계산된 공격적 선택이 된다.

정치는 결국 ‘누가 남느냐’의 게임이 아니라 ‘누가 책임지느냐’의 시험이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는 ‘플랜B’를 말하지만 대체 카드가 쉽지 않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서울과 경기도 같은 상징 지역에서 후보군이 빈약하다는 사실은 당의 위기 수준을 그대로 드러낸다. 선거는 결국 ‘사람 싸움’인데 사람을 세우지 못하는 정당은 이미 전열이 무너진 상태다.

지도부가 중진 차출론을 꺼내 들었지만 이는 전략이라기보다 궁여지책에 가깝다.

스스로 나설 인물이 없다는 사실을 ‘차출’이라는 표현으로 포장하는 셈이다. 전략 정당이라면 플랜B가 아니라 이미 플랜A 안에 대체 시나리오가 준비돼있어야 했다. 위기 때 피하는 리더가 많은 정당은 승리의 기억보다 패배의 장면으로 더 오래 남는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9일 긴급 의원총회에서 오세훈 시장 출마 문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될 경우 당 지도부 역시 기존 방침의 수정 가능성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밝혔다. 이정현 공관위원장도 추가 접수 가능성을 열어두며 여지를 남겼다.


지도부가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문을 완전히 닫지 못하는 모습이다. 전략적 결단이 아니라 상황 변화에 따라 흔들리는 대응처럼 비친다는 점에서 당내 혼선의 단면을 보여준다. 결국 이날 의원총회가 당의 방향성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반면 대구·경북으로 후보가 몰리는 현상은 또 다른 정치적 메시지를 던진다. 승산이 높은 지역에서 정치적 기반을 다시 다지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험지에서 당을 살리기보다 안전지대로 이동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는 선택이 이어지는 것이다. 이는 전국 정당이 아니라 지역 정당으로의 수축을 의미한다.

수도권에서 밀리고 텃밭으로 숨는 정당은 집권 정당이 아니라 방어 정당에 가깝다. 정당이 외연 확장 대신 핵심 지지층 방어에 집중하기 시작하면 선거는 ‘확장 경쟁’이 아니라 ‘버티기 경쟁’으로 변한다. 지금 국민의힘의 흐름은 공세적 확장보다 방어적 생존 전략에 가깝다.

이 같은 장면들이 이어지면서 당이 하나로 뭉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도 짙어진다. 선거를 앞둔 정당은 구심력이 강해지기 마련인데, 오히려 각자의 정치 일정표에 따라 흩어지는 모습이 반복된다. 노선 갈등, 지도부 책임론, 중진들의 거리두기가 복합적으로 얽히며 ‘원팀’ 이미지가 형성되지 않는다.

선거는 결국 심리전인데, 내부 분열은 상대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유권자는 정책보다도 정당의 안정성과 팀워크를 먼저 본다. 지금처럼 중심이 흔들리는 모습은 신뢰를 쌓기보다 불안을 키운다.

거물 정치인의 불출마를 단순한 불만 표출로만 해석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패배 가능성이 큰 전장에서 희생양이 되기보다 다음 전선을 준비하는 선택일 가능성이 크다. 지방선거는 잃더라도 총선과 대선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장기 전략일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한국 정치에서 지방선거 패배가 곧바로 대권 실패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거물에게 중요한 것은 ‘이번 승리’가 아니라 ‘다음 권력’일 수 있다. 불출마는 도망이 아니라 체력 안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마다 반복되는 체력 안배는 결국 책임 회피라는 인식으로 굳어진다.

이런 전략이 누적될수록 정당은 ‘책임지는 정치’ 대신 ‘계산하는 정치’의 이미지를 남기게 된다. 어려운 싸움에 앞장서는 인물이 사라진 자리에는 기회주의만 남는다. 정당은 승리할 때보다 패배할 때 더 많은 것을 보여준다. 패배를 감수하고도 책임지는 모습이 있을 때 유권자는 다시 기회를 준다.

선거는 권력을 얻기 위한 경쟁이기 이전에 국민 앞에서 책임을 증명하는 과정이다. 책임지지 않는 전략은 결국 더 큰 패배로 돌아온다. 승부를 피하는 정당은 일시적으로 상처를 줄일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신뢰를 잃는다.

정치는 타이밍의 예술이지만, 동시에 책임의 역사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장면들은 국민의힘이 어떤 정당으로 남을 것인가를 묻고 있다. 위험을 감수하며 전면에 설 것인가, 아니면 패배 가능성을 피해 다음 기회를 노릴 것인가의 갈림길이다. 유권자는 계산된 침묵보다 책임 있는 결단을 기억한다.

전장을 떠난 거물의 선택은 개인의 전략일 수 있다. 그러나 정당이 그 전략을 묵인하는 순간, 그 정당은 더 이상 ‘책임의 조직’이 아니라 ‘계산의 집단’으로 기억된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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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