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인생캐 만난 ‘왕사남’ 박지훈

눈빛이 만든 ‘단종 오빠’ 신드롬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아역 배우로 출발해 ‘내 마음속에 저장’이라는 유행어로 소녀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소년은 이제 스크린을 책임지는 배우가 됐다. <약한영웅>으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데 이어 영화 <왕과 사는 남자>로 흥행 배우가 됐다.

박지훈은 1999년생으로, 2006년 MBC 드라마 <주몽>을 통해 연예계에 데뷔했다. 당시 8살이었다. 극 중 소금 장수의 아들 역으로 출연하며 처음 촬영 현장에 섰다.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박지훈은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TV에서 어떤 배우가 화를 내는 장면을 보고 ‘나 저거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단순한 동경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그는 여의도에 있는 연기 학원에 등록했고, 아역 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주몽 데뷔
당시 8살

<주몽> 출연 이후 박지훈은 방송 활동을 이어갔다. 어린 나이에 드라마 촬영장을 경험했고,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했다. 훗날 인터뷰에서 그는 “어릴 때 작품에 출연하면서 카메라와 많이 친해졌다”고 밝혔다.

아역 배우로 활동했던 박지훈은 중학생 시절 팝핀 댄스를 접하면서 또 다른 꿈을 품게 됐다. 그는 “팝핀 영상을 보고 ‘난 이거 무조건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춤 연습에 몰두했다. 박지훈은 “수업 시간에도 팝핀 동작을 연습했다”고 했으며, 본격적으로 아이돌을 목표로 삼은 뒤에는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연습에 쏟았다.

그는 “오후 1시부터 새벽 2시까지 연습했다”며 당시를 두고 “독기가 가득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물론 연습 과정은 쉽지 않았다. 그는 “그 나이에는 흔하지 않은데 무릎에 물이 찼다”며, 병원에서 물을 빼고도 다시 지하 연습실로 돌아가 연습을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이후 2017년 Mnet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2에 출연했으나, 101명의 연습생이 무대에 선 첫 방송에서 그는 “카메라가 저를 안 잡아주는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존재를 알리고 싶었던 그는 무대 엔딩에서 윙크를 했다. 박지훈은 “엔딩을 하는데 카메라 렌즈가 저한테 오는 게 느껴졌고, 빨간 불이 보였다. 그때 ‘됐다’ 싶었다”고 말했다. 해당 장면은 방송 직후 화제가 됐고, 그는 “내 마음속에 저장”이라는 멘트와 함께 주목을 받았다.

최종 순위 발표에서 박지훈은 2위를 기록했고, 프로젝트 그룹 Wanna One의 멤버로 선발됐다. 2017년 정식 데뷔 이후 그룹은 큰 인기를 얻었고, 그는 팀의 핵심 멤버로 활동했다. 박지훈은 당시를 돌아보며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다. 지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Wanna One 활동이 2019년 1월 공식 종료된 이후, 박지훈은 개인 활동을 이어가면서 가수 활동과 함께 연기 활동을 병행했다. 박지훈이 배우 활동에서 중요한 분기점으로 언급하는 작품은 2022년 공개된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영웅 Class 1>이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성적 상위 1% 모범생 연시은이 학교폭력에 맞서는 과정을 그린다. 박지훈은 극 중 연시은 역을 맡았다. 공개 당시 <약한영웅 Class 1>은 OTT 화제성 4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2022년 12월12일 발표된 굿데이터코퍼레이션 집계에 따르면, 해당 기간 동안 가장 높은 화제성을 보였다. 또 그해 웨이브 콘텐츠 가운데 높은 유료 가입자 수를 기록한 작품으로 알려졌다.

아역으로 시작해 명불허전 주연 배우로 우뚝
<약한 영웅>이어 <왕사남> 압도적 연기력


이후 <약한영웅 Class 1>은 넷플릭스를 통해 재공개되며 큰 화제를 모았다. 넷플릭스 투둠 사이트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30일까지 총 670만 시청 수를 기록하며 글로벌 톱10 비영어권 시리즈 부문 2위에 올랐다. 같은 기간 600만 시청 수를 기록한 <폭싹 속았수다>를 제쳤다.

박지훈은 이전 작품들에서 밝은 이미지의 역할을 맡아왔다. 드라마 <연애혁명> <멀리서 보면 푸른 봄> 등에서 보여준 모습과 달리, 연시은은 과묵하고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다. 박지훈이 연기한 연시은은 극 중 말수가 적고, 눈빛과 표정의 변화로 감정을 표현한다.

체격 조건에서는 우위를 점하지 못하지만, 상황을 분석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인물이다. 작품은 폭력의 현장을 직접적으로 묘사하면서도 인물의 심리를 중심에 둔다. 극 중 연시은은 감정을 겉으로 크게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눈빛과 호흡의 변화로 상황을 표현한다.

초반에는 침묵에 가까운 태도를 유지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친구를 지키기 위한 선택을 이어간다. 시즌 후반부로 갈수록 연시은의 상황은 달라진다. 친구를 잃는 사건 이후 감정의 변화가 이어지고, 인물의 태도 역시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약한영웅 Class 1>은 공개 당시 4주 연속 OTT 화제성 1위를 기록했고, 이후 플랫폼을 넷플릭스로 옮겨 다시 주목을 받았다. 넷플릭스 집계 기준 글로벌 톱10 비영어권 시리즈 2위에 오르며 해외에서도 긍정 반응이 이어졌다. 여기에 이어 시즌2까지 흥행에 성공하며 인기를 끌었다.

시청자들은 “이 역할은 박지훈이 아니면 할 수 없었을 것” “눈빛만으로도 인물을 표현했다”며 극찬했다.

박지훈은 유튜브 채널 ‘살롱드립2’에 출연해 <약한영웅> 촬영을 계기로 자신의 학창 시절을 돌아봤다고 밝혔다. 그는 “드라마 속 학창 시절 모습과 실제 나는 너무 달랐다”며 “사실 친구가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마산 출신이라 사투리가 굉장히 심했고 말투도 억셌다. 체격도 통통한 편이었다”며 “TV에 나온다고 하면 ‘뚱뚱한데 쟤랑 친구하면 말투 저렇게 된다’는 식으로 말하는 친구들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혹시 내 말투 때문에 친구들이 나를 피하나 싶었다”고 했다.

극 중 연시은이 또래 사이에서 고립된 인물로 설정된 만큼, 이 같은 경험은 인물을 이해하는 데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박지훈은 “중학교 이후 좋은 친구들을 만나게 됐다”고 했다.

아이돌 찍고
배우로 활약

박지훈은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연기 활동을 이어오던 중 인생작을 만나게 됐다. 최근 개봉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서 단종 이홍위 역을 맡으면서다. 작품은 1457년 청령포를 배경으로, 유배를 자처한 촌장 엄흥도와 왕위에서 쫓겨난 어린 선왕 이홍위의 시간을 따라간다.

단종은 조선 6대 왕으로,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랐다가 숙부 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유배된 뒤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인물이다. 영화는 권력투쟁의 중심이 아닌, 유배지에서의 시간을 조명한다. 극의 중심에는 쇠약해진 단종과 그를 보살피는 엄흥도의 관계가 놓인다. 박지훈은 식음을 전폐하고 무기력에 빠진 어린 왕을 연기했다.


작품은 역사적 사실을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단종이 겪었을 정서적 고립과 인간적 두려움, 그리고 유배지라는 공간이 주는 물리적 단절을 따라간다. 정치적 패배의 상징이 아닌,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존재로서의 단종을 화면에 올리는 작업이었다.

박지훈은 이런 방향성에 대해 “비극을 강조하기보다 그 시간을 어떻게 견디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출연 제안을 받았을 당시를 떠올리며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고민이 깊었다. 감히 단종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비운의 왕 단종을 내가 표현할 수 있을지 스스로 의심이 많았다. 그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고 연기할 수 있을지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단종은 역사적으로 상징성이 큰 인물인 만큼,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는 것이다.

단종은 기록 속에 남은 인물이나 기록은 감정까지 설명해 주지 않는다.

박지훈은 “기록에 없는 부분을 상상해야 했다”고 말했다. 어린 나이에 왕이 되었고, 어린 나이에 폐위됐으며, 어린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은 남아 있지만, 그 사이의 정서적 공백은 배우의 몫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왕이 아닌 상태에서 자신을 어떻게 받아들였을지를 계속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고민은 상대 배우와의 호흡이었다. 그는 “유해진 선배가 주는 에너지를 잘 받아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도 걱정됐다”고 말했다. 엄흥도 역을 맡은 유해진은 작품의 또 다른 축이다. 

엄흥도는 단종에게 단순한 보호자가 아니다. 외부 세계와의 유일한 연결고리이자, 인간적인 체온을 전달하는 존재다.

박지훈은 “단종이 엄흥도를 처음 만났을 때는 경계심이 더 컸을 것”이라고 했다. 이후 반복되는 만남 속에서 조금씩 경계가 풀리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에는 시선을 잘 맞추지 않으려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고개를 드는 시간이 길어졌다”고 회상했다.

연기 천재
약한 영웅

장항준 감독은 여러 인터뷰에서 캐스팅 과정을 언급했다. 장 감독은 “시나리오를 보내고 네 번을 만날 때까지 확답을 주지 않아 애를 태웠다”고 했다. 박지훈 역시 감독의 한마디를 떠올렸다. “감독님이 ‘단종은 너여야만 해’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고 했다. 그는 “그 말을 듣고 나서야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감을 갖고 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그는 감독과의 대화에서 단종을 단순히 ‘비운의 왕’으로 소비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감독님이 단종을 살아 있는 사람으로 그리고 싶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그 방향성에 동의했기 때문에 출연을 결심할 수 있었다.

단종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구체적인 준비로 이어졌다. 박지훈은 “나약하지만은 않은 단종을 그리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유배지에서 식음을 전폐한 모습은 분명 존재하지만, 그 안에 남아 있는 왕으로서의 기개를 표현하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목소리에 디테일을 잡았다. 단전에서 끌어 올리는 소리를 내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힘없이 축 처진 인물이 아니라, 약해졌지만 완전히 꺾이지는 않은 존재로 그리고자 했다.

또 울음으로 설명하지 않으려고 하는 등 감정 표현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대신 호흡의 길이, 시선의 방향, 어깨의 기울기로 인물의 상태를 드러내려 했다고 전했다. 그는 “말보다 침묵이 많은 인물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다이어트도 마다하지 않았다. 박지훈은 “유배 과정에서 피폐해지는 단종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체중 감량을 결심했다. 실제로 그는 “운동으로 건강하게 살을 빼는 느낌이 아니라, 식음을 전폐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다”고 했다. 두 달 반 동안 사과 위주의 식단을 유지하며 약 15kg을 감량했다.

박지훈은 뼈밖에 없다는 느낌을 내고 싶었다. 급격한 감량은 화면에서 즉각적인 효과를 냈다. 광대뼈가 도드라지고, 목선이 얇아지면서 인물의 쇠약함이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그는 “거울을 보면서 단종이 점점 만들어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급격한 감량은 몸 상태에 변화를 가져왔다. “단기간에 체중을 줄이다 보니 음식을 먹으면 토할 정도로 몸이 예민해지기도 했다. 준비 기간에는 방 안에 틀어박혀 대본과 역사 자료를 계속 봤다. 잠도 거의 안 자고 지냈다. 그는 “준비하던 기간에도 너무 예민해져 있었다. 방에 틀어박혀 대본만 보고 역사 공부만 했다”고도 회상했다.

장항준 러브콜 3번 고사 끝 출연
완벽한 단종 역 위해 15㎏ 감량

극 중 단종의 상태를 생활 리듬으로 체화하려 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촬영 기간 동안 일상에서도 말수를 줄였다. 감정을 끌어올리는 대신, 가라앉힌 상태를 유지하려 했다는 것이다. 촬영 현장에서도 체력적 부담은 이어졌다. 그는 “극 중 밥을 먹는 장면을 찍을 때 속이 울렁거렸다. 음식이 잘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한명회에게 소리를 지르는 장면에서는 “먹은 게 없는 상태였다. 그날 촬영을 하다 핑 돌았다. 몸이 많이 힘들어 한다는 걸 느꼈다”고 전했다. 다슬기 국을 먹는 장면에서는 “염분이 확 들어오니까 기분이 좋아졌다. 오랜만에 행복함을 느꼈다”고 소회했다.

이 장면은 극 중에서도 중요한 전환점으로 언급된다. 단종이 처음으로 음식에 반응하는 순간이다. 박지훈은 “그 장면은 단순히 배가 고픈 게 아니라, 살아야겠다는 감각이 돌아오는 순간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유해진과의 작업 과정은 촬영이 진행되며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평소 선배에게 계획적으로 다가가거나 억지로 잘 보이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예뻐해 주신 것 같다”는 박지훈은 “강가에서 자주 산책했다. 촬영장으로 함께 걸어 올라가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 시간이 관계를 쌓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감정도 깊어져 연기에 도움이 됐다”고 감사 인사했다.

유해진의 연기에 대해서는 “감히 제가 연기가 어땠다고 말 못한다. 선배가 주는 에너지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끌리는 이유가 없어서 끌리는 것 같다. 어떨 때는 형 같고, 어떨 때는 아버지 같고, 어떨 때는 선배 같다”고 전했다.

장 감독에 대해서도 “배우가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많이 열려 있다. 납득할 수 있는 디렉션을 주신다”고 말했다.

영화는 개봉 이후 빠르게 관객을 모았다. 개봉 18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했고, 개봉 20일째 6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올해 개봉작 가운데 500만 관객을 넘긴 첫 작품으로도 언급됐다. 흥행 속도 역시 주목받았다. 일부 관객들은 “눈빛이 인상 깊다” “박지훈이 아닌 단종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흥행의 이면에는 개인적인 아픔이 있었다. 그는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시사회 다음날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할머니께서 치매였다. 저를 기억하지 못하셨다. 물어보고 싶다. 꿈에라도 나오신다면 꼭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두 번째
전성기

<왕과 사는 남자>는 박지훈에게 첫 상업영화이자 흥행작이 됐다. 그는 “유해진, 전미도, 유지태 등 선배들과 장항준 감독님을 얻은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배우로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현재 박지훈은 차기작 드라마 <취사병 전설이 되다> 촬영에 돌입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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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주처럼’ 장동혁의 성전 막전막후

‘교주처럼’ 장동혁의 성전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다주택 보유 사실을 정면 비판했다. 장 대표는 노모를 언급하면서 강하게 반박했다. 이를 비롯한 장 대표의 정치적 언행 곳곳엔 종교적 서사가 감지된다. 장 대표는 지금 ‘성전’을 치르고 있는 것일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엑스(X)에서 “장 대표가 주택 6채를 보유했다”는 언론 보도를 공유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다주택자를 규제하면 안 된다면서 이들을 보호한다”며 “기존 금융·세제 등 특혜를 유지해야 한다고 보느냐”고 비판했다. 부동산 평행선 장 대표에 따르면, 장 대표가 가진 주택은 ▲현재 거주 중인 서울 구로구 30평대 아파트 ▲국회 인근 오피스텔 ▲장 대표의 노모가 거주하는 단독주택 ▲국회의원 당선 후 매입한 지역구 충남 보령 소재 아파트 ▲경남 진주 소재 아파트 지분 1/5 ▲장 대표의 아내가 지분 일부를 소유 중이면서 장모가 거주하는 경기도 소재 아파트 등이다. 국민의힘은 “장 대표의 주택 6채의 가격을 합치면 공시지가 기준 약 8억5000만원 수준”이라며 “투기와 거리가 멀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3월 공개된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장 대표가 신고한 토지 가격은 11억9000만원이다. 장 대표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모가 거주하는 단독주택 사진을 공개하면서 “노모께서 ‘이 집을 없애려면 내가 얼른 죽어야지’라고 말씀하셨다”며 “이 대통령 때문에 불효자는 운다”고 반박했다. 이어 지난달 17일엔 “이 대통령의 SNS에 답하느라 명절 내내 핸드폰을 달고 있었더니, 노모께서 ‘핸드폰만도 못헌 늙은이는 어서 죽어야 하는디’라고 한 말씀 하신다”며 “‘날 풀리면 서울에 있는 50억원짜리 아파트 구경가기루 혔응께 그리 알어’라고 말씀하셨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25일 밤 엑스(X)를 통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는 지난 2월 이미 정해졌다”며 “재연장하리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라고 일렀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는 오는 5월9일 종료된다. 이어 “비정상 덕분에 거두는 불공정한 혜택은 힘들더라도 반드시 없애야 한다”며 “버티는 이익이 버티는 비용보다 커선 안 되고, 비정상을 정상화할 수단·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시장에 부동산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 인상 가능성이란 메시지로 전달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오랫동안 평행선을 유지했다. 이 대통령이 간접적으로 시사한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동시 인상은 문재인정부 때부터 계속 시도됐던 민주당의 오랜 부동산 문제 대응 방침이다. 하지만 문정부의 조치는 결국 ▲집값 폭등 ▲전·월세 매물 감소 및 가격 상승 ▲조세 저항 등으로 연결됐다. 경제학·부동산학에선 이를 ‘조세 전가·귀착’이란 원리로 설명한다. “조세 부담 귀착지는 법률적·실질적으로 다를 수 있다”는 취지의 원리다. 법률적으로는 주택 소유주가 부담하지만, 실질적으로 소유주는 전·월세 가격 상승을 통해 조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 양도소득세까지 오르면, 매매 거래도 줄어들 수 있다. 설 전후 부동산·판결 논쟁…감지된 종교색 대표 전부터 종교 발언…이단 논란 성경 소지?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우리나라에선 보유세가 낮으면서 양도세가 높아서 매물 잠김 현상이 심하다”며 “취득·보유·양도 단계에서의 부동산 세제를 전반적으로 어떤 정합성을 가지고 운영할 것인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의 오랜 부동산 정책 대응은 ▲부동산 공시가격 인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유지 ▲월세 공제 확대 ▲건축 규제 완화 등을 통한 부동산 공급 확대 등으로 정리된다. 박근혜정부에선 “빚 내서 집 사라”는 말로 상징되는 대출 규제 완화·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부양책을 활용했지만, 미분양 주택 증가로 연결됐다. 윤석열정부에서도 미분양 주택 증가 현상을 바로잡지 못했다. 장 대표는 설 연휴 직후에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관련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제1심 재판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장 대표는 이날 윤 전 대통령 제1심 선고 직후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우리 당이 배출한 전직 대통령의 유죄 판결에 책임을 통감하면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는 의견을 대신 밝혔다. 소장파들의 ‘절윤’ 요구도 강해졌다. 장 대표는 다음 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 대표는 “아직 제1심 판결이고, 무죄추정의 원칙은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줄곧 계엄이 곧 내란은 아니란 의견을 분명히 밝혀왔다”며 “제1심 판결은 이런 주장을 뒤집을 만큼 충분한 근거·설명을 내놓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과·절윤 주장을 반복하는 건 분열의 씨앗을 뿌리는 일”이라며 “단호히 절연해야 할 대상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윤 전 대통령의 이름을 이용하거나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앞세워 당을 갈라치기 하는 세력”이라는 등 공개적으로 ‘절윤 거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로 활동하는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는 지난달 21일 진행된 서울 광화문 국민대회에 참석했다. 전씨는 이날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성경에 나온 빌라도 재판과 같은 짓을 했다고 본다”며 “빌라도는 죄 없는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혀 죽게 했다”고 주장했다. 전씨는 지난달 3일 장 대표를 향해 “누구의 지지를 받아 대표가 됐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누구와 갈지 분명히 선택하라”고 압박했다. 정가에선 “장 대표의 정치적 입지 선정에 전씨가 많은 역할을 했다”는 의견이 다수 나오고 있다. “절윤 요구는 분열의 씨앗” 장 대표도 대표 당선 이전엔 강한 종교적 발언을 하면서 윤 전 대통령을 두둔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3월 세이브코리아가 주최한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해 “이번 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다”며 “하나님은 대한민국을 새롭게 하실 것이고, 대한민국을 고쳐주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9월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예방하면서 합장 반배가 아닌 목례로 인사해 물의를 일으켰다. 통상 정치인이 불교계 인사를 예방할 땐 개인의 종교 성향과 무관하게 합장 반배로 인사한다.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 이명박 전 대통령도 불교계 인사를 예방할 땐 합장 반배를 했다. 결국 장 대표는 지난해 10월 다시 진우 스님을 예방하면서 여러 번 합장 반배했다. 그는 “특정 종교에 편향됐단 생각은 없지만, 밖으로 비친 모습 때문에 오해가 생긴다면 그 오해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난해 9월엔 당시 구속됐던 손현보 담임목사가 이끄는 세계로교회 예배에 참석해 “손 목사 구속은 모든 종교인의 탄압이므로 떨쳐 일어나야 한다”며 “2025년 대한민국에서 종교 탄압을 막는 게 제 소명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일부 강성 기독교인을 비롯한 강경 보수 세력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로 당선됐다. 현재도 절윤 거부 논란을 일으키는 등 강성 기독교인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정치적 행적을 이어가고 있다. 단식투쟁을 했던 지난 1월엔 말씀보존학회가 펴낸 KJV(킹제임스 성경)를 읽는 모습이 포착돼 눈길을 끌었다. 말씀보존학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등 개신교 교단으로부터 “다른 성경 사본·번역본을 모두 마귀로부터 건너온 불건전한 사상으로 여긴다”는 취지로 이단이란 의심을 받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해 성탄절에도 이 성경을 들고 서울 사랑의 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장 대표 측은 성경 입수 경위에 대해 “확인해 보겠다”는 해명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교적 믿음 정치적 대응 그의 최근 언행에 대해 “기독교적 믿음이 바탕으로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과 SNS로 진행했던 다주택자 규제 관련 논쟁 중 노모를 언급하면서 “이 대통령의 SNS에 답하느라 명절 내내 핸드폰을 달고 있었다”고 주장한 것에 시선이 집중됐다. 이에 대해선 종교적 서사에서 흔히 나타나는 고난의 형식을 빌린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도 있다. 노모를 언급한 것도 자신의 의견에 감성적 설득력을 부여하기 위해 사용한 장치로 해석된다. 노모와 자신의 고행을 강조하면서 지지자들에게 “이 대통령의 박해에도 불구하고, 당 대표로서 쉬지도 못하고 대응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 성경 마태복음엔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 겪는 고난이 서술돼있다. 이에 따르면, 예수는 채찍질과 육체적 고초 때문에 힘겹게 십자가를 지고 있었다. 로마 병정들은 예수의 옷을 벗겨 홍포를 입혔다. 그러면서 가시관을 엮어 머리에 씌운 후 오른손에 지팡이를 들렸다. 이어 무릎을 꿇린 후 “유대인의 왕이여, 평안할지어다”라는 조롱을 하면서 침을 뱉고 지팡이를 빼앗아 머리를 쳤다. “이 대통령의 SNS에 답하느라 명절 내내 핸드폰을 달고 있었다”는 장 대표의 항변은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예수의 고난을 연상시킨다. 또 세례자 요한의 상황에 빗댈 수도 있다. 세례자 요한은 바리새인을 향해 독설했다. 바리새인은 중류층 중심 유대교 경건주의 분파로서 율법주의적 성향이 강해 예수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신약성서에 묘사된 바리새인은 예수와 적대적이면서도 예수를 믿었다. 바리새인은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으려고 했지만, 요한은 이들을 일컬어 “독사의 자식들”이라고 비판하면서 “누가 너희를 가르쳐 임박한 진노를 피하라고 하더냐”고 꾸짖었다. 바리새인과 달리, 요한은 광야에서 메뚜기와 석청을 먹으면서 극도의 절제를 통한 수행을 했다. 요한은 “주의 길을 예비하기 위해 광야에서 외치는 자”를 자처했다. 장 대표의 관점에선 자신과 이 대표의 논쟁을 일컬어 ‘당을 위한 헌신’이라고 규정했을 수도 있다. 장 대표가 노모의 존재를 강조한 이유는 효를 강조하려는 취지로부터 비롯된다. 따라서 장 대표 스스로 생각하는 효행을 ‘다주택 보유 욕심’이란 취지로 비난하는 이 대통령 등은 비정한 바리새인이 된다. 중요한 것은 “노모를 봉양하는 효를 실천하면서 나라 걱정을 위해 명절 연휴도 반납한다”는 서사라고 할 수 있다. 다주택 보유 사실만을 비판하는 현상은 형식주의에 치중된 비판이 된다. 애국과 효를 알아보지 못한 채 형식적으로 비판하는 사람들은 ‘독사의 자식들’이 된다. 전한길도 “윤은 예수, 지귀연은 빌라도” 지나친 피해자 서사의 끝…닉슨은 몰락 장 대표가 제명을 사실상 주도하는 등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비롯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와 갈등하는 상황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에선 한 전 대표에 이어 김종혁 최고위원도 제명 결정이 났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은 당원권 1년 정지 징계 처분을 받았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다가 결별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와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다. 이후 강경 보수 일각에서 ‘배신자’로 취급받고 있다. 특히 종교적 성향이 강한 강경 보수 성향 지지자 일각에선 한 전 대표를 일컬어 “예수를 팔아넘긴 이시가리옷 유다가 아니냐”고 비판한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한 전 대표는 은자 30냥에 윤 전 대통령을 이 대통령과 민주당에 팔았다. 친한계에 집중되는 당내 징계는 중세 이단 심문을 연상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단 색출을 위해선 마을 전체가 서로를 감시·고발하면서 위축시켜야 한다. 당내 강경 보수 일각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제2의 유다 탄생’을 막는 것이다. 배신자 척결 과정을 대내외적으로 드러낼 필요가 있다. 장 대표의 언행 근간엔 종교적 신념 여부를 고찰할 수 있는 행적이 다수 묻어나온다. 이는 장 대표 개인의 정치적 행적과 결합돼 밖으로 드러나고 있다. 장 대표 스스로 말하는 “명절 내내 핸드폰을 달고 있는” 수준의 고된 일은 야심과 신념을 결합해야 소화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유권자는 정교 분리에 엄격하다. 이따금 특정 종교에 기반한 정당이 창당돼 총선에 도전하지만, 이제까지 종교 정당이 원내에 진출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우리나라는 다종교 국가이기 때문에 특정 종교 편향 논란이 발생하면 다른 종교 교인의 반발·거부가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장 대표는 지난해 10월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해 큰 논란을 빚었다. 서정욱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JTBC <논/쟁>에 출연해 “장 대표가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할 당시, 두 사람은 10분 동안 서로 울기만 했다”며 “그 정도로 인간적 관계가 끈끈해서 장 대표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할 일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눈물 어린 면회는 예수가 베드로에게 ‘천국으로 가는 열쇠’를 부여하는 현장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장 대표는 종교적 언행과 감성 자극으로 정치 현황과 자신을 향한 논란에 대응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정치적 대응을 했던 대표적인 정치인은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었다. 닉슨 전 대통령은 비자금 논란이 불거지자 자신의 가난을 강조하면서 “지지자가 선물로 준 강아지 체커스 만큼은 돌려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에도 “언론이 날 파멸시키려고 음모를 꾸미고 있다”면서 “나는 사기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가난한 상황 고난의 형식 닉슨 전 대통령은 사건 은폐를 명령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결국 사임했다. 닉슨 전 대통령은 그 순간까지도 “당신을 미워하는 사람들은 당신이 그들을 미워하지 않는 한 이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치적 논란에 지나친 피해자 서사로 대응한 결과는 닉슨 전 대통령이 잘 보여줬다. 장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정말로 ‘천국으로 가는 열쇠’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