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주역 릴레이 인터뷰> 진보정의당 강동원 의원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1.02 19:3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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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민 민주당행 원했지만 정권교체가 우선"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대선을 불과 두 달여 앞두고 열린 이번 국정감사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고 날선 공방이 펼쳐진 전쟁터였다. 하지만 초선의 강동원 진보정의당 의원(전북 남원·순창)은 연일 민생에 역점을 둔 다양하고 파격적인 질의들을 이어가 국민들의 이목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19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일약 국감스타로 떠오른 강 의원을 <일요시사>가 만나봤다. 다음은 강 의원과의 일문일답.

- 초선의원임에도 이번 국감에서 대활약을 펼친 비결은?

▲ 국정감사는 국회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행사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초선이기에 체계적으로 준비를 하지 못한 부분은 있다. 대신 의원실 전체가 힘을 모아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분야에 대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했다. 직원 모두가 이번 국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새벽 4~5시 경에 출근해 자정 넘어 퇴근 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특히 질의내용에 대해 완벽하게 파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 이번 국감에서 통신비 인하를 강력히 주장해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강 의원이 통신비 인하의 근거로 제시한 원가보상율에 대해 단순히 원가보상율이 높다고 해서 초과이윤을 보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하는데?

▲ 원가보상율은 현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이동통신사들의 여러 가지 연구비, 개발비, 원가 보조금 등을 책정하는데 사용하고 있는 공식적인 기준이다. 그럼에도 원가보상율이 통신사들의 초과이윤을 판단할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원가보상율은 적정 투자보수율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원가보상율이 100%를 넘으면 적정이윤을 초과해서 이윤을 얻고 있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15.4%, KT는 109.52%의 원가보상율을 기록했다. 따라서 각 통신사들은 충분히 요금인하 여력이 있음에도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는 것이다.

- 대기업의 상영관 독과점 심화로 영화의 다양성이 축소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 현재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3개 복합상영관이 전국 스크린의 86.7%를 점유하고 있다. 이처럼 대기업의 영화산업 독과점이 심각해지면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음에도 저예산 독립예술영화들은 상영 기회조차 없는 실정이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한국영화동반성장협의회가 구성됐다. 아직 구체적인 해결안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협의회를 통해 앞으로 논의를 해서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

- 문방위가 여야의 대치로 파행을 거듭했다. 새누리당은 야권이 국감을 정치공세에 이용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하는데.

▲ 내가 속한 위원회는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줄여서 문방위다. MB정권의 언론장악기도, 정수장학회의 MBC지분매각 추진 등은 우리 위원회에서 마땅히 다뤄야할 사항들이었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이 같은 당연한 요구를 묵살하고 말도 못 꺼내게 했다. 이러한 기본적인 요구는 무시하고 새누리당이 고작 한다는 것은 경남 하동군의 지리산댐추진위원장을 불러 엉뚱한 질문을 해대는 것이었다. 보다 못한 내가 여기가 국토해양위원회냐고 따졌을 정도다. 국감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이 과연 누구인가?

- 문방위가 파행을 거듭하면서 국민들에게 알리지 못한 아쉬운 내용은?

▲ 의원실 전체가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수십 꼭지의 국감질의 내용들을 준비했는데 여야의 대치로 모두 사장될 처지에 놓였다.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MB정부가 1조8000억원에 달하는 정부광고를 정권에 우호적인 언론들에게만 집중적으로 배분한 사실이나 무분별한 휴대폰 개설에 따른 연체자들의 증가 등의 문제도 지적하려 했다. 특히 도박사업과 관련 강원랜드 사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해 도박중독으로 재산을 탕진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례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이를 방지할 대책마련을 촉구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문방위가 파행되면서 힘들게 국회까지 찾아온 분들이 그냥 돌아가시게 되어 너무 죄송했다.  ????

민주당 텃밭에서 3선 이강래 꺾은 비결은 '지역사랑'
"통신비 인하여력 충분, 연차휴가 30일로 확대돼야"

- 이번 국감을 계기로 강 의원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 하는 국민들이 많아졌다.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와 동기는 무엇인가?


▲ 28살 때 지역 선배인 이형배 전 국회의원과의 인연으로 우연히 정치에 입문하게 됐다. 처음엔 정치에 대해 잘 몰랐지만 국회 보좌관 등을 역임하며 정치가 무엇인지 잘 이해하게 됐고 그렇게 익히고 배운 능력들을 국가를 위해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후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직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들었고 전북도의원 등을 거쳐 지금에 이르게 됐다.

- 민주당 텃밭인 남원·순창에서 3선 이강래 의원을 꺾었다. 비결은?

▲ 이강래 전 의원은 민주당의 원내대표를 지낸 거물급 정치인이다. 하지만 정작 지역에서는 "이 전 의원이 3선을 지내는 동안 해놓은 일이 무엇인가?" "공천만 받으면 무조건 당선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지역민을 홀대하고 있다"는 비판여론이 일고 있었다. 따라서 나는 '지역을 위해 누가 진짜 열심히 일할 인물인가' '누가 지역주민을 하늘같이 받들 인물인가'를 집중적으로 부각하며 정면승부했다. 당 대 당이 아닌 인물 대 인물의 선거구도를 구축했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 통합진보당을 탈당한 후 새롭게 창당한 진보정의당의 원내대표를 맡았다. 그러나 일각에선 강 의원의 민주당 입당설이 여전히 거론되는데?

▲ 정치인에게 개인적 정치철학과 소신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민심이다. 우리 지역구의 민심은 90퍼센트 이상 내가 민주당에 입당하길 바란다. 그래야 지역이 안정되고 나를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 나의 거취가 중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우선은 무엇보다 정권교체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당을 떠나 야권이 연대해 단일후보를 내고 힘을 모아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 나의 거취는 그 이후에 고려할 일인 것 같다.

- 최근 직장인의 연차휴가를 두 배로 확대 추진하는 법안을 발의해 큰 화제를 모았다.

▲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우리나라를 제외한 OECD 국가 대부분은 연차휴가 30일이 보편적이다. 러시아의 경우는 무려 40일에 달한다. 이렇게 휴가를 늘리면 기업들이 망할 거라고 하는데 이들 나라는 긴 휴가로 인해 오히려 고용이 늘어났다. 또 소비가 촉진돼 경제에도 선순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 향후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할 의정활동은 무엇인가?

▲ 지난 1월 공정위에서 농기계와 농약 등 농업관련 회사들이 무려 16년간이나 가격 담합을 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내년 초 국정조사권을 발휘하고 집중적으로 이 문제를 파헤칠 것이다. 농민들은 대부분 힘없는 노인들이다. 이들을 보호하고 농업이 천대받지 않도록 하겠다.

- 앞으로 어떠한 정치인이 되고 싶은가?

▲ 정치에 입문한 지 어느새 30년이 넘었다. 정치후배들 중에도 벌써 4선 국회의원이 나왔을 정도다. 그들보다 늦게 기회를 얻은 만큼 그동안 정치 밑바닥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마음껏 발휘하겠다. 지역주민들과 지역발전을 위해 사심 없이 헌신하고 봉사하는 정치인이 되겠다.  

 

<강동원 의원 프로필>


국회사무처 국회의원 보좌관
▲ 민주화추진협의회 공동위원장
▲ 평화민주당 재정국 국장

▲ 제4대 전라북도의회 의원
▲ 국민참여당 남북교류협력위원회 위원장
▲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전북지역위원회 시민사회위원회 위원
▲ 통합진보당 전북도당 부위원장
▲ 제19대 국회의원 (전북 남원·순창)
▲ 진보정의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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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고 고인’ 민주당 소장파의 위기

‘고이고 고인’ 민주당 소장파의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내 다양성이 사라졌다. 정치 환경, 뉴미디어, 공천권 등 다양한 요인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거대 양당 체제에서 소장파는 옛말이 된 것일까? 조금이라도 튀는 목소리가 나올 기미가 보이면 곧바로 좌표를 찍고 총공격에 나서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에서 연일 악재가 터지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틈새를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내란 청산과 개혁을 필두로 전진하는 민주당의 앞길을 막을 자가 없다. 이 모든 게 ‘국민의 뜻’이라는 부연 설명과 함께 민주당의 목소리가 한 갈래로 모이고 있다. 튀었더니 바로 응징 ‘더 센 3대 특검법’이 민주당 주도로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본격적으로 국민의힘을 향한 압박이 시작됐다. 국민의힘을 겨냥한 내란 정당 해산 심판 청구에도 다시 군불을 땠다. 여기에 조희대 대법원장이 조기 대선이 치러지기 직전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과 만나 “이재명 사건은 대법원에서 알아서 처리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민주당은 전투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이라는 표적에 힘을 집중시키는 데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문제는 정치권에서 눈을 돌린 다른 사안에 대해서도 통일된 의견을 주장하면서 당의 다양성이 사라졌다는 우려가 나온다는 점이다. 특히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듯한 행보가 계속되면서 조금이라도 튀는 목소리에는 너도나도 곧바로 날을 세우기 일쑤다. 그 중심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민주당 초선 곽상언 의원이 있다. 앞서 곽 의원은 “찬성 혹은 반대할 충분한 근거가 없었다”며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회유 의혹을 받는 박상용 검사의 탄핵소추안에 기권표를 던지고 원내부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민주 진영 커뮤니티에는 “장인이 왜 부엉이바위에 올라갔는지 곱씹으라” 등 곽 의원을 저격하는 글이 도배됐다. 그런 곽 의원이 이번에는 구독자 200만명이 넘는 유튜브 채널이자 민주 진영의 ‘금단의 영역’과도 같은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뉴스 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자신의 SNS에 ‘김어준 생각이 민주당 교리…정당 기능마저 넘긴 집권여당’이라는 제목의 언론 보도를 공유하며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특정인의 생각을 따르는 것이 민주적 결정이라고 한다”며 “오랫동안 제가 가진 정치적 문제의식과 궤를 같이한다”고 꼬집었다. 김어준 저격 곽, 사법개혁 꼬집은 박 초선의 용기 VS 분탕질…갈라진 여론 이에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여당 의원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서 “말을 바로 하라. 누가 머리를 조아리나”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자 곽 의원은 또다시 SNS를 통해 “국가 정책 결정에까지 개입하고 좌지우지한다”며 “원래의 순기능은 이미 소멸할 정도로 정치 유튜브의 역기능은 원래의 순기능을 압도한다”고 주장했다. 당론에 맞서 홀로 반대 의견을 낸 초선 의원은 또 있다. 박희승 의원은 당의 내란특별재판부(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추진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며 공개 반대했다. 박 의원은 법관 출신으로 이재명 대통령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며 민주당이 당론으로 주장하는 사법개혁에 신중론을 펼치는 인물이다. 그는 ‘3대 특검 대응 특위’ 회의에서 “국회가 직접 나서서 법원을 공격하고 법안을 고치는 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삼권분립을 무시하고 계엄을 발동해 총칼을 들고 들어온 것과 똑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헌법 제101조에 따르면 사법권은 법원에 있고, 특별재판부를 개헌 없이 국회 논의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며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재판이 진행되면 법안에 대해 (재판부가) 위헌 법률 심판 제청에 들어갈 텐데, 이는 헌법 정리가 되지 않고서는 끊을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더 신중해야 할 건 우리가 내란 재판을 해서 처벌을 정확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당한 절차를 거쳐서 해야지, 안 그러면 나중에 두고두고 시비가 될 수 있다”며 “재판 구성 자체가 위헌이 나면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이냐? (당이) 자꾸 법원을 난상 공격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해당 발언을 놓고 거센 비판이 오가자 결국 박 의원은 “윤석열의 계엄에 비유한 것은 적절치 않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의 뜻을 밝히자 당내 비판은 사그라들었지만 지역구가 호남인 만큼 민주당 당원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소신 발언과 분탕질은 구분해야 한다”는 비판도 빗발쳤다. 당내 주류 세력이 아닌 초·재선 의원이 주류에 맞서는 이른바 ‘소장파’는 한국 정치 역사의 흐름과 늘 함께해 왔다. 1980년대에는 ‘꼬마 민주당’에서 활동한 김영삼(YS)·김대중(DJ)계 초선들이 개혁과 쇄신을 외쳤다. 2000년대 보수정당에서는 ‘남정원(남경필 전 경기도지사·정병국 전 대표·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새천년민주당에서는 ‘천·신·정(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신기남 전 의원·민주당 정동영 의원)’이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열기 위해 힘을 모았다. 소신과 분탕질 2010년 이후에도 초선 또는 젊은 의원을 중심으로 한 소장파 세력이 생겼지만 친이(친 이명박)·친박(친 박근혜) 간의 계파 갈등, 정치 진영의 변화 등으로 금세 잊혀지거나 도태되는 결말을 맞이했다. 한때 ‘청년 정치’ 붐에 힘입어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현 개혁신당 대표), 민주당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 등 30대 정치인이 중요 직을 맡았으나 당내 기득권 세력에 막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이 대통령이 민주당 당 대표이던 2020년대에는 ‘팬덤 정치’와 ‘제왕적 구조’를 비판하던 비명(비 이재명)계가 있었다. 현직이던 김종민·조응천·윤영찬·이원욱 등이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며 ‘원칙과 상식’이라는 정치 모임을 만들었고 윤 전 의원을 제외한 3인은 미래대연합을 창당했으나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서 소장파로 분류된 민주당 이탄희 전 의원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위성정당 방지법 도입’을 꾸준히 주장했지만 현실 정치에 회의감을 느낀 후 지난 22대 총선을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전 의원은 “선거법만 지켜달라. 퇴행만은 안 된다. 한번 퇴행하면 양당이 선거법을 재개정할 리가 없고, 한 정당이 개정하려고 해도 상대 정당이 반대할 것”이라고 밝힌 뒤 정치권을 떠났다. 마찬가지로 21대 의원이자 미래학자 출신인 홍성국 전 의원 역시 “우리에게 주어진 대전환의 골든타임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지난 4년간 우리 사회는 한 발짝도 미래로 나아가지 못했다”며 ‘후진적인 정치 구조’를 비판했다. 홍 전 의원은 “이 같은 현실을 바꿔보려고 노력했으나 무위에 그쳤다”며 출마 기회를 내려놨다. 12·3 내란 사태 이후 조기 대선으로 정권을 탈환한 민주당은 윤석열 부부를 비롯한 ‘내란 세력 청산’에 화력을 집중시켰고 강성인 정청래 지도부가 출범하면서 소장파가 탄생하기는커녕, 소신 발언조차 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됐다. 지금 민주당은 이견을 제시하는 개혁가보다는 내란 정당과 맞서기 위한 공격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튜브 팬덤 공천과 정치 이 같은 분위기를 주도한 데에는 정치와 뉴미디어의 결합이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커져 버린 미디어의 영향력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민주당은 당원 중심 정당이다. 팬덤 정치, 당원 중심 같은 민주당 특성을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흑백논리에 빠지기 쉽다. 조금만 반대되는 의견을 내비쳐도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싹을 잘라버릴 듯 공격해대니 누구 하나 쉽게 입을 열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정 지지층은 단순히 팬덤을 넘어 의제 설정이 가능한 집단이 됐고, 이로 인해 지도부를 향해 쉽게 쓴소리를 낼 수 없는 구조가 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민주당은 이재명-정청래 지도부를 거치면서 당원 중심 정당으로 거듭났다. 당원의 권력은 자연스럽게 강화됐다.이들은 의원을 감시하는 역할을 자처하며 온라인 공간에 모였고 이곳에서 촉발된 이슈는 레거시 미디어보다 빠르게 여론을 형성하는 데 이르렀다.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가 4년 뒤의 정치 생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심리가 여의도 바닥에 깔린 것이다. 소장파로 불리는 세력이 쪼그라든 배경에는 ‘기승전 공천’이 되어버린 정치 생태계가 원인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정치권 관계자는 “배지를 단 사람들은 재선이 목표다. 여야를 떠나서 현실적으로 봤을 때 지금은 공천이 정치권을 완전히 장악해 다른 목소리를 내면 죽는 지경이 됐다”며 “외국을 보면 정치인이 정치판을 떠나더라도 다른 직업을 구하거나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경우가 있다. 한국은 배지가 떨어지면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다들 목숨을 걸고 공천을 사수하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초선들은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이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의원들이 어떻게 잘려 나가는지 두 눈으로 지켜봤다. 민주당 지지층이 밀집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비롯한 이 대통령 팬카페에서는 ‘수박 명단’ ‘공천 살생부’가 돌았고 비명계 의원들은 시스템 공천으로 인한 ‘공천 학살’을 주장했지만 이 대표는 “친명, 반명을 나누는 것은 갈라치기”라고 일축했다. 소장파와 ‘자기 정치를 하기 위한 세력’이 불분명하게 뒤섞이면서 ‘수박(겉은 파란 민주당, 속은 빨간 국민의힘)’으로 뭉뚱그려 도마 위로 던져졌다. 소신 선배들 결말 “춥거나 외롭거나” 지선 앞두고 더욱 단단해질 단일대오 결국 총선을 앞두고 이낙연계 등 비명계 인사를 중심으로 탈당 러시가 이어졌다. 이들은 민주당을 떠나 새로운 둥지를 꾸렸지만 대부분 원내 진입에 실패해 배지를 내려놓고 야인이 됐다. 수박, 혹은 배신자 프레임은 한번 씌워지면 벗겨내기 힘들다. “특히 이재명정부에서는 한번 수박으로 낙인이 찍히면 어떤 직책을 맡기도 전부터 ‘나 수박 아니오’라고 해명하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나온다. 친명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조차도 수박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정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하자, 강성 지지층이 크게 반발한 것이다. 조금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출 투표에서 추미애 의원이 아닌 우원식 의원이 당선되자 그를 ‘왕수박’이라고 부르던 때도 있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치 세력이든 언론이든 시민 사회든, 강한 목소리로 특정인을 지지하는 집단이 오래 권력을 잡으면 100% 고이고 썩을 수밖에 없다. 정치의 모순점이 생겨날 여지는 지금도 충분하다. 이를 지적하기 위한 비판의 목소리가 작게나마 들리고 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만큼 당내는 물론 당 밖에서도 쓴소리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치권에 오래 몸담은 한 관계자는 “당이 국민 여론과 동떨어진 방향으로 간다면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어야 하는데 다 똑같은 이야기만 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나오는 문제 제기를 이해하고 수용해야 (민주당이) 다음에도 집권할 수 있다. 기득권과 기득권의 싸움을 국민이, 특히 중도층이 어떻게 바라보겠느냐”며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백왕순 모자이크민주주의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민주주의가 확장되기는커녕 후퇴와 축소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비대한 권력 쪼개기가 답 백 대표는 “대의민주주의와 직접 민주주의가 혼재되고 당원이 중심이 되면서 정치판에 변화가 생겼다. 다양성이 사라지면 독재로 갈 수밖에 없고, 과도기인 만큼 힘의 논리에 의해 의제가 쏠린다”며 “현 상황만 놓고 본다면 소장파가 나올 수 없는 구조다. 민주주의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개헌과 선거법, 정당법 개정을 통해 분권형 대통령제를 실현해 다당제 구조를 만들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본다. 소장파는 끝났다. ‘소장파다, 아니다’의 문제를 넘어 진영별로 나눠지고 있기 때문에 다당제를 도입해 소장파 역할을 대체할 새로운 정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를 바 없는 국민의힘 ‘한때’ 소장파의 말로 소장파가 사라지는 현상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탄핵 정국 당시 국민의힘 김재섭·김상욱·김소희·김예지·우재준 의원 등이 보수 소장파로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직후 국회 소통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과 여당이 어떤 명분을 가지고 온다 하더라도 비상계엄을 합리화하지 못한다”며 탄핵을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기 대선이 끝나자 이들의 목소리는 시들해졌다. 새롭게 뭉치지 못한 채 뿔뿔이 흩어졌고 김상욱 의원은 탈당 후 민주당으로 이적했다. 최근에는 국민의힘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재섭 의원 등이 새로운 소장파로 떠올랐지만 역시나 기득권에 묻혔다. 이들은 지도부를 향해 “전한길씨를 제명하라” 등의 요구를 했지만 친윤(친 윤석열) 세력에 가로막혀 당으로부터 힘을 받지 못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