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주역 릴레이 인터뷰> 김윤덕 민주통합당 의원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0.26 09: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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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국민감정 저버리고 '대충 국감' 진행하려"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국정감사 체면이 말이 아니다. 논란의 중심이 된 증인들이 국회 알기를 우습게 아는 모양이다. 증인들은 불러도 안 오고 너도나도 앞 다퉈 해외행이다. 여기에 새누리당이 가세해 증인채택을 둘러싸고 여야가 극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김윤덕 민주통합당 의원은 차분하고 강한 어조로 국정감사의 위상과 역할을 강조했다. 하지만 김 의원의 흔들림 없는 어조 뒤에는 깊은 허탈감이 내재돼 있는 듯 보였다.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 및 방송사 사장들의 증인 채택을 둘러싼 여야 간 대립으로 국회 문방위 국정감사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이는 대선 쟁점과도 직결돼 이들 간의 맞대결은 사생결단을 불사할 태세다.
올해 헌정사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김윤덕 민주통합당 의원은 문방위의 국감 파행으로 시름이 깊다. 그의 정치인생 첫 국감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일요시사>가 김 의원을 만나 그의 답답한 속내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 지난 16일 문방위 국감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는데 진전은 있나.

▲ 민주통합당에서는 국회 본연의 임무인 국정감사를 어떻게든 진행하려고 노력 중이다. 16일에 국정감사에 참석했지만, 새누리당이 적반하장으로 국감 파행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가 하면, 의사진행 발언은 안 된다는 식의 오만불손한 처사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 이번 문방위 파행의 원인은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 김재철 MBC 사장, 이길영 KBS 이사장 등 국정감사에 필수적인 주요 증인채택을 새누리당이 거부하고 그들의 비리와 부정을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불출석한 증인에 대한 재출석 문제에 대해서도 집권여당이 원칙적으로 협상을 거부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국정감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증인채택에 대해 원만히 합의하고 제대로 된 국정감사만 보장된다면 아무 문제 될 게 없다.

- 새누리당의 증인채택 거부가 계속되고 있는데 파행을 감수하고라도 지속적으로 증인 출석을 요구할 계획인가.

▲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듣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은 당연히 요구해야 하고, 새누리당도 이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지금의 상황은 새누리당이 국민은 안중에 없고 박근혜 후보만을 보호하려는 치졸한 꼼수이며,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 본연의 책무를 거부하고 국회의원의 신분과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는 반국민적 처사로밖에 볼 수 없다.

- 문방위는 지난 15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국감을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국감을 ‘보이콧’ 함에 따라 곧바로 산회했다. 이유는.

▲ 정확히 말하자면, 보이콧이 아니다. 민주당은 제대로 된 국정감사를 위해 필요한 증인채택을 요구했고, 그 기본적인 요구조차 받아들여지지 않아 일시적인 국감중단을 선언했을 뿐이다.

지난 15일 국정감사 중단은 한선교 새누리당 문방위원장의 일방적인 산회 선언에서 비롯됐으며, 박 후보 보호를 위한 방탄 국감으로 몰아가려는 새누리당의 독선과 독주의 결과다.


- 이러한 국감중단 선언이 민주당의 당론인가 아니면 문방위 위원들의 입장인가.

▲ 제대로 된 국정감사를 진행하기 위한 민주당 문방위 위원들의 하나 된 의견이며, 이게 곧 민주당의 당론이다. 그리고 현재는 민주당이 국정감사를 진행하려 하고 있으며, 오히려 새누리당이 국정감사를 파행으로 몰아가고 있다.

- 새누리당의 증인 채택 거부가 박 후보 편들기라고 비판했는데.

▲ 그렇다. 이번 사태의 핵심인 정수장학회는 바로 '박근혜 장학회'라는 것이다. 박정희의 '정', 육영수의 '수' 자를 따서 만든 이름이 바로 정수장학회이고,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지냈으며, 현 최필립 이사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의전비서관 출신이다.

"여, 국감 파행에 대한 사과요구 적반하장"
"박근혜 방패막이 그만" 국회 정상화 촉구

그런데도 박 후보 자신은 정수장학회와 무관하다고 주장한다는 게 말이나 되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필립은 물론 온갖 비리와 추문의 당사자들인 김재철, 이길영씨 등을 국감증인으로 채택하지 않으려는 새누리당의 파렴치한 처사가 진행되는 것이다.

- 문방위원들이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를 사회에 환원할 것을 선언하라"고 요구했는데, 실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책은 있는가.

▲ 박 후보의 아버지가 불법적으로 강탈한 정수장학회는 국민이 원하는 공익을 위해 제대로 환원되어야 할 것이다. 공공의 자산이나 다름없는 공영방송 지분에 대해 자격도 없는 몇몇 사람이 결정하려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국민적 합의와 상식선에서 진행되어야 하며, 정치적으로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 50여일 후면 대통령선거다. 정수장학회의 사회 환원 문제는 대선 이후에 차기 정권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추진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 이에 대해 새누리당 문방위원들은 "야당은 국감 초반부터 선거국감, 대선국감으로 일관해왔다"고 비난했는데.

▲ 적반하장이라는 말은 이럴 때 적용되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국민적 상식과 감정을 저버린 채 박 후보 감싸기에만 급급하여 ‘대충대충’ 국감을 진행하려 했고,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 매각 추진음모가 만천하에 드러난 상황에서도 별일 아닌 것처럼 둘러대며 정치적 공세로 희석하려 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꼼수국감이 아니고 무엇인가? 오히려 정수장학회 자산을 매각하여 대선 홍보용으로 활용하려는 정치적 음모를 방관하는 게 선거국감이고 대선국감이 아닌가?


- 문방위 파행이 계속될 경우 단독 국감진행도 가능한가?

▲ 개인적으로 결정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소수당인 야당의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쉬운 일만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국회법상 상임위원장이 책무를 포기할 경우, 야당 간사가 위원장직을 수행할 수는 있지만, 단독 진행 여부는 야당 문방위원들과 함께 심사숙고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 문방위 4일째 파행, 이에 대한 보완책과 향후 일정은?

▲ 무엇보다도 문방위원장과 조해진 간사 등 여당 의원들이 더 이상 박 후보 방패막이 역할에만 골몰하지 말고,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국정감사를 정상화시키길 촉구한다.

이번 국감에서 꼭 필요한 증인들을 출석시켜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는 것만이 국정감사를 정상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일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제대로 된 국정감사를 진행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며, 당초 일정대로 국정감사에 임할 것이다.


<김윤덕 의원 프로필>

▲ 전북대학교 회계학과 졸업
▲ 제8대 전라북도의회 의원
▲ 전라북도 경제통상진흥원 원장
▲ 시민행동21 공동대표
▲ 민주통합당 선거대책위원장
▲ 민주통합당 중앙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기획위원
▲ 제19대 국회의원(전주 완산 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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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