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코스피 6000, 누가 길 열었나

케인즈 이후, 금융을 국가 전략으로 올린 선택

코스피가 24일 ‘널뛰기 장세’를 보인 끝에 사상 최고가를 또 경신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23.55포인트(2.11%) 오른 5,969.64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로써 코스피 6000까지는 불과 30.36포인트만 남겼다. 이날 키움증권도 올해 코스피 예상 상단을 기존 6000포인트에서 7300포인트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코스피 6000 돌파는 여부가 아닌 시간의 문제다. 코스피는 지난해 6월과 11월 3000, 4000선을 넘은 뒤에는 약 두 달간 숨을 고르는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1월 말 5000 돌파 이후에는 불과 2주간의 조정만 거친 채 다시 급등하며 2월 후반 5900선을 넘어섰다.

한 달 만에 코스피 5000은 과거가 됐다 지금은 코스피 6000이다. 우리는 곧 코스피 7000도 얘기할 것이다.

올해는 20세기 최고의 경제학자 케인즈가 ‘고용 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을 내놓은 지 90년이 되는 해다. 그는 시장을 방치된 공간이 아니라 정책과 기대가 조직되는 구조로 봤다. 누가 규칙을 설계하느냐에 따라 자본의 흐름이 달라지고, 그 선택이 결국 한 나라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뜻이었다.

그의 문제 제기는 한 나라의 경제가 어디에서 경쟁력을 얻는지를 다시 묻게 만들었다. 시장은 자연 상태로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라, 제도와 정책이 설계한 무대라는 인식이었다. 누가 규칙을 만들고 어떤 방향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자본의 흐름도 달라진다. 결국 금융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국가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뜻이었다.

코스피 6000이라는 숫자는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결과가 아니다. 시장의 높이는 시간의 깊이와 함께 만들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의 자본시장 체력이 어디서 시작됐는가’를 묻게 된다. 누가 금융을 변방에서 끌어올려 국가 전략의 중심에 올려놨는가. 오늘의 고지는 언제 출발한 길 위에 놓여 있는가.

한국 경제는 오랫동안 제조업의 성공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금융은 생산을 돕는 지원 체계로 이해됐고, 주도 산업은 언제나 공장과 수출 현장이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본격화된 세계화의 파도는 다른 질문을 던졌다.

자본이 모이고 흘러가는 구조를 갖추지 못하면 산업의 가치도 충분히 평가받기 어렵다는 현실이었다. 금융을 키워야 나라의 몸집이 커진다는 인식이 싹트기 시작했다.

이 인식을 국가 의제로 가장 강하게 끌어올린 인물이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그는 금융을 단순한 관리 대상이 아니라 성장 동력으로 규정했다. 서울을 국제 금융의 무대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고, 자본시장 육성을 전면 전략으로 배치했다.

규제 체계를 손보고 투자 활동의 반경을 넓히는 작업이 동시에 추진됐다. 한국 시장을 세계 자금의 지도 위에 올려놓겠다는 선언이었다.

그 시기 추진된 굵직한 정책들은 지금 돌아보면 방향을 보여주는 이정표였다. 자본시장통합법을 통해 증권·선물·자산운용의 경계를 낮추며 금융투자 산업의 판을 키웠고, 한국거래소의 기능을 강화해 시장 인프라를 현대화했다.

해외 자본의 접근성을 높이고 국내 금융사의 대형화를 유도하는 실험도 이어졌다. 서울을 동북아 금융 허브로 만들기 위한 제도적 재편이었다.

공교롭게도 그 무렵 세계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았다. 위기의 시대에는 언제나 문을 닫으라는 압력이 커진다. 그럼에도 기본 방향은 접히지 않았다. 후퇴 대신 관리, 폐쇄 대신 개방이라는 선택이 유지됐다. 출발을 멈추지 않았다는 사실이 훗날의 시간을 만들었다.

물론 오늘의 코스피를 한 시기의 공로로만 단정한다는 뜻은 아니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밀어붙였던 정부, 자본시장 개방의 속도를 조정했던 정부, 연기금 운용을 확대하고 혁신 산업을 키운 이후의 정책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글로벌 유동성 확대와 반도체·배터리·AI로 이어진 산업 경쟁력도 동시에 작동했다.

시장은 한번의 결단이 아니라 여러 선택의 연속 위에서 자란다. 다만 그 연속이 가능하려면, 처음 좌표를 찍는 용기가 필요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정책의 성과는 대개 시간이 지난 뒤에 드러난다. 인프라는 바로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시장 참여가 반복되면서 힘을 발휘한다. 투자자들은 경험을 쌓고, 제도는 국제 기준에 맞춰 조정된다. 신뢰가 형성되면 자본은 다시 돌아온다. 이런 순환이 누적되며 체력이 만들어진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힘이 결국 시장의 깊이를 결정한다.

생각해 보면 금융을 성장 산업으로 격상시키겠다는 선언은 케인즈가 말한 국가의 역할과도 닿아 있다. 시장이 스스로 크기를 기다리는 대신, 국가가 무대를 만들고 규칙을 준비하는 선택이다. 투자자가 안심하고 들어올 수 있는 통로를 먼저 정비하는 일이다.

기대를 관리하는 정치, 신뢰를 설계하는 정책의 영역이다. 보이지 않는 준비가 참여의 문턱을 낮춘다.

이후의 정부들도 각자의 철학을 내세웠지만, 이미 시작된 흐름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감독을 강화하든 분배를 말하든, 세계와 연결된 시장 구조 자체는 유지됐다. 금융을 산업으로 보는 관점이 상식이 됐기 때문이다. 출발점이 만든 관성이다.

한번 형성된 방향은 정책의 언어가 달라져도 쉽게 꺾이지 않는다. 구조는 생각보다 오래 지속된다.

코스피가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기업의 실적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가치를 담아낼 제도, 외국 자본이 이해할 수 있는 기준, 반복 가능한 거래의 역사까지 필요하다. 시장은 ‘믿을 수 있는’ 다리를 원한다. 출발의 선택은 그 다리를 놓는 일이었다.

보이지 않는 구조가 가격을 지탱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평가는 언제나 토대 위에서만 자란다.

코스피 6000을 이야기하면서 출발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금융 세계화를 구조로 밀어붙였던 판단이 있었기에 이후의 보완도 가능했다. 길이 열려 있었기에 선택이 이어졌다. 토대가 있었기에 확장이 가능했다. 처음의 결단이 없었다면 오늘 우리가 하는 논쟁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출발은 늘 가장 큰 자산으로 남는다.

시장은 한 사람의 힘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산업의 혁신, 투자자의 참여, 정부의 관리가 함께 더해져야 가능하다. 그러나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처음 정하는 일은 언제나 가장 어렵다. 방향이 없으면 축적도 없다. 좌표가 없다면 속도 역시 의미를 갖지 못하며, 결국 길을 정하는 용기가 시간을 만든다.

지금 우리가 보는 숫자는 그 긴 연속의 결과다. 그리고 그 연속의 첫 장에는 금융을 성장 산업으로 올려놓겠다는 강한 결단이 있다. 국가 전략의 좌표를 바꾼 판단이 이후의 시간을 조직했다. 시장은 그 순간을 잊지 않는다. 역사는 조용하지만 정확하게 그 선택을 오래 기록해 둔다. 기록은 늘 말보다 오래 남는다.

앞으로 해야 할 일 역시 분명하다. 이미 시작된 길을 더 넓히고, 신뢰의 밀도를 한층 더 높여야 한다. 세계 자본이 머무를 수 있는 규칙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출발이 남긴 유산을 발전시키는 것이 다음 단계다. 확장은 결국 용기 위에서만 가능하다. 멈춤이 아니라 진화가 필요한 시간이다.

코스피 6000은 그래서 현재이면서 동시에 역사다. 숫자 속에는 여러 세대의 선택이 압축돼있다. 그중에서도 문을 처음 크게 연 순간은 오래 기억된다. 길은 그때부터 이어졌기 때문이다. 오늘의 고지는 바로 그 출발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시장은 길을 처음 연 선택이 누구의 것이었는지를 결국 기억해 낸다.

시간은 결국 방향을 정한 선택을 증명한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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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