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경찰 검찰개혁 우려, 왜?

수사 우선권 두고 잇단 충돌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에 대한 타 수사기관의 우려가 거세지고 있다. 중수청의 ‘수사 우선권’을 두고 선거범죄 중립성과 공정성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이는 경찰에 국한되지 않았다.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행정안전부에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중수청 출범 전부터 법안에 대한 수정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은 오는 10월2일 출범한다. 보완수사권 문제가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와 경찰의 우려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직접 행정안전부에 중수청의 ‘수사 우선권’에 대한 문제 제기에 나섰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관련 법안 수정이 반영되면 검찰개혁 속도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례적
견해 전달

공수처와 경찰은 지난달 12∼26일 중수청법 제정안 입법 예고 기간 동안 소관 부처인 행안부에 각 4쪽, 7쪽 분량의 의견서를 냈다.

경찰청은 형사소송법을 근거로 “중수청에 우선적 수사권을 부여하기보다 사건 경합 시 영장을 먼저 신청한 기관에 우선권을 인정하는 것이 국민 권익 보호 측면에서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형사소송법 197조의4엔 ‘검사가 영장을 청구하기 전 동일한 범죄 사실에 관해 사법경찰관이 영장을 신청한 경우엔 해당 영장에 기재된 범죄 사실을 계속 수사할 수 있다’고 돼있다.

경찰청은 중수청의 수사 범위인 ‘9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 참사·마약·국가 보호·사이버 범죄)’를 두고는 “검찰의 수사 개시 범위인 2대 범죄(부패·경제범죄)를 중심으로, 전문적이고 집중적인 수사가 필요한 범죄 유형을 일부 추가하는 게 중수청의 설립 취지에 부합할 것”이라며 ‘선거·마약·사이버 범죄’를 짚었다.

선거·마약범죄는 “전국적으로 발생하며 즉각적 대응이 필요한 특성상 현장 수사가 핵심인데, 일부 지방 거점에만 설치될 중수청이 수사하기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사이버 범죄에 대해선 “개념이 모호해 일반 국민이 중수청 직무 범위를 알기 어렵고, 향후 시행령 개정으로 범위가 무한히 확장될 우려도 있다”고 짚었다.

경찰청은 특히 “선거 관리의 주무 장관인 행안부 장관이 선거범죄 수사까지 지휘한다면 선거의 중립성·공정성 시비를 야기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청은 중수청 법안 59조 ‘검사와의 관계’ 중 수사 개시 시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을 통한 검사 통보 의무, 검사의 입건 요청권에 대해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수청이 공소청의 영향 아래 있게 된다면 중수청의 독립성과 수사 밀행성 약화가 우려되고, 수사 기밀이 외부에 유출될 우려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경찰부터 문제 제기 “영장으로 판단해야”
9대 범죄 아닌 부패·경제에 집중 의견도

경찰청과 공수처는 공통적으로 ‘다른 수사기관과의 관계’를 규정한 중수청 법안 58조 2항과 3항을 문제 삼았다. 2항은 ‘다른 수사기관은 중대범죄를 인지한 즉시 중수청장에게 통보해야 한다’는 인지 통보 의무, 3항은 ‘중수청장이 다른 수사기관의 수사에 대해 중수청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이첩을 요청하면 해당 기관은 응해야 한다’는 수사 우선권에 대한 내용이다.

경찰청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수사기관 간 통보·이첩 등 이른바 ‘핑퐁’으로 시일이 추가로 소요되면 범죄 피해가 확산될 수도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행안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의견서에서 “중수청은 다른 기관이 수사하던 사건을 가져간 뒤(이첩 요청), 다시 원래의 기관에 재이첩(임의적 이첩)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사건이 핑퐁 될 경우 사건 관계인의 혼란과 권익침해가 예상되는데, 중수청은 공수처보다 직무 범위가 매우 광범위해 핑퐁 되는 사건도 대폭 증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중수청이 직접 수사 여부를 검토하는 동안엔 수사가 사실상 어려워 사건 처리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공수처가 우려하는 방향도 경찰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공수처는 “공수처 수사 대상 범죄에 관해 중수청에 우선적 지위를 갖는다”며 중수청 법안 58조 2·3항에 ‘(공수처는 제외한다)’를 추가할 것을 주장했다. 공수처와 중수청 간 수사 범위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공수처와 다른 수사기관의 관계를 못 박은 공수처법 24조 1·2항과 유사해 보이는 대목이다.

공수처는 “접수되는 사건 대부분이 공직자 범죄인 공수처는 민원성 고발을 포함한 모든 사건을 중수청에 인지 통보해야 하는 결과가 된다”며 “이는 인지 통보 제도 취지에도 반한다”고 우려했다.

수사 기밀
유출 우려

단, 공수처는 중수청 법안 58조 3항 중 ‘공수처법이 적용되는 범죄 수사에 대해 공수처에 이첩을 요청한 경우엔 공수처장이 이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삭제’하자면서 “공수처와 중수청 간 사건 이첩 처리는 중수청장의 일반적인 수사 협조 요청과 공수처장의 사건 이첩 규정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했다.

공수처법 24조 3항엔 ‘공수처장은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될 때 해당 기관에 사건을 이첩할 수 있다’고 돼있다.

공수처는 중수청법 제정과 맞물려 관련 법령들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수처는 “검사의 수사 권한을 전제로 한 현행 ‘형사소송법’ 관련 규정의 검토 및 정비도 추진될 필요가 있다”며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게 해 수사권 남용을 방지하고, 각 기관 수사 범위에 관한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 불필요한 경쟁이나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 대상 범위에 관한 규정 등 통일적·체계적 정비가 동시에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3급 이상 중수청 공무원의 범죄는 공수처법상 공수처 수사 범위에, 4급 이하 중수청 공무원의 범죄는 경찰법상 국가수사본부 수사 범위로 명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는 입법 예고를 통해 수렴한 의견 검토 등을 거쳐 조만간 최종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국회 제출 시기는 미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타 수사기관의 의견 표명은 단순한 권한 조정이 아니라 형사사법 구조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성격이 짙다.

본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중심으로 시작된 검찰개혁 논의는 세 갈래가 핵심이었다.

구조 자체
재설계해야

첫째,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추가로 축소할 것인가. 둘째,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하는 구조로 갈 것인가. 셋째, 권한 이관 이후 통제와 책임 구조를 어떻게 재정비할 것인가다. 표면적으로는 ‘권한 분산’이라는 명분이 앞선다. 그러나 실제로는 권력기관 간 권한 배분을 다시 짜는 작업이다.

수사권은 단순 행정 권한이 아니다. 범죄 혐의를 인지하고 압수수색과 체포 등 강제수사를 개시하며,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은 국가 권력이 가장 직접적으로 행사되는 영역이다. 그 권한의 배분은 민주주의 권력구조의 문제와 직결된다. 검찰의 권한을 줄인다는 것은 곧 다른 기관의 권한을 늘린다는 의미다.

이미 한 차례 대대적 수사권 조정이 있었다. 경찰은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을 확보했고, 검찰은 직접수사 범위가 대폭 축소됐다. 공수처도 출범해 고위공직자 범죄를 담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다시 개편을 논의하는 배경에는 ‘구조적 미완성’이라는 인식이 자리한다.

여권에서는 검찰이 여전히 기소권과 보완수사 요구권을 통해 실질적 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본다. 반면 검찰은 “이미 상당한 권한을 이양했고, 국가 범죄 대응 체계의 균형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맞선다.

공수처는 애초 검찰개혁의 상징적 산물이었다. 고위공직자 범죄를 독립적으로 수사하고 일부 사건에 대해 기소권까지 행사하는 구조는 검찰 권한 분산의 핵심 장치였다. 하지만 기대한 만큼 실망은 컸다. 정치적 논란과 실적 평가라는 이중의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개편이 현실화될 경우 공수처는 더 많은 사건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권력형 비리 수사에서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줄어들면 공수처의 역할은 자연스럽게 확대된다. 이는 조직 위상 강화로 해석될 수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부담이 적지 않다.

공수처도 범위 두고 ‘교통정리’ 필요 의견
보완수사권 문제 해결 안 됐는데 갈팡질팡

첫째는 인력과 전문성 문제다. 대형 경제범죄나 금융범죄, 복합적 권력형 사건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한다. 현재 조직 규모와 경험으로 이를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수사관 증원과 예산 확보가 병행되지 않으면 권한 확대는 과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는 정치적 독립성 문제다. 고위공직자를 수사하는 기관은 항상 정치적 해석의 중심에 선다. 권한이 커질수록 외부 압력도 커진다. 공수처가 정치적 중립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제도 신뢰는 급격히 흔들릴 수 있다.

셋째는 기소권 구조다. 공수처는 일부 범죄에 대해서만 기소권을 갖는다. 수사·기소 완전 분리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이 구조를 어떻게 재설계할지 명확하지 않다. 자칫 사건 처리 과정에서 권한 충돌과 지연이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

공수처 내부에서는 “권한 확대 이전에 제도적 보완이 선행돼야 한다”는 신중론이 적지 않다. 단기간 내 급격한 기능 확대는 오히려 조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부담을 느끼는 건 공수처만이 아니다. 경찰이 맡아야 할 경제·금융범죄, 대형 부패 사건 등 고난도 영역이 추가될 수 있다.

경찰 내부에서는 “책임은 늘어나는데 통제 구조는 그대로”라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권과 기소 통제권이 유지되는 한, 책임과 권한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완전 분리가 아니라면 이중 통제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디지털 포렌식, 국제 공조 수사, 회계 분석 등 전문 분야 역량 강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제도는 선언에 그칠 수 있다. 국가수사본부 체제가 안착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대형 사건 대응 능력은 여전히 시험대에 올라 있다.

검찰개혁 논의가 감정적·정치적 프레임을 넘어설 수 있으려면 결국 법리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수사·기소 분리라는 구상은 직관적으로는 단순해 보인다. 수사는 경찰이나 독립 수사기관이 맡고, 검찰은 기소와 공소 유지에 집중한다는 구조다.

커지는
부담감

공수처와 경찰은 공식적으로는 ‘입법 사항’이라는 입장을 유지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계산이 복잡하다. 권한 확대는 위상 상승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실패의 책임도 커진다. 특히 대형 정치 사건에서 판단이 엇갈릴 경우 기관 신뢰는 급격히 흔들릴 수 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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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독해진 송영길 역할론

더 독해진 송영길 역할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미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은 김민석 전 국무총리에게 쏠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정청래 고립 작전’에 힘을 쏟고 있다. 친정청래계의 십자포화를 견디면서까지 존재감을 키우는 그의 의도는 무엇일까? 오는 8월 치러지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당의 내홍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지난달 대표직 사퇴 이후 사실상 연임을 선언한 정청래 전 대표는 ‘민주당 전통성’을 부각시키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노사모(노무현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 출신인 점 등을 강조하면서 친문(친 문재인) 진영의 표심을 흡수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타깃은 한 명뿐 그런 정 전 대표를 향해 날을 세우는 건 또다른 후보군인 송영길 의원이다. 송 의원은 초반부터 매섭게 정 전 대표를 몰아세우며 그의 적통성 행보를 차단하고 나섰다. 송 의원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 전 대표가 친노(친 노무현)·친문 등 정체성을 부각한다”는 진행자의 말에 “그는 완전히 노무현 대통령과 등을 져서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며 “다른 분이면 몰라도 정 전 대표는 (친노의) 적통성을 따질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대표는 2002년 노사모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 정당 ‘정정당당 추진위원회’을 꾸리면서 정치에 입문했지만, 2007년 노무현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열린우리당 정동영 당시 의장(현 통일부 장관)과 더 가깝다는 평이 나오면서 적통성을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정 전 대표는 “이렇게까지 하느냐. 100% 허위 사실”이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고, 송 의원은 “당일 정 전 대표를 본 기억이 없어서 (노 전 대통령) 장례식에도 참석도 못했다는 말을 했다”며 사과의 뜻을 건넸다. 송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제 발언의 요체는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 앞에 우리는 모두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라는 사실이다. 다시 이런 비극을 재현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노 전 대통령께서 한미 FTA를 추진할 때 민주당 대부분 의원이 격렬하게 반대했다. 그 선봉에 (당시) 정청래 의원이 있었다”며 또다른 논란을 꺼내 들었다. 이는 친청(친 정청래)계와 친명(친 이재명)계 간의 계파 대리전으로 번졌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이제는 한미 FTA 찬반까지 끌어와 당 대표 경선을 혼란스럽게 한다”며 “이런 편파적 파묘 안 하시면 안 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갈등은 필연이지만 팩트로 논쟁하자”며 “적통 논쟁도 하지 말자. 지금은 AI시대”라고 말했다. “네가 친노?” 20년 전 사건까지 파묘 거세게 몰아치는 ‘정청래 고립 작전’ 최 의원은 송 의원의 ‘사당화’ 주장에도 반박했다. 앞서 송 의원은 “대통령과 손발을 맞추려면 할 일이 많은데 우리 민주당은 운동장을 너무 좁게 쓰고 있다. 정 전 대표 측근 아니면 당무에서 거의 배제되고 최고위원도 자기들끼리만 한다”며 사당화를 도마 위로 올렸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송 의원이 정 전 대표를 비난하면 기다렸다는 듯 재래식 언론이 줄줄이 보도한다. 민주당이 극복한 ‘문모닝(하루를 문 대통령 비판으로 시작한다)’의 악몽이 되살아나려 하는데 막을 사람이 바로 송 의원”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의 한가운데에 선 정 전 대표는 “소모적 적통 논쟁을 하지 말자”며 싸움을 그만둘 것을 제안했다. 그는 “저는 제 입으로 적통의 적자도 꺼낸 적이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위대한 대통령 누구의 적통이라고 주장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정 전 대표는 “저는 김대중 대통령을 존경했고, 노무현 대통령을 사랑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을 좋아했다”며 “이재명 대통령과는 동지이자 전우로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의 폭압을 함께 뚫었다. 12·3 불법 비상계엄 내란의 밤 때는 목숨 걸고 국회 담장을 넘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렇게 말한 것이) 뭐가 문제가 되냐”면서 “제 입으로 말하지도 않은 것을 상상하고 비틀어서 ‘적통이네 아니네’ 하는 언론의 프레임에 맞장구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달 초를 기점으로 민주당의 분위기가 한층 누그러졌다는 평이 나온다. 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오찬 회동을 하며 지지자 간의 갈등 봉합을 시도했고, 보안수사권 폐지 역시 정부가 먼저 치고 나오면서 논란을 잠재웠다. 퇴로까지 끊었다 정 전 대표의 전당대회 필살기가 사라졌다. 여기에 친문 의원들조차 “하늘에 계신 분들이 (정 전 대표의 적통성을) 인정하겠나” 등 표현으로 거리를 두면서 고립 직전에 놓였다. 정 전 대표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송 의원의 여론전도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송 의원은 정 전 대표에게 힘을 싣는 여의도 밖 스피커와도 각을 세우고 있다. ‘ABC론’ ‘증축·재건축론’ 등을 주장한 유시민 작가를 향해 “간신은 주군 옆에서 권력을 독점해 똑똑하고 새로운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유 작가는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열렬히 지켜주고 응원했던 사람들이 원했던 것은 증축이었는데, 대통령은 재건축을 하려고 했던 것 같다. 대통령의 자신감이 지나쳤던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민주 진영 코어 지지층이 바란 것은 중도·보수로의 ‘증축’이지만 이 대통령은 원주민(코어 지지층)과 상의 없이 ‘재건축’에 나서 이들이 이탈하고 있다는 증축·재건축론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송 전 대표는 YTN <장성철의 뉴스명당>에 출연해 “충신은 자기 주군의 성공을 위해서 더 똑똑한 사람, 새로운 사람을 계속 영입한다”며 유 작가의 주장을 반박했다. 연일 송 의원의 견제가 이어지고 있지만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지지를 받는 정 전 대표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김민석 전 총리와 송 의원 둘 중 누구든 결선에 진출해 ‘반 정청래’ 전선을 꾸리는 것이 1차 목표라는 설명에 힘이 실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현 상황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송 의원은 당 대표를 하겠다는 열망보다 정 전 대표를 막겠다는 열망이 더 강해 보인다”고 봤다. 이처럼 정치권에서는 송 의원을 개별 후보가 아닌 김 총리의 페이스메이커로 보는 분위기다. 명심을 등에 업은 김 총리가 거칠게 나올 경우 국정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만큼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송 의원이 ‘정청래 저격수’ 역할을 자처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오래전 큰 그림 송 의원의 의중과 상관없이 두 사람의 단일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전당대회서 정 전 대표에게 유리한 것으로 알려진 1인1표제가 적용되는 만큼 김 전 총리와 송 의원이 손을 잡는 것이 안전하다는 이유에서다. ‘김민석+송영길 대 정청래’ 구도로 선거를 치른다면 압승도 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전당대회에 출마한 송 의원이 가장 주목을 받는 시점에 김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선언한 후 사퇴하는 시나리오도 점치고 있다. 자신의 지지층 결집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김 전 총리에게 힘을 실어준 뒤 물러서는 방식으로, 이럴 경우 확실한 1 대 1 구도가 만들어지게 된다. 정치권에서는 송 의원이 전당대회를 통해 체급을 키운 뒤 청와대에 외교부 장관 등 자신이 희망하던 자리를 요구하지 않겠냐는 해석도 나온다. 국회 입성 이후 송 의원의 외교부 장관 입각설 등이 꾸준히 나오는 것 역시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그동안 송 의원은 자칭타칭 ‘외교 전문가’로 이름을 알려왔다. 그는 문재인정부 당시 러시아 특사를 지냈으며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과 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회 초기 위원장을 지냈다. 21대 국회 전반기에는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꾸준히 외교·통일 정책 비전을 밝혀왔다. 지난 2월 복당을 앞둔 때에는 향후 외교 분야에서 역할을 맡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송 의원은 부산 벡스코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결과 북극 항로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민주당 부산시당 주최 특강에서 “러시아와 미국 등 외교 현안에서 역할을 감당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송 의원은 러시아와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현재 한국은 러시아보다 우크라이나에 더 가까운 입장”이라며 “전쟁 중이라는 특수성이 있지만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극 항로를 열기 위해서는 실용주의 외교가 필요하다”며 이정부의 실용주의 노선과 궤를 같이 했다. 그는 최근까지도 활발한 외교 행보를 보였다. 지난달 24일 조정식 국회의장 특사 자격으로 미국 출국길에 올라 전방위 외교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송 전 의원은 미국 워싱턴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와 미 의회 지도부와 연쇄 면담을 갖고, 북핵 문제와 경제 제재 예외 조치 등 한미 간 주요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복당 후 역할은…” 마음은 다른 곳에?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이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송 의원이 이 대통령의 서면 축사를 대독에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에 국민의힘 신지호 전 의원은 송 의원이 “양손에 떡을 다 쥘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이같이 주장하며 “누군가 송 의원에게 ‘너 외교부 장관 할래, 당 대표 할래?’라고 묻는다면 바보가 아닌 이상 당 대표라고 답한다. 이번에 당 대표가 되면 공천권을 쥘 수 있기 때문”이라며 “(선거를) 하다가 여의치 않을 경우 외교부 장관으로 가는 것이고, 지금의 이런 것들이 또 외교부 장관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 될 수 있다. 지금 양쪽 접근을 다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유리한 지점에 서 있는 만큼 송 의원의 당권 레이스 완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21년 치러진 전당대회서 당선된 경험이 있는 만큼 이미 민주당에 조직 기반이 있다는 점에서다. 최근에는 경남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당원 등 100여명이 모여 ‘8·17 전당대회, 응답하라 송영길!’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송 의원의 출마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금 대한민국은 대내외적으로 복합적인 위기와 갈등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며 “이런 시대일수록 국정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고 당을 하나로 묶어낼 검증된 지도력이 절실하다. 송영길 의원은 ‘이재명 국민주권정부’의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가장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치적 경험과 국가 운영 능력을 갖춘 인물”이라며 평가했다. 친명 좌장으로 불리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8월 전당대회와 관련해 “제가 아는 송영길 의원은 (김 전 총리를 위한) 페이스메이커로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누구든지 1등을 하기 위해서 나가고, 만약에 결선투표로 간다면 1등, 2등 해서 결선에 가서 이기겠다는 생각일 것”이라며 “송 의원이 누구를 위해서 자기가 페이스메이커로 나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양손에 쥔 꽃놀이패 송 의원 역시 본인이 김 전 총리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분석에 대해 “후보자들은 일종의 면접시험을 보고 있는 것이고 인사권자인 당원들께서 판단하실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결선투표 제도가 없다면 단일화 논란이 일어날 수 있지만 전당대회는 제도적으로 결선투표제가 있다”며 완주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만일 송 의원이 전당대회를 완주한다면 정 전 대표와 청와대라는 양강 구도에 변수가 된다. 그의 선택에 따라 이번 전당대회 판세가 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그가 페이스메이커가 아닌 ‘게임 체인저’로 바뀔지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의도 복귀 김민석, 전대 신호탄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당권 경쟁자인 정청래 전 대표를 겨냥해 “지금까지 했던 방식으로 굳이 (대표를) 두 번 할 필요나 필연성은 지금 발견하기 어렵다”고 직격했다. 총리직에서 퇴임해 여의도에 복귀하자마자 이같이 밝힌 김 전 총리는 유튜브 채널 ‘오마이TV’가 공개한 영상에서 “이제는 정청래 전 대표와 다른 색깔, 역량, 스타일, 장점을 가진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지방선거로 (정부 출범 후) 최초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당의 역할 폭과 숙제 크기가 더 넓고 커지고 강해졌다. 이제 당이 더 본격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이 어떻게 가야 하나, 무엇을 해야 하나에 대한 제 나름의 생각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최대한 반영하고 싶다”며 “대한민국 역사의 황금시대 도래, 그 첫 장을 이재명정부가 열고 있다고 보고 그것을 실제로 만들어내는 일에 모든 걸 다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올해 초 정 전 대표가 시도했다가 무산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도 꺼내들었다. 김 전 총리는 “그것(합당)을 풀어가는 데 문제 제기와 과정이 잘못돼서 일을 그르쳤다고 본다”며 “같은 세력은 통합하고 다르면 연대하고, 통합과 연대와 확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통합을 할 것이냐 연대를 할 것이냐의 문제에 대해서는 혁신당이 스스로 명확하게 판단하고 (입장을) 드러내는 것이 좋다”고 제언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