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졌다 나타나는 ‘유령 코인’ 음모론

보이질 않으니 줄였다 늘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비트코인은 화폐일까? 비트코인의 화폐성 이슈는 영원한 난제일 듯하다. 국가와 은행의 개입 없이 거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화폐 기능을 갖췄다는 측과 급격한 변동성을 이유로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측 의견이 팽팽하다. 흥미로운 대목은 일부 젊은 세대가 비트코인을 보는 시각이다.

비트코인이 무엇인지, 화폐로 볼 수 있는지, 이를 이용한 범죄를 막을 방법이 있는지 등은 10년 넘게 가상화폐 시장을 떠도는 질문이다. 시간이 가면서 의문점은 늘었지만 답변은 여전히 두루뭉술하다. 화폐로서 비트코인을 어떻게 활용할지보다는, 비트코인을 이용해 어떻게 수익을 낼지에 관심이 집중돼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2008년
첫 등장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암호화폐다. 2008년 10월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프로그래머가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가명으로, 현재까지도 그 정체는 베일에 싸여있다. 이미 사망했다는 말부터 한 명이 아닌 집단이라는 의혹까지 다양한 설이 있지만 확인된 바는 없다.

비트코인은 통화를 발행하고 관리하는 중앙장치가 존재하지 않아 ‘탈중앙화’가 큰 특징으로 꼽힌다. 국가의 경계를 넘어 거래할 수 있어 세계 통화의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기대도 존재했다. 발행량이 2100만개로 고정돼있어 ‘디지털 금’이라는 수식어로 불리기도 한다.

무한정 찍어낼 수 있는 게 아니어서 희소성이 높고 인플레이션을 방지한다는 장점이 있다.

동시에 법정화폐가 아니라는 점에서 활용도가 떨어진다. 실제 대부분 국가에서는 비트코인을 화폐 대신 가상자산으로 본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는 부분은 높은 변동성이다. 디지털 금이라는 인식과 함께 투기적 자산이라는 인식이 공존한다. 실제 가격 변동 수준이 ‘롤러코스터’라고 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로 클 때가 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1비트코인은 990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1억원 선이 무너졌다는 점에서 시장은 공포에 휩싸였다. 투자심리도 얼어붙었다. 더 큰 문제는 어디까지 떨어질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하한선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

<블룸버그>에 따르면 1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1일(현지시각) 한때 6만7000달러 선까지 미끄러졌다. 지난해 10월 고점 대비 40%나 폭락한 수치다. 어느 자산이나 마찬가지지만 비트코인 역시 관심을 받기 시작한 이후 끊임없이 등락을 계속해 왔다.

이 과정에서 비트코인은 글로벌 증시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곤 했다. 글로벌 증시가 상승하면 비트코인 가격도 오르고, 내리면 같이 떨어지는 식이다.

하지만 이번 하락장에서는 탈동조화 현상이 나타났다. 글로벌 증시는 올랐는데 비트코인 시세는 되레 내려간 것이다.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코스피 지수를 보고 비트코인, 알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들었던 이들은 끝모르고 떨어지는 시세를 보면서 공포에 떨어야 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젊은 세대 ‘한탕’ 노려

특히 ‘코인 열풍’에 탑승한 우리나라 젊은 세대에서 폭락에 따른 충격이 커지고 있다. 주가지수보다 변동성이 큰 점, 특정 시간에만 열리는 주식시장과 달리 종일 매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잘만 하면 ‘일확천금’을 노릴 수 있다는 생각이 젊은 세대 일부에 파고들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전형인 셈이다.

실제 비트코인 시세가 고점에서 반 토막이 될 정도로 떨어졌을 당시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큰돈을 잃었다는 내용의 글이 우후죽순처럼 올라왔다. 반등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제기됐다. 이미 비트코인을 많이 가지고 있던 이른바 ‘큰손’은 진작에 다 빠져나갔다는 말까지 돌았다.

한때 가상자산 선물투자로 3800억원 이상의 평가이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진 국내 유명 가상자산 투자자인 ‘워뇨띠’는 비트코인 폭락장에서 200억원가량 손실 본 내용을 캡처해 인터넷 커뮤니티에 공유했다. 비트코인 시세 1억원 선이 깨진 날이었다.

현재 상황을 바라보는 투자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한쪽에서는 사야 한다고 매수를 부추기고 다른 한쪽에서는 지금이라도 손절해야 한다며 매도를 권한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전문가 사이에서도 다른 예상을 내놓는 것을 두고 불확실성이 극대화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원래도 증시보다 ‘무빙’이 요란한 시장인데 전 세계 경제 상황과 맞물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우리나라에서 비트코인 관련 사건·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들어 일어난 사고로 비트코인의 불확실성이 두드러지고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상황이다. 그동안에도 비트코인 관련 사건·사고가 종종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 주체가 사정기관과 거래소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됐다.

화폐냐
아니냐

지난달 23일 검찰이 관리·보관 중이던 비트코인 압수물이 상당량 사라진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자체 조사한 검찰은 “피싱 피해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비트코인은 전 세계에 분산된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이어서 전자지갑에는 비트코인 자체가 담겨있는 게 아니라 비트코인에 접근·처분할 수 있는 열쇠(보안키)가 존재한다.

검찰의 해명대로라면 누군가 전자지갑을 연결해 둔 채로 온라인 피싱 사이트에 접속했다가 보안키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압수물 확인 과정에서 피싱 사이트에 잘못 접속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검찰이 사용하는 컴퓨터에 악성코드를 심어 보안키를 탈취하는 등의 방법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검찰이 분실한 비트코인은 총 400억원대를 호가한다고 한다. 아버지의 대를 이어 비트코인 시세를 맞추는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30대 딸 A씨로부터 경찰이 압수한 320.88개다. 검찰은 2022년 경찰이 송치한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진 A씨의 사건을 넘겨받으면서 범죄 수익으로 환수한 해당 비트코인도 함께 넘겨받았다.

경찰은 비트코인 인출 접근 권한을 네트워크망에 연결되지 않은 전자지갑 ‘콜드 월렛’에 보관해 통째로 검찰에 인계했다. 이후 검찰은 A씨를 도박공간개설 등 혐의로 기소했고 그는 2024년 2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압수한 비트코인 전량도 몰수 판결이 났다.

검찰은 지난달 8일,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난 이후 보관 중이던 비트코인을 국고로 환수하는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분실 사실을 확인했다. 분실한 시점과 확인한 시점이 다른 것이다. 검찰은 매달 진행하는 압수물 점검에서 휴대용 저장 매체 실물만 확인했고 잔고 등은 확인하지 않아 5개월 동안 분실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묘연한 행방
음모론까지

검찰의 압수물 부실 관리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의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자지갑은 지난해 8월 담당자 인계 과정에서 털린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관리 담당자가 개인 사정을 이유로 갑작스럽게 자리를 비우게 되면서 인수인계를 위해 전자지갑 내 비트코인 접속 권한 조회 등을 시연했다.

이때 전자지갑 접근 정보를 담아둔 휴대용 저장 매체가 피싱 범죄에 노출되며 탈취당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현재 탈취 경위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고 동시에 분실한 비트코인을 환수하는 작업도 하는 중이라고 한다.

지난 6일에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비트코인 오지급 사건, 이른바 ‘유령 코인 사태’가 일어났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담당자가 단위를 잘못 쓰는 바람에 일어난 일인데, 가상자산 거래소의 부실 관리 문제부터 이용자 손실, 2차 피해 등의 사건이 연쇄적으로 벌어졌다.

빗썸은 이날 저녁 7시께 자체 ‘랜덤박스’ 이벤트로 1인당 2000원~5만원의 당첨금을 지급하려다 ‘원’ 단위를 ‘비트코인’으로 잘못 입력했다. 보유 포인트로 이벤트에 참여한 이용자는 695명이었으며 빗썸은 그중 랜덤박스를 오픈한 249명에게 총 62만원을 주려다 62만개의 비트코인을 지급했다.

1인당 평균 2490개로, 당시 시세가 비트코인 1개당 9800만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무려 2440억원 상당이다.

빗썸이 당첨금을 비트코인으로 잘못 지급한 시간은 6일 오후 7시, 오지급을 인지한 시간은 7시20분, 거래와 출금을 차단하기 시작한 게 7시35분, 차단이 완료된 게 7시40분이었다. 오지급부터 차단까지 40분이 걸린 셈이다.

문제는 일부 이용자가 당첨금으로 받은 비트코인을 즉시 매도하는 과정에서 시세가 급락하는 일이 벌어졌다는 점이다. 시세가 폭락하자 공포를 느낀 이용자가 비트코인을 파는 일(패닉셀)이 일어났고 담보로 맡긴 비트코인 평가액이 급락하자 강제청산된 경우도 발생했다.

검찰, 거래소발 사태에
불확실성 커지고 불신↑

빗썸에 따르면 잘못 지급한 비트코인 중 99.7%에 해당하는 61만8212개는 즉시 회수됐다. 나머지 비트코인 1788개 상당은 일부 당첨자들이 이미 매도한 상태였고 이 중 93%는 추가로 회수했다. 결국 125개 상당의 원화와 가상자산은 아직 회수하지 못했는데 이 규모는 총 130억원대에 이른다.

동시에 빗썸이 실제 보유한 수량보다 많은 비트코인이 실수로 지급됐다는 점에서 ‘유령 코인’ 논란이 같이 불거졌다. 빗썸이 위탁받아 보관 중인 비트코인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4만2619개였는데 그보다 훨씬 많은 62만개의 비트코인이 지급됐기 때문이다.

빗썸 측은 “지갑에 보관된 코인 수량은 엄격한 회계 관리를 통해 고객 화면에 표시된 수량과 100%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이번 오지급 사고로 회수하지 못하고 이미 매도된 비트코인 수량은 회사 보유 자산을 활용해 정확히 맞출 예정”이라고 했다.

빗썸 측은 오지급 과정에서 발생한 이용자 피해에 대해서도 보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상자산 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64개 계좌에서 강제청산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 규모는 최소 수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일부 이용자의 매도로 발생한 강제청산은 현황 파악 후 전액 보상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사상 초유의 사고에 정부도 나섰다. 문제는 조사 과정에서 빗썸이 과거에도 2차례나 오지급 실수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특히 경쟁사들이 실시간에 가까운 시차를 두고 자산을 대조하는 것과 달리 하루에 한번만 장부를 대조하는 등 내부통제 시스템 전반에 심각한 허점이 확인됐다.

국내 2위 가상자산 거래소인데도 불구하고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던 것이다. 또 과거 비슷한 사고가 2건 발생했는데도 대책 마련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전형적인 ‘인재’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금융당국
정조준

금융당국은 빗썸의 오지급 사태를 계기로 업비트·코인원·코빗 등 4개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현장점검에 착수했다. 보유자산 검증 체계와 내부 통제 전반을 살피겠다는 취지다. 이번 사태가 가상자산 거래소의 구조적인 문제인 만큼 모든 거래소로 점검 범위를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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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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