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이제 대체근무일 고민해야

휴식권 넘어, 시간 경쟁력 설계할 때

17일은 음력 1월1일로, 한국의 설이자 중국의 춘절이었다. 같은 명절이었지만 명절을 다루는 방식은 달랐다. 중국은 약 95억명이 이동하는 대행렬 속에서 가족을 만나는 잔치를 만들었고, 동시에 거대한 소비와 물류, 관광의 경제 특수까지 함께 계산했다. 쉬는 날이 곧 시장의 시간표가 되도록 설계했다.

중국 정부는 15일(일)부터 23일(월)까지 9일을 공식 연휴로 하는 대신, 연휴 전후인 14일(토)과 28일(토)을 대체근무일로 지정했다. 길게 쉬되, 업무의 리듬이 무너지지 않도록 사전에 시간을 재배치한 것이다. 달력을 전략의 영역으로 끌어온 셈이다.

그래서 중국은 춘절이 끝난 24일(화)이 되면 곧바로 정상 속도가 붙을 것이다. 이미 앞뒤 주말 근무를 통해 비워질 시간을 당겨 채웠고, 복귀와 동시에 생산·유통·수출 등 산업의 스위치가 다시 켜지도록 준비해 두었기 때문이다. 연휴는 길지만, 재가동은 빠르다는 게 중국 당국의 설명이다.

휴식과 생산을 하나의 계획표 안에 넣어 둔 배열 덕분이다.

우리의 설 연휴는 다르게 흘렀다. 공식 휴일은 14일(토)부터 18일(수)까지였다. 그러나 복귀하자마자 다시 주말이 기다리고 있다. 집중할 시간은 짧고, 본격적으로 달릴 구간도 애매하다. 우리는 쉬는 데는 성공했지만 흐름을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그래서 19일 아침 출근길은 낯설 수밖에 없다. 설 연휴 5일 동안 고향 방문이나 여행을 다녀왔던 몸이 갑자기 사무실의 시간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거기다 이틀만 지나면 다시 쉰다는 사실이 마음을 흐트러뜨린다. 설 연휴 후 시작과 동시에 끝이 예고된 구간, 그래서 연휴 후 이틀은 준비만 하다 사라진다.

기업도 다르지 않다. 회의는 잡히지만 결정은 미뤄지고, 계획은 세워지지만 실행은 다음 주로 넘어간다. 기업의 톱니는 맞물리지 못하고 공회전한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손실은 분명히 발생한다.

이 애매한 구간이 오래 반복되면서 우리의 풍경이 됐다. 명절 뒤의 며칠은 원래 비효율적이라는 개념이 관습처럼 굳어왔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문제 제기는 생각도 못했고, 대안 논의도 없었다. 시대는 바뀌는데 운영 방식은 그대로였다.

사실 우리는 다른 선택이 존재한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긴 연휴를 만들되 그 이후의 업무 흐름까지 함께 설계하는 방식, 쉬는 날과 일하는 날을 하나의 세트로 관리하는 방법이다. 휴식이 끝나는 순간 곧바로 속도가 붙도록 만드는 구조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오랫동안 대체휴일을 확대해 왔다. 공휴일이 주말과 겹치면 하루를 더 쉬게 했다. 휴식권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진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야 한다. 권리를 넓히는 데 성공했다면 이제 운영의 방식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 얼마나 더 쉴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쉬고 어떻게 다시 일하게 할 것인가. 휴식과 노동은 분리된 시간이 아니라 연결된 구조기 때문이다.

연휴 후 이틀만 일하고 다시 멈추는 배열은 집중을 만들기 어렵다. 보고 체계도, 영업 일정도, 생산 계획도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다. 모두가 시동을 걸었다가 곧바로 브레이크를 밟는다. 달릴 준비를 마칠 즈음 다시 멈추라는 신호가 떨어진다.

이제는 대체근무일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길게 쉰다면 그만큼 몰아서 일할 수 있는 연속 구간을 제도적으로 확보하자는 말이다. 특정 토요일을 근무일로 전환해 흐름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휴식의 질을 높이기 위한 역설적인 선택이다. 흐름이 이어질 때 생산성은 비로소 힘을 얻는다.

여기서 흔히 나오는 반론이 있다. 왜 또 토요일에 일하게 하느냐는 질문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노동시간을 늘리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흩어져 있는 시간을 교환해 집중도를 높이자는 제안이다. 총량이 아니라 배열의 문제다. 더 오래 붙잡아 두자는 것이 아니라 더 분명하게 나누자는 뜻이다.

오히려 지금의 구조야말로 체감 피로를 키운다. 쉬었는데도 쉰 것 같지 않고, 출근했는데도 일한 것 같지 않다. 리듬이 깨진 채 오락가락하는 시간이 사람을 더 지치게 만든다. 애매한 시간이 반복될수록 의욕은 줄고 책임감도 흐려진다.

만약 이번 설에 우리도 중국과 같은 방식을 택했다면 어땠을까? 연휴 전후의 토요일을 대체근무일로 돌려 14일(토)부터 22일(일)까지 8일의 연속 휴식을 만들었다면 국민은 이동과 소비, 가족과의 시간을 훨씬 여유 있게 설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기업 역시 납기와 생산 계획을 명확하게 조정하며 복귀 첫날부터 곧바로 속도를 올렸을 것이다. 휴식은 더 깊어지고, 복귀는 더 빨라졌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구호가 아니라 법적 틀이다. 예를 들어 공휴일에 관한 법률에 ‘국가 경쟁력과 업무 연속성을 고려해 정부가 연휴 전후의 주말을 근무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할 수 있다. 노사 협의를 전제로 업종별 탄력 적용을 허용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또 근로기준법에는 해당 근무일을 연장근로로 보지 않고 사전에 휴일과 교환하는 제도로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기업의 부담을 줄이고 현장의 혼란을 막을 수 있다. 휴일을 늘릴 때 만들었던 사회적 합의를, 이제는 재배치의 영역으로 확장해야 한다.

이것은 노동을 더 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흩어진 비효율을 줄이고 집중도를 높이자는 제안이다. 확실히 일하고, 확실히 쉬자는 것이고, 리듬을 설계하자는 요구다. 그래야 휴식은 죄책감이 없고 노동은 억울하지 않다. 사회 전체가 같은 박자로 움직일 수 있다.

우리는 임시공휴일을 만들 때마다 빠르게 적응해 왔다. 항공권도, 물류도, 학교 일정도 금세 새 달력에 맞춰 움직였다. 사회는 생각보다 유연했다. 문제는 언제나 결단이다. 바꾸지 못해서가 아니라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멈춰 있었을 뿐이다.

휴일을 늘리는 데에는 정치적 용기가 있었지만, 근무일을 옮기는 데에는 머뭇거렸다. 환영받는 선택에는 익숙했고 책임을 져야 하는 선택에는 조심스러웠다. 박수는 쉽게 얻을 수 있었지만 운영의 결과에 대한 부담은 피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시대가 달라져도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달력은 인기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다. 표를 얻는 방식으로 시간을 배열하면 효율은 언제나 뒤로 밀린다. 이제 정치가 감정보다 구조를 선택해야 할 차례다. 환호보다 운영을, 박수보다 지속을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의 리듬이 흔들리지 않는다.

설 연휴 후 첫날 몸은 돌아왔지만, 마음은 아직 귀경길 어딘가에 머물러 있다. 메일은 열렸지만, 판단은 다음으로 밀린다. 모두가 시동만 걸고 있다. 출발선에 서 있지만 총성은 울리지 않은 느낌이다. 시간이 흐르는데 속도는 붙지 않는다.

이 시간을 줄일 방법이 있다면 시도할 이유는 충분하다. 연휴 이후 곧바로 달릴 수 있게 만드는 제도, 그것이 대체근무일 논의의 출발점이다. 다시 일어서는 순간까지 명절의 일부로 보자는 관점이다. 쉬는 시간뿐 아니라 복귀의 순간까지 설계해야 진짜 명절이 완성된다.

글로벌 경쟁이 일상이 된 시대에 휴일의 배열은 곧 경쟁력이다. 누군가는 시간을 전략으로 쓰고 있다. 우리 역시 감정의 만족을 넘어 시스템의 효율을 계산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차이가 결국 성과의 격차를 만든다. 달력을 다루는 방식이 국가의 실력을 증명한다.

쉬기는 길게 하되, 일은 몰아서 하자. 흐름을 만들고 속도를 붙이자. 명절 이후 우리가 던져야 할 다음 펀치는 바로 이것이다. 달력을 다시 짜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야 우리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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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