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 엑스를 통해 “부동산 정상화는 코스피 5000, 계곡 정비보다 훨씬 쉽고 중요한 일이며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다음 날인 1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집값을 잡겠다며 “부동산 투기 때문에 나라가 망하는 것을 보고도 왜 투기 편을 드는가”라고 썼다.
부동산을 더 이상 ‘시장’이 아니라 ‘국가의 적’으로 규정한 선언에 가까운 메시지였다.
이 메시지는 돌발적 감정 표출이 아니었다. 지난달 21일 청와대 영빈관 신년 기자회견에서 그는 “투기용 부동산을 오래 보유했다고 세금을 깎아주는 것은 이상하다”고 공개 비판했고, 같은 달 23일과 26일에도 SNS를 통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와 관련해 “연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며 5월9일 종료를 못 박았다.
말과 정책이 동시에 움직이는, 의도적으로 설계된 압박이었다.
왜 이 대통령은 트럼프가 트루스소셜로 정치하듯, 연일 자신의 SNS를 통해 부동산시장에 직접 신호를 보내고 있을까? 이것은 단순한 소통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부동산을 ‘정치적 전장’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시장과의 협상이 아니라, 시장에 대한 통제를 시작했다는 뜻이다.
주식시장을 정상화해 코스피 5000을 만들었듯, 부동산도 정치적 결단만 있으면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는 인식이 이 대통령에게 자신감을 갖게 한 것 같다. 시장을 상대하는 자신감이 과거와는 다른 차원으로 올라섰음을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정부의 세제 개편 시사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은 일부 하락했고, 매도 물량도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이 상황을 "집주인들이 백기를 들었다”고 인식했다. 가격이 내려오기 시작한 순간을 정치적 정당화의 근거로 삼아, 더 강한 정책을 밀어붙일 명분을 확보한 것이다.
이 대통령의 정책 변화는 숫자로도 설명된다. 지난달, 코스피는 사상 최초로 5000을 돌파했고, 코스닥도 1000선을 넘어섰다. 문재인정부가 코스피 3000을 만들었을 때와 비교하면, 이재명정부는 훨씬 강력한 자산시장 랠리를 손에 쥐었다.
이 돈이 다시 부동산으로 흘러가 집값을 폭등시키는 순간, 그의 경제 전략은 무너질 수 있다.
그래서 이 대통령은 부동산을 ‘적’으로 설정했다. 지난달 26일 <대한경제> 분석 기사에서 지적했듯, 그는 “정부를 이기는 시장은 없다”며 시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대선후보 시절 “부동산은 시장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하던 정치인이 집권 후에는 정반대의 길로 돌아섰다.
이 변화의 이유는 분명하다. 지금의 주식 랠리를 지키기 위해서다.
이 대통령이 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부활시키려는지도 이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최근 연이어 SNS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연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한 메시지는 단순한 세금 정책이 아니다. ‘돈의 흐름’을 통제하겠다는 선언이다.
주식으로 번 돈이 부동산으로 넘어가는 길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5월9일이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종료돼 이후 양도차익에 20~30%포인트가 추가되고 장기보유공제도 배제된다. 조정지역 2주택자의 5억원 차익 세금은 1.47억원에서 2.64억원으로, 3주택자의 10억원 차익은 3.33억 원에서 6.87억원으로 급증해 사실상 매도 자체가 봉쇄된다.
이 구조는 부동산시장을 차갑게 식히면서 동시에 주식시장을 살리는 효과를 낳는다. 부동산에서 빠져나온 돈이 주식으로 가지는 못해도, 최소한 주식에서 부동산으로 가는 길은 완전히 막힌다. 이 대통령이 선택한 것은 거래 활성화가 아니라 거래 봉쇄에 가깝다.
매수도 어렵고, 매도도 어렵게 만들어 부동산 시장이 움직이지 못하게 막는 전략이다.
이 점에서 이정부는 문정부와 닮아 있으면서도 다르다. 문정부는 규제를 했지만, 주식시장에서 만들어진 부가 다시 부동산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2021년 코스피 3000 시대에 만들어진 유동성은 결국 집값 폭등으로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이 실패를 학습했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강한 집착을 갖고 있다.
현재의 거시지표도 그를 더욱 자극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GDP 대비 광의통화(M2) 비율은 153.8%로, 2021년 집값 폭등 직전과 거의 동일한 수준이다. 한국은행의 2026년 1월 소비자동향조사에서 주택가격전망지수도 124로, 코스피 3000 돌파 직후와 같은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지금 막지 않으면 다시 터진다”는 위기감이 들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방식의 부동산 정상화가 과연 성공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세금으로 시장을 누르는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가격을 억누를 수 있지만, 거래를 멈추게 만들고 왜곡을 키운다. 실수요자조차 대출 규제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매도자에게만 중과세를 씌우면 시장은 얼어붙는다. 가격이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가격이 사라지는 상태가 된다.
이 대통령이 “부동산 정상화는 코스피 5000보다 쉽다”고 말한 것도 이런 자신감의 발로다. 그는 주식시장을 움직였듯, 정책으로 부동산도 움직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주식은 매일 가격이 바뀌는 유동 시장이고, 부동산은 거래가 막히면 가격이 굳어버리는 경직 시장이다. 같은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
결국 이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경제 정책이 아니라 자산 배분 정책이다. 국민 자산의 70% 이상이 부동산에 묶여 있는 구조를 깨고, 이를 주식과 산업자본으로 옮기겠다는 거대한 실험이다. 코스피 5000이라는 성과가 이 실험에 정치적 자신감을 부여했다.
“주식은 성공했으니, 이제 집값 차례”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이 대통령이 정책을 180도 바꾼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선 때는 시장 친화적 발언을 했지만, 집권 후에는 주식 랠리를 지키는 것이 국정의 핵심이 됐다. 지지율이 60%를 넘나드는 지금이야말로 강공을 펼칠 수 있는 정치적 기회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그는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이런 칼을 휘두를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 길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부동산시장을 적으로 만들면, 주택 보유 가구와 수요자도 함께 적으로 만드는 효과를 낳는다. 집값을 잡는 대신 거래를 죽이면, 민심의 불만은 다른 형태로 터질 수 있다. 코스피 5000의 자신감이 부동산 전쟁으로 이어질 때, 그 결과는 대통령이 감당해야 할 정치적 비용으로 돌아온다.
이 대통령이 부동산 정상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번 정책의 진짜 목표는 집값이 아니라, 코스피 5000 이후의 돈의 방향이다. 집을 누르고 주식을 살리는 이 전략이 한국 경제를 구조적으로 바꾸는 해법이 될지, 아니면 또 다른 시장 왜곡의 출발점이 될지는 이제 2026년의 시간이 판정할 것이다.
이 대통령에게 “무슨 수를 써서라도”라는 말은 강한 결단의 신호다. 그는 노동 현장 중대재해와 검찰 비리 진상 규명 국면에서도 이 표현을 쓰며 타협 없이 밀어붙여 왔다. 지금 부동산을 향해 던진 이 문장 역시, 이번 싸움을 끝까지 가져가겠다는 정치적 선언으로 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