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정부 주거정책, 이제는 탈온돌 아파트다

왜 우리는 아직도 바닥을 불로 데우는가

세계의 주거문화는 난방 방식에서 갈라진다. 유럽은 벽난로와 라디에이터로 공기를 덥히고, 미국은 덕트와 온풍기로 집 전체를 가열하며, 일본은 전기 히터와 국부 난방으로 추위를 버텨왔다. 세계의 주류는 언제나 ‘공기를 데우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한국만이 집을 불판처럼 만들어 그 위에서 먹고 자고 사는 길을 선택했다. 바닥을 데우는 문화는 인류사에서 예외였다.

그 예외가 바로 온돌이다. 온돌은 단순한 난방 기술이 아니라 한국인의 생활방식을 규정한 구조였다. 방바닥을 데워 공기를 데우는 방식은 몸을 따뜻하게 만들었고, 동시에 사람을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서구인이 의자와 침대를 발명할 때, 한국인은 바닥에서 사는 삶의 도구를 발명했다.

이 선택은 기후 적응이자 문명적 분기였다.

온돌은 추운 겨울을 견디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기도 했다. 한반도의 겨울은 건조하고 혹독했으며, 집 안까지 얼어붙는 기후에서 바닥을 덥히는 것은 합리적이었다. 마루와 온돌을 나누어 여름과 겨울을 동시에 해결한 주거 구조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고급 설계였다.

온돌은 단순한 난방이 아니라 사계절을 품은 기후 시스템이었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한국이 ‘추워서’ 온돌을 썼다는 통념은 역사적으로도 틀리다. 한국보다 훨씬 더 혹독한 겨울을 겪는 러시아와 중국 북부조차 온돌을 쓰지 않았다. 중국은 침대 아래만 데우는 ‘캉(炕)’으로 사람의 몸만 따뜻하게 할 뿐, 방 전체의 바닥을 가열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페치카’라는 거대한 벽난로로 공기와 벽을 데워 공간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세계에서 바닥 전체를 불로 가열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혹한이 온돌을 만든 것이 아니라, 온돌이 한국의 예외적 생활방식을 고착시킨 것이다.

그래서 온돌은 한국 문명의 뿌리가 되었다. 신발을 벗고 들어오는 문화, 바닥에 앉아 밥을 먹고 잠을 자는 문화, 그리고 한 층에서 모든 생활을 해결하는 단층 구조는 모두 온돌에서 나왔다. 한국인의 몸, 가구, 공간 감각은 온돌 위에서 만들어졌다. 온돌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생활의 문화’였다.

그러나 이 위대한 기술에는 오래전부터 그늘이 있었다. 온돌은 나무를 태워야 했고, 나무는 숲을 갉아먹었다. 조선 후기 민둥산은 전쟁이 아니라 온돌이 만든 풍경이었다. 땔감을 구하기 위한 도벌과 산림 파괴, 그로 인한 농업 생산성 하락은 이미 18세기부터 사회 문제가 됐다.

온돌은 따뜻함과 동시에 자연 파괴라는 대가를 안고 있는 기술이었다.

온돌은 또 하나의 구조적 한계를 낳았다. 바닥 아래에 고래와 구들장을 깔아야 하는 구조 때문에 집을 위로 올릴 수 없었다. 온돌은 수직 도시를 가로막았다. 서구가 다층 건축으로 도시를 키울 때, 한국은 단층과 저층으로 퍼질 수밖에 없었다. 온돌은 공간 밀도를 희생시키는 기술이었다.


현대에 들어 이 한계는 더 커졌다. 연탄과 가스로 바뀐 열원은 편리해졌지만, 바닥을 덥히는 구조는 그대로 남았다. 온수 파이프를 깔고, 콘크리트를 붓고, 그 위에 마감재를 얹는 구조는 건축비를 폭발적으로 올렸다. 한국의 아파트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난방 바닥을 가진 주거 유형이 되었다.

에너지 측면에서도 문제는 심각하다. 바닥 난방은 ‘쓸데없이 큰 열용량’을 데운다. 사람이 있는 공기만 덥히면 되는데, 한국의 주택은 수십톤의 콘크리트 바닥을 먼저 가열한다. 이는 곧 연료 낭비다. 한국의 가정용 가스 소비량이 유난히 높은 이유는 기후보다 주택 구조에 있다.

문제는 생활방식이 이미 바뀌었다는 점이다. 한국인은 더 이상 바닥에서 자지 않는다. 침대, 소파, 식탁, 의자가 일상이 됐다. 아이도, 노인도 모두 허리를 세운다. 바닥은 생활공간이 아니라 통로가 됐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바닥을 데우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온돌이 ‘선택’이 아니라 ‘제도’가 됐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아파트는 ‘주택법’과 주택건설기준의 적용을 받으며, 행정과 건설 관행 속에서 ‘적정 난방’이 곧 바닥 난방으로 굳어졌다. 온돌이 아니면 분양 승인과 민원 통과가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졌고, 그 결과 한국의 모든 아파트는 예외 없이 난방 바닥을 깔게 되었다.

반면 같은 사람이 사는 오피스텔과 호텔, 기숙사는 공기 난방·히트펌프·공조 시스템을 자유롭게 쓴다. 한국에서 유독 아파트만 바닥을 데우는 이유는 문화가 아니라 규제와 관성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온돌 무형론’이 나오는 이유다. 온돌은 더 이상 문화도, 생활도 아니다. 남은 것은 관성뿐이다. 우리는 이미 서구식 입식 생활로 옮겨갔는데, 난방만 과거에 머물러 있다. 몸은 침대 위에 있고, 에너지는 바닥 아래서 새고 있으며, 생활과 기술 사이의 불일치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온돌은 이제 편안함이 아니라 비용이다. 공사비, 유지비, 연료비, 탄소배출까지 모두 온돌이 증폭시킨다. 한국의 주거가 비싼 이유는 토지 때문만이 아니다. 바닥을 데우는 강박이 집값에 숨은 세금처럼 붙어 있다. 에너지 전환 시대에 온돌은 기후 리스크가 되며, 가계와 국가 모두에 부담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이제 질문해야 한다. 왜 한국의 아파트는 반드시 온돌이어야 하는가. 유럽의 패시브 하우스는 공기 순환과 단열로 난방을 해결한다. 일본의 고효율 히트펌프는 국부 가열로 에너지를 절약한다. 한국만이 여전히 바닥 전체를 가열하는 방식에 묶여 있다. 이 고집은 기술이 아니라 습관이며, 이제는 바뀌어야 할 구조다.

온돌 없는 아파트는 기술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 공기 난방, 복사 패널, 천장 복사, 고효율 히트펌프와 환기 시스템을 결합하면 사람만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 바닥은 구조물이 아니라 통로로 남겨두면 된다. 이렇게 하면 공사비도, 에너지비도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무엇보다 도시가 달라진다. 바닥 구조가 가벼워지면 고층화가 쉬워지고, 리모델링이 쉬워지고, 노후화 위험도 줄어든다. 온돌은 아파트를 무겁게 만들고, 도시를 느리게 만든다. 탈온돌은 곧 탈비용, 탈탄소, 탈경직성이다. 이는 단순한 난방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도시 경쟁력을 바꾸는 구조 개혁이다.

온돌은 과거에 위대했다. 그러나 문명은 박물관이 아니다.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을 존중하듯, 온돌도 문화유산으로 보존하면 된다. 그러나 그 유산 위에 30층 아파트를 지을 이유는 없다. 기술은 존경할 대상이지, 복제할 의무는 아니다. 전통과 현대를 구분하지 못하는 순간, 발전은 멈춘다.

이제 한국은 난방에서도 선진국가가 돼야 한다. 바닥이 아니라 사람을 덥히는 집, 콘크리트가 아니라 공기를 관리하는 집, 전통이 아니라 효율을 기준으로 설계되는 주거가 필요하다. 그것이 기후위기와 에너지 전쟁 시대의 한국형 주거다. 주거 역시 기술 산업이라는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


온돌은 한국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을 비싸게 만들고 있다. 다음 세대의 주거는 과거의 바닥 위에 세워질 필요가 없다. 이제 우리는 “왜 온돌이 없느냐”가 아니라, “왜 아직도 온돌이 있느냐”라고 묻지 말아야 한다. 그 질문을 멈추는 순간, 한국 주거는 비로소 미래로 이동한다.

따라서 이제 선택의 문제는 분명해졌다. 한국의 신규 아파트는 더 이상 온돌을 기본값으로 강제할 이유가 없다. 바닥 난방 없는 주택을 표준 옵션으로 허용하고, 공기 난방·히트펌프·복사 패널 등 고효율 대안을 결합한 ‘탈온돌형 아파트’를 공식 주거 모델로 도입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바닥 구조가 단순해져 공사비가 내려가고, 열용량 낭비가 사라져 난방비도 함께 줄어든다.

이제 이 문제는 개인의 취향이나 건설사의 선택이 아니라 정부와 국회의 영역이다. 정부는 주거정책으로 탈온돌 아파트 정책을 펴고, 국회는 ‘주택법’과 주택건설기준을 개정해 아파트의 난방 방식을 바닥 난방 하나로 사실상 고정해온 규제 관성을 풀어야 한다.

‘적정 난방’의 정의를 바닥이 아니라 사람과 공기의 쾌적성으로 바꾸고, 공기 난방·히트펌프·복사 난방·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아파트 표준이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열어야 한다.

탈온돌 아파트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과 법의 문제다. 정부와 국회가 움직이지 않으면 한국의 집은 계속 비싸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소비자 역시 전통에 묶여 있을 필요가 없다. 바닥이 따뜻한 집이 아니라, 사람이 따뜻한 집을 선택해야 한다. 온돌은 선택이 되어야지 의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온돌 없는 아파트’는 불편함이 아니라 합리성이고, 한국 주거가 세계 표준으로 진입하는 첫 걸음이다.

따뜻함을 바닥이 아니라 기술로 만드는 시대, 한국의 집도 이제 그 방향으로 옮겨가야 한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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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