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이혜훈 철회? 홍준표를 지명하라

통합 증명할 유일한 카드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오후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전격 철회했다.

지난달 28일 지명 이후 정확히 한 달, 정치적으로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이 한 달 동안 이혜훈이라는 한 인물은 통합의 상징에서 갈등의 진원으로 이동했다. 그 과정에서 한국 정치의 취약한 통합 구조가 그대로 드러났다. 이 인사는 실패했지만, 이 실패가 누구에게 어떤 손익을 남겼는지는 단순한 찬반의 문제가 아니다.

겉으로 보면 이번 국면의 승자는 국민의힘처럼 보인다. 보수 진영 출신인 이혜훈 후보자를 공개적으로 반대했고, 결국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막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얻었느냐다. 국민의힘은 자기 당 출신 인사가 국정 핵심 부처를 맡을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

통합 정부에 참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교두보를 포기한 셈이다.

이는 당장의 결집 효과와 맞바꾼 중장기 전략의 붕괴에 가깝다. 이긴 것 같지만, 실은 국정 참여의 문을 닫아버린 패배에 더 가까운 장면이다. 보수 정치가 정부 안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통로를 스스로 봉쇄했다. 이혜훈 한 사람을 막았지만, 보수 전체의 입지는 좁아졌다. 정치적으로는 단기 승리, 장기 패배에 해당한다.

이혜훈이라는 개인에게 이번 사태는 정치적 참사에 가깝다. 그는 지명 전까지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이라는 확실한 기반 위에 서 있었다. 그러나 대통령의 지명을 받는 순간 그는 통합의 얼굴이 됐고 동시에 자기 진영의 공격 대상으로 전락했다. 그리고 대통령실과 여당이 끝내 그를 지켜주지 않으면서 그는 양쪽 모두에게서 버림받았다.

정치에서 가장 치명적인 패배는 홀로 노출되는 것이다.

야당에서는 배신자로, 여권에서는 보호받지 못한 인사로 남았다. 공개 검증 과정에서 모든 논란과 상처만 남았다. 지명 이전보다 정치적 입지는 훨씬 좁아졌다. 이것은 단순한 낙마가 아니라 ‘정치적 자산의 붕괴’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의심의 여지 없이 이혜훈이다.

대통령실의 손익은 훨씬 미묘하다. 이 대통령의 이혜훈 지명은 분명한 통합 시그널이었다. 보수 진영 인사를 경제 사령탑에 앉히겠다는 선택은 매우 대담한 정치적 메시지였다. 그러나 그 상징성에 비해 정치적 설득과 조율이 부족했다는 점은 분명한 실책이다. 준비되지 않은 통합은 항상 리스크를 동반한다.

지명 철회는 인사 실패를 인정한 것이지만, 동시에 잘못된 선택을 고집하지 않는 유연성을 보여준 장면이기도 하다. 대통령실은 흠집을 입었지만, 독단적인 이미지는 피했다. 통합 시도의 실패가 곧 통합 의지의 포기는 아니다. 다만 인사권의 신뢰에는 분명한 손상이 남았다. 이는 다음 인사의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사태에서 가장 계산적으로 움직였다. 이혜훈 지명에 대해 민주당은 전폭적 지지도, 노골적 반대도 하지 않았다. 책임을 대통령실로 집중시키고 당은 거리두기를 택한 것이다. 그 결과 지명이 철회돼도 민주당은 직접적인 정치적 타격을 받지 않았다. 이것은 의도된 ‘정치적 포지셔닝’이었다.

그러나 비용이 없는 선택은 없다. 강성 지지층은 통합 인사 자체에 불만을 품었고, 중도층은 통합이 좌초된 것에 실망했다. 이는 당장 표면화되지는 않지만 잠재적 균열이다. 민주당은 손해를 피했지만, 통합 노선의 추진 동력은 약해졌다. 이것이 민주당이 지불한 보이지 않는 대가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구조의 실패다. 통합 인사를 던져놓고도 그를 지켜줄 정치적 방어막이 존재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자기 사람을 공격했고, 민주당은 관망했고, 대통령실은 끝내 버티지 못했다. 그 결과 통합은 구호로만 남고 비용은 개인에게 전가됐다. 이것이 한국 정치의 현실이다.

통합이 구조로 설계되지 않으면 언제나 이런 결과가 나온다. 정치적 합의와 정당 간 조율 없이 던진 통합 인사는 희생양이 된다. 이혜훈은 통합 정치의 상징이 아니라 통합 정치의 비용이 됐다. 이것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 시스템의 문제다. 다음 통합 인사도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같은 운명을 맞게 된다.

정치적으로 이번 일에서 이익을 챙긴 쪽은 사실상 아무도 없다. 국민의힘은 반대에는 성공했지만 국정에 참여할 기회를 잃었고, 민주당은 피해를 피했지만 통합 전략의 힘이 약해졌다. 대통령실은 유연함을 보였지만 인사권의 신뢰에 흠집을 냈다. 오직 이혜훈만이 모든 것을 잃었다. 이것이 이 사태의 냉혹한 결산이다.

이 대통령에게 이번 사건은 실패이자 경고다. 통합은 상징으로 시작되지만 구조로 완성되지 않으면 붕괴한다. 다음 인사는 지금보다 훨씬 더 정치적으로 무거워야 한다. 단순히 중도적 인물이 아니라 진영이 무시할 수 없는 인물을 던져야 한다. 그래야 통합의 비용이 개인이 아니라 정치 전체에 분산된다.

그런 의미에서 상징적 카드는 정치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그 한 사람을 지명하는 순간, 보수 진영 전체가 통합에 동의하는지, 아니면 거부하는지가 한번에 드러난다. 이번처럼 개인 한 명에게만 모든 부담을 떠넘기는 통합은 다시 실패할 뿐이다. 통합은 용기가 아니라 구조다. 이 구조를 만들지 않으면 통합은 계속 좌초된다.

이혜훈 지명 철회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그것은 통합 정치의 어려움과 필요성을 동시에 드러낸 사건이다. 이 대통령이 이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 더 큰 통합의 승부수를 던질지, 아니면 진영 정치로 돌아갈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하나다. 이번 판에서 진짜로 패배한 것은 개인이 아니라 구조 없는 통합 정치였다. 그리고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같은 비극은 반복된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은 하나로 수렴된다. 통합을 다시 시도한다면, 누구를 지명해야 하는가. 이혜훈처럼 ‘중도적 보수’가 아니라, 보수 진영이 피할 수 없는 이름이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홍준표는 단순한 한 정치인이 아니라, 보수 정치 전체를 대표하는 상징이다.

그를 지명하는 순간, 문제는 한 개인의 자질이 아니라 “보수가 통합 정부에 들어올 것인가”라는 집단적 선택으로 바뀐다. 이것이 홍준표 카드의 힘이다. 개인을 흔드는 정치가 아니라, 진영 전체를 결정의 장으로 끌어내는 정치가 된다. 통합이 상징이 아니라 현실의 선택으로 바뀌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홍준표를 지명한다는 것은 대통령이 한 사람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보수 정치 전체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다. 찬성하면 통합 정부에 참여하는 것이고, 반대하면 스스로 고립을 택하는 것이다. 이번 이혜훈 사태처럼 한 개인에게 모든 리스크를 떠넘기는 구조와는 정반대의 정치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온건한 타협형 인물이 아니라, 찬반을 피할 수 없는 이름, 바로 홍준표다.

홍준표 카드는 분명 불편할 것이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은 “왜 하필 홍준표냐”고 반발할 것이고, 국민의힘은 “왜 우리에게 통합의 책임을 떠넘기느냐”고 거부감을 드러낼 것이다. 그러나 통합이란 원래 모두를 편하게 만드는 선택이 아니라, 모두가 일정한 불편을 감수하도록 만드는 정치다. 누군가의 체면을 지켜주는 방식으로는 통합은 오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편한 선택이 아니라, 불편하더라도 구조를 바꾸는 선택이다. 지금 한국 정치가 피하지 말아야 할 것은 홍준표가 아니라, 통합의 책임이다.

이 대통령의 지명 철회 바로 직전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SNS를 통해 “장관 지명을 철회한다고 해서 야당에 굴복하는 게 아니”라며 “지명 철회가 민심에 순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skkim5961@naver.com>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