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수십억 독점권 몰아주기 의혹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6.01.08 09:51:07
  • 호수 15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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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받고 10년 밀어줬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에게 1억원 상당의 금품을 건넨 혐의로 용역업체 비오워크가 경찰 수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비오워크와 농협유통이 10년 넘게 수십억원대 독점 계약을 유지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유착 의혹으로 번졌다.

위탁계약서와 계약체결 총괄표, 국정감사 자료 등에 따르면, 단순 용역임에도 경쟁입찰이 장기간 배제됐고, 이 과정에서 ‘쪼개기 계약’과 ‘입찰 무력화’ 의심 정황이 드러났다. 농협중앙회가 2025년 집행한 수의계약 209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대다수는 2000만원 미만의 소액이거나 IT 보안·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등 대체가 어려운 전문 분야였다.

유착 의심

반면, 농협유통과 비오워크의 거래구조는 이와 달랐다. 비오워크는 2015년 최초 계약 당시 단 한 차례 제한경쟁입찰을 거친 뒤, 2016년부터 2025년 현재까지 주차 관리, 카트 운영, 미화 등 단순 인력 중심 용역을 사실상 단독 수행해 왔다. 경쟁입찰은 사라졌고, 계약은 매년 자동 연장에 가까운 형태로 이어졌다.

2025년 한 해 계약액은 약 39억6000만원으로 지난 10년간 연평균 계약 규모는 약 24억원에 달한다. 이는 농협중앙회의 수의계약 건당 평균 금액(약 3억원)의 8배를 넘는 수준이다. 단순 용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고액·장기 수의계약이다.

문제는 계약 방식이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용역 위탁 계약서’ 제4조는 계약 기간을 원칙적으로 1년으로 정하면서, 신규 계약체결 전까지 최대 3개월 범위 내에서만 연장이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이는 입찰 공백을 막기 위한 예외 조항이다.

그러나 실제 계약체결표를 보면 이 조항은 예외가 아니라 상시 수단처럼 활용됐다. 2022년에는 8월부터 12월까지 한 차례, 2023년에는 16월, 7~12월 등 세 차례에 걸쳐 계약이 쪼개졌다. 이른바 ‘쪼개기 계약’은 2023년 12월을 끝으로 중단된다.

공교롭게도 이 시점은 현 농협중앙회장이 선거를 앞두고 비오워크로부터 1억원 상당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제보자가 특정한 뇌물을 제공했다는 시점과 정확히 맞물린다. 전문가들은 연간 수십억원 규모의 계약을 짧은 기간으로 분절하면 이사회 의결, 외부 감사, 내부 통제 대상에서 벗어날 여지가 생긴다고 지적한다.

계약서상 해지 요건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계약이 유지됐다는 점도 논란이다. 계약서 제18조는 허위 서류 제출, 계약 조건 위반, 또는 계속 업무 위탁이 부적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사전 통지 절차를 거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농협유통은 비오워크와의 계약을 유지했다. 이는 국정감사 과정에서 비오워크 관계자가 강호동 회장에게 1억원을 건넸다는 의혹과 함께, “회장님은 지킬 게 많죠?”라는 협박성 문자가 공개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강 회장과 비오워크 수상한 거래
연간 40억 ‘계약 쪼개기’ 정황

해당 문자 이후 농협유통이 나라장터를 통해 추진하던 경쟁입찰이 돌연 취소된 정황도 확인됐다. 경쟁을 통한 가격 절감 가능성이 의도적으로 차단됐다는 의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 같은 정황은 단순한 도덕성 논란을 넘어 복수의 법적 쟁점으로 확장된다. 우선 금품수수 의혹이 사실로 인정될 경우, 농협중앙회장이 법률상 공무원은 아니더라도 공공성을 가진 특수법인 임원으로서 직무 관련 금품을 수수했다는 점에서 뇌물수수 또는 제3자 뇌물 제공죄 성립 가능성이 거론된다.

장기간 독점 계약 유지라는 ‘직무상 편의 제공’이 대가관계로 인정될 경우 형사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또 경쟁입찰을 배제한 채 고액 계약을 반복 유지해 농협에 재산상 손해를 끼쳤다면, 계약을 승인·유지한 농협유통 및 상급 기관 관계자들은 업무상 배임 책임을 질 수 있다. 특히 경쟁입찰이 이뤄졌다면 절감 가능했던 비용 규모가 수십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점에서 손해액 역시 쟁점이 된다.

협박성 문자 이후 입찰이 취소된 정황은 입찰 방해 또는 업무방해 혐의로도 연결될 수 있다. 계약을 잘게 쪼개 내부 통제와 감사의 문턱을 피해간 구조 역시 위법 또는 부당 행정 여부가 감사 대상이 된다. 더 나아가 계약서상 해지 요건이 충족될 수 있는 상황에서도 계약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과정은 직무유기 또는 중대한 관리·감독 소홀로 평가될 소지가 있다.

정보 비공개와 자료 폐기 문제도 남는다. 비오워크 계약 총괄표 하단에는 “이전 기업 자료는 폐기되어 제출 불가”라는 문구가 명시돼있다. 이는 비오워크 진입 당시 단가의 적정성을 검증할 수 있는 자료가 사라졌음을 의미하며, 과거와 현재 계약 조건을 비교·검증할 수 있는 통로를 원천 차단한다.

고의성이 인정될 경우 감사 방해 또는 증거인멸 논란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농협유통은 ‘입찰 준비 시간 부족’을 이유로 내년에도 비오워크와 한시적 수의계약 연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0년간 경쟁을 배제해 온 구조를 감안하면, 이제 와서 시간이 부족하다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유착 구조가 고착화됐음을 자인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농협중앙회는 최근 수의계약 전면 금지를 골자로 한 혁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연장 조항이 상시 계약 수단으로 활용되고, 해지 요건이 충족될 수 있는 상황에서도 계약이 유지되는 현실은 이 혁신안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결국 경쟁이 배제된 채 지급된 수백억원의 용역비는 농협 예산의 누수로 이어지고, 그 부담은 농민 조합원에게 돌아간다. 1억원 뇌물 의혹이라는 불씨 뒤에는, 경쟁입찰이 이뤄졌다면 절감할 수 있었을 수십억원의 ‘보이지 않는 자금 유출’이 숨어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문제 제기에 따라 감사원 감사 청구 필요성도 제기된다. 감사 대상은 농협중앙회 및 농협유통이며, 감사 쟁점은 2015년 이후 비오워크와 체결한 모든 용역 계약의 계약 방식과 내부 결재 과정, 쪼개기 계약의 적법성, 입찰 취소 경위, 뇌물 의혹 제기 이후 계약 유지 결정 과정, 과거 단가 비교 자료 폐기 경위, 수의계약으로 인한 재정 손실 규모 산정 등이다.

단순 용역인데 경쟁입찰 배제
경찰 수사 진행 중…결과 주목

이번 사안은 단순 계약 관행을 넘어 부패 가능성과 구조적 유착, 내부 통제 붕괴 여부를 종합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평가다.

특히 개인 비리 의혹을 넘어, 농협이라는 거대 협동조합 조직의 계약 시스템과 책임 구조 전반을 다시 묻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그 비용은 이미 농민 조합원들이 치르고 있다는 점에서, 진상규명과 제도 개선이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강 회장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자신을 둘러싼 ‘뇌물수수’ 의혹에 대해 추궁을 받았다. 1억원의 불법 선거자금 수수, 20억원대 핸드크림 리베이트 의혹까지 잇따라 터져 나왔다. NH농협생명은 지역 농·축협의 보험 판매 실적을 높이기 위해 판촉용으로 핸드크림 3종 세트를 세트당 2만원(생산 단가 1만1000원)의 가격으로 모두 10만개(20억원 상당)를 수의계약으로 지난해 12월 발주했다.

하지만 납품기한 내 실제 보급량은 절반인 5만개에 불과했고, 실질 납품업체는 현재 대기 발령된 농협생명 3급 고위 직원의 여동생이 운영하는 전남 완도 소재 피부숍으로 밝혀졌다. 단가는 세트당 2만원으로 총액은 20억원에 달했다. 계약 규모가 큰 만큼 당시 농협생명 부사장이었던 박병희 현 대표까지 결재 라인에 이름을 올렸다.

실제 농협생명에 납품된 핸드크림은 10억원어치(5만개)에 불과해 나머지 10억원을 횡령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농협금융지주가 특별감사에 나선 후에야 뒤늦게 나머지 5만개가 납품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생명 측은 계절적 요인 등을 고려해 분할해 납품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농협금융 내부에선 이 석연치 않은 계약이 리베이트를 위한 시도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농협 관계자는 “단순 직원 개인의 일탈로 보이지 않는다”며 “중간에 빼돌리려 했던 돈이 농협 내부에 만연해 있는 리베이트 자금으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업계약 재조명

농협생명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금융감독원이 농협중앙회를 감사한 이후 농협생명도 현재 감사 중인 상황이라서 세부적인 답변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핸드크림이 기한 내 납품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타 매체와 인터뷰에서 “당시 구매한 핸드크림은 해당 기업 제품이 맞다”며 “시기의 문제”라고 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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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독해진 송영길 역할론

더 독해진 송영길 역할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미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은 김민석 전 국무총리에게 쏠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정청래 고립 작전’에 힘을 쏟고 있다. 친정청래계의 십자포화를 견디면서까지 존재감을 키우는 그의 의도는 무엇일까? 오는 8월 치러지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당의 내홍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지난달 대표직 사퇴 이후 사실상 연임을 선언한 정청래 전 대표는 ‘민주당 전통성’을 부각시키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노사모(노무현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 출신인 점 등을 강조하면서 친문(친 문재인) 진영의 표심을 흡수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타깃은 한 명뿐 그런 정 전 대표를 향해 날을 세우는 건 또다른 후보군인 송영길 의원이다. 송 의원은 초반부터 매섭게 정 전 대표를 몰아세우며 그의 적통성 행보를 차단하고 나섰다. 송 의원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 전 대표가 친노(친 노무현)·친문 등 정체성을 부각한다”는 진행자의 말에 “그는 완전히 노무현 대통령과 등을 져서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며 “다른 분이면 몰라도 정 전 대표는 (친노의) 적통성을 따질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대표는 2002년 노사모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 정당 ‘정정당당 추진위원회’을 꾸리면서 정치에 입문했지만, 2007년 노무현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열린우리당 정동영 당시 의장(현 통일부 장관)과 더 가깝다는 평이 나오면서 적통성을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정 전 대표는 “이렇게까지 하느냐. 100% 허위 사실”이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고, 송 의원은 “당일 정 전 대표를 본 기억이 없어서 (노 전 대통령) 장례식에도 참석도 못했다는 말을 했다”며 사과의 뜻을 건넸다. 송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제 발언의 요체는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 앞에 우리는 모두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라는 사실이다. 다시 이런 비극을 재현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노 전 대통령께서 한미 FTA를 추진할 때 민주당 대부분 의원이 격렬하게 반대했다. 그 선봉에 (당시) 정청래 의원이 있었다”며 또다른 논란을 꺼내 들었다. 이는 친청(친 정청래)계와 친명(친 이재명)계 간의 계파 대리전으로 번졌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이제는 한미 FTA 찬반까지 끌어와 당 대표 경선을 혼란스럽게 한다”며 “이런 편파적 파묘 안 하시면 안 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갈등은 필연이지만 팩트로 논쟁하자”며 “적통 논쟁도 하지 말자. 지금은 AI시대”라고 말했다. “네가 친노?” 20년 전 사건까지 파묘 거세게 몰아치는 ‘정청래 고립 작전’ 최 의원은 송 의원의 ‘사당화’ 주장에도 반박했다. 앞서 송 의원은 “대통령과 손발을 맞추려면 할 일이 많은데 우리 민주당은 운동장을 너무 좁게 쓰고 있다. 정 전 대표 측근 아니면 당무에서 거의 배제되고 최고위원도 자기들끼리만 한다”며 사당화를 도마 위로 올렸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송 의원이 정 전 대표를 비난하면 기다렸다는 듯 재래식 언론이 줄줄이 보도한다. 민주당이 극복한 ‘문모닝(하루를 문 대통령 비판으로 시작한다)’의 악몽이 되살아나려 하는데 막을 사람이 바로 송 의원”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의 한가운데에 선 정 전 대표는 “소모적 적통 논쟁을 하지 말자”며 싸움을 그만둘 것을 제안했다. 그는 “저는 제 입으로 적통의 적자도 꺼낸 적이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위대한 대통령 누구의 적통이라고 주장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정 전 대표는 “저는 김대중 대통령을 존경했고, 노무현 대통령을 사랑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을 좋아했다”며 “이재명 대통령과는 동지이자 전우로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의 폭압을 함께 뚫었다. 12·3 불법 비상계엄 내란의 밤 때는 목숨 걸고 국회 담장을 넘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렇게 말한 것이) 뭐가 문제가 되냐”면서 “제 입으로 말하지도 않은 것을 상상하고 비틀어서 ‘적통이네 아니네’ 하는 언론의 프레임에 맞장구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달 초를 기점으로 민주당의 분위기가 한층 누그러졌다는 평이 나온다. 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오찬 회동을 하며 지지자 간의 갈등 봉합을 시도했고, 보안수사권 폐지 역시 정부가 먼저 치고 나오면서 논란을 잠재웠다. 퇴로까지 끊었다 정 전 대표의 전당대회 필살기가 사라졌다. 여기에 친문 의원들조차 “하늘에 계신 분들이 (정 전 대표의 적통성을) 인정하겠나” 등 표현으로 거리를 두면서 고립 직전에 놓였다. 정 전 대표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송 의원의 여론전도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송 의원은 정 전 대표에게 힘을 싣는 여의도 밖 스피커와도 각을 세우고 있다. ‘ABC론’ ‘증축·재건축론’ 등을 주장한 유시민 작가를 향해 “간신은 주군 옆에서 권력을 독점해 똑똑하고 새로운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유 작가는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열렬히 지켜주고 응원했던 사람들이 원했던 것은 증축이었는데, 대통령은 재건축을 하려고 했던 것 같다. 대통령의 자신감이 지나쳤던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민주 진영 코어 지지층이 바란 것은 중도·보수로의 ‘증축’이지만 이 대통령은 원주민(코어 지지층)과 상의 없이 ‘재건축’에 나서 이들이 이탈하고 있다는 증축·재건축론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송 전 대표는 YTN <장성철의 뉴스명당>에 출연해 “충신은 자기 주군의 성공을 위해서 더 똑똑한 사람, 새로운 사람을 계속 영입한다”며 유 작가의 주장을 반박했다. 연일 송 의원의 견제가 이어지고 있지만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지지를 받는 정 전 대표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김민석 전 총리와 송 의원 둘 중 누구든 결선에 진출해 ‘반 정청래’ 전선을 꾸리는 것이 1차 목표라는 설명에 힘이 실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현 상황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송 의원은 당 대표를 하겠다는 열망보다 정 전 대표를 막겠다는 열망이 더 강해 보인다”고 봤다. 이처럼 정치권에서는 송 의원을 개별 후보가 아닌 김 총리의 페이스메이커로 보는 분위기다. 명심을 등에 업은 김 총리가 거칠게 나올 경우 국정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만큼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송 의원이 ‘정청래 저격수’ 역할을 자처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오래전 큰 그림 송 의원의 의중과 상관없이 두 사람의 단일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전당대회서 정 전 대표에게 유리한 것으로 알려진 1인1표제가 적용되는 만큼 김 전 총리와 송 의원이 손을 잡는 것이 안전하다는 이유에서다. ‘김민석+송영길 대 정청래’ 구도로 선거를 치른다면 압승도 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전당대회에 출마한 송 의원이 가장 주목을 받는 시점에 김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선언한 후 사퇴하는 시나리오도 점치고 있다. 자신의 지지층 결집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김 전 총리에게 힘을 실어준 뒤 물러서는 방식으로, 이럴 경우 확실한 1 대 1 구도가 만들어지게 된다. 정치권에서는 송 의원이 전당대회를 통해 체급을 키운 뒤 청와대에 외교부 장관 등 자신이 희망하던 자리를 요구하지 않겠냐는 해석도 나온다. 국회 입성 이후 송 의원의 외교부 장관 입각설 등이 꾸준히 나오는 것 역시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그동안 송 의원은 자칭타칭 ‘외교 전문가’로 이름을 알려왔다. 그는 문재인정부 당시 러시아 특사를 지냈으며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과 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회 초기 위원장을 지냈다. 21대 국회 전반기에는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꾸준히 외교·통일 정책 비전을 밝혀왔다. 지난 2월 복당을 앞둔 때에는 향후 외교 분야에서 역할을 맡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송 의원은 부산 벡스코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결과 북극 항로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민주당 부산시당 주최 특강에서 “러시아와 미국 등 외교 현안에서 역할을 감당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송 의원은 러시아와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현재 한국은 러시아보다 우크라이나에 더 가까운 입장”이라며 “전쟁 중이라는 특수성이 있지만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극 항로를 열기 위해서는 실용주의 외교가 필요하다”며 이정부의 실용주의 노선과 궤를 같이 했다. 그는 최근까지도 활발한 외교 행보를 보였다. 지난달 24일 조정식 국회의장 특사 자격으로 미국 출국길에 올라 전방위 외교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송 전 의원은 미국 워싱턴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와 미 의회 지도부와 연쇄 면담을 갖고, 북핵 문제와 경제 제재 예외 조치 등 한미 간 주요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복당 후 역할은…” 마음은 다른 곳에?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이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송 의원이 이 대통령의 서면 축사를 대독에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에 국민의힘 신지호 전 의원은 송 의원이 “양손에 떡을 다 쥘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이같이 주장하며 “누군가 송 의원에게 ‘너 외교부 장관 할래, 당 대표 할래?’라고 묻는다면 바보가 아닌 이상 당 대표라고 답한다. 이번에 당 대표가 되면 공천권을 쥘 수 있기 때문”이라며 “(선거를) 하다가 여의치 않을 경우 외교부 장관으로 가는 것이고, 지금의 이런 것들이 또 외교부 장관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 될 수 있다. 지금 양쪽 접근을 다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유리한 지점에 서 있는 만큼 송 의원의 당권 레이스 완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21년 치러진 전당대회서 당선된 경험이 있는 만큼 이미 민주당에 조직 기반이 있다는 점에서다. 최근에는 경남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당원 등 100여명이 모여 ‘8·17 전당대회, 응답하라 송영길!’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송 의원의 출마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금 대한민국은 대내외적으로 복합적인 위기와 갈등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며 “이런 시대일수록 국정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고 당을 하나로 묶어낼 검증된 지도력이 절실하다. 송영길 의원은 ‘이재명 국민주권정부’의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가장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치적 경험과 국가 운영 능력을 갖춘 인물”이라며 평가했다. 친명 좌장으로 불리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8월 전당대회와 관련해 “제가 아는 송영길 의원은 (김 전 총리를 위한) 페이스메이커로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누구든지 1등을 하기 위해서 나가고, 만약에 결선투표로 간다면 1등, 2등 해서 결선에 가서 이기겠다는 생각일 것”이라며 “송 의원이 누구를 위해서 자기가 페이스메이커로 나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양손에 쥔 꽃놀이패 송 의원 역시 본인이 김 전 총리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분석에 대해 “후보자들은 일종의 면접시험을 보고 있는 것이고 인사권자인 당원들께서 판단하실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결선투표 제도가 없다면 단일화 논란이 일어날 수 있지만 전당대회는 제도적으로 결선투표제가 있다”며 완주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만일 송 의원이 전당대회를 완주한다면 정 전 대표와 청와대라는 양강 구도에 변수가 된다. 그의 선택에 따라 이번 전당대회 판세가 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그가 페이스메이커가 아닌 ‘게임 체인저’로 바뀔지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의도 복귀 김민석, 전대 신호탄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당권 경쟁자인 정청래 전 대표를 겨냥해 “지금까지 했던 방식으로 굳이 (대표를) 두 번 할 필요나 필연성은 지금 발견하기 어렵다”고 직격했다. 총리직에서 퇴임해 여의도에 복귀하자마자 이같이 밝힌 김 전 총리는 유튜브 채널 ‘오마이TV’가 공개한 영상에서 “이제는 정청래 전 대표와 다른 색깔, 역량, 스타일, 장점을 가진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지방선거로 (정부 출범 후) 최초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당의 역할 폭과 숙제 크기가 더 넓고 커지고 강해졌다. 이제 당이 더 본격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이 어떻게 가야 하나, 무엇을 해야 하나에 대한 제 나름의 생각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최대한 반영하고 싶다”며 “대한민국 역사의 황금시대 도래, 그 첫 장을 이재명정부가 열고 있다고 보고 그것을 실제로 만들어내는 일에 모든 걸 다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올해 초 정 전 대표가 시도했다가 무산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도 꺼내들었다. 김 전 총리는 “그것(합당)을 풀어가는 데 문제 제기와 과정이 잘못돼서 일을 그르쳤다고 본다”며 “같은 세력은 통합하고 다르면 연대하고, 통합과 연대와 확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통합을 할 것이냐 연대를 할 것이냐의 문제에 대해서는 혁신당이 스스로 명확하게 판단하고 (입장을) 드러내는 것이 좋다”고 제언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