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사생활 논란 정희원 대표

  • 서진 기자 jen9@ilyosisa.co.kr
  • 등록 2025.12.29 15:51:22
  • 호수 15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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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속 노화’ 아이콘의 몰락

[일요시사 취재1팀] 서진 기자 = 신선한 렌틸콩과 잡곡밥으로 국민의 혈관 청소를 돕던 ‘저속 노화 주치의’가 있다. 잘못된 정보의 왜곡을 막겠다며 유튜브와 방송 미디어 전면에 나섰다. 천천히 나이 드는 기술을 전파하며 대한민국에 ‘저속 노화’ 신드롬을 일으켰다. 바로 저속노화연구소 대표인 정희원이다.

정희원 대표가 자신의 커리어를 송두리째 뒤흔들 진흙탕 싸움에 휘말렸다. 최근 그가 마주한 성폭행 분쟁은 빠르게 그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2023년부터 본격적인 공식 행보를 보인 이후 인기 정점을 찍었던 그가, 이제는 자신의 ‘클린’함을 증명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고소에
맞고소

사건의 발단은 지난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 대표는 자신의 전 직장인 서울아산병원에서 위촉연구원으로 근무했던 30대 여성 A씨를 공갈미수, 주거침입,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정 대표 측 주장에 따르면, A씨는 지난 6개월간 그의 주거지에 무단침입하는가 하면 저작권 지분 등을 빌미로 거액의 금전을 요구하는 등 집요한 괴롭힘을 이어왔다. 정 대표는 지난 6월 A씨와 계약 관계를 해지했지만, 이후 A씨로부터 “내가 없으면 너는 파멸할 것”이라는 등의 폭언과 함께 지속적으로 스토킹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A씨가 본인의 아내 직장과 정 대표 주거지 등에 찾아와 위협했다며 그의 저서“<저속노화 마인드셋>에 대한 저작권 지분과 금전을 요구하기도 했다”고도 했다.


그러나 정 대표는 동시에 A씨와의 관계에 대해 “지난해 3월에서 올해 6월 사이 사적으로 친밀감을 느껴 일시적으로 교류했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 “A씨가 마사지를 해주겠다며 예약한 숙박업소에 데려가 수차례 신체적 접촉을 시도한 사실이 있었지만, 육체적 관계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에 따르면 아내도 A씨의 존재를 알고 있으며, 현재 함께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정 대표는 “A씨가 ‘부인과 이혼 후 본인과 결혼해달라’고 요구하는 등 집착하며 스토킹을 반복해 해당 사실을 아내에게 밝힌 이후 현재 공동으로 법적 대응을 하는 상황”이라며 “향후 공식적으로 모든 상황을 투명하게 밝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9일에는 A씨가 반대로 정 대표를 고소했다. 혐의는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저작권법 위반, 무고, 명예훼손, 스토킹 처벌법 위반이었다.

A씨 측은 증거로 정 대표가 지속적으로 보내던 카카오톡 메시지, 전화 녹음 파일 등을 경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내용에서 정 대표가 A씨에게 성적 욕구와 성적 취향에 부합하는 특정 역할 수행을 강요한 정황이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전직 연구원 A씨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혜석의 박수진 변호사는 지난 18일 정 대표의 주장을 반박하는 동시에 그의 행적을 폭로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정 대표의 미디어 성공 신화가 사실상 A씨의 기획력에서 나왔다고 주장했다.

A씨가 단순 연구원을 넘어 SNS 계정과 7만명 규모의 커뮤니티를 실질적으로 운영한 ‘그림자 비서’였다는 것. 대중이 열광했던 정 대표의 트렌디한 SNS 화법이 사실은 A씨의 손끝에서 탄생했다는 폭로였다.

정 대표가 노년 의학의 권위자를 넘어 대중적 아이콘으로 급부상한 배경에는 SNS에서의 독보적인 소통 방식이 있었다. 그는 딱딱한 학자 이미지 대신 MZ세대의 문법인 ‘인터넷 밈(Meme)’과 유머를 장착한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사건의 당사자인 A씨의 폭로에 따라 실제로 그의 SNS는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기조가 급변했다. A씨가 운영에서 손을 뗐다고 주장한 시기와 맞물려, 그의 계정에서는 그간의 정중한 존댓말과 유머가 사라졌다는 평가다.

전 직장 동료 연구원과 불륜 의혹
“스토킹 피해” VS “성추행 가해”

애초에 대기업과의 협업과 각종 미디어 출연의 동력이 됐던 것이 바로 그 SNS상의 인기였음을 고려할 때, A씨의 주장은 정 대표의 도덕성을 넘어 전문가로서의 진실성 자체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이 같은 정황을 놓고 봤을 때, 그가 전파해 온 <저속노화 마인드셋>의 진정성 역시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

정 대표를 둘러싼 의혹은 사생활을 넘어 전문가로서의 윤리 의식으로 번지고 있다. 연구원 A씨는 성적 피해뿐만 아니라, 자신이 쓴 원고를 정 대표가 가로채 본인 이름으로 기고 및 출판했다는 ‘저작권 도용’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A씨가 작성한 원고와 지난해 3월 <조선일보> 칼럼 ‘정희원의 늙기의 기술’에 실린 내용을 대조해 본 결과 첫 문장부터 사례로 든 싱가포르의 정책, 근거 자료로 제시된 당뇨 환자 그래프까지 완벽하게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중이 열광했던 정 대표의 통찰력 있는 문장들이 사실은 연구원의 원고를 그대로 가져다 쓴 이른바 ‘대필’의 결과물이었다는 주장이다.

정 대표의 원고 도용 정황은 두 사람 사이의 메신저 대화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가 칼럼 원고를 재촉하면 A씨가 “초안을 썼다”며 파일을 전송하는 식의 업무 형태가 수차례 반복됐다.

특히 지난해 8월, 정 대표는 A씨에게 “내 글의 졸렬함과 글을 도둑질해야 하는 비열함이 괴롭다”는 고백 섞인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본인 스스로도 대필 행위의 비도덕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A씨 측은 신문 칼럼뿐만 아니라 정 대표의 주요 저서들 역시 자신이 출판사에 원고를 직접 보냈으며, 그의 이름으로 그대로 출판됐다고 폭로했다.

정 대표 측은 유튜브 공지사항을 통해 “저작권 관련은 이미 공동 저자 등재 및 인세 30% 분배로 상호 간에 합의한 건으로 인세 정산까지 완료된 사안이다. 향후 민사재판을 통해 기여도 정밀 검증 및 손해배상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며, 해당 책은 이후 절판하겠다”고 밝혔다.

A씨는 논란이 된 스토킹 혐의에 대해서도 정면 반박했다. 정 대표의 단독 저서 출간에 따른 저작권 지분을 협의하기 위해 찾아간 단발성 방문을 그가 악의적으로 신고했다는 취지다. 스토킹 잠정 조치 역시 혐의 인정이 아닌 신고인의 의사에 따른 행정적 절차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위계에 의한 성폭력 주장이다. A씨 측은 정 대표가 사회적 낙인과 해고를 무기로 자신의 성적 욕구와 취향에 부합하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또 불륜 의혹에 대해서도 정 대표가 배우자와 처가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 A씨가 고통을 겪었다며, 주장을 입증할 객관적 증거가 존재함을 시사했다.

저작권 도용
의혹도 제기

이에 대해 A씨 측은 “이번 사건은 권력 관계 속에서 발생한 젠더 기반의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정 대표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반복적으로 성적 요구를 했고, A씨는 해고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를 거부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1년3개월 동안 가까이 지내 온 두 사람이 함께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도 공개되며 이 같은 A씨의 주장은 더 강력해졌다. 지난 2월 정 대표는 A씨에게 ‘결박’ ‘주인’ 등 단어와 특정 물품을 반복해 얘기했다. 특정 행동 패턴을 묘사하고 정신이 몽롱하다는 등의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 중 정 대표가 직접 썼다는 소설 내용도 밝혀졌는데, 주인공 이름은 정 대표 본인과 A씨였다. 정 대표는 “계속 수정하고 있다. 오늘 안에 완성할 것 같다”고도 했다. 그는 이 소설을 ‘역작’이라고 표현했다.

정 대표 측은 “여성에게 보낸 소설은 정 대표가 아닌 AI가 쓴 것이고, 위력은 전혀 없었다”며 “향후 수사기관을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A씨 측은 “소설 내용에 나온 도구 등을 주문한 뒤, 특정 행위를 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가 요구를 거부하면 해고 가능성을 내비쳤고, 자살을 암시하는 등 압박을 했다고도 밝혔다.

또 지난 4월 정 대표가 보냈던 메시지에도 비슷한 내용이 발견됐다. 그는 A씨에게 한 언론의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 성폭력 기사를 보내면서 “음, 저는 시한부 인생 10년”이라고 말했다. 이후 장 전 의원의 사망 기사를 잇따라 보내기도 했다.

장 전 의원은 지난 3월 성폭력 혐의로 수사를 받다 유서를 남기고 숨졌다.

A씨 측은 정 대표가 평소 이런 방식으로 압박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성적 요구를 들어주지 않거나 폭로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암시해 왔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저속 노화’ 유명세를 타고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MBC <라디오스타> 등 다수 예능까지 진출했다. KBS 1TV <생로병사의 비밀>과 tvN <어쩌다 어른> 등에 출연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1년 전부터 유튜브 ‘정희원의 저속노화’ 채널을 운영하고, 구독자 수를 60만명 가까이 보유했다. 지난 7월부터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MBC 표준FM <정희원의 라디오 쉼표> 진행도 맡았다.

서둘러
선긋기

그러나 진행해오던 MBC 라디오 프로그램이 지난 22일 사생활 논란 속에서 폐지됐다. MBC는 “<라디오 쉼표> 진행자의 개인적 사정으로 <라디오 문화센터>를 편성하게 됐다”며 “청취자들의 너른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결국 해당 프로그램은 지난 19일 마지막 방송을 끝으로 5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MBC 측은 프로그램 폐지 사유에 대해 진행자 개인적 사정이라고 전했으나, 이는 정 대표를 둘러싼 사생활 논란의 여파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식품업계에서도 외면당하기 시작했다. 그의 사생활 논란이 법적 공방으로 치닫자 그와 손잡았던 식품 기업들이 서둘러 선긋기에 나선 것이다.

정 대표와 협업한 초기 물량 완판을 기록했던 매일유업은 ‘매일두유 렌틸콩’에서 그의 이름과 사진을 전면 삭제했으며, CJ제일제당 역시 누적 1000만개를 판 ‘햇반 라이스플랜’의 포장재 교체 작업에 착수했다. 이른바 ‘정희원 지우기’에 나서며 기업들의 계산기는 벌써 바쁘게 돌아가는 상황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포장에 잔상이 남아 불편하다”는 항의와 “이 참에 싸게 잘 샀다”는 등 반응들이 이어지면서, 업계에선 유명세를 믿고 진행한 스타 협업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84년생, 올해 41세인 그는 서울대 의대 학사·석사를 거쳐 카이스트 박사까지 소위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을 거친 그의 화려한 이력은 지난 9월, 2년 임기의 서울시 건강총괄관(자문관) 위촉으로 정점을 찍었다.

3급 상당의 중책을 맡은 그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저속 노화 실천을 정책으로 정착시키고 싶다”며 공직에 대한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불거진 논란 속에서 그는 결국 자문관 임명 석 달 만에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아산병원에서 5년여간 노년내과 재직한 정 대표는 저속 노화라는 생소한 개념을 대중의 언어로 번역해냈다. 그는 X(구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노화 예방의 중요성을 친절하면서도 날카롭게 설파하며, 우리 사회에 거대한 저속 노화 유행을 선도했다.

그가 제시한 라이프스타일은 단순한 건강정보를 넘어 식탁 위의 새로운 기준이 됐다. 렌틸콩과 잡곡 중심의 식단, 절제된 생활습관을 통해 노화의 시계를 늦추자는 그의 제안은 온라인상에서 ‘저속 노화 식단 인증샷’ 열풍으로 번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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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식품업계 발 빠르게 ‘손절’

정 대표는 1년 전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며 “진료와 연구, 교육을 병행하는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의사”라고 소개했다. 그는 대학원 시절 초파리와 세포를 연구하며 노화의 근원을 파고들었다. 임상 복귀 후에는 “인구 집단의 건강상태를 어떻게 유지할까”를 평생의 연구 과제로 삼아왔다고 밝혔다.

그의 대중적 인지도는 ‘펜’ 끝에서 시작됐다. 2019년 네이버 브런치에서 시작된 그의 글쓰기는 2022년 말 저서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로 결실을 맺었고, 이는 그에게 ‘가속노화 선생님’이라는 독보적인 수식어를 안겨줬다.

정 대표는 이달 초 <정희원의 저속노화 명심 필사 노트>를 출간하고 이번 논란이 된 <저속노화 마인드셋> 등의 집필을 통해 대내외적으로 긍정적 영향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영상에서 “미디어에 출연하면 식단이나 영양제 같은 지엽적인 질문만 받게 된다”며, 전문가로서의 깊이 있는 맥락이 거세된 채 소비되는 현실에 대한 갈증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문가로서의 권위는 언론으로도 뻗어나갔다. 2023년부터 <조선일보>에 연재한 칼럼 ‘정희원의 늙기의 기술’을 통해 그는 전문가로서 학계, 금융, 예술 등 사회 전반에 저속 노화라는 화두를 던졌다.

정 대표가 직접 채널을 운영하기로 결심한 결정적 계기는 정보의 왜곡이다. 그는 영상에서 “어느 순간 렌틸콩 전도사가 됐는데, 렌틸콩만 퍼먹고 사는 사람처럼 소문이 나 억울했다”고 언급했다.

단순히 특정 식재료를 권장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당을 줄이고 편안한 마음으로 생활습관을 관리하는 것이 핵심인데 이 과정이 생략됐다는 지적이다.

또 그는 진료실의 안타까운 사례를 들며 “콜레스테롤 약을 먹으면 뇌가 녹는다는 근거 없는 유튜버의 말을 믿고 약을 끊으면서, 정작 근거 없는 뇌 영양제는 처방해달라는 환자들을 볼 때 힘이 빠진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앞으로 지치지 않고 딱 10년만 하면 하고 싶은 시스템 변화가 다 돼있을 것”이라는 명언가의 조언을 토대로 자신의 10년 계획을 공개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선진국 중 드물게 노년 의학 시스템이 부재한 갈라파고스”라고 꼬집으며, 노인 통합 돌봄 시스템이 없는 현실을 비판했다.

무너진
커리어

따라서 앞으로 10년간 대중과 정책 입안자들에게 “노년 의학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리는 데 헌신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음식의 포트폴리오를 건강해지게 만들겠다던 정희원의 목표는 과연 실현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jen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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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