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사생활 논란 정희원 대표

  • 서진 기자 jen9@ilyosisa.co.kr
  • 등록 2025.12.29 15:51:22
  • 호수 15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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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속 노화’ 아이콘의 몰락

[일요시사 취재1팀] 서진 기자 = 신선한 렌틸콩과 잡곡밥으로 국민의 혈관 청소를 돕던 ‘저속 노화 주치의’가 있다. 잘못된 정보의 왜곡을 막겠다며 유튜브와 방송 미디어 전면에 나섰다. 천천히 나이 드는 기술을 전파하며 대한민국에 ‘저속 노화’ 신드롬을 일으켰다. 바로 저속노화연구소 대표인 정희원이다.

정희원 대표가 자신의 커리어를 송두리째 뒤흔들 진흙탕 싸움에 휘말렸다. 최근 그가 마주한 성폭행 분쟁은 빠르게 그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2023년부터 본격적인 공식 행보를 보인 이후 인기 정점을 찍었던 그가, 이제는 자신의 ‘클린’함을 증명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고소에
맞고소

사건의 발단은 지난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 대표는 자신의 전 직장인 서울아산병원에서 위촉연구원으로 근무했던 30대 여성 A씨를 공갈미수, 주거침입,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정 대표 측 주장에 따르면, A씨는 지난 6개월간 그의 주거지에 무단침입하는가 하면 저작권 지분 등을 빌미로 거액의 금전을 요구하는 등 집요한 괴롭힘을 이어왔다. 정 대표는 지난 6월 A씨와 계약 관계를 해지했지만, 이후 A씨로부터 “내가 없으면 너는 파멸할 것”이라는 등의 폭언과 함께 지속적으로 스토킹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A씨가 본인의 아내 직장과 정 대표 주거지 등에 찾아와 위협했다며 그의 저서“<저속노화 마인드셋>에 대한 저작권 지분과 금전을 요구하기도 했다”고도 했다.


그러나 정 대표는 동시에 A씨와의 관계에 대해 “지난해 3월에서 올해 6월 사이 사적으로 친밀감을 느껴 일시적으로 교류했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 “A씨가 마사지를 해주겠다며 예약한 숙박업소에 데려가 수차례 신체적 접촉을 시도한 사실이 있었지만, 육체적 관계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에 따르면 아내도 A씨의 존재를 알고 있으며, 현재 함께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정 대표는 “A씨가 ‘부인과 이혼 후 본인과 결혼해달라’고 요구하는 등 집착하며 스토킹을 반복해 해당 사실을 아내에게 밝힌 이후 현재 공동으로 법적 대응을 하는 상황”이라며 “향후 공식적으로 모든 상황을 투명하게 밝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9일에는 A씨가 반대로 정 대표를 고소했다. 혐의는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저작권법 위반, 무고, 명예훼손, 스토킹 처벌법 위반이었다.

A씨 측은 증거로 정 대표가 지속적으로 보내던 카카오톡 메시지, 전화 녹음 파일 등을 경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내용에서 정 대표가 A씨에게 성적 욕구와 성적 취향에 부합하는 특정 역할 수행을 강요한 정황이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전직 연구원 A씨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혜석의 박수진 변호사는 지난 18일 정 대표의 주장을 반박하는 동시에 그의 행적을 폭로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정 대표의 미디어 성공 신화가 사실상 A씨의 기획력에서 나왔다고 주장했다.

A씨가 단순 연구원을 넘어 SNS 계정과 7만명 규모의 커뮤니티를 실질적으로 운영한 ‘그림자 비서’였다는 것. 대중이 열광했던 정 대표의 트렌디한 SNS 화법이 사실은 A씨의 손끝에서 탄생했다는 폭로였다.

정 대표가 노년 의학의 권위자를 넘어 대중적 아이콘으로 급부상한 배경에는 SNS에서의 독보적인 소통 방식이 있었다. 그는 딱딱한 학자 이미지 대신 MZ세대의 문법인 ‘인터넷 밈(Meme)’과 유머를 장착한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사건의 당사자인 A씨의 폭로에 따라 실제로 그의 SNS는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기조가 급변했다. A씨가 운영에서 손을 뗐다고 주장한 시기와 맞물려, 그의 계정에서는 그간의 정중한 존댓말과 유머가 사라졌다는 평가다.

전 직장 동료 연구원과 불륜 의혹
“스토킹 피해” VS “성추행 가해”

애초에 대기업과의 협업과 각종 미디어 출연의 동력이 됐던 것이 바로 그 SNS상의 인기였음을 고려할 때, A씨의 주장은 정 대표의 도덕성을 넘어 전문가로서의 진실성 자체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이 같은 정황을 놓고 봤을 때, 그가 전파해 온 <저속노화 마인드셋>의 진정성 역시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

정 대표를 둘러싼 의혹은 사생활을 넘어 전문가로서의 윤리 의식으로 번지고 있다. 연구원 A씨는 성적 피해뿐만 아니라, 자신이 쓴 원고를 정 대표가 가로채 본인 이름으로 기고 및 출판했다는 ‘저작권 도용’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A씨가 작성한 원고와 지난해 3월 <조선일보> 칼럼 ‘정희원의 늙기의 기술’에 실린 내용을 대조해 본 결과 첫 문장부터 사례로 든 싱가포르의 정책, 근거 자료로 제시된 당뇨 환자 그래프까지 완벽하게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중이 열광했던 정 대표의 통찰력 있는 문장들이 사실은 연구원의 원고를 그대로 가져다 쓴 이른바 ‘대필’의 결과물이었다는 주장이다.

정 대표의 원고 도용 정황은 두 사람 사이의 메신저 대화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가 칼럼 원고를 재촉하면 A씨가 “초안을 썼다”며 파일을 전송하는 식의 업무 형태가 수차례 반복됐다.

특히 지난해 8월, 정 대표는 A씨에게 “내 글의 졸렬함과 글을 도둑질해야 하는 비열함이 괴롭다”는 고백 섞인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본인 스스로도 대필 행위의 비도덕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A씨 측은 신문 칼럼뿐만 아니라 정 대표의 주요 저서들 역시 자신이 출판사에 원고를 직접 보냈으며, 그의 이름으로 그대로 출판됐다고 폭로했다.

정 대표 측은 유튜브 공지사항을 통해 “저작권 관련은 이미 공동 저자 등재 및 인세 30% 분배로 상호 간에 합의한 건으로 인세 정산까지 완료된 사안이다. 향후 민사재판을 통해 기여도 정밀 검증 및 손해배상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며, 해당 책은 이후 절판하겠다”고 밝혔다.

A씨는 논란이 된 스토킹 혐의에 대해서도 정면 반박했다. 정 대표의 단독 저서 출간에 따른 저작권 지분을 협의하기 위해 찾아간 단발성 방문을 그가 악의적으로 신고했다는 취지다. 스토킹 잠정 조치 역시 혐의 인정이 아닌 신고인의 의사에 따른 행정적 절차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위계에 의한 성폭력 주장이다. A씨 측은 정 대표가 사회적 낙인과 해고를 무기로 자신의 성적 욕구와 취향에 부합하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또 불륜 의혹에 대해서도 정 대표가 배우자와 처가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 A씨가 고통을 겪었다며, 주장을 입증할 객관적 증거가 존재함을 시사했다.

저작권 도용
의혹도 제기

이에 대해 A씨 측은 “이번 사건은 권력 관계 속에서 발생한 젠더 기반의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정 대표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반복적으로 성적 요구를 했고, A씨는 해고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를 거부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1년3개월 동안 가까이 지내 온 두 사람이 함께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도 공개되며 이 같은 A씨의 주장은 더 강력해졌다. 지난 2월 정 대표는 A씨에게 ‘결박’ ‘주인’ 등 단어와 특정 물품을 반복해 얘기했다. 특정 행동 패턴을 묘사하고 정신이 몽롱하다는 등의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 중 정 대표가 직접 썼다는 소설 내용도 밝혀졌는데, 주인공 이름은 정 대표 본인과 A씨였다. 정 대표는 “계속 수정하고 있다. 오늘 안에 완성할 것 같다”고도 했다. 그는 이 소설을 ‘역작’이라고 표현했다.

정 대표 측은 “여성에게 보낸 소설은 정 대표가 아닌 AI가 쓴 것이고, 위력은 전혀 없었다”며 “향후 수사기관을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A씨 측은 “소설 내용에 나온 도구 등을 주문한 뒤, 특정 행위를 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가 요구를 거부하면 해고 가능성을 내비쳤고, 자살을 암시하는 등 압박을 했다고도 밝혔다.

또 지난 4월 정 대표가 보냈던 메시지에도 비슷한 내용이 발견됐다. 그는 A씨에게 한 언론의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 성폭력 기사를 보내면서 “음, 저는 시한부 인생 10년”이라고 말했다. 이후 장 전 의원의 사망 기사를 잇따라 보내기도 했다.

장 전 의원은 지난 3월 성폭력 혐의로 수사를 받다 유서를 남기고 숨졌다.

A씨 측은 정 대표가 평소 이런 방식으로 압박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성적 요구를 들어주지 않거나 폭로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암시해 왔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저속 노화’ 유명세를 타고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MBC <라디오스타> 등 다수 예능까지 진출했다. KBS 1TV <생로병사의 비밀>과 tvN <어쩌다 어른> 등에 출연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1년 전부터 유튜브 ‘정희원의 저속노화’ 채널을 운영하고, 구독자 수를 60만명 가까이 보유했다. 지난 7월부터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MBC 표준FM <정희원의 라디오 쉼표> 진행도 맡았다.

서둘러
선긋기

그러나 진행해오던 MBC 라디오 프로그램이 지난 22일 사생활 논란 속에서 폐지됐다. MBC는 “<라디오 쉼표> 진행자의 개인적 사정으로 <라디오 문화센터>를 편성하게 됐다”며 “청취자들의 너른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결국 해당 프로그램은 지난 19일 마지막 방송을 끝으로 5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MBC 측은 프로그램 폐지 사유에 대해 진행자 개인적 사정이라고 전했으나, 이는 정 대표를 둘러싼 사생활 논란의 여파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식품업계에서도 외면당하기 시작했다. 그의 사생활 논란이 법적 공방으로 치닫자 그와 손잡았던 식품 기업들이 서둘러 선긋기에 나선 것이다.

정 대표와 협업한 초기 물량 완판을 기록했던 매일유업은 ‘매일두유 렌틸콩’에서 그의 이름과 사진을 전면 삭제했으며, CJ제일제당 역시 누적 1000만개를 판 ‘햇반 라이스플랜’의 포장재 교체 작업에 착수했다. 이른바 ‘정희원 지우기’에 나서며 기업들의 계산기는 벌써 바쁘게 돌아가는 상황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포장에 잔상이 남아 불편하다”는 항의와 “이 참에 싸게 잘 샀다”는 등 반응들이 이어지면서, 업계에선 유명세를 믿고 진행한 스타 협업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84년생, 올해 41세인 그는 서울대 의대 학사·석사를 거쳐 카이스트 박사까지 소위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을 거친 그의 화려한 이력은 지난 9월, 2년 임기의 서울시 건강총괄관(자문관) 위촉으로 정점을 찍었다.

3급 상당의 중책을 맡은 그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저속 노화 실천을 정책으로 정착시키고 싶다”며 공직에 대한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불거진 논란 속에서 그는 결국 자문관 임명 석 달 만에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아산병원에서 5년여간 노년내과 재직한 정 대표는 저속 노화라는 생소한 개념을 대중의 언어로 번역해냈다. 그는 X(구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노화 예방의 중요성을 친절하면서도 날카롭게 설파하며, 우리 사회에 거대한 저속 노화 유행을 선도했다.

그가 제시한 라이프스타일은 단순한 건강정보를 넘어 식탁 위의 새로운 기준이 됐다. 렌틸콩과 잡곡 중심의 식단, 절제된 생활습관을 통해 노화의 시계를 늦추자는 그의 제안은 온라인상에서 ‘저속 노화 식단 인증샷’ 열풍으로 번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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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식품업계 발 빠르게 ‘손절’

정 대표는 1년 전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며 “진료와 연구, 교육을 병행하는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의사”라고 소개했다. 그는 대학원 시절 초파리와 세포를 연구하며 노화의 근원을 파고들었다. 임상 복귀 후에는 “인구 집단의 건강상태를 어떻게 유지할까”를 평생의 연구 과제로 삼아왔다고 밝혔다.

그의 대중적 인지도는 ‘펜’ 끝에서 시작됐다. 2019년 네이버 브런치에서 시작된 그의 글쓰기는 2022년 말 저서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로 결실을 맺었고, 이는 그에게 ‘가속노화 선생님’이라는 독보적인 수식어를 안겨줬다.

정 대표는 이달 초 <정희원의 저속노화 명심 필사 노트>를 출간하고 이번 논란이 된 <저속노화 마인드셋> 등의 집필을 통해 대내외적으로 긍정적 영향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영상에서 “미디어에 출연하면 식단이나 영양제 같은 지엽적인 질문만 받게 된다”며, 전문가로서의 깊이 있는 맥락이 거세된 채 소비되는 현실에 대한 갈증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문가로서의 권위는 언론으로도 뻗어나갔다. 2023년부터 <조선일보>에 연재한 칼럼 ‘정희원의 늙기의 기술’을 통해 그는 전문가로서 학계, 금융, 예술 등 사회 전반에 저속 노화라는 화두를 던졌다.

정 대표가 직접 채널을 운영하기로 결심한 결정적 계기는 정보의 왜곡이다. 그는 영상에서 “어느 순간 렌틸콩 전도사가 됐는데, 렌틸콩만 퍼먹고 사는 사람처럼 소문이 나 억울했다”고 언급했다.

단순히 특정 식재료를 권장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당을 줄이고 편안한 마음으로 생활습관을 관리하는 것이 핵심인데 이 과정이 생략됐다는 지적이다.

또 그는 진료실의 안타까운 사례를 들며 “콜레스테롤 약을 먹으면 뇌가 녹는다는 근거 없는 유튜버의 말을 믿고 약을 끊으면서, 정작 근거 없는 뇌 영양제는 처방해달라는 환자들을 볼 때 힘이 빠진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앞으로 지치지 않고 딱 10년만 하면 하고 싶은 시스템 변화가 다 돼있을 것”이라는 명언가의 조언을 토대로 자신의 10년 계획을 공개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선진국 중 드물게 노년 의학 시스템이 부재한 갈라파고스”라고 꼬집으며, 노인 통합 돌봄 시스템이 없는 현실을 비판했다.

무너진
커리어

따라서 앞으로 10년간 대중과 정책 입안자들에게 “노년 의학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리는 데 헌신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음식의 포트폴리오를 건강해지게 만들겠다던 정희원의 목표는 과연 실현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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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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