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앞을 보는 교육자’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이제 눈 뜨고 현실을 봐야 한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00년이 아니라 30년만 내다봐도 좋을 것 같다.” 이제는 교육계에서 고리타분한 표현으로 여겨지는 ‘교육 백년지대계’에 대한 언급에 정근식 교육감이 답한 말이다. 시대 변화가 빨라진 상황에서 교육이 그만큼 기민하게 반응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그러면서 정 교육감은 서울시교육청 외벽에 붙어 있는 슬로건 ‘학생의 꿈, 교사의 긍지, 부모의 신뢰’는 ‘미래를 여는 협력 교육’이 만들어낼 궁극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최근 교육계에 ‘수능 폐지’라는 화두가 던져졌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나온 주장이라 관심이 집중됐다. 영어 영역 난이도 조절 실패로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사퇴하는 등 수능을 ‘국가적 이벤트’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에 역행하는 제안이기도 했다.

경쟁 교육?
협력 교육!

지난 10일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미래형 대입 제도 제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진행한 이날 기자회견의 골자는 ‘대학 입시가 학생의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정 교육감은 “언제까지 교실 수업의 변화와 학교 교육의 혁신이 대학 입시에 가로막혀야 하나”라며 “고등학교 교실을 살리고 고교학점제의 안착을 위해 내신 평가제도 전반의 개선안을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 고등학교 1학년(2009년생)이 치르는 2028학년도 대입부터 수도권 대학의 정시 비율을 낮추고 올해 초등학교 5학년(2014년생)이 대상인 2033년학년도 대입에서는 수능에 서술·논술형 평가를 도입한다. 수능과 내신 모두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안도 이 시기에 적용된다.

현재 5세(2021년생)인 아이들에게 적용되는 2040학년도에는 수능을 폐지한다. 핵심은 학생을 뽑는 과정에서 수능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다가 궁극적으로는 없애자는 것이다.


사실 수능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교육계에서 여러 차례 나온 바 있다. 암기력 테스트에 가까운 현재의 제도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바꾸자는 주장이다. 하지만 공교육이 무너지고 사교육 시장이 과열되면서 일정 정도의 공정성과 형평성이 담보되는 제도인 수능을 없애는 것은 교육의 ‘빈익빈 부익부’를 공고하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뒤따랐다.

그럼에도 정 교육감의 기자회견이 교육계에서 화두로 떠오른 것은 제안 내용보다는 발화자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실제 초중등 교육의 설계자이면서 조타수인 교육감이 수능이라는 고등교육제도에 말을 얹은 것을 두고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른바 교육감이 관여할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 교육감은 “초중등 교육과 대학 교육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있다. 초중등 교육이 바뀜에 따라 대학 교육이 바뀌어야 하는 측면이 있고 반대로 대학 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가는가에 따라 초중등 교육이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 존재한다”며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는 지금 이게 서로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 교육감은 “현재 사회와 기업은 창의적인 인재를 필요로 한다. 외워서 풀어야 할 문제는 이미 AI가 전부 하고 있다. 현재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인재는 창의적인 인재, 그리고 사회적으로 관계 맺기를 잘하는 인재, 다른 사람의 문제를 듣고 그걸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재다. 현재와 같은 교육제도로는 그런 인재를 길러낼 수 없다. 그래서 서울시교육청이 선제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래를 여는 협력 교육’ 목표
진보 사회학자·과거사 위원장

지난 12일 서울시교육청 교육감실에서 만난 정 교육감은 여러 차례에 걸쳐 “특정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교육제도도 그에 휩쓸릴 것이라는 뜻으로 읽혔다. 결국 교육이 시대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일종의 한탄이기도 했다.

정 교육감은 인터뷰 전 현장 방문한 창신초등학교 상황을 예로 들었다. 그는 “과거 학생이 많을 때는 1만2000명까지 있었다고 한다. 2부제, 3부제 하면서 수업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체 학생 수가 276명밖에 안 된다. 15년 뒤인 2040년에는 어떨까? 지금의 절반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을 합치면 정원이 50만명 정도 된다. 이미 대학 정원이 대학에 입학하려는 학생보다 많아졌다. 과거 학생이 100만명이던 시대에는 대학은 적고 학생 수는 많아 경쟁을 통해 선발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제 경쟁 교육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학생 한 명, 한 명이 귀한 시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옛날에는 일부 공부 잘하는 아이들 중심으로 학교가 운영됐다. 하지만 이제는 아이를 둘 낳는 집도 많지 않다. 학생 한 명, 한 명에 맞는 맞춤형 교육으로 인재를 만들어내야 한다. 개인, 가정, 사회적으로 이런 방식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며 “그렇게 봤을 때 수능이 그런 맞춤형 교육에 적합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4지 선다, 5지 선다형 ‘정답 맞히기’형 교육으로는 사회가 필요한 인재를 길러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교육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정 교육감은 지난해 10·16 교육감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서울시교육청에 입성했다. 조희연 전 교육감이 ‘해직 교사 특혜 채용’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집행유예 확정 판결을 받으면서 치러진 선거였다. 진보 사회학자이면서 문재인정부에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장을 역임한 그의 이력을 교육감과 연결 짓는 과정에서 기대와 걱정이 따라붙었다.

학령 인구↓
창의 인재↑

정 교육감은 교육 현장과 거리를 좁히는 방법을 통해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지난해 10월17일 취임한 이후 현재까지 160여차례에 걸쳐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방문했다. 서울시교육청 대변인은 “하루에 두 군데 학교를 방문하는 일도 많다”고 귀띔했다. 정 교육감 역시 “현장에서 배우는 게 많다”고 말했다.

정 교육감은 “서울은 (인구가) 굉장히 밀집돼 있지만 지역마다 사정이 아주 다르다. 초기에는 학교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했다고 하면, 최근에는 상황이 녹록지 않은 학교와 학생을 어떻게 도와줄 것인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복지가 필요한 아이들이 많은 곳, 다문화 학생이 많은 곳, 주변 환경에 위험 요소가 많은 곳 등을 살피고 있다”고 전했다.

현장을 중시하는 정 교육감의 방식은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사태에서 빛을 발했다. 비상계엄 선포는 1980년 5·18 민주화운동 이후 수십년 만에 일어난 일인 만큼 현장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특히 학교 수업이 어떻게 되는지, 아이들의 안전은 담보할 수 있는지 등이 당장 문제로 떠올랐다.

정 교육감은 “비상계엄이 발동되자마자 여기(교육감실)에서 비상 회의를 진행했다. 비상계엄 사태가 학교 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파악해야 했다. 필요하면 휴교 등의 조치를 해야 했고 현장에 혼란이 있을 수도 있다는 판단으로 비상 대응 체제를 유지했다. 다행히 국회가 2시간 만에 비상계엄을 해제하면서 당장 큰 혼란은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비상계엄이 해제됐다고 해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곳곳에서 시위가 벌어졌고 서울서부지법 사태도 일어났다. 학업 분위기가 저해되지는 않을지, 등하교 때 안전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지 우려했는데 현장 방문, 안전 점검 등을 통해 다행히 사고 없이 잘 극복했다”고 자평했다.

이처럼 정 교육감이 주도하는 서울시교육청의 정책은 학생의 ‘안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특히 학생의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의 안전을 위한 ‘마음건강’ 정책은 정 교육감의 가장 큰 관심사다. 최근 들어 초·중학교 학생의 극단적 선택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정 교육감은 “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 그 내용을 담은 보고서가 교육감에게 올라온다. 그런 선택을 하게 된 배경이나 경위 등이 담긴 보고서다. 보고서를 읽다 보면 자살 미수, 자해 시도 등 극단적 선택을 하기까지 징후가 있던 경우가 많다. 그런 내용을 볼 때마다 교육감으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아진다”고 말했다.

현장에
답 있다

이어 “지난 10월 ‘서울 학생 마음건강 증진 종합 계획’을 내놨다. 모든 학생에게 생명 존중과 극단적 선택 예방 교육을 진행하고 사회 정서 교육을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제안했다”며 “또 마음건강이 좋지 않은 학생을 조기에 발견해서 지원하는 방안도 담았다. 무엇보다 극단적 선택 고위험군 학생을 긴급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럼에도 일이 일어났다면 그런 학생의 친구나 남아 있는 이들에 대한 치유도 진행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교육감 이전에 사회학자인 정 교육감은 초·중학생의 극단적 선택이 늘어난 이유로 세 가지를 꼽았다. ▲부모의 불화 등 가정적 요인 ▲경쟁적이고 배타적인 교육제도 ▲SNS로 인한 자기 관리 약화다. 특히 SNS의 발달로 학생들이 충동적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지적했다.

이런 요인들이 어린 학생의 불안과 우울, 고독, 외로움 등을 자극해 극단적 선택에 이르도록 한다고 했다.

정 교육감은 “학생들의 극단적 선택은 이제는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족 구조의 변화, SNS 같은 사회적 소통 방식의 변화 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학업 스트레스 또한 학생의 극단적 선택에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기에 서울시교육청으로서는 그 부분을 개선하는 방향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학교가 학생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서로 신뢰하고 협력하는, 경쟁 교육이 아닌 협력 교육이 학생들의 마음건강이나 심리 정서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판단으로 마음건강 종합 계획을 짰다”고 부연했다. 정 교육감이 가진 교육 철학과 취임사에서 여러 번 강조한 교육의 본질과 맞닿은 지점이다.

초·중학생 극단적 선택 많아져
‘마음건강 증진 종합 계획’으로

정 교육감은 “학생들이 소질과 적성에 따라 자아를 완성해 가고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인간이 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게 1번”이라며 “두 번째는 민주시민으로서 어떻게 성장할 것인지, 세 번째는 미래 사회에서 직면할 여러 가지 도전을 헤쳐나갈 수 있는 학습 역량을 주도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교육의 본질에 대해 언급했다.

이 세 가지가 어우러져야만 교육이 완성된다는 주장이다.

그의 교육 철학은 대학 시절에 만들어졌다.

정 교육감은 “특별한 계기가 있던 건 아니지만 사회적 약자에 관한 관심은 젊었을 때부터 있었다. 서울 사당에서 빈민 학생을 상대로 야학 수업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서울의 급속한 도시화에 따른 부작용으로 나타난 빈민을 보면서 이들이 제대로 된 교육의 기회를 받아 자기 계발이 가능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체적인 사회 맥락에서 누구나 충분히 교육을 받고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형평성을 유지하면서 모두에게 골고루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생각은 사회학자로서, 과거사 위원장으로서, 또 교육감으로서 정 교육감이 살아온 삶의 기초이자 출발점으로 작용했다.

그의 관점에서 보면 학교는 학생들에게 공평한 교육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교육 시장이 팽창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이미 ‘사망 선고’를 내린 공교육 현장을 어떻게 해서든 부활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정 교육감은 학교의 문제는 가능하면 학교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폭력 기록을 대학 입시에 반영하는 정책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정 교육감은 “학교폭력을 학생부에 기록하도록 하니까 소위 말하는 가해자가 소송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학교 문제를 사법의 영역으로 끌고 가는 것이다. 교육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까지 과도하게 법이 개입하면, 즉 엄벌주의 방식으로 진행되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울시교육청은 ‘숙려제’를 도입했다. 학교폭력 문제를 기록하고 처벌하기에 앞서 교육적 가치, 본질에 맞게 조정하고 화해하는 방식을 먼저 해보기로 한 것이다. 또 해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부 학부모의 ‘악성 민원’을 줄이는 등 교사와 학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교폭력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예방 장치가 만들어졌지만 과도하게 법률주의, 엄벌주의로 흘러가면서 불거지는 여러 부작용을 극복해야 하는 시기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관계 회복을 위한 숙려 제도를 좀 더 확대해 나가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학교 문제는
학교 안에서

정 교육감은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이상을 좇는 게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과거에도 초등학생, 중학생의 극단적 선택은 있었겠지만 지금처럼 ‘엄청난’ 숫자는 아니었다. 아이들이 이렇게 죽어가고 있는데 왜 사회는 이런 현실을 바라만 보고 있나? 극단적 선택에 대해 침묵하는 문화를 바꿔야 한다. 왜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죽음을 선택하는지 공론장에서 논의하고 해결을 위한 토론이 진행돼야 한다”고 답했다.

아울러 “교육제도의 변화를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과도한 경쟁의 결과로 드러난 부작용에 눈을 감으려 한다. 이제는 드러내놓고 말해야 할 시기다. 어른으로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어떻게 여는 게 좋은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 교육 패러다임의 대전환, 협력 교육으로 바꿔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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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