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태풍 없던 2025년, 정치 태풍은 한반도 휩쓸어

2025년 한반도는 “자연은 고요하되, 정치와 외교는 폭풍”이라는 역설 속에 놓여 있었다.

북태평양 고기압의 비정상적 확장으로 실제 태풍은 단 한 번도 오지 않았다. 이는 16년 만에 찾아온 극히 드문 기후현상이었다. 그러나 자연의 침묵이 오히려 더 불안한 신호였는지, 정치·외교·경제에서는 연중 내내 태풍급 충격이 이어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이어 전국을 흔든 조기 대선, 정권교체, 그리고 트럼프의 관세 폭풍까지 겹치며 한반도는 자연이 만들어낸 태풍이 아니라, 사람이 만들어낸 거대한 태풍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태풍이 오지 않았다는 단순한 기상 통계는 올해 한국 사회의 구조적 딜레마를 상징한다.

태풍 없는 자연의 고요가 준 것은 평온이 아니라, 정치의 소용돌이가 더욱 선명히 드러난 풍경이었다.

16년 만에 태풍 0개가 남긴 기후 이례성

올해 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지난 1951년 기상관측 이후 단 세 번뿐인 기록이고, 무려 16년 만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정적은 자연의 자비도, 우연의 선물도 아니었다. 북태평양고기압도 기상관측 이래 가장 이례적으로 확장됐다.


평년에는 8월 말이면 물러나는 고기압이 9월 내내 한반도 남쪽을 감싸며 태풍의 진입로를 완전히 차단했다. 태풍은 일본·대만·중국으로 방향을 틀었고, 한반도는 태풍 경로에서 완전히 비껴났다. 그러나 날씨가 안정적이었던 것도 아니다. 10월의 전국 평균강수량은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강수 일수도 평년의 두 배였다.

태풍이 사라진 자리를 잦은 폭우가 대신 채웠고, 계절의 흐름은 무너졌다. 태풍의 부재는 자연이 준 혜택이 아니라, 기후 시스템이 비틀렸다는 신호였다. 정상처럼 보이는 이상 현상이 반복되며 기후의 기준선 자체가 흔들렸다.

조용한 자연이 드러낸 기상학적 불안정

전문가들은 올해 날씨를 “고요한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거칠어진 기후”라고 진단했다. 그 핵심은 기압 흐름의 가속화다. 대기 에너지가 짧은 시간에 축적되고 방출되면서, 극단적 변화가 잦아지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겉으로는 잔잔해 보여도 내부의 불안정성은 오히려 더 커졌다는 평가다.

대기 에너지가 과도하게 축적되고 방출되면서 서에서 동으로 이동하는 기압의 속도가 빨라졌고, 그 결과 기온은 하루, 일주일, 한 달 단위로 급변했다. 한파가 내려오면 급격한 추위가 찾아오고, 며칠 뒤에는 다시 따뜻해지면서 계절감이 사라지는 방식이다.

서울의 평균 최저기온이 한 달 사이 20도에서 1도로 떨어진 것은 기후 시스템의 안정성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즉, 태풍의 부재는 기후 안정이 아니라, 기후 불안정의 증거가 됐다. 눈에 띄는 재난이 사라진 자리에, 예측 불가능성이 일상화되고 있다.

태풍 부재가 말하는 순환 중단의 위험


태풍이 없는 바다는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연이 스스로 정화하고 순환시키는 능력이 멈춰 있음을 의미한다. 에너지가 한꺼번에 방출되지 못한 채 쌓이면 불균형은 더 깊어지고, 작은 이상도 장기적 위험으로 증폭된다. 고요는 안정의 증거가 아니라, 때로는 가장 위험한 신호가 된다.

대만은 지난 2020년 태풍이 전무했던 다음 해 심각한 물 부족에 시달렸고, 반도체 공정마저 위협받았다. 한국 역시 올해 동해·남해 수온 상승, 퇴적물 누적, 해양 산소 부족, 해녀들이 바닥을 직접 청소해야 하는 상황 등 기후적 불균형을 보여주는 징후가 이어졌다.

순환이 멈춘 자리에 축적된 왜곡은 언젠가 더 거친 방식으로 표출될 가능성을 키운다. 문제는 그 불균형이 언제, 어떤 형태로 터질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그리고 그 폭발의 순간은 늘 가장 준비되지 않은 지점을 향해 찾아온다.

새 권력 출범과 천후의 상징적 대비

왕조 시대에는 천후와 정치를 연결해 해석했다. 새 임금 즉위 직후 재난이 나면 하늘의 경고로 받아들였고, 이는 통치의 정당성 논란으로 이어졌다. 자연현상은 과학 이전의 사회에서 권력의 명분과 민심을 가늠하는 정치적 언어이기도 했다.

이 관점을 현대에 적용하면 흥미로운 대조가 생긴다. 만약 이재명정부 출범 직후 초강력 태풍이 한반도를 휩쓸었다면 정치적 흉조의 상징으로 읽혔을 것이다. 그러나 올해는 태풍이 단 한 번도 오지 않았다. 자연의 침묵은 오히려 새 권력의 출발선에서 상징적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과학적 인과와 별개로 민심은 상징을 읽는다. 태풍의 부재는 새 권력의 초입에서 ‘폭풍의 유예’를 상징하는 듯한 분위기를 형성했다. 정치는 늘 상징의 세계에서 움직인다. 문제는 그 유예가 준비의 시간이 될지, 또 다른 충격을 미루는 착시로 끝날지에 있다.

비상계엄·조기 대선이 만든 정치 태풍

기상 태풍은 오지 않았지만, 정치 태풍은 한국 사회를 강타했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국가의 헌정 시스템 전체를 흔들며 정치를 한순간에 폭풍권으로 몰아넣었다. 그 여파는 제도의 안정성을 시험하며 사회 전반에 깊은 불안과 분열을 남겼다.

비상계엄은 행정·사법·입법을 동시에 뒤흔들며 혼란의 절정으로 치달았고, 그 결과 대한민국은 지난 6월3일 조기 대선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았다. 국가 운영의 정상 궤도가 한순간에 이탈하며 민주주의의 복원력 자체가 시험대에 올랐다.

정치 지형은 완전히 재편됐고, 새 정부 출범은 사회·경제·외교 전반의 방향을 바꾸는 거대한 전환점이 됐다. 태풍이 사라진 하늘 아래서 오히려 더 큰 정치 태풍이 불어닥친 셈이다.

트럼프 정책 태풍이 만든 경제 충격


국내 정치가 내부를 흔드는 동안, 외교·경제의 전면에서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라는 거대한 ‘정책 태풍’이 한국을 강타했다. 자연재해와 달리 이 충격은 예고도 경고음도 없이 산업 전반을 직접 타격했다. 보이지 않는 정책의 바람은 기업과 일자리, 국가 전략의 근간까지 뒤흔들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이라고 해서 예외를 두지 않았고, 한국산 반도체·배터리·전기차·철강·화학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와 공급망 재편 압박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통상 분쟁을 넘어 한국 산업구조 전반에 대한 전략적 재배치를 강요하는 신호에 가까웠다.

이는 실제 태풍보다 더 날카로운 충격이었다. 정책 변화라는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기업의 생존과 일자리, 국가경제의 구조를 뒤흔드는 근본적 압박으로 작용했다. 자연의 태풍은 멈췄지만, 국제경제의 태풍은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고, 그 충격은 파도처럼 반복되면서 누적되고 있다.

자연의 파괴자이자 순환자, 태풍의 역설

태풍은 재난이지만 자연 생태계에서는 중요한 정화자다. 바다 바닥의 퇴적물을 털어내고, 깊은 곳의 산소를 끌어 올리며, 가뭄 지역에 물을 공급하고, 생태계를 초기화하는 역할을 한다. 파괴로 보이는 과정이 장기적으로는 균형을 회복시키는 자연의 순환 장치로 작동하는 셈이다.

태풍이 없는 해안은 오히려 더 빠르게 침전되고 정체된다. 최근 제주 해녀들이 바다 밑 퇴적물을 손으로 청소하고 있다는 사실은 태풍 부재의 공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태풍이 만들어내던 자연의 ‘대청소’가 사라지자, 인간이 직접 자연의 순환을 흉내 내야 하는 기형적 상황까지 벌어진 것이다.


더구나 태풍이 한번도 오지 않은 바다는 표층·심층 순환이 끊기면서 해양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약해지고, 일부 지역에서는 산호의 백화현상과 어종 이동까지 관측됐다. 태풍은 자연의 파괴자이면서 동시에 재생자라는 역설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존재다.

자연은 침묵했지만 정치는 거센 폭풍 남겨

올해 태풍은 오지 않았지만, 정치·경제·외교는 실제 태풍보다 더 강한 소용돌이를 겪었다. 비상계엄으로 인한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 정권교체, 트럼프 관세 폭풍 등 거대한 사건들이 한반도를 휘몰아쳤고, 자연의 침묵 속에서 사람이 만든 폭풍만이 더욱 크게 불었다.

그러나 어떤 태풍이든 그 뒤에는 반드시 새로운 질서를 요구한다. 자연의 태풍이 생태계를 정화하듯, 정치적·경제적 태풍도 낡은 구조를 흔들며 재정렬의 계기를 만든다. 이제 한국 사회가 해야 할 일은 정치 태풍의 강도를 논할 것이 아니라, 정치 태풍 이후의 질서를 어떻게 설계할지 결정하는 일이다.

정치적 갈등의 구조를 어떻게 복원하고, 관세 폭풍 이후 산업·무역 전략을 어떻게 재편하며, 기후 불안정에 대응하는 국가적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지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자연은 고요했지만, 정치와 경제는 이미 다음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그 요구에 응답할 새로운 질서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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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