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쿠팡서 연예인까지⋯낙인과 비판의 경계

최근 쿠팡에서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사회적 영향력을 지닌플랫폼 기업의 책임과 정보보호 체계를 다시 점검하게 만든다. 사건의 규모와 파급력을 감안하면, 유출 원인과 사후 대응의 적절성을 엄정하게 따지는 일은 불가피하다.

다만 논의의 방향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특정 사건에 대한 비판이 기업 전체와 최고경영자의 존재까지 부정하는 흐름으로 확장될 때,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는 흐려질 수 있다. 쿠팡 사태는 정보 유출이라는 단일 사안을 넘어, 우리 사회가 하나의 잘못을 어떤 방식으로 다루는지를 되묻게 한다.

사건 및 쟁점은 명확하다

쿠팡에서 약 3700여만명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중대한 사안이다. 플랫폼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의 규모와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하면, 개인정보 보호 실패는 단순한 관리 소홀을 넘어 공공적 책임의 문제로 이어진다.

따라서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질문도 분명하다. 유출 경로는 무엇이었는지, 보안 체계는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피해자 보호와 사후 조치는 충분했는지다. 이는 기술과 제도, 그리고 기업의 책임을 중심으로 한 검증의 영역이다.

그러나 이 명확한 질문은 오래 유지되지 못했다. 논의는 곧바로 쿠팡이라는 기업 전체의 성격, 경영자의 도덕성, 플랫폼 기업의 존재 이유를 묻는 방향으로 바꼈다. 개별 사건의 책임을 따지던 문제 제기는 어느새 기업 정체성에 대한 총체적 심판으로 확장됐다. 이 지점에서 비판의 성격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대응 비판은 정당, 확장은 경계해야

정보 유출 이후 쿠팡의 대응 방식이 충분했는지는 분명히 따져야 한다. 설명은 명확했는지, 사과는 적절했는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은 구체적이었는지는 비판의 대상이다. 이는 기업 책임의 핵심 영역이다. 이 지점까지의 문제 제기는 사실과 절차, 그리고 책임의 범주 안에 머문다.

그러나 대응이 미흡했다고 해서 기업 전체의 존재 이유나 과거의 모든 판단까지 함께 부정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때 비판은 사안 중심에서 존재 중심으로 이동한다. 문제의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 합리적 점검은 도덕적 단죄로 쉽게 변질된다.

쿠팡의 대응 방식이 잘못됐다면, 그 대응만 지적하면 된다. 사과가 부족했다면 사과를 요구하고, 대책이 미흡했다면 대책을 보완하게 하면 된다. 잘못의 범위를 스스로 확장하는 순간, 비판은 교정이 아니라 응징이 된다.

연예인 논란서 반복되는 ‘확장된 낙인’

이 구조는 기업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최근 연예계에서도 유사한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배우 조진웅과 방송인 박나래를 둘러싼 최근 논란은 그 전형적인 사례다. 각각의 사안은 성격도 다르고, 사실관계 역시 개별적으로 판단돼야 할 문제다.

그러나 여론의 반응은 놀라울 만큼 비슷하다. 특정 논란이 제기되는 순간, 문제의 사실관계를 따지기보다 그 인물의 과거 발언과 이미지, 방송 태도, 캐릭터 전체가 다시 소환된다. 하나의 사건은 곧 그 사람의 ‘본질’을 증명하는 자료처럼 사용된다.

이때 사안은 사라지고, 인물만 남는다. 해명은 변명으로 해석되고, 침묵은 인정으로 간주된다. 결과적으로 논의는 사실 판단의 영역을 벗어나, 호감과 비호감의 총합으로 이동한다.

‘마녀사냥’ 아닌 낙인의 작동 방식

이 현상은 흔히 ‘마녀사냥’이라 불리지만, 사회학적으로는 ‘낙인 이론(Labeling Theory)’이 더 정확하다. 사회학자 하워드 베커는 일탈이 행위 그 자체보다 사회의 반응에 의해 구성된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무엇이었는가보다 누가 어떻게 지목됐는지가 이후의 판단을 규정한다는 뜻이다.

조진웅·박나래 사례에서도 확인되듯, 한번 ‘문제적 인물’로 규정되면 이후의 모든 정보는 그 규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석된다. 사과는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증거가 되고, 설명은 책임 회피로 읽힌다.

낙인 찍힌 이후에는 개선의 가능성 자체가 논의 대상에서 사라진다. 남는 것은 퇴출의 정당성뿐이다. 회복과 수정의 경로는 봉쇄되고, 사회는 책임을 묻는 대신 배제의 결론으로 성급히 이동한다. 그 결과 문제를 고칠 기회도 제도를 개선할 계기도 동시에 잃게 된다.

도덕적 공황과 미디어의 증폭 장치

여기에 ‘도덕적 공황(Moral Panic)’이라는 요소가 더해진다. 스탠리 코헨이 말한 도덕적 공황은 특정 사건이 사회적 불안과 결합하며 과도하게 확대 재생산되는 현상이다. 이때 사실의 크기보다 감정의 속도가 여론을 앞서며 판단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연예인 논란은 이 구조가 가장 빠르게 작동하는 영역이다. 미디어 환경은 즉각적인 판단과 감정적 반응을 부추기고, 논란은 빠르게 ‘사회적 상징’으로 소비된다. 개인의 행위는 맥락을 잃은 채 집단적 분노를 투사하는 대상이 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사실의 무게가 아니라, 반응의 속도다. 판단은 서둘러지고, 균형은 사라진다. 확인과 숙고의 시간은 생략된 채, 가장 빠른 분노와 가장 강한 언어가 여론을 주도한다. 그렇게 형성된 평가는 쉽게 되돌릴 수 없는 결론으로 굳어진다.

언론과 정부, 프레임의 공모 구조

언론은 사실을 전달하는 동시에 해석의 틀을 제공한다. 그러나 최근의 많은 보도는 사안의 정밀한 구분보다 ‘문제적 인물·기업’이라는 이야기를 강화하는 데 집중한다. 프레임이 먼저 설정되고, 사실은 그 틀에 맞춰 배열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연예인 논란이든 기업 이슈든, 프레임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원인 분석보다 이미지 평가가 앞서고, 설명보다 규정이 먼저 나온다. 사안은 복잡한 맥락을 잃은 채 선악 구도로 단순화되고, 그 틀 안에서 개인과 조직은 빠르게 재단된다. 한번 굳어진 평가는 추가 설명이나 반론이 개입할 여지를 거의 남기지 않는다.

정부 역시 논란이 커질수록 강경한 태도를 통해 대중 정서와 보조를 맞추는 경향을 보인다. 이때 정책과 제도 개선 논의는 뒤로 밀린다. 문제 해결보다 즉각적인 메시지 관리가 우선되는 순간이다.

전면 비판의 비용은 약한 곳으로

이 같은 전면 매도의 비용은 항상 가장 약한 고리로 전가된다. 기업에서는 노동자와 협력업체가, 연예계에서는 스태프와 제작진, 그리고 해당 산업 전반이 영향을 받는다. 비난의 화살은 위를 향하지만, 실제 충격은 아래로 떨어진다.

쿠팡 협력업체와 종사자들이 탄원서를 내는 이유도, 연예계 종사자들이 ‘논란 하나로 프로그램 전체가 사라진다’고 토로하는 이유도 같다. 사건의 책임과 무관한 이들이 가장 먼저 생계와 일터를 위협받기 때문이다. 논란의 파장은 개인이나 기업을 넘어, 그 주변의 조용한 다수에게까지 확산된다.

문제는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를 움직이는 비판의 방식이다. 우리는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점검과 파괴의 경계를 분명히 가르지 못한다. 비판이 교정과 개선을 향하지 못하고 배제와 응징으로 수렴될 때, 공동체의 회복력은 약화된다. 결국 남는 것은 잘잘못의 규명이 아니라, 같은 문제를 반복하는 사회의 구조다.

하나의 잘못은 하나로만 다뤄져야

정보 유출은 분명히 비판받아야 할 사안이다. 연예인의 논란 역시 사실관계에 따라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비판의 범위는 언제나 사안에 한정돼야 한다. 개별 사건의 책임을 넘어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순간, 비판은 점검이 아니라 단죄로 변한다. 그 선을 지키는 것이 성숙한 사회의 최소 조건이다.

쿠팡의 대응 방식이 잘못됐다면, 그 대응만 지적하면 된다. 조진웅·박나래 사례에서도 마찬가지다. 문제의 발언이나 행동이 있다면 그 지점만 따지면 된다. 과거와 인생 전체를 재판대에 올릴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비판의 정밀함이 사라지는 순간, 사회는 정의를 잃는다. 무차별적 분노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방향을 흐리고, 책임의 기준을 무너뜨린다. 정의는 큰 소리에서 나오지 않으며, 정확한 구분과 절제된 판단 위에서만 유지된다.

비판은 멈출 줄 알아야 한다

정보 유출은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공인의 논란 역시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원인은 규명돼야 하고, 책임은 분명히 물어야 하며,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이것이 사회가 요구할 수 있는 정당한 기준이다.

그러나 그 기준은 명확해야 하고, 비판은 잘못한 지점에서 멈춰야 한다. 책임을 묻는 일은 사실의 경계를 분명히 하는 데서 출발해야지, 분노가 대상 전체를 삼키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문제의 정확한 지점을 짚지 못한 비난은 정의를 강화하기보다 오히려 판단의 기준을 흐리게 만든다.

사회는 분노로 유지되지 않는다. 정의는 전면 부정이 아니라, 정확한 기준 위에서 작동한다. 오늘은 쿠팡이고, 내일은 조진웅과 박나래일 수 있다. 그러나 이 방식이 굳어지면 내일은 또 다른 기업과 개인이 같은 자리에 서게 된다.

하나의 잘못은 하나의 잘못으로만 다뤄져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가 되찾아야 할 최소한의 규범이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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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독해진 송영길 역할론

더 독해진 송영길 역할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이미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은 김민석 전 국무총리에게 쏠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정청래 고립 작전’에 힘을 쏟고 있다. 친정청래계의 십자포화를 견디면서까지 존재감을 키우는 그의 의도는 무엇일까? 오는 8월 치러지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당의 내홍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지난달 대표직 사퇴 이후 사실상 연임을 선언한 정청래 전 대표는 ‘민주당 전통성’을 부각시키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노사모(노무현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 출신인 점 등을 강조하면서 친문(친 문재인) 진영의 표심을 흡수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타깃은 한 명뿐 그런 정 전 대표를 향해 날을 세우는 건 또다른 후보군인 송영길 의원이다. 송 의원은 초반부터 매섭게 정 전 대표를 몰아세우며 그의 적통성 행보를 차단하고 나섰다. 송 의원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 전 대표가 친노(친 노무현)·친문 등 정체성을 부각한다”는 진행자의 말에 “그는 완전히 노무현 대통령과 등을 져서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며 “다른 분이면 몰라도 정 전 대표는 (친노의) 적통성을 따질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대표는 2002년 노사모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 정당 ‘정정당당 추진위원회’을 꾸리면서 정치에 입문했지만, 2007년 노무현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열린우리당 정동영 당시 의장(현 통일부 장관)과 더 가깝다는 평이 나오면서 적통성을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정 전 대표는 “이렇게까지 하느냐. 100% 허위 사실”이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고, 송 의원은 “당일 정 전 대표를 본 기억이 없어서 (노 전 대통령) 장례식에도 참석도 못했다는 말을 했다”며 사과의 뜻을 건넸다. 송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제 발언의 요체는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 앞에 우리는 모두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라는 사실이다. 다시 이런 비극을 재현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노 전 대통령께서 한미 FTA를 추진할 때 민주당 대부분 의원이 격렬하게 반대했다. 그 선봉에 (당시) 정청래 의원이 있었다”며 또다른 논란을 꺼내 들었다. 이는 친청(친 정청래)계와 친명(친 이재명)계 간의 계파 대리전으로 번졌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이제는 한미 FTA 찬반까지 끌어와 당 대표 경선을 혼란스럽게 한다”며 “이런 편파적 파묘 안 하시면 안 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갈등은 필연이지만 팩트로 논쟁하자”며 “적통 논쟁도 하지 말자. 지금은 AI시대”라고 말했다. “네가 친노?” 20년 전 사건까지 파묘 거세게 몰아치는 ‘정청래 고립 작전’ 최 의원은 송 의원의 ‘사당화’ 주장에도 반박했다. 앞서 송 의원은 “대통령과 손발을 맞추려면 할 일이 많은데 우리 민주당은 운동장을 너무 좁게 쓰고 있다. 정 전 대표 측근 아니면 당무에서 거의 배제되고 최고위원도 자기들끼리만 한다”며 사당화를 도마 위로 올렸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송 의원이 정 전 대표를 비난하면 기다렸다는 듯 재래식 언론이 줄줄이 보도한다. 민주당이 극복한 ‘문모닝(하루를 문 대통령 비판으로 시작한다)’의 악몽이 되살아나려 하는데 막을 사람이 바로 송 의원”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의 한가운데에 선 정 전 대표는 “소모적 적통 논쟁을 하지 말자”며 싸움을 그만둘 것을 제안했다. 그는 “저는 제 입으로 적통의 적자도 꺼낸 적이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위대한 대통령 누구의 적통이라고 주장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정 전 대표는 “저는 김대중 대통령을 존경했고, 노무현 대통령을 사랑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을 좋아했다”며 “이재명 대통령과는 동지이자 전우로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의 폭압을 함께 뚫었다. 12·3 불법 비상계엄 내란의 밤 때는 목숨 걸고 국회 담장을 넘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렇게 말한 것이) 뭐가 문제가 되냐”면서 “제 입으로 말하지도 않은 것을 상상하고 비틀어서 ‘적통이네 아니네’ 하는 언론의 프레임에 맞장구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달 초를 기점으로 민주당의 분위기가 한층 누그러졌다는 평이 나온다. 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오찬 회동을 하며 지지자 간의 갈등 봉합을 시도했고, 보안수사권 폐지 역시 정부가 먼저 치고 나오면서 논란을 잠재웠다. 퇴로까지 끊었다 정 전 대표의 전당대회 필살기가 사라졌다. 여기에 친문 의원들조차 “하늘에 계신 분들이 (정 전 대표의 적통성을) 인정하겠나” 등 표현으로 거리를 두면서 고립 직전에 놓였다. 정 전 대표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송 의원의 여론전도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송 의원은 정 전 대표에게 힘을 싣는 여의도 밖 스피커와도 각을 세우고 있다. ‘ABC론’ ‘증축·재건축론’ 등을 주장한 유시민 작가를 향해 “간신은 주군 옆에서 권력을 독점해 똑똑하고 새로운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유 작가는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열렬히 지켜주고 응원했던 사람들이 원했던 것은 증축이었는데, 대통령은 재건축을 하려고 했던 것 같다. 대통령의 자신감이 지나쳤던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민주 진영 코어 지지층이 바란 것은 중도·보수로의 ‘증축’이지만 이 대통령은 원주민(코어 지지층)과 상의 없이 ‘재건축’에 나서 이들이 이탈하고 있다는 증축·재건축론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송 전 대표는 YTN <장성철의 뉴스명당>에 출연해 “충신은 자기 주군의 성공을 위해서 더 똑똑한 사람, 새로운 사람을 계속 영입한다”며 유 작가의 주장을 반박했다. 연일 송 의원의 견제가 이어지고 있지만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지지를 받는 정 전 대표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김민석 전 총리와 송 의원 둘 중 누구든 결선에 진출해 ‘반 정청래’ 전선을 꾸리는 것이 1차 목표라는 설명에 힘이 실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현 상황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송 의원은 당 대표를 하겠다는 열망보다 정 전 대표를 막겠다는 열망이 더 강해 보인다”고 봤다. 이처럼 정치권에서는 송 의원을 개별 후보가 아닌 김 총리의 페이스메이커로 보는 분위기다. 명심을 등에 업은 김 총리가 거칠게 나올 경우 국정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만큼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송 의원이 ‘정청래 저격수’ 역할을 자처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오래전 큰 그림 송 의원의 의중과 상관없이 두 사람의 단일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전당대회서 정 전 대표에게 유리한 것으로 알려진 1인1표제가 적용되는 만큼 김 전 총리와 송 의원이 손을 잡는 것이 안전하다는 이유에서다. ‘김민석+송영길 대 정청래’ 구도로 선거를 치른다면 압승도 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전당대회에 출마한 송 의원이 가장 주목을 받는 시점에 김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선언한 후 사퇴하는 시나리오도 점치고 있다. 자신의 지지층 결집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김 전 총리에게 힘을 실어준 뒤 물러서는 방식으로, 이럴 경우 확실한 1 대 1 구도가 만들어지게 된다. 정치권에서는 송 의원이 전당대회를 통해 체급을 키운 뒤 청와대에 외교부 장관 등 자신이 희망하던 자리를 요구하지 않겠냐는 해석도 나온다. 국회 입성 이후 송 의원의 외교부 장관 입각설 등이 꾸준히 나오는 것 역시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그동안 송 의원은 자칭타칭 ‘외교 전문가’로 이름을 알려왔다. 그는 문재인정부 당시 러시아 특사를 지냈으며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과 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회 초기 위원장을 지냈다. 21대 국회 전반기에는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꾸준히 외교·통일 정책 비전을 밝혀왔다. 지난 2월 복당을 앞둔 때에는 향후 외교 분야에서 역할을 맡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송 의원은 부산 벡스코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결과 북극 항로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민주당 부산시당 주최 특강에서 “러시아와 미국 등 외교 현안에서 역할을 감당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송 의원은 러시아와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현재 한국은 러시아보다 우크라이나에 더 가까운 입장”이라며 “전쟁 중이라는 특수성이 있지만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극 항로를 열기 위해서는 실용주의 외교가 필요하다”며 이정부의 실용주의 노선과 궤를 같이 했다. 그는 최근까지도 활발한 외교 행보를 보였다. 지난달 24일 조정식 국회의장 특사 자격으로 미국 출국길에 올라 전방위 외교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송 전 의원은 미국 워싱턴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와 미 의회 지도부와 연쇄 면담을 갖고, 북핵 문제와 경제 제재 예외 조치 등 한미 간 주요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복당 후 역할은…” 마음은 다른 곳에?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이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송 의원이 이 대통령의 서면 축사를 대독에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에 국민의힘 신지호 전 의원은 송 의원이 “양손에 떡을 다 쥘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이같이 주장하며 “누군가 송 의원에게 ‘너 외교부 장관 할래, 당 대표 할래?’라고 묻는다면 바보가 아닌 이상 당 대표라고 답한다. 이번에 당 대표가 되면 공천권을 쥘 수 있기 때문”이라며 “(선거를) 하다가 여의치 않을 경우 외교부 장관으로 가는 것이고, 지금의 이런 것들이 또 외교부 장관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 될 수 있다. 지금 양쪽 접근을 다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유리한 지점에 서 있는 만큼 송 의원의 당권 레이스 완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21년 치러진 전당대회서 당선된 경험이 있는 만큼 이미 민주당에 조직 기반이 있다는 점에서다. 최근에는 경남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당원 등 100여명이 모여 ‘8·17 전당대회, 응답하라 송영길!’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송 의원의 출마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금 대한민국은 대내외적으로 복합적인 위기와 갈등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며 “이런 시대일수록 국정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고 당을 하나로 묶어낼 검증된 지도력이 절실하다. 송영길 의원은 ‘이재명 국민주권정부’의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가장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치적 경험과 국가 운영 능력을 갖춘 인물”이라며 평가했다. 친명 좌장으로 불리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8월 전당대회와 관련해 “제가 아는 송영길 의원은 (김 전 총리를 위한) 페이스메이커로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누구든지 1등을 하기 위해서 나가고, 만약에 결선투표로 간다면 1등, 2등 해서 결선에 가서 이기겠다는 생각일 것”이라며 “송 의원이 누구를 위해서 자기가 페이스메이커로 나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양손에 쥔 꽃놀이패 송 의원 역시 본인이 김 전 총리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분석에 대해 “후보자들은 일종의 면접시험을 보고 있는 것이고 인사권자인 당원들께서 판단하실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결선투표 제도가 없다면 단일화 논란이 일어날 수 있지만 전당대회는 제도적으로 결선투표제가 있다”며 완주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만일 송 의원이 전당대회를 완주한다면 정 전 대표와 청와대라는 양강 구도에 변수가 된다. 그의 선택에 따라 이번 전당대회 판세가 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그가 페이스메이커가 아닌 ‘게임 체인저’로 바뀔지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의도 복귀 김민석, 전대 신호탄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당권 경쟁자인 정청래 전 대표를 겨냥해 “지금까지 했던 방식으로 굳이 (대표를) 두 번 할 필요나 필연성은 지금 발견하기 어렵다”고 직격했다. 총리직에서 퇴임해 여의도에 복귀하자마자 이같이 밝힌 김 전 총리는 유튜브 채널 ‘오마이TV’가 공개한 영상에서 “이제는 정청래 전 대표와 다른 색깔, 역량, 스타일, 장점을 가진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지방선거로 (정부 출범 후) 최초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당의 역할 폭과 숙제 크기가 더 넓고 커지고 강해졌다. 이제 당이 더 본격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이 어떻게 가야 하나, 무엇을 해야 하나에 대한 제 나름의 생각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최대한 반영하고 싶다”며 “대한민국 역사의 황금시대 도래, 그 첫 장을 이재명정부가 열고 있다고 보고 그것을 실제로 만들어내는 일에 모든 걸 다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올해 초 정 전 대표가 시도했다가 무산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도 꺼내들었다. 김 전 총리는 “그것(합당)을 풀어가는 데 문제 제기와 과정이 잘못돼서 일을 그르쳤다고 본다”며 “같은 세력은 통합하고 다르면 연대하고, 통합과 연대와 확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통합을 할 것이냐 연대를 할 것이냐의 문제에 대해서는 혁신당이 스스로 명확하게 판단하고 (입장을) 드러내는 것이 좋다”고 제언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