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스테이블코인, ‘새 문명의 문’이 열리다

디지털 화폐의 흐름이 더 이상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전략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은 지금 그 문턱에 서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그간 기술적 용어와 복잡한 구조 때문에 일반 대중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이제는 한국 경제 전체의 구조적 변화를 결정짓는 핵심 이슈가 되고 있다.

지난 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스테이블코인의 화폐금융사적 의의와 한국의 대응전략’ 포럼은 이 같은 흐름을 분명히 드러낸 자리였다.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은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설계된 디지털 화폐(암호자산)다. 스테이블코인은 비트코인·이더리움처럼 하루에도 수십 %씩 가격이 변동하는 것이 아니라, 달러·유로·엔화처럼 안정된 가치를 유지하기 때문에 금융상품의 기반 자산 등에 쓰기 적합하다.

스테이블코인은 왜 새 문명 전환인가

포럼에서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스테이블코인을 ‘통화·금융 문명의 전환점’으로 규정하며, 이는 단순한 기술이나 투자상품이 아니라, 새로운 질서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디지털 화폐 전략을 전개하고 있는 현 상황을 ‘디지털 화폐 패권 경쟁’으로 진단했다. 특히 미국이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제도화하며 새로운 금융 인프라 체계를 구축하는 동안 한국이 뒤처질 경우 경제 협력의 축이 중장기적으로 중국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이번 포럼은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송언석 원내대표가 축사에 참여하면서 정치권도 본격적으로 관심을 두는 국면을 만들었다. 행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모두 스테이블코인을 국가 전략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날 논의는 한국이 더 이상 머뭇거릴 수 없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사실을 재확인한 자리였다.

미국은 왜 스테이블코인을 택했나

김덕태 고등지능원장은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정책 전환을 ‘트리핀 딜레마’ 대응 전략과 연결지었다. 미국이 글로벌 달러 공급을 유지하면서도 재정 적자의 부담을 완화하려는 선택이 바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라는 것이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국채 수요를 높여 재정 부담을 완화하고, 글로벌 결제시장에서 미국의 우위를 재확인하는 수단으로 기능한다.

미국이 CBDC(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 디지털화폐)를 사실상 금지한 것도 이 같은 전략적 계산의 결과로 해석된다. 정부가 모든 거래를 직접 감시하는 구조는 미국식 자유주의와 충돌하며,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시장 생태계에 훨씬 부합한다는 판단이 자리 잡고 있다.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의회를 통과 중인 ‘지니어스법’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감독의 기준을 법제화하는 핵심 법안이며, 이는 글로벌 디지털 금융 패권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전략의 일부다.

이런 선택은 미국이 단순히 새로운 결제수단을 만든 것이 아니라, 금융·경제·지정학적 전략 전체를 디지털 기반으로 옮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정책은 기술이 아니라, 국가전략의 문제며, 한국 역시 이 구도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선택해야 한다.

2026년 한국의 법제화

한국은 이미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의 초기 단계에 들어섰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적용, 원화 스테이블코인(WSC) 논의, 2026년 시행을 목표로 한 법안 작업 등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여야와 정부가 동일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은 매우 이례적이며, 정책 추진 가능성을 크게 높이는 요소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제는 감독체계의 설계다. 금융위원회가 맡을 경우 금융 규제 중심의 구조가 강화되고, 한국은행이 감독 주체가 될 경우 통화정책 중심의 프레임이 강화된다. 새로운 감독기구가 만들어질 경우, 한국 금융 질서의 중심축 자체가 이동하는 ‘보이지 않는 권한 재배치’가 일어날 수 있다.

포럼의 종합토론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금융시장 안정, 환율정책, 국제통화체제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이 금융 인프라 구조 자체를 바꾸는 변화기 때문에 감독체계의 정교성, 재정준칙의 엄격한 적용, 금융·통화당국 간 긴밀한 협력 등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2026년은 이런 변화가 제도적으로 구현되는 첫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은행·보험·핀테크, 스테이블코인 동맹 전쟁

법·제도 논의보다 시장이 먼저 움직였다. 교보생명은 서클의 블록체인 네트워크 ‘아크(Arc)’ 테스트넷에 참여하며 보험사가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구축의 실제 플레이어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조각 투자 플랫폼 참여까지 고려하면, 교보생명은 전통적 생보사를 넘어 디지털 자산 기반 종합금융사로의 전환을 준비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은행권도 발 빠르다. 하나금융은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협력해 블록체인 기반 해외 송금과 외국환 혁신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WSC 생태계를 선점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다.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하나금융으로 이어지는 연합은 빅테크의 ‘은행 부재’와 전통 금융사들의 ‘디지털 인프라 약점’을 보완하며 새로운 금융 질서의 중심을 노리고 있다.

핀테크 기업도 뛰어든다. 헥토이노베이션은 ‘월렛원’ 인수와 서클 아크 생태계 합류를 통해 지갑·정산·규제준수(VASP)를 통합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며 스테이블코인 시대의 핵심 인프라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시장은 이미 새 질서를 짜기 시작했고, 이런 민간 동맹의 움직임이 한국형 스테이블코인 체계의 방향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가 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통화정책 바꾼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이 기존 통화정책의 틀을 근본적으로 흔든다고 진단했다.

지금은 협의통화·광의통화(M1·M2)를 기준으로 시중 유동성을 파악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이 확대되면 온체인 기반의 새로운 유동성 계층이 등장한다. 이는 중앙은행이 기존 방식으로는 시장 전체의 유동성을 파악하기 어려워지는 구조적 문제를 낳는다.

박 센터장은 법정통화·스테이블코인·온체인 자산으로 구성된 ‘3층 통화구조’가 한국 금융시스템에 자리 잡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구조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은행의 정책 수단과 규제 프레임은 지금과 완전히 달라진다. 이는 단순한 결제 혁신이 아니라, 통화정책 모델 자체의 재설계를 요구하는 흐름이다.

이 변화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모든 중앙은행이 직면한 도전이다. 모든 거래 내역을 블록체인에 직접 기록하는 방식인 ‘온체인’ 유동성의 비중이 커질수록 국가 경제 전체가 기존의 정책수단만으로는 통제하기 어려운 구조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화정책 혁신은 필연적 과제가 된다.

위험과 과제

김기흥 명예교수와 전선애 교수는 글로벌 스테이블코인(GSC)과 원화 스테이블코인(WSC)의 구조적 취약성을 지적했다. 스테이블코인이 1코인=1달러 등 고정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준비자산의 안전성이 핵심이지만, 민간기업이 이를 운용할 경우 시장 변동성과 신용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담보가치가 흔들리면 코인 가치도 즉시 불안정해지는 구조적 약점이 존재한다.

특히 WSC가 기존 외환규제를 우회해 자본유출의 새로운 통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WSC가 도입될 경우 해외와의 디지털 유동성이 확대되면서 환율 변동성 역시 커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한국처럼 개방도는 높지만 외환시장 규모가 제한된 국가에서 더 큰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동시에 GSC 확산은 민간 플랫폼과 글로벌 기술기업의 금융 영향력이 증가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는 금융안정성 측면에서 새로운 리스크 요소가 되며, 감독체계와 대응전략의 재설계를 요구하는 지점이다. 결국 스테이블코인의 성공 여부는 준비자산의 안전성과 감독체계의 정교함에 달려 있다.

한국은 어떤 길 선택해야 하나

결국 질문은 하나다. 한국은 어디에 설 것인가. 필자는 한국이 지금 세 가지 전략적 선택 앞에 서 있다고 본다.

첫째는 미국 중심의 달러 스테이블코인 질서에 편입돼 글로벌 금융 질서와의 연계를 강화하는 길이다. 둘째는 WSC를 구축해 자국 통화의 위상을 강화하는 길이며, 이는 금융 주권과 직접 연결된다. 셋째는 중국 디지털 위안화 체제와의 경쟁 또는 병존을 선택하는 길이다.

이 세 가지 선택은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전략·통화주권·외환 질서의 문제다. 과거에도 한국은 세계 금융 질서의 변화 앞에서 선택을 강요받았지만, 지금의 변화는 훨씬 더 구조적이고 속도도 빠르다. 기술·금융·외교가 동시에 재편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선택은 향후 10년 경제구조의 방향을 결정하게 된다.

핵심은 속도와 질서의 균형이다. 너무 느리면 기회를 잃고, 너무 빠르면 위험에 대한 통제가 불가능해진다. 이 균형을 누가 어떻게 잡느냐가 한국 금융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포럼에 참석했던 세지홀딩스 정홍술 회장은 필자와 통화에서 “정부와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공론화해야 하는데 밥그릇 싸움하면서 눈치만 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시작됐다

포럼과 법제화 흐름을 종합하면,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한국 금융의 현재에 들어와 있다. 2026년은 이 변화가 제도적 형태로 본격화되는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스테이블코인은 기술이 아니라, 경제구조, 통화정책, 외환 질서, 국가전략의 변화를 모두 촉진하는 문명의 전환점이다. 한국이 이 변화의 문을 스스로 열 것인지, 아니면 남이 만든 질서를 따라갈 것인지는 앞으로의 한국 경제를 결정할 중요한 변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선택이 아닌 준비며, 그 준비의 속도가 한국의 미래 위치를 결정할 것이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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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창성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