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민심 버리고 당심 택한 거대 양당의 공천룰

내년 6·3 지방선거를 반년 앞둔 지금,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거대 양당은 거꾸로 움직이고 있다. 입으로는 민심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조직·당원·권리당원에 기대는 공천 룰을 만들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심을 70%로 끌어올렸고, 민주당은 대의원·권리당원을 모두 1인1표로 묶어 강성 당원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정당이 스스로 문을 걸어 잠그며 내부 정치를 하는 순간, 지방선거는 국민의 심판장이 아닌 당원 전용 경마장이 된다.

결국 문제는 단순하다. 왜 지금 여야 모두 민심을 버리고 당심에 몰두하는가. 필자는 그 답이 양당의 정치적 생존 본능에 있다고 본다. 그리고 그 본능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민심 대신 당심, 여야 모두 조직 정치로 후퇴

여야가 선택한 공천 룰 방향은 똑같다. 민심은 50%에서 30%로 밀렸고, 당심은 50%에서 70%로 치솟았다. 문제는 이 변화가 단순한 비율 조정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것은 정당 민주주의의 후퇴며,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내부 결속 정치로의 후진 행위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나? 조기 대선 이후 민심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휘발성 높은 이슈가 여론을 흔들었고, 무당층의 움직임은 정당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예측 불가했다. 이 불확실성 속에서 정당이 가장 쉬운 길을 택한 것이다. 확실하게 관리 가능한 당원표에 기대겠다는 속셈이다.

이는 정당의 나약함이자 비겁함이다. 선거를 민심의 장이 아닌 조직 대결로 만들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가 다시 당심 공화국으로 회귀하는 모습은 실망을 넘어 퇴행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의힘 당심 70%는 공천 통제용 무기

국민의힘의 당심 확대는 전략이 아니라, 공포의 산물이다. 지도부는 최근 몇 달간 민심에서 반복적으로 뒤통수를 맞았다. 사법 논란, 대장동 항소 포기 같은 유리한 상황에서도 지지율이 하락했고, 유권자는 도무지 당의 메시지에 반응하지 않았다. 반면 당원은 달랐다. 당심은 지도부를 떠받치는 마지막 지지대였다.

이에 지도부는 당심 비중을 극대화하려 했다. 그리고 나경원 전 원대대표가 이끄는 지방선거기획단은 지난 21일 ‘70% 룰’을 밝혔다. 이는 결국 장동혁 대표체제를 중심으로 한 공천 장악의 시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명분은 당성 강화지만, 실제 목적은 간단하다. 공천을 중앙이 통제할 수 있는 구조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현재 지지율이 낮고 구심점이 약해진 국민의힘에게는 안정적인 공천권을 확보하기 가장 좋은 방법이 당심 비중 확대다. 민심은 통제할 수 없지만, 당심은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방식은 전형적인 ‘자기 편 뽑기’ 방식이며, 외연 확장과는 정반대다.

결국 본선 경쟁력보다 조직 충성도를 더 우선시하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민주당 1인 1표제는 정청래의 권력체제 구축

민주당의 변화는 더 노골적이다. 정청래 대표가 밀어붙이고 있는 1인1표제는 대의원제 약화라는 의미에서 단순히 당심 강화 수준이 아니다. 이것은 당의 권력 분포를 다시 쓰는 개정 작업이며, 민주당의 내부 지형을 완전히 재배치하는 정치적 행동이다.

정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부터 즉시 적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전통 당권파와 중도·온건파를 약화시키고, 권리당원 중심의 구조를 강화하는 방향이다. 이 제도는 민주주의 확대라는 포장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대표 중심의 권력 집중이다. 졸속 당원투표와 '10월 당비 납부자'라는 투표 요건 논란은 그 본질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민주당이 내세우는 국민주권 시대에 걸맞은 1인1표제의 명분은 다소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표에게 유리한 권리당원 중심의 판짜기다. 이 구조에서는 민심이 들리지 않는다. 권리당원의 목소리가 확대되고, 대의원의 견제장치는 약해진다. 민주당 역시 국민이 아니라, 당원 위주 정치로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양당의 공통점, 민심 불신과 조직 정치의 복귀

양당이 내놓은 서로 다른 공천 룰 포장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명확하다. 두 정당 모두 민심을 믿지 않고 있다. 민심의 변동성을 감당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2025년 한국 정치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조기 대선과 정권교체 혼란, 글로벌 충격까지 겹쳤다. 그 결과 민심이 극도로 불안정해졌고, 정당은 흔들리는 민심을 감당할 힘이 없다.

그래서 조직·당원·권리당원이라는 안전한 곳으로 도망친 것이다. 민주주의 기본원리보다 당의 유지·생존이 먼저가 된 셈이다. 이것은 정당 스스로의 퇴행이며, 유권자에 대한 배신이다.

선거지형 변했는데, 이를 읽지 못하면 패배

현재 우리나라 유권자 구조는 과거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여론의 휘발성은 최고조에 달했고, 무당층은 역대급으로 커졌으며, 2030·4050 중도층은 정당을 오래 지지하지 않는 이탈형 흐름을 보이고 있다. 조직만으로 승부가 가능했던 시대는 이미 끝났다.

지역기반도 약화됐다. 지방선거라고 해도 지역주의 표가 자동으로 동원되지 않고, 유권자는 후보의 역량·공정성·현안 대응 능력을 더 중시한다. 이런 환경에서 당원 중심 공천은 결속에는 유리하지만, 외연 확장에는 치명적이다.

당심 위주 공천은 인지도 높은 현역을 오히려 불리하게 만들고, 신인 정치인을 더 쉽게 공천하는 왜곡된 구조를 만든다.

여론의 형성 속도 역시 문제다. SNS 시대의 여론은 시간 단위로 뒤집히고, 작은 논란 하나가 후보 이미지를 순식간에 흔든다. 이 변화에 당심은 대응하지 못한다. 조직의 열광과 민심의 냉각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정당은 민심 신호를 읽지 못한 채 고립되기 쉽다.

본선의 승패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중도층이다.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를 키우는 당심은 중도층을 더 멀어지게 만들고, 이 괴리가 커질수록 본선 패배의 위험은 커진다. 당심 중심 전략은 더 이상 안전한 선택이 아니라, 본선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자해적 선택에 가깝다.

내년 지방선거, 결국 권력 구축 기회로 여기나?

내년 지방선거는 단순한 지방선거가 아니다. 정권교체 직후 열리는 첫 전국단위 선거며, 차기 총선·대선 권력지형을 결정하는 출발점이다. 두 정당이 내년 지방선거를 권력 재배치의 1차전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래서 선거지형이 바뀌었는데도 공천을 조직 중심으로 밀어붙이는 것이다. 공천권을 장악해야 권력재편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정치적 생존의 계산이지만, 동시에 위험한 투기도 된다. 당심은 공천을 좌우하지만, 민심은 본선을 좌우한다.

당심에만 기대 공천한 후보가 민심에서 외면받는 순간, 지방선거는 참패로 끝난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지금 벌이고 있는 당심 베팅은 결국 조직 안에서의 승리와 국민 앞에서의 패배라는 자해적 시나리오를 스스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양당이 달리는 방향은 다르지만, 추락 지점은 같다. 국민의힘은 통제형 정당으로, 민주당은 동원형 정당으로 재편된다. 겉보기엔 다른 전략이지만, 공통점은 명확하다. 둘 다 민심을 외면한다. 당원 중심의 폐쇄적 구조 속에서 스스로의 정치만 챙긴다. 그 결과는 뻔하다. 정당은 작아지고, 국민은 멀어지고, 외연은 붕괴된다.

민심 배제 결과는 폐쇄성·극단화·중도 이탈

당심 중심은 정당을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방향으로 몰아넣는다.

첫째, 정당의 폐쇄성 강화다. 정당이 국민 속으로 뛰어들기보다 당원 속으로 숨어버리는 형국이다. 유권자의 눈높이와 당의 문제의식은 멀어지고, 정당은 더 이상 국민의 정당이 아니라, 당원의 동아리로 축소된다.

둘째, 극단화의 가속화다. 강성 집단의 목소리가 과대 표집되고, 중도·합리적 세력은 점점 자리를 잃는다. 민주당이 개딸(개혁의 딸들)당 회귀 논란에 시달리고, 국민의힘이 충성 경쟁구도에 휘둘릴 수 있다.

셋째, 본선 경쟁력 붕괴다. 지방선거는 공천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결국 승부는 본선에서 난다. 당심에만 맞춘 후보는 본선에서 유권자로부터 외면받기 쉽다. 지난 총선과 지방선거 사례는 이미 이를 증명했다.

요컨대, 당심 중심 정치는 정당의 자멸 시나리오다. 그리고 지금 양당은 그 시나리오를 충실히 쓰고 있는 것이다.

당심으로 시작한 선거는 민심서 패배

양대 정당은 지금 당심 강화라는 환상을 붙잡고 있다. 당심으로 공천을 장악하고 조직을 관리하는 것이 마치 정치적 안정인 것처럼 착각한다. 그러나 선거의 진짜 무대는 당사가 아니라 전국의 투표소다.

당심은 뜨겁고 좁은 반면, 민심은 느리지만 넓다. 당심은 당을 결속시키지만, 민심이 정치의 방향을 결정한다. 민심을 버린 정당은 결국 민심에 버림받는다. 내년 6월3일 지방선거는 그 교훈을 다시 확인하는 날이 될 것이다.

양당이 지금 던진 베팅은 너무 위험하다. 정당의 생존을 위해 민심을 버리는 순간, 정당의 생존 자체가 위태로워진다. 당심의 게임으로 출발한 선거는 반드시 민심의 심판으로 끝난다.

누리호가 27일 새벽 1시13분 4차 발사에 성공하면서 국민의 응원과 함께 하늘로 올랐듯이, 우리 정치도 민심을 향해 trajectory(궤도)를 바로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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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