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헌법존중 TF, 명분 앞세운 권력 확장 논란

정부가 지난 21일 ‘헌법 수호’를 기치로 내걸고,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내란에 가담하거나 협조한 공직자를 조사하고, 그에 따른 인사 조치를 신속히 진행하기 위해 “49개 중앙행정기관에 ‘헌법존중 정부혁신 TF’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국무총리실이 TF 출범을 발표한 지 불과 10일 만이다.

이는 12·3 비상계엄 이후 흐트러진 헌정 질서 회복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내세운 매우 중대한 시도지만, 실제 작동 방식 속에는 공직사회를 재편하고 권력구조를 재정렬하려는 정치적 기류도 함께 감지된다. 그 영향은 향후 공무원사회 조직문화 전반에까지 미칠 수밖에 없다.

헌법을 지키겠다는 정부의 대의는 숭고하지만, 그 대의가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느냐에 따라 그것은 국가적 원칙이 될 수도 있고, 정권적 도구로 변질될 수도 있다.

헌법수호 취지는 정당하나 절차가 관건

정부가 TF를 추진한 직접적인 이유는 12·3 비상계엄 사태가 남긴 의혹 때문이다. 당시 일부 공직자들이 계엄 추진 과정에 사전 모의, 정보 제공, 실행 지원, 사후 정당화 등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제기됐고, 이는 단순한 의혹으로 넘길 수 없는 사안이다.

공직자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직무를 수행해야 하므로 그 질서를 해쳤거나 흔들었을 가능성이 있다면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 특히 헌정 질서 위협은 국가를 구성하는 기본 시스템 전체를 흔드는 사안인 만큼 정부가 신속하게 진상규명에 나서는 것은 정책적 관점에서 볼 때 타당한 판단이다.


정부가 형사 처벌보다 행정 책임 규명을 강조한 이유도, 수사와 재판은 오래 걸리고 절차가 복잡해 금방 결론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조직을 빠르게 정비하려면 행정적 조치가 더 실용적이라는 판단이다. 따라서 TF의 대의적 목적은 분명 정당하며, 필요성도 충분하다는 점에서 출발 자체는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

49개 기관 TF, 행정권력 확장 시도?

그러나 문제는 TF의 목적이 아닌 작동 방식에 있다. 정부는 중앙행정기관 49곳 모두에 TF 설치를 지시했고, 각 기관은 최소 10명 이상의 인력을 TF에 투입해야 한다. 총리실은 외부 전문가까지 포함한 총괄 TF를 구성해 전 부처를 수직적으로 조정한다.

이는 단순한 조사 조직이 아니라 정부 전체에 행정적 중층 권력구조를 새롭게 구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조사 방식 또한 인터뷰, 서면조사, 내부 제보, 언론 보도, 국정감사 기록, 디지털 포렌식까지 동원하는 매우 포괄적이며 사실상 수사처럼 깊고 넓게 들여다보는 수준이다.

공직사회는 이 같은 조사 TF를 ‘중립적 사후 점검’이 아니라, ‘권력의 전면 개입’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행정조사와 인사평가가 결합된 구조는 결국 TF 자체를 조직 재정렬의 중심기구로 만든다. 이로써 TF는 단순한 목적 수행을 넘어 공직 지형을 바꾸는 보이지 않는 작동 장치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국방부 TF 50명, 군 사기 저하와 정치화 우려

정부 부처 중 가장 관심 받는 곳이 국방부 TF다. 국방부가 50명 규모의 ‘헌법존중 정부혁신 TF’를 가동한 것은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의혹을 정밀 조사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합참과 각 군 감찰 기능을 통합한 구성은 조사 체계를 일원화해 책임 규명을 명확히 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합참의장 교체와 주요 지휘부 전원 교체가 이어지며 군 내부에서는 사기 저하와 정치 개입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조사 범위가 방대하고, 판단 과정에서 정치적 해석이 덧씌워질 위험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8월부터 진행한 자체 조사 결과를 곧 공개하겠다고 밝히며 사안의 엄중함을 강조하고 있다. TF가 군의 책임 구조를 바로잡고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려면, 조사 과정에서의 절차적 투명성 확보와 군 조직의 불안정성을 최소화하는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

제보센터, 내부정의인가 새로운 감시체제인가

이번 TF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되는 제보센터 운영은 TF가 가진 양면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정부는 제보자의 익명성을 보장하며 무분별한 투서를 차단하고 공정성을 확보하겠다고 했지만, 공직사회 내부에서는 ‘상호 감시체계’가 도입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제보센터가 설치되면 구성원은 자신이 제보할 권리를 갖게 되는 동시에 제보당할 가능성을 동시에 경험한다. 특히 비상 상황 이후 정권교체기의 민감한 분위기 속에서 이런 제보 구조는 조직적 신뢰를 약화시키고 자기검열을 강화한다.

행정조직처럼 상명하복 문화가 강한 곳에서는 제보의 진위보다 제보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침묵과 조심성이 조직 전반을 지배하게 된다. 이로 인해 제보센터는 ‘헌법 수호’라는 이름 아래 운영되지만, 실제로는 구성원 간 긴장과 경쟁을 심화시키는 정치적 압박 장치가 될 수 있다.

공정성 논란이 만든 구조적 불신

총리실은 TF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들로 자문단을 구성했다고 설명하지만, 문제는 이 구성원의 면면이다. 임태훈 소장, 김정민 변호사, 윤태범 교수, 최종문 전 경찰청장 등은 각각 전문성은 인정받지만, 현 정부와 정책 방향 또는 이념적으로 비교적 가까운 성향으로 평가받는 인물들이다.

공정성이란 실제 공정한지보다 ‘공정해 보이느냐’가 더 중요한 정치적 개념임을 고려하면, 현재 자문단은 균형감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TF는 헌법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을 다루고 있는 만큼 자문단 구성은 정치적 스펙트럼 전체에서 폭넓은 신뢰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못하면 TF가 아무리 객관적으로 운영된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과 불신을 해소하기 어렵다. 자문단의 판단과 조언이 아무리 전문적 근거에 기초하더라도, 그 결론이 특정 진영의 이해와 맞닿아 있다는 인식이 형성되는 순간 그 권위는 급격히 흔들린다.

특검보다 앞선 TF결정, 사법질서와 충돌

정부는 TF가 행정조사이고 특검은 형사조사라고 선을 긋는다. 그러나 실제 조사 범위를 보면 TF가 담당하는 영역과 특검이 다루는 범위는 상당히 중첩된다.


더 중요한 것은 시간 구조다. TF는 내년 1월31일 조사 완료 후 2월13일까지 인사 조치를 마무리하도록 설계돼있는 반면, 특검은 여러 절차를 감안하면 훨씬 더 시간이 걸린다. 이는 사실상 TF가 특검보다 먼저 공직자의 정치적·행정적 운명을 결정하는 구조라는 의미다.

TF의 판단이 먼저 내려진 후 특검의 결론이 뒤늦게 나오는 구조에서는 특검의 판단은 행정적 판단을 바꾸지 못한다. 즉, 정부는 ‘행정조사’를 명분으로 특검보다 앞서 공직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런 구조는 TF가 헌법을 위한 조직인지, 정권을 위한 조직인지 의문을 갖게 된다.

TF가 만드는 공직사회 재편과 줄 세우기 구조

TF는 그 목적이 무엇이든 그 결과 공직사회에 특정한 정치적 효과를 낳는다. 공직자들은 자신도 TF의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느끼며, 이는 자연스럽게 조직 내부의 줄 세우기와 충성도 경쟁을 강화한다. 이런 분위기는 개인의 행위뿐 아니라, 조직 전체의 의사결정 방향까지 미묘하게 바꿔 놓는다.

특정 정권에 비판적이었던 인사들은 스스로 위험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고, 정권과 가까운 인사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식한다. 이 과정에서 TF는 공직사회 내부의 새로운 권력 지형을 형성하는 ‘정치적 필터링 장치’가 된다. 이는 단순한 분위기 변화가 아니라, 공직사회의 구조적 압박으로 이어진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TF는 공직사회를 재구성하는 기능을 수행하며, 이는 행정적 개혁의 이름을 빌린 정치적 재편 프로젝트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TF 자체가 공직사회의 행동을 ‘좌우하는 장치처럼’ 작동되고, 그 결과 정부 취지와 무관하게 정치적 효과를 내는 경로로 흘러갈 수 있다.


헌법존중 명분과 절차의 괴리 심화

헌법은 단지 문서의 규범이 아니라 절차적 정의와 공정성, 중립성의 원칙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이번 TF는 빠른 속도, 과도한 범위, 상호 감시 구조, 편향 논란의 자문단 구성, 특검보다 앞선 인사 조치 등 헌법적 가치와 충돌하는 요소들이 다수 존재한다.

헌법을 지키는 조직이라면 무엇보다 절차적 정당성을 최우선해야 하는데, 지금 TF는 그 절차보다 효과와 속도가 앞서 있는 구조다. 명분은 분명 ‘헌법 수호’일지라도 그 방식이 헌법의 절차를 훼손할 수 있다면, TF는 오히려 헌정 질서의 안정보다 불안과 갈등을 키울 위험이 있다.

헌법이 단순 텍스트가 아니라, 절차 속에서 살아 있는 가치라는 원칙을 고려하면 TF의 구조적 설계는 신중함이 부족했던 측면이 크다. 그만큼 초기 설계 단계에서 더 폭넓은 논의와 견제가 필요했다는 의미다.

헌법은 절차로 지켜지고 권력보다 앞서야

이번 TF가 헌법을 수호하겠다는 명분은 정당해도 그 명분을 실현하는 방식이 헌법과 충돌할 때, 권력의 도구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헌법은 국가의 규범이 아니라, 권력이 행사되는 방식을 제한하는 ‘절차의 철학’이다. 절차는 느리고 불편하며 때로는 비효율적이지만, 그 비효율성이 권력의 폭주를 막아주는 안전장치다.

그러나 이번 TF의 구조는 속도와 범위 면에서 지나치게 크고 빠르며, 공정성보다 선제적 통제를 우선시하는 방식으로 설계돼있다. 제보센터는 상호 감시의 문화를 만들고, 외부 자문단은 중립성 논란을 스스로 키우며, 특검보다 먼저 인사 조치를 단행하겠다는 일정은 사법적 판단 위에 행정적 해석을 덧씌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정부가 헌법을 지키고자 한다면, 헌법적 가치인 절차·중립·절제를 먼저 지켜야 한다. 그 원칙이 무너지는 순간 TF는 헌법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정권을 위한 구조로 변질될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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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