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씩씩하게 돌아온 박미선

  • 서진 기자 jen9@ilyosisa.co.kr
  • 등록 2025.11.17 10:55:00
  • 호수 15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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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38년 “그래도 그립다”

[일요시사 취재1팀] 서진 기자 = “으하하항!” 친근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올해 1월을 끝으로 갑작스레 자취를 감췄던 개그우먼 박미선이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나와 오랜만에 소식을 전했다. 늦가을 끝자락에 어울리는 짧은 머리와 베이지색 정장을 입은 그는 “가짜 뉴스가 너무 많아 생존 신고하려고 왔다”며 우리가 기억하던 밝은 모습을 보여줬다.

시간이 흐른 후 밝혀진 박미선의 병명은 유방암이었다. 그는 정기 건강검진에서 유방암 초기 진단을 받아 치료에 전념했다. 그러기를 10개월, 카메라 앞에 다시 앉아 고군분투했던 투병 기록을 처음으로 밝혔다.

지난 12일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이하 유퀴즈)> 318회에 출연한 박미선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항암치료 때문에 머리를 짧게 민 터라 기존 모습과 달리 새로운 스타일로 등장한 그는 “파격적인 모습이라 사람들이 놀랄까 했지만 용감하게 나왔다”며 “이탈리아에 유학 다녀온 디자이너 느낌이지 않느냐”고 농담을 던졌다.

임파선까지
전이 상태

웃으면서 시작했으나, 이내 쉽지 않았던 투병기를 솔직 담백하게 털어놓았다. 그에 따르면, 지난해 초 종합 건강검진에서 유방암이 발견돼 그해 12월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수술을 바로 진행했다.

그는 “수술을 해보니 이미 임파선까지 암세포가 전이된 상태였다. 그렇게 되면 무조건 항암을 진행해야 했다”며 항암 치료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2주에 걸쳐 8회를 하려고 했던 항암치료 도중, 4회차에 폐렴이 왔다”며 “열이 40도가 넘어가면서 떨어지지 않아서 2주 동안 입원하며 항생제와 모든 약을 부어 넣었다”고 말했다.

박미선은 그 이후 다시 한번 항암치료를 할 수 있도록 새롭게 계획을 세우고, 치료 4번 받을 분량을 12번으로 쪼개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방사선치료를 16번 받았고 현재는 약물치료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박미선의 딸 이유리씨가 기록한 ‘엄마의 투병 일지’가 공개됐다. 영상 날짜는 지난 1월 항암 1차 치료를 받은 후였다.

박미선은 “항암 1차 주사 맞고 쇼크 오는 사람도 많은데, 컨디션이 나쁘지 않아 동네를 걷고 있다”며 “다음 날은 구역질도 안 나고 머리카락도 안 빠졌는데, 기운은 없지만 희망적”이라는 등 투병 일상이 기록됐다.

항암치료 9일 차가 되던 날에는 “2차(항암치료) 하기 2~3일 전이 괜찮다”며 웃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MC 유재석은 박미선에게 “방사선치료 10회 넘어가면 쉽지 않은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박미선은 “항암이라는 게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 좋은 세포까지 다 죽이는 것”이라며 “살려고 하는 건데 죽을 거 같았다. 목소리가 아예 안 나오더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말초신경 마비에 감각이 없어지고,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등 헤르페스가 너무 올라와서 입맛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완쾌’가 없는 유방암이라면서도 ‘이것만 참으면 돼’ 하고 넘어갔다고 했다. “항상 조심하고, 항상 검사하며 그냥 받아들이고 또 생기면 치료하면 된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고도 말했다.

박미선은 가족들에게 유방암 진달 사실을 알렸을 때를 회고했다. 특히 남편 이봉원에게 “‘나 암이래’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처음에는 답이 없었다”며, 답장으로 “초기라 수술하면 괜찮을 거야”라고 위로받았다고 했다.

가족 모두가 암 발병 사실에 놀란 눈치였지만, “한 사람이 울기 시작하면 한꺼번에 터질 것 같아 꾹 참고 밝게 생활하며, 울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특히 박미선은 가족들에게 영화 <매드맥스>의 “퓨리오사 같지 않냐?”며 본인이 슬픈 모습을 자제하니, 받아들이는 사람 또한 그랬다고 밝혔다.

실감 안 났던 유방암 진단
아파 보니 주변 사랑 느껴

특히 “여성들이 암을 진단받고 항암치료하며 머리를 밀게 되면, 많이들 운다고 하지만 머리는 또 자라니까 언제 또 그래 보겠나 싶어 즐거운 마음으로 임했다”며 딸의 권유로 정장을 입고 프로필 사진도 촬영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박미선은 “다들 내 눈치를 봐서 아파도 아픈 티를 내지 못하고, 울고 싶어도 울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길 걷다가 산책하면서 혼자 울기도 하고, 스스로를 많이 위로했다”고 덤덤히 말했다.

한편 남편 이봉원이 “일 못 하면 어때, 내가 있잖아”라며, 박미선의 생일 때는 “유명 베이커리에서 줄까지 서서 케이크를 사다 주기도 했다”고 자랑했다. 그러면서 박미선은 “아프고 나니 힘이 없어서 말투가 부드러워지니까 상대방도 나를 부드럽게 대하더라”고 회상했다.

과거 박미선은 갑질을 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11일 유튜브 ‘조동아리’ 채널에 공개된 영상에서 박미선은 ‘조동아리’에서 언제 나를 부를까 기다렸다”며 “어느 날 밤 김수용에게 전화가 와서 무슨 큰일이라도 생긴 줄 알았다. 섭외를 직접 다 하냐”라며 섭외 방식에 놀랐던 사연을 전했다.

지석진은 “미선 선배님이나 (이)성미 누나는 직접 섭외하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하자 박미선은 “재석이(‘핑계고’)는 나를 안 부르더라, 내가 도움이 안 되나?”라며 장난 섞인 서운함을 드러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박미선은 “사실 경실 언니, (조)혜련이랑 ‘주둥아리’라는 유튜브 채널을 준비 중이었다”며 비밀을 털어놓았고, 김용만은 이에 “우린 바로 고소 준비할 거야”라며 너스레를 떨어 유쾌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과거 박미선은 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 출연 당시 느꼈던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누구나 굴곡이 있잖아요”라며 “배우들도 여주인공하던 사람이 엄마 역할 들어오면 심적으로 힘들어진다는데, (나도) 어느 순간 무대가 아닌 심사위원 자리에 앉으라더라”며 과거 일이 없던 시절의 자존심이 상했던 일을 회상했다.

이어 “<해피투게더> 패널 제의가 들어왔길래, 당연히 고정인 줄 알았는데 PD가 ‘한 달만 해보고 성과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말에 속으로 자존심이 상했지만, 나 자신을 다 쏟아부었다”며 “망가지는 분장까지 감수하며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 결과 고정 자리를 얻은 박미선은 “제의가 들어와서 살짝 고민했지만 그러지 말자 싶었다”며 “자리가 뭐가 중요할까 싶더라. 만약 그때 포기하고 모든 걸 내려놨다면, 지금까지 방송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당시 결정을 긍정적으로 돌아봤다.

딸이 쓴
투병 일지

과거 박미선은 김용만과 함께했던 예능프로그램 <스타부부쇼 자기야>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원래 다른 남자 MC와 진행하기로 돼있었는데, 나는 김용만과 진행하고 싶다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후 두 사람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해 박미선도 “이 프로그램 대박 나겠는다는 느낌이 왔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당시 MBC에서 <세바퀴>를 진행 중이었던 박미선에게 타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맡으려면 출연을 중단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어, 결국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박미선은 “어쩔 수 없이 물러났는데 <자기야>는 계속 가고 <세바퀴>는 없어졌다. 내가 속이 쓰려, 안 쓰려?”라며 웃픈 과거를 떠올렸다.

<유퀴즈>에서 박미선은 데뷔 38년 만에 이렇게 오래 쉬는 건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첫째 아이 낳고 한 달, 둘째 아이 낳고 한 달만 쉬어봤다”면서 장장 10개월을 휴식하기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수십년 동안 일하면서 “내 몸을 위한다고 했는데 혹사시키고 있었다. 우리가 생각보다 잘 쉬는 방법을 모른다. 여행 가고 골프 가는 게 쉬는 게 아니더라. 몸에 귀를 기울이는 게 쉬는 거더라”고 말했다.


뒤이어 암 진단을 받기 전 일하며 느꼈던 증상들을 떠올렸다. 그는 “아무 증상이 없는데 너무 피곤했다. 심지어 녹화 도중에 졸고, 대기실에서도 계속 잤다. 몸이 꾸준히 피곤했던 게 신호였다”고 전했다.

MC 조세호는 그런 박미선에게 “코미디, 진행, 연기를 모두 하는 사람은 없는데, 팔방미인”이라고 칭찬했다. 실제로 박미선은 센스 있는 애드리브와 부담 없는 캐릭터로 사랑받았다. 1인 방송과 시트콤 등 다방면에서 활약했다. 그는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여자 예능상을 1991년, 2000년, 2009년까지 3차례 수상하며 해당 부문 수상 횟수 1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영향력과 존재감은 인터넷 방송에서도 두각을 보여 유튜브에서 실버 버튼을 받은 12만 구독자 채널과 64만 구독자 채널 등 총 2개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미선은 1967년생으로,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재학해 졸업반 4학년 과정 중이던 1988년, MBC 제2회 TV 개그 콘테스트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연예계에 데뷔해 MBC에서 여성 개그맨으로서의 주가를 올렸다.

데뷔 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청춘 행진곡> 등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별난 여자’ 등의 코너를 담당했다. 당시 여성 코미디언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대담하고 거침없는 연기로 존재감을 떨쳤다.

팔방미인
개그우먼

이후 1993년 11월13일, 개그맨 이봉원과 같은 코너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결혼했다. 이 개그맨 부부는 슬하에 1남 1녀를 뒀다.

결혼 이후 이봉원이 손대는 사업들이 잘 풀리지 않아 2000년대 중후반부터는 예능에서 남편이 사업에 부진한 것을 주요 개그 레퍼토리로 삼을 정도로 아픔과 고생이 있었으나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박미선은 개그우먼 출신이지만 특유의 단아한 이미지와 진행 능력을 지닌 것으로 대중에게 평가받았다. 이후에는 교양프로그램의 범위도 무난히 소화해내는 방송인으로 전향했다.

2007년 말 KBS <해피투게더>에 출연에서 2008년 1월, 고정 MC로 투입됐다. 이후 대체재 없는 메인급 여성 MC로 떠오르며 각종 예능에서 활약해 데뷔 후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2002년 11월부터 2004년 8월까지 <개그콘서트> ‘봉숭아 학당’의 선생 역을 맡기도 했다.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파업 중이던 MBC의 개표 방송 진행을 맡기도 했다. 이후 2015년 9월, 7년 동안 진행해오던 <해피투게더>에서 하차했다.

박미선은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스튜디오 MC로도 오랜 기간 활약했다. 프로그램 속 가상 커플들에게 감정을 이입하며 리얼리티를 부여하는 능력을 인정받았다.

2017년 무렵부터는 남편 이봉원이 직접 중식조리사 자격증을 따고 천안시와 대전 롯데백화점, 갤러리아 백화점에 짬뽕 전문점을 열어 요리와 가게 경영을 겸한 바 있다.

한편 박미선은 시트콤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 방영된 SBS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에서 오미선 역을 맡아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 작품은 가족 중심의 코믹한 에피소드로 사랑받았으며, 박미선 특유의 현실감 있는 연기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이때 2년9개월 동안 함께 모녀 지간으로 열연한 배우 선우용여에게 지금도 엄마라고 부를 정도로 친분이 매우 깊고, 선우용여도 박미선을 딸처럼 매우 아껴준다고 전해진다.

이후 2001년에는 SBS 시트콤 <골뱅이>에 출연해 재치 있는 캐릭터 소화로 긍정적 평가를 받았고, 2002년에는 MBC 시트콤 <위기의 남자>에 출연하며 다양한 장르의 코미디 연기를 선보였다.

2010년에는 MBC 시트콤 <몽땅 내 사랑>에 출연해 다시 한번 개그우먼다운 자연스러운 활약을 보여줬다. 2011년에는 MBC <최고의 사랑>, 2012년에는 MBC <엄마가 뭐길래>, 2016년에는 웹드라마 <나는 취준생이다> 등에 출연하며 코믹 연기 활동을 꾸준히 이어갔다.

<유퀴즈>에서 ‘지난 38년 돌아보면 어떤 것 같냐’는 유재석의 질문에 박미선은 “‘전광석화’ 같았다. 마치 너무 어제 같고 세월이 참 빠르다”고 답했다. 그는 신인 데뷔부터 어떤 대사를 했고, 어떤 프로를 진행했는지 모두 기억이 난다고 회고했다.

눈물 나는 투병기 “이젠 쉬려 해”
누구보다 강하다 ‘박미선 포에버’

박미선은 “나는 스타도 아니고 연예인도 아니고, 방송이 직장이라고 생각한다”며 “나이가 들면 자리가 바뀌기 마련인데, 욕심을 내려놓고 만족하니 오래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MC 유재석을 보며 배운 점이 많다고 했다. 박미선은 “과거 <세바퀴>를 진행할 때 신인들 말이 잘 안 들리면 유재석을 생각하며 모두 들어주려고 노력했다”고 언급했다.

박미선은 주변의 따뜻한 위로와 가족의 사랑 속에서 회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유퀴즈>에서 동료 개그우먼들의 영상 편지가 공개됐다. 절친 조혜련은 “(박미선이) 약한 줄 알았는데 누구보다 강했다”고 말하며 박미선의 강단을 전했고, 선우용여는 “하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놀러가고 싶은 거 먼저 해. 몸이 우선이다. 사랑한다”고 따뜻한 말을 전했다.

이경실은 “미선이를 위해 눈물로 기도했다”며 밤낮이고 그녀의 회복을 위해 마음을 모았다고 전했다.

이경실의 친언니도 유방암 투병 이후 완치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이경실은 박미선의 회복을 위해 직접 상추와 수박으로 만든 물김치를 만들어 보냈다. “물김치처럼 시원한 게 먹고 싶다”던 친언니의 말이 떠올랐다고 한다.

양희은은 “네가 좋아하는 빵 사왔어”라며 정을 나눴고, 김제동과는 통화를 자주 하며 긴 수다로 서로의 안부를 챙겼다. 김영철은 성대모사 음성을 녹음해 수시로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장도연은 “미선나무가 있어서 문득 생각 나 연락드렸다”고 전하며 선배를 향한 존경과 애정을 표현했다.

박미선은 무엇보다 딸 이유리씨의 헌신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10개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치료 일지’ 305건을 기록했다. 항암 과정의 약물 정보, 부작용, 주의 사항까지 꼼꼼히 정리하며 어머니의 곁을 지켰다.

이씨는 “엄마가 토하거나 열이 날까 봐 방문을 항상 열어두고 잤다”며 “엄마 앞에서 울면 서로 무너질 것 같아 끝까지 씩씩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박미선은 그런 이씨에게 “유리가 여태껏 한번도 울지 않았다. 참아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아들 이상엽씨도 눈사람을 만들어 보여주며 어머니를 격려했다. 가족이 함께 간 강릉 여행에서 불꽃놀이를 즐기며 “살아 있음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꼈다”고 회상했다.

그는 “술·담배도 하지 않는데 이런 일이 내게 닥쳤을 때 제일 놀란 사람은 나 자신이었다”며 “암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일”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하지만 “밥 먹고 산책하는 소소한 일상이 진정한 행복이다”고 덧붙였다.

특히 집 앞 텃밭을 돌보며 호박·오이 키우기, 산책 중 밤을 줍는 일상들이 가장 큰 행복이라고 전했다.

“다시 나를 돌아봤다”

박미선은 “암 진단을 받으면 나를 돌아보게 된다. 억울하거나 분하지 않았다. 오히려 감사했다”며 “아무도 원망하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유방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높다”며 “많은 분들이 희망을 잃지 말고 건강을 챙기길 바란다”고 전했다.

아울러 “걱정해 준 모든 분께 감사한다. 아픔이 찾아와도 원망보다 희망의 에너지로 이겨내길 바란다”며 “앞으로는 행복하게 잘 지내보려 한다”며 미소 지었다.

<jen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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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