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씩씩하게 돌아온 박미선

  • 서진 기자 jen9@ilyosisa.co.kr
  • 등록 2025.11.17 10:55:00
  • 호수 15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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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38년 “그래도 그립다”

[일요시사 취재1팀] 서진 기자 = “으하하항!” 친근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올해 1월을 끝으로 갑작스레 자취를 감췄던 개그우먼 박미선이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나와 오랜만에 소식을 전했다. 늦가을 끝자락에 어울리는 짧은 머리와 베이지색 정장을 입은 그는 “가짜 뉴스가 너무 많아 생존 신고하려고 왔다”며 우리가 기억하던 밝은 모습을 보여줬다.

시간이 흐른 후 밝혀진 박미선의 병명은 유방암이었다. 그는 정기 건강검진에서 유방암 초기 진단을 받아 치료에 전념했다. 그러기를 10개월, 카메라 앞에 다시 앉아 고군분투했던 투병 기록을 처음으로 밝혔다.

지난 12일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이하 유퀴즈)> 318회에 출연한 박미선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항암치료 때문에 머리를 짧게 민 터라 기존 모습과 달리 새로운 스타일로 등장한 그는 “파격적인 모습이라 사람들이 놀랄까 했지만 용감하게 나왔다”며 “이탈리아에 유학 다녀온 디자이너 느낌이지 않느냐”고 농담을 던졌다.

임파선까지
전이 상태

웃으면서 시작했으나, 이내 쉽지 않았던 투병기를 솔직 담백하게 털어놓았다. 그에 따르면, 지난해 초 종합 건강검진에서 유방암이 발견돼 그해 12월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수술을 바로 진행했다.

그는 “수술을 해보니 이미 임파선까지 암세포가 전이된 상태였다. 그렇게 되면 무조건 항암을 진행해야 했다”며 항암 치료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2주에 걸쳐 8회를 하려고 했던 항암치료 도중, 4회차에 폐렴이 왔다”며 “열이 40도가 넘어가면서 떨어지지 않아서 2주 동안 입원하며 항생제와 모든 약을 부어 넣었다”고 말했다.

박미선은 그 이후 다시 한번 항암치료를 할 수 있도록 새롭게 계획을 세우고, 치료 4번 받을 분량을 12번으로 쪼개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방사선치료를 16번 받았고 현재는 약물치료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박미선의 딸 이유리씨가 기록한 ‘엄마의 투병 일지’가 공개됐다. 영상 날짜는 지난 1월 항암 1차 치료를 받은 후였다.

박미선은 “항암 1차 주사 맞고 쇼크 오는 사람도 많은데, 컨디션이 나쁘지 않아 동네를 걷고 있다”며 “다음 날은 구역질도 안 나고 머리카락도 안 빠졌는데, 기운은 없지만 희망적”이라는 등 투병 일상이 기록됐다.

항암치료 9일 차가 되던 날에는 “2차(항암치료) 하기 2~3일 전이 괜찮다”며 웃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MC 유재석은 박미선에게 “방사선치료 10회 넘어가면 쉽지 않은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박미선은 “항암이라는 게 암세포를 죽이기 위해 좋은 세포까지 다 죽이는 것”이라며 “살려고 하는 건데 죽을 거 같았다. 목소리가 아예 안 나오더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말초신경 마비에 감각이 없어지고,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등 헤르페스가 너무 올라와서 입맛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완쾌’가 없는 유방암이라면서도 ‘이것만 참으면 돼’ 하고 넘어갔다고 했다. “항상 조심하고, 항상 검사하며 그냥 받아들이고 또 생기면 치료하면 된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고도 말했다.

박미선은 가족들에게 유방암 진달 사실을 알렸을 때를 회고했다. 특히 남편 이봉원에게 “‘나 암이래’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처음에는 답이 없었다”며, 답장으로 “초기라 수술하면 괜찮을 거야”라고 위로받았다고 했다.

가족 모두가 암 발병 사실에 놀란 눈치였지만, “한 사람이 울기 시작하면 한꺼번에 터질 것 같아 꾹 참고 밝게 생활하며, 울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특히 박미선은 가족들에게 영화 <매드맥스>의 “퓨리오사 같지 않냐?”며 본인이 슬픈 모습을 자제하니, 받아들이는 사람 또한 그랬다고 밝혔다.

실감 안 났던 유방암 진단
아파 보니 주변 사랑 느껴

특히 “여성들이 암을 진단받고 항암치료하며 머리를 밀게 되면, 많이들 운다고 하지만 머리는 또 자라니까 언제 또 그래 보겠나 싶어 즐거운 마음으로 임했다”며 딸의 권유로 정장을 입고 프로필 사진도 촬영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박미선은 “다들 내 눈치를 봐서 아파도 아픈 티를 내지 못하고, 울고 싶어도 울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길 걷다가 산책하면서 혼자 울기도 하고, 스스로를 많이 위로했다”고 덤덤히 말했다.

한편 남편 이봉원이 “일 못 하면 어때, 내가 있잖아”라며, 박미선의 생일 때는 “유명 베이커리에서 줄까지 서서 케이크를 사다 주기도 했다”고 자랑했다. 그러면서 박미선은 “아프고 나니 힘이 없어서 말투가 부드러워지니까 상대방도 나를 부드럽게 대하더라”고 회상했다.

과거 박미선은 갑질을 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11일 유튜브 ‘조동아리’ 채널에 공개된 영상에서 박미선은 ‘조동아리’에서 언제 나를 부를까 기다렸다”며 “어느 날 밤 김수용에게 전화가 와서 무슨 큰일이라도 생긴 줄 알았다. 섭외를 직접 다 하냐”라며 섭외 방식에 놀랐던 사연을 전했다.

지석진은 “미선 선배님이나 (이)성미 누나는 직접 섭외하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하자 박미선은 “재석이(‘핑계고’)는 나를 안 부르더라, 내가 도움이 안 되나?”라며 장난 섞인 서운함을 드러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박미선은 “사실 경실 언니, (조)혜련이랑 ‘주둥아리’라는 유튜브 채널을 준비 중이었다”며 비밀을 털어놓았고, 김용만은 이에 “우린 바로 고소 준비할 거야”라며 너스레를 떨어 유쾌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과거 박미선은 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 출연 당시 느꼈던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누구나 굴곡이 있잖아요”라며 “배우들도 여주인공하던 사람이 엄마 역할 들어오면 심적으로 힘들어진다는데, (나도) 어느 순간 무대가 아닌 심사위원 자리에 앉으라더라”며 과거 일이 없던 시절의 자존심이 상했던 일을 회상했다.

이어 “<해피투게더> 패널 제의가 들어왔길래, 당연히 고정인 줄 알았는데 PD가 ‘한 달만 해보고 성과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말에 속으로 자존심이 상했지만, 나 자신을 다 쏟아부었다”며 “망가지는 분장까지 감수하며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 결과 고정 자리를 얻은 박미선은 “제의가 들어와서 살짝 고민했지만 그러지 말자 싶었다”며 “자리가 뭐가 중요할까 싶더라. 만약 그때 포기하고 모든 걸 내려놨다면, 지금까지 방송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당시 결정을 긍정적으로 돌아봤다.

딸이 쓴
투병 일지

과거 박미선은 김용만과 함께했던 예능프로그램 <스타부부쇼 자기야>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원래 다른 남자 MC와 진행하기로 돼있었는데, 나는 김용만과 진행하고 싶다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후 두 사람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해 박미선도 “이 프로그램 대박 나겠는다는 느낌이 왔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당시 MBC에서 <세바퀴>를 진행 중이었던 박미선에게 타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맡으려면 출연을 중단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어, 결국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박미선은 “어쩔 수 없이 물러났는데 <자기야>는 계속 가고 <세바퀴>는 없어졌다. 내가 속이 쓰려, 안 쓰려?”라며 웃픈 과거를 떠올렸다.

<유퀴즈>에서 박미선은 데뷔 38년 만에 이렇게 오래 쉬는 건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첫째 아이 낳고 한 달, 둘째 아이 낳고 한 달만 쉬어봤다”면서 장장 10개월을 휴식하기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수십년 동안 일하면서 “내 몸을 위한다고 했는데 혹사시키고 있었다. 우리가 생각보다 잘 쉬는 방법을 모른다. 여행 가고 골프 가는 게 쉬는 게 아니더라. 몸에 귀를 기울이는 게 쉬는 거더라”고 말했다.


뒤이어 암 진단을 받기 전 일하며 느꼈던 증상들을 떠올렸다. 그는 “아무 증상이 없는데 너무 피곤했다. 심지어 녹화 도중에 졸고, 대기실에서도 계속 잤다. 몸이 꾸준히 피곤했던 게 신호였다”고 전했다.

MC 조세호는 그런 박미선에게 “코미디, 진행, 연기를 모두 하는 사람은 없는데, 팔방미인”이라고 칭찬했다. 실제로 박미선은 센스 있는 애드리브와 부담 없는 캐릭터로 사랑받았다. 1인 방송과 시트콤 등 다방면에서 활약했다. 그는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여자 예능상을 1991년, 2000년, 2009년까지 3차례 수상하며 해당 부문 수상 횟수 1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영향력과 존재감은 인터넷 방송에서도 두각을 보여 유튜브에서 실버 버튼을 받은 12만 구독자 채널과 64만 구독자 채널 등 총 2개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미선은 1967년생으로,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재학해 졸업반 4학년 과정 중이던 1988년, MBC 제2회 TV 개그 콘테스트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연예계에 데뷔해 MBC에서 여성 개그맨으로서의 주가를 올렸다.

데뷔 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청춘 행진곡> 등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별난 여자’ 등의 코너를 담당했다. 당시 여성 코미디언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대담하고 거침없는 연기로 존재감을 떨쳤다.

팔방미인
개그우먼

이후 1993년 11월13일, 개그맨 이봉원과 같은 코너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결혼했다. 이 개그맨 부부는 슬하에 1남 1녀를 뒀다.

결혼 이후 이봉원이 손대는 사업들이 잘 풀리지 않아 2000년대 중후반부터는 예능에서 남편이 사업에 부진한 것을 주요 개그 레퍼토리로 삼을 정도로 아픔과 고생이 있었으나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박미선은 개그우먼 출신이지만 특유의 단아한 이미지와 진행 능력을 지닌 것으로 대중에게 평가받았다. 이후에는 교양프로그램의 범위도 무난히 소화해내는 방송인으로 전향했다.

2007년 말 KBS <해피투게더>에 출연에서 2008년 1월, 고정 MC로 투입됐다. 이후 대체재 없는 메인급 여성 MC로 떠오르며 각종 예능에서 활약해 데뷔 후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2002년 11월부터 2004년 8월까지 <개그콘서트> ‘봉숭아 학당’의 선생 역을 맡기도 했다.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파업 중이던 MBC의 개표 방송 진행을 맡기도 했다. 이후 2015년 9월, 7년 동안 진행해오던 <해피투게더>에서 하차했다.

박미선은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스튜디오 MC로도 오랜 기간 활약했다. 프로그램 속 가상 커플들에게 감정을 이입하며 리얼리티를 부여하는 능력을 인정받았다.

2017년 무렵부터는 남편 이봉원이 직접 중식조리사 자격증을 따고 천안시와 대전 롯데백화점, 갤러리아 백화점에 짬뽕 전문점을 열어 요리와 가게 경영을 겸한 바 있다.

한편 박미선은 시트콤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 방영된 SBS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에서 오미선 역을 맡아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 작품은 가족 중심의 코믹한 에피소드로 사랑받았으며, 박미선 특유의 현실감 있는 연기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이때 2년9개월 동안 함께 모녀 지간으로 열연한 배우 선우용여에게 지금도 엄마라고 부를 정도로 친분이 매우 깊고, 선우용여도 박미선을 딸처럼 매우 아껴준다고 전해진다.

이후 2001년에는 SBS 시트콤 <골뱅이>에 출연해 재치 있는 캐릭터 소화로 긍정적 평가를 받았고, 2002년에는 MBC 시트콤 <위기의 남자>에 출연하며 다양한 장르의 코미디 연기를 선보였다.

2010년에는 MBC 시트콤 <몽땅 내 사랑>에 출연해 다시 한번 개그우먼다운 자연스러운 활약을 보여줬다. 2011년에는 MBC <최고의 사랑>, 2012년에는 MBC <엄마가 뭐길래>, 2016년에는 웹드라마 <나는 취준생이다> 등에 출연하며 코믹 연기 활동을 꾸준히 이어갔다.

<유퀴즈>에서 ‘지난 38년 돌아보면 어떤 것 같냐’는 유재석의 질문에 박미선은 “‘전광석화’ 같았다. 마치 너무 어제 같고 세월이 참 빠르다”고 답했다. 그는 신인 데뷔부터 어떤 대사를 했고, 어떤 프로를 진행했는지 모두 기억이 난다고 회고했다.

눈물 나는 투병기 “이젠 쉬려 해”
누구보다 강하다 ‘박미선 포에버’

박미선은 “나는 스타도 아니고 연예인도 아니고, 방송이 직장이라고 생각한다”며 “나이가 들면 자리가 바뀌기 마련인데, 욕심을 내려놓고 만족하니 오래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MC 유재석을 보며 배운 점이 많다고 했다. 박미선은 “과거 <세바퀴>를 진행할 때 신인들 말이 잘 안 들리면 유재석을 생각하며 모두 들어주려고 노력했다”고 언급했다.

박미선은 주변의 따뜻한 위로와 가족의 사랑 속에서 회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유퀴즈>에서 동료 개그우먼들의 영상 편지가 공개됐다. 절친 조혜련은 “(박미선이) 약한 줄 알았는데 누구보다 강했다”고 말하며 박미선의 강단을 전했고, 선우용여는 “하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놀러가고 싶은 거 먼저 해. 몸이 우선이다. 사랑한다”고 따뜻한 말을 전했다.

이경실은 “미선이를 위해 눈물로 기도했다”며 밤낮이고 그녀의 회복을 위해 마음을 모았다고 전했다.

이경실의 친언니도 유방암 투병 이후 완치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이경실은 박미선의 회복을 위해 직접 상추와 수박으로 만든 물김치를 만들어 보냈다. “물김치처럼 시원한 게 먹고 싶다”던 친언니의 말이 떠올랐다고 한다.

양희은은 “네가 좋아하는 빵 사왔어”라며 정을 나눴고, 김제동과는 통화를 자주 하며 긴 수다로 서로의 안부를 챙겼다. 김영철은 성대모사 음성을 녹음해 수시로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장도연은 “미선나무가 있어서 문득 생각 나 연락드렸다”고 전하며 선배를 향한 존경과 애정을 표현했다.

박미선은 무엇보다 딸 이유리씨의 헌신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10개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치료 일지’ 305건을 기록했다. 항암 과정의 약물 정보, 부작용, 주의 사항까지 꼼꼼히 정리하며 어머니의 곁을 지켰다.

이씨는 “엄마가 토하거나 열이 날까 봐 방문을 항상 열어두고 잤다”며 “엄마 앞에서 울면 서로 무너질 것 같아 끝까지 씩씩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박미선은 그런 이씨에게 “유리가 여태껏 한번도 울지 않았다. 참아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아들 이상엽씨도 눈사람을 만들어 보여주며 어머니를 격려했다. 가족이 함께 간 강릉 여행에서 불꽃놀이를 즐기며 “살아 있음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꼈다”고 회상했다.

그는 “술·담배도 하지 않는데 이런 일이 내게 닥쳤을 때 제일 놀란 사람은 나 자신이었다”며 “암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일”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하지만 “밥 먹고 산책하는 소소한 일상이 진정한 행복이다”고 덧붙였다.

특히 집 앞 텃밭을 돌보며 호박·오이 키우기, 산책 중 밤을 줍는 일상들이 가장 큰 행복이라고 전했다.

“다시 나를 돌아봤다”

박미선은 “암 진단을 받으면 나를 돌아보게 된다. 억울하거나 분하지 않았다. 오히려 감사했다”며 “아무도 원망하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유방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높다”며 “많은 분들이 희망을 잃지 말고 건강을 챙기길 바란다”고 전했다.

아울러 “걱정해 준 모든 분께 감사한다. 아픔이 찾아와도 원망보다 희망의 에너지로 이겨내길 바란다”며 “앞으로는 행복하게 잘 지내보려 한다”며 미소 지었다.

<jen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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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