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새만금으로 이동한 전북의 축⋯김관영 리더십 주목해야

전북특별자치도는 지금 아주 조용하지만, 동시에 너무도 거대한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전북의 미래는 지도에서 결정되지 않는다. 산업의 흐름이 어디에서 뛰고 있고, 그 동맥이 어디로 연결되고 있으며, 전북의 다음 10년이 어떻게 설계되고 있는지가 전북의 미래를 결정한다.

필자는 최근 몇 개월 동안 전북자치도를 다니며 산업 지도와 행정 현장을 함께 관찰했고, 그 결과 ‘전북 산업의 무게 중심은 이미 전주가 아니라, 군산·새만금 축으로 옮겨졌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 구조적 대전환은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다. 즉, ‘새만금 시대’를 어떻게 이끌어가느냐가 앞으로 전북의 향방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이 거대한 흐름의 중심에서 지난 3년 동안 실제 결과를 만들어낸 사람이 있다. 그는 전북 최초의 ‘정책행정가형 도지사’며, 전국에서 유일하게 직접 발로 뛰는 ‘PT 도지사’로 알려진 군산시 국회의원 출신 김관영 도지사다.

필자는 김 지사가 지난 3년 동안 만들어낸 산업·정책·미래전략 성과를 분석하면서, 전북자치도가 지금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지, 그리고 내년 지방선거의 핵심 질문이 왜 ‘누가 전북의 속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가’야 하는지를 정리하고자 한다.

전북 산업의 중심은 이미 전주 아닌, 군산·새만금

전북자치도의 행정 중심은 전주다. 그러나 전북자치도의 산업 중심은 이미 군산·새만금이다. 이 차이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전북의 다음 10년을 예측할 수 없다. 필자가 만난 여러 기업인과 연구자, 지역경제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전북의 산업은 군산과 새만금에서 움직인다”고 말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전북의 미래 산업 인프라인 자율주행 테스트베드, 상용차 산업, 모빌리티 전환, RE100 기반 에너지, 대규모 항만·물류, 첨단 제조 실증, 대기업 투자 등이 모두 군산과 새만금에 집중돼있기 때문이다.

전북자치도가 국내 유일의 상용차 자율주행 테스트베드를 보유한 지역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그 의미는 과소평가돼있다. 그러나 새만금에 구축된 산업·상용자동차 산업·미래 물류 시스템은 실제 도로·기상·운영 조건에서 검증된 핵심 인프라다.

전북자치도의 상용차 산업구조도 자율주행 및 피지컬 AI 산업과 자연스럽게 결합되고 있다. 군산의 타타대우차 생산공장, 완주의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등 주요 상용차 생산 기반이 한 지역권 안에 밀집해 있어, ‘테스트베드·제조·실증·상용화’가 한 축으로 이어지는 전국 유일의 구조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새만금의 RE100 기반 에너지 공급 인프라가 더해지며, 군산은 전북의 ‘미래 제조업의 전초기지’가 되고 있다.

이 같은 산업구조는 전북의 중심축이 전주에서 군산·새만금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따라서 군산 출신이라는 지역적 배경은 단순한 출신의 유불리가 아니라, 전북 미래산업의 중심지와 도정 리더십이 정확히 일치한다는 전략적 적합성을 가진다. 전북 산업이 어디에서 뛰고 있는지를 정확히 이해하는 도지사가 지금 필요한 이유다.

PT 도지사라는 새로운 리더십 모델

필자는 전국 여러 지자체를 보면서, 국가 공모사업 발표를 도지사가 직접 하는 경우를 많이 보지 못했다. 대부분 기획조정실장과 전담팀이 발표를 하고, 도지사는 인사말만 한다. 그러나 김 지사는 달랐다. 그는 ‘전북은 딱히 뒤에 앉아 있을 상황이 아니다. 직접 뛰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는 판단으로 모든 핵심 공모사업 PT를 직접 수행했다.

그리고 그 성적은 놀랍다. 7번의 PT 중 5승1무1패. 발표 전 10~20회 예행연습은 기본이었다.

이 과정은 단순한 발표 기술이 아니라, 전북의 산업·재정·기술·법제·국가전략을 모두 결합해 설계하는 ‘정책 전략가’의 전투였다. 피지컬 AI 1조원 단지를 전북이 따낸 것도, 서울을 꺾고 2036 전주하계올림픽 국내 단독 후보지를 얻은 것도 결국 이 리더십의 결과다. 필자는 이 일련의 과정을 보며 PT라는 형식 안에 전북자치도의 생존전략이 들어 있다고 느꼈다.

전북자치도처럼 체급이 작은 지역이 수도권·부산·대구 등 대도시와 경쟁하려면, 도지사가 직접 나서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 김 지사는 바로 그 지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이 ‘PT 도지사’ 모델은 전북자치도처럼 경쟁의 강도가 높은 지역에서 생존을 위한 최적의 리더십이다.

지난 14일 저녁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JD상생포럼 송년 세미나에도 김 지사는 KTX를 타고 올라와 약 20분 동안 전북자치도의 비전을 직접 설명하고 돌아갔다. 필자도 현장에 있었는데, 그는 말 그대로 전북자치도의 ‘영업사원 1호’라는 표현이 전혀 과하지 않았다. 오는 21일에는 핵융합 관련 PT를 직접 해야 한다며 서둘러 행사장을 떠나는 그의 뒷모습에서 듬직함과 진정성이 그대로 느껴졌다.

인공태양은 전북이 선택한 미래 에너지의 기점, 핵융합 연구시설 유치전

핵융합은 인류가 오랫동안 꿈꿔온 해법이다. 탄소 배출이 없고, 원자력보다 안전하며, 연료는 바닷물에서 나와서 ‘인공태양’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전 세계가 50년 넘게 도전하고 있지만, 아직 어느 나라도 완전한 상용화를 이루지 못했다. 그렇기에 실증 연구시설의 위치는 미래 에너지 산업의 패권을 결정하는 문제다.

필자는 전북자치도가 이 핵융합 유치전에 뛰어든 과정을 면밀히 살폈다. 새만금은 핵융합 연구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거의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항만·공항·고속도로·철도라는 국가기간망이 한 지점에 모인 곳은 전국에서 새만금이 유일하다. 핵융합 시설은 초대형 장비와 초정밀 인프라를 이동·설치해야 하기에 이 물류 인프라는 필수다.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 역시 핵융합 연구의 생명이다. 새만금은 RE100 기반을 갖춘 국내 최대의 청정에너지 공급지다. 대용량 전력 소모가 필요한 핵융합 연구에 필수적인 전력 인프라를 갖춘 지역은 사실상 새만금뿐이다.

전북자치도는 이미 2012년 플라즈마기술연구소를 개소하며 핵융합 연구 기반을 구축해 왔다. 지난 10년간 축적된 연구 인력·장비·지자체 협업은 다른 지역이 단기간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이다. 더구나 이재명정부가 공언한 ‘새만금의 첨단산업 테스트베드화’라는 국정 전략과도 완벽하게 부합한다.

김 지사는 이 흐름을 정확히 읽고, 전북의 국회의원·도의회·새만금개발청·전북대·군산대 등 17개 기관을 묶어 유치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필자는 이 장면을 지켜보며 전북이 드디어 미래에너지 산업의 중심임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순간이 왔다고 느꼈다. 핵융합 연구시설 유치는 단순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전북자치도가 다음 10년 동안 새로운 차원의 산업지도를 그릴 수 있는 결정적 기회다.

특별자치도 시대, 정책혁신 없이는 미래 없다

전북은 특별자치도로 승격했지만, 변화는 선언으로 오지 않는다. 권한은 131개나 받았지만, 이것을 실제 정책으로 바꾸는 능력이 중요하다. 김 지사는 취임 후 전북자치도 행정의 기본 작동 방식을 통째로 다시 설계했다.

그는 팀장 300명에게 직접 업무보고를 받았고, 타 지자체의 사례를 반드시 연구해 오도록 했으며, 제출된 591개 제안 중 572개를 실제 정책으로 채택했다. 전북자치도 공무원 사회가 스스로 제안을 내고, 스스로 혁신을 만드는 조직으로 바뀐 것이다.

필자는 공무원 사회가 변화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을 ‘단체장이 혁신을 선언하면서 공무원들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김관영 체제의 전북자치도는 변화를 시작했다. 행정혁신은 전북자치도가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며, 이 같은 흐름은 정책지향형 리더십이 아니면 결코 가능하지 않다.

올림픽, 전북이 서울을 처음 이긴 역사적 장면

서울을 이겼다는 사실 그 자체가 전북자치도에게는 커다란 상징이다. 49대 11이라는 결과는 전문성보다 ‘진정성’을 선택했다는 심사위원들의 평가기도 하다. 김 지사는 올림픽 후보지 경쟁에서 지방도시 연대 모델이라는 새로운 전략을 제시했고, 실제로 서울을 넘어섰다.

올림픽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다. 전북자치도의 인프라를 완전히 재구성하고, 국가재정을 전북에 집결시키며, 국제도시로 재탄생할 수 있는 20년짜리 프로젝트다.

현재 한국은 매우 독특한 정치 환경 속에 있다. 대통령을 제외하면 여당 대표, 원내대표, 예결위원장, 도당위원장 등 중앙 정치의 핵심축이 모두 민주당 지도부로 채워져 있다.

중앙 권력의 흐름이 한 방향으로 정렬된 만큼, 이 정치적 구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전북자치도의 예산 확보로 직결된다. 이 구도는 위험일 수도 있지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 기회를 현실로 만드는 핵심은 ‘누가 중앙과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김 지사의 강점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는 국회 부의장과 원내대표를 지내며 여야 협상의 언어와 절차, 사람과 힘의 흐름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정치인이다. 여야가 복잡하게 얽힌 협상 구조 속에서도 타협의 지점을 찾아내고 실질적 성과로 연결해 온 경험이 있다.

따라서 전북 예산의 규모와 방향을 결정할 중요한 변수는 단순히 정치 지형이 아니라, 그 지형을 실제 예산으로 끌어올 수 있는 협상력이다. 지금의 중앙 권력구조는 전북에게 쉽지 않은 동시에 매우 드문 기회다. 김 지사는 이 기회를 실질적 자원으로 전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전북의 시간은 이제 직선운동으로 전환

필자는 전북자치도를 관찰하며 ‘삼기점(Samki Point, 원 운동이 직선 운동으로 바뀌는 지점)’이라는 개념이 떠올랐다. 전북은 더 이상 원운동으로 움직이지 않고, 속도를 내야 하는 직선운동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래산업이 가동되고 있고, 해외기업이 들어오고 있고, 대규모 국책사업이 시작되고 있으며, 새만금이라는 거대한 공간이 본격적으로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 시점에서 필요한 리더는 말이 아니라 실적, 구호가 아니라 속도, 계획 이론이 아니라 실행력을 가진 사람이다. 전북자치도는 지난 3년 동안 그 성과를 목격했다. 피지컬 AI, 자율주행, 상용차 혁신, RE100, 삼성 스마트허브, 올림픽 유치, 핵융합 유치전까지, 이 모든 결과가 전북자치도 현대사에서 가장 빠른 변화이자 속도였다.

전북은 내년 지방선거서 이 속도를 앞으로 더 가속시킬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전북의 미래는 출신이 아닌 적합성, 이름이 아닌 결과, 말이 아닌 속도, 과거의 정치가 아닌 새만금의 산업정책에 부합한 자만이 책임 질 수 있다.

전북의 미래 10년을 결정하는 선택은 도민의 몫이다. 새만금의 시간이 기다리는 리더십을 잘 생각해봐야 한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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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