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한 달 앞당겨진 대기업 임원 인사

대기업 임원 인사 시계가 올해는 한 달 앞당겨졌다. 지난달 30일 SK가 포문을 열었고, 지난 7일 삼성전자가 세대교체 인사를 시작했다. LG는 이달 중순, 롯데는 조기 인사 가능성이 높다. “불확실성 시대에는 속도가 경쟁력”이라는 말은 기업 인사의 새로운 격언이 됐다.

그러나 속도는 경쟁력이 될 수 있어도 방향이 되지는 않는다. 2025년의 임원 인사는 단순한 승진 명단이 아니라 각 기업의 철학과 생존 전략을 비추는 거울이다.

올해 임원 인사 신호탄은 SK가 쐈다. 이형희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리밸런싱’과 ‘AI 전환’을 앞세웠다. 각자대표 체제로 신속한 의사결정을 강화했지만, 빠른 변화 뒤에는 ‘사람의 피로’가 남는다. 성과 중심의 개편이 ‘사람 중심의 회복력’을 잃으면 조직은 기계처럼 돌아가지만, 사람은 멈춘다.

인사는 칼이 아니라 나침반이어야 한다.

삼성의 임원 인사는 세대교체와 시스템 복귀를 동시에 품고 있다. 정현호 부회장이 이끌던 사업지원T/F가 ‘사업지원실’로 정식 복귀하며 그룹 컨트롤타워가 부활했다. 신임 실장에는 박학규 사장이 앉았다. AI 반도체, 고대역폭 메모리, 시스템 반도체 등 세계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삼성의 관심사는 “누가 오르느냐”보다 “어떤 질서로 묶느냐”에 있다.

LG는 구광모 회장이 말한 “골든타임은 짧다”는 경고가 현실이 됐다. LG는 이번 임원 인사에서 세대교체와 실험이 불가피하다. AI, 로봇, 모빌리티, 우주산업으로 뻗어나가려면 인사도 실험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외부 영입 피로감과 내부 경쟁 구도는 여전하다. 성과보다 ‘눈도장’이 앞서면 혁신은 불신으로 바뀐다.


롯데는 지난해 전체 대표의 31%를 교체하며 대규모 변화를 단행했지만, 결과는 제한적이었다. 올해는 선별적 교체가 예상된다. 화학은 부진이 길고, 유통은 구조조정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외부 영입으로 실적 개선이 미비한 일부 계열사와 내부 리더의 의견을 묵살하는 조직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인사는 ‘교체’가 아니라 ‘순환’에 머문다.

올해 임원 인사는 유난히 빠르다. 기업들은 ‘AI 전환’ ‘성과 중심’ ‘기민한 구조조정’을 외치지만, 그 속도에 사람이 따라가지 못하면 결국 조직은 사람을 잃는다. 성과지표는 기업을 움직이는 숫자지만, 조직의 신뢰를 세우는 것은 여전히 사람이다.

인사는 효율의 기술이 아니라 온도의 예술이어야 한다. 승진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그 변화가 사람에게 얼마나 따뜻했는가다. 성과를 내는 사람보다, 실패 후에도 다시 일어설 사람을 지켜보는 인사 철학, 그것이 진짜 리더십이다.

올해 임원 인사를 관통하는 단어는 ‘신상필벌’이다. 그러나 이 네 글자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조건이 있다.

첫째, 외부 영입은 직함이 아니라 철학과 방향을 함께 데려와야 한다. 성과가 없고, 오너만 잘 섬기는 인사는 조직의 균형을 깨뜨린다.

둘째, 실적이 나빠도 바꾸지 못하는 구조는 더 큰 문제다. 지주사의 추천자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부진한 임원을 그대로 두는 관행은 ‘책임 회피의 인사’다.

셋째, 30대 임원이나 여성 임원의 발탁이 상징으로 그치면 모두가 불행해진다. 진짜 다양성은 자리만이 아니라 권한과 예산, 평가 기준이 따라붙을 때 완성된다.


해외 주요 기업들도 인사 시계를 앞당기고 있다. 소니는 지난 4월1일 전략·재무통인 도토키 히로키를 CEO로 올려 ‘콘텐츠+AI’ 통합을 가속했고, 오라클은 지난 9월22일 클라우드 부문 수장 2인을 공동 CEO로 세워 기술 중심의 경영체제로 전환했다. WPP는 9월1일 마이크로소프트 출신 신디 로즈를 CEO로 영입해 광고산업의 AI·디지털 전환을 선언했다.

모두 인사의 속도보다 ‘기술과 리더십의 재구성’이 글로벌 공통 화두다.

세계 경제질서는 많이 바뀌고 있다. 미국은 규제와 관세, 유럽은 환경·통상 표준, 중국은 자본과 속도로 압박한다. 이에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기술의 ‘현장 리더’를 전면에 세우고, 데이터·보안·법무를 C-레벨과 수평 결합하며, 현지 정부·커뮤니티와의 협상 역량을 승진의 결정 변수로 삼는다.

과거엔 정권이 바뀌면 대통령의 고향·선후배·학연이 인사 명단에 섞이곤 했다. 올해도 그럴까? 다행히 지금의 시장은 냉정하다. 정치적 인연이 아니라, 사업의 생존이 승진의 기준이 되고 있다.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임원은 기업의 별이다. 그러나 별이 많다고 하늘이 저절로 밝아지지는 않는다. 궤도가 맞지 않으면 빛은 흩어진다. 인맥으로 별을 달면 하늘이 혼탁해지고, 숫자로만 별을 떼면 조직의 온기가 사라진다.

SK의 리밸런싱, 삼성의 컨트롤타워, LG의 쇄신, 롯데의 선별 인사, 모두 하나의 질문으로 모인다. “당신은 사람을 평가할 준비가 돼있는가?”

11월 중순까지 각 그룹의 임원 인사 보도자료가 쏟아질 것이다. 그러나 승진자 명단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인사가 내일의 회사를 어떻게 설계할 것이냐다.

숫자의 성적표를 넘어 사람의 신뢰를 얻는 인사, 그것이 진짜 ‘신상필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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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오모씨의 행위와 이력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이자 ‘평양 무인기 작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 이사였다. 2년 전부터의 행적도 수상하다.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사실상 대북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와 정보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2024년 5월 이후다. 정보사와 오씨와의 접촉은 A 대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그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속초 HID 부대장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로 조직개편 TF(태스크포스) 팀장 및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다. 수상한 접촉 앞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오씨는 윤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상공 침투’에 대응할 목적에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의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위장 무늬, 색 등이 자신이 북한으로 보낸 무인기와 일치한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목적에 대해 “북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 측정”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읽힌다. A 대령은 ‘정보사 기능·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수도권 안가 설립을 기획했다. A 대령의 계획대로 B 소령은 오씨와 C 상사는 김모씨를 접촉했다. B 소령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이다. 이들은 오씨와 김씨를 통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확보한 영상 증거를 확인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언급했던 정보사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접촉 및 무인기 개발 의혹이 시작되던 때와 겹친다. 당시 정보사는 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내란 특별검사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씨의 영상 증거가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A 대령은 이후에도 B 소령과 오씨의 접촉을 허가했다. ‘지속적 협력 관계’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A 대령은 오씨에게 이른바 ‘협조비’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사비가 아닌 ‘정보사 공작금’ 수십만원을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기관과 협조·정보원 간 이뤄지는 통상적 거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보기관은 국제범죄 및 마약 관련 첩보를 제공한 ‘야당’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사가 오씨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4년 여름 ‘대북 공작’ 의심 정보사와 지속적 접촉 정보사·ADD 연락 시기 겹쳐 ‘김태효 안보실’ 연루설도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A 대령과 오씨가 일반적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북 공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정보기관이라면 늘 하는 업무다. A 대령이 오씨에게 ‘무인기를 북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오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A 대령의 부하인 B 소령은 오씨가 북한 전문 매체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언론사는 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곳으로 2025년 3월 중순부터 첫 기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기사가 작성되지 않은 걸 보면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출신 한 소식통은 “오씨가 채널A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세 번 날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번은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현안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오 중령의 행위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정상적 보고”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1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원식 전 안보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1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 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평양 작전' 준비하려 일종의 테스트 아니었나 의심” "오씨 독단적 행동 무인기 날리라 지시한 적 없어”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오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정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1차장이 HID를 방문한 직후다. 오 중령은 인 전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북 공작 준비? 그러나 이는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오 중령의 경우 내란 특검팀 소환 조사에서 김 전 1차장에게 정보 보고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현재 군·경합동조사TF를 꾸려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정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사람의 과거 이력과 정보사와의 접촉이 확인된 만큼 숨겨진 목적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