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AI 시대 인구 감소는 재앙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마치 숫자에 홀린 듯 보인다. 뉴스는 “출산율 0.7명” “지방 소멸” “국가 지속 가능성 붕괴”라는 자극적인 단어를 반복하고, 정부는 세금과 예산을 쏟아 부으며 아이를 낳아 달라고 읍소한다. 지자체는 집을 주겠다는 포스터를 붙이고, 현금을 주겠다는 현수막도 내건다.

그러나 지금 AI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왜 아이를 낳지 않느냐”가 아니라, “사람이 많지 않아도 돌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생각은 한번이라도 해봤는가”다. AI가 계획하고 로봇이 일하는 시대의 인구 감소는 재앙이 아니라 새로운 문명의 시작일지 모른다.

인구절벽이 아닌 문명의 전환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리나라를 설명하는 단어는 ‘인구절벽’이다. 그래서 정부는 지난 10월 인구소멸 7개 군을 선정해 주민들에게 매달 15만월씩 지급하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추진기로 했다. 지자체도 “인구절벽으로 지방이 사라지면 국가가 무너진다”며 마치 우리나라가 절벽 끝에서 떨어지기 직전이라도 된 듯 아우성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이슈가 되고 있는 인구절벽은 하나의 전제 위에 서 있다. 바로 ‘사람이 경제를 움직인다’는 전제다. 20세기 산업화 시대엔 이 말이 옳았다. 공장엔 노동자가 필요했고, 조립 라인엔 수많은 손이 필요했다. 한 사람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일하느냐가 생산력을 결정했다. 이때는 사람 수가 곧 국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AI 시대다. 공장에는 더 이상 수백명이 필요 없다. 로봇과 이를 관리하는 엔지니어 몇 명이면 충분하다. 생산 라인은 이미 자동화됐으며, 심야 물류창고는 불을 끄고도 돌아가는 ‘다크 팩토리’가 됐고, 은행도 사람 대신 키오스크와 AI상담사가 대신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구 감소를 단순한 재앙으로 보는 건 과연 맞는 건가. 과거에 머문 시선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이 ‘축소 사회’라는 정책 용어를 만들고, 유럽이 ‘인구 축소를 전제로 한 도시 재설계’를 논의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구 감소는 사회가 무너진다는 신호가 아니라 “이제 사람이 많지 않아도 돌아가는 체계를 설계하라”는 새로운 문명의 요구다.

노동 중심 시스템에 의한 통계와 정책은 틀렸다

정부가 인구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사람이 줄면 나라가 멈춘다’는 프레임에 갇혀 있다. 통계청의 보고서는 노동력 부족, 생산성 하락, 세금 감소, 복지 재정 고갈 등을 경고하고, 정부는 이를 근거로 출산 장려책을 쏟아낸다. 하지만 이 사고방식은 ‘사람이 일해야 세금을 내고, 세금이 복지를 지탱한다’는 산업화 시대의 경제 운영 체계를 전제로 한다.

문제는 지금 우리의 경제 시스템은 이미 그 프레임을 벗어나 있다는 것이다. 과거엔 사람 수가 GDP를 결정했지만, 지금은 기술 수준이 결정한다. 사람 대신 AI, 플랫폼, 데이터와 무형자산이 부를 창출한다. 소득세나 근로 기반 조세가 국가 재정의 중심이었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와 지자체는 여전히 아이를 낳거나 전입하면 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사람을 늘리려 한다. 기업 역시 인력이 부족하다면서 정작 자동화와 기계 도입으로 인원 감축을 스스로 추진해 왔다. 모순은 여기서 발생한다. 기술이 노동을 대체하고 있음에도 정책은 여전히 ‘인구=노동력=국가 경쟁력’이라는 도식에 머물러 있다.

즉 사회의 운영체제는 이미 AI 기반으로 바뀌었는데, 정책은 아직도 윈도98을 돌리고 있는 셈이다. 단적인 예로, 지자체는 지금도 ‘전입하면 현금 지급’ ‘출산하면 주택 제공’ 같은 1990년대식 정책을 반복한다. 그러나 이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게 아니라, 정책이 필요하다는 신호에 불과하다.

유럽연합은 2024년 보고서에서 “인구 감소는 노동시장 위기가 아닌, 자동화에 기반을 둔 재구조화의 기회”라고 해석했다. 그들은 “사람이 줄면 미래가 없다” 대신 “사람이 줄어도 미래가 있도록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인구 통계에 대한 공포가 아니다. 통계를 해석하는 방식과 정책을 만드는 인식 자체의 업데이트다.


자동화적 축소 이론

이제 우리는 인구 감소를 재앙으로 바라보는 대신 새로운 문명적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바로 ‘자동화적 축소 이론(Synthetic Shrinkage Theory)’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자동화적 축소 이론은 ‘인구 감소는 기술 문명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기 시작할 때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이는 사회 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신호’라는 사유의 틀이다.

즉 이 이론은 인구 감소가 과거의 ‘대량 인구, 대량 생산, 대량 소비’의 시대가 끝나고, ‘선택적 노동, AI 자동 생산, 맞춤형 소비’의 시대로 이동하면서 생기는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자동화적 축소 이론은 이상적인 이론이 아니다. 실제로 일본·독일·핀란드 같은 국가들은 인구가 줄어들자, 세금을 기업의 자동화 기계에 부과하는 ‘로봇세’와, 데이터 사용료를 시민에게 돌려주는 ‘데이터 배당제(일정 생산성을 넘는 자동화 기업에게 사회 기여금을 부과하는 정책)’ 등을 추진하고 있다.

AI 강국과 선진 복지를 주장하고 있는 이재명정부도 “노동이 사라질 때 복지는 무엇으로 유지할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산업화 시대의 연금과 세금 방식’을 버리고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지자체, 사람 없이도 돌아가는 시스템 만들어야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자체는 인구 유입을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이를 낳으면 수백만원을 주며, 전입하면 전세를 지원하고, 혼인 신고만 해도 주거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현수막이 아파트 단지 곳곳에 붙어 있다. 이유는 사람이 오면 도시가 살아난다고 믿고, 도시가 살기 전에 먼저 사람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 반대다. 지자체가 살만한 곳이면 사람이 모이고,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돈을 뿌려도 사람은 오지 않는다. 다시 말해 사람이 없어서 도시가 죽는 것이 아니라 ‘도시가 죽어 있으니 사람이 없는 것’이다.

AI 시대의 경쟁력 있는 지자체는 사람이 많은 도시가 아니라, 사람이 없더라도 유지될 수 있는 도시다. 학생 수가 20명 미만으로 줄어든 농촌 학교가 과거엔 폐쇄 대상이지만, AI 튜터와 온라인 강의 플랫폼을 활용하면 도시보다 더 다양한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 일부 지역은 '작은 학교 + 원격 강의 + 지역 공동체' 형태로 교육 모델을 재구성해, 폐교가 아닌 '마을 대학'으로 변신하고 있다고 한다. 병원 역시 마찬가지다. 의사가 부족하여 문 닫는 게 아니라, 원격 진료 시스템과 응급 드론 배송 체계를 구축하면 적은 인구에도 의료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다.

결국 지자체 경쟁력에서 중요한 건 사람 수가 아니라 시스템과 구조다. 지금 지방소멸을 막는 길은 사람을 붙잡는 것이 아니라, 사람 없이도 유지되는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다. 좋은 시스템이 작동하기 시작하면, 사람은 자연히 돌아온다. 지자체가 할 일은 출산율 경쟁이 아니라, 인구가 줄어도 괜찮은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어야 한다.

복지·세금·연금 시스템도 다시 설계해야


인구가 줄면 복지와 연금이 무너진다는 말은 절반만 사실이다. 만약 우리가 계속해서 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세금을 내서 많은 사람을 부양하는 구조를 고집한다면, 인구 감소는 당연히 국가 재정의 위기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제 세상을 유지하는 방식은 사람의 수가 아니라 기술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에 있다. 자동화 공정, 알고리듬, 플랫폼, 데이터는 인간보다 더 많은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고,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제 정부는 사람의 노동에서만 세금을 걷는 사고를 버려야 한다. 앞으로 필요한 건 노동 기반 조세에서 기술 기반 조세로 이동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앞에서 언급했듯이 로봇과 AI가 사람 대신 일해서 생산성을 올린다면, 그 자동화 시스템이 낳는 이익 일부를 사회 전체를 위해 환수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른바 '로봇세' 또는 'AI세'의 논리다. 물론 기업은 반발할 것이다. 하지만 과거 기업도 근로자에게 4대 보험과 세금을 내기 싫어했었다. 그것이 지금은 자연스럽게 제도화되었듯, 기술 또한 사회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우리는 이렇게 질문을 바꿔야 한다. "사람이 줄어도 나라가 굴러가게 하려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이 질문을 던지지 못하면 출산율 1.0이 아니라 2.0이 되어도 답은 없다.

인구 감소는 종말 아닌 질문 바꾸라는 신호


우리는 오랫동안 “아이를 낳아라”라고 말해 왔다. 하지만 “왜 아이를 낳으면 안 되는 사회가 되는지”는 정작 묻지 않았다. AI 시대 인구 감소는 단지 수치의 변화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겨온 경제·복지·도시·노동 시스템이 이제 더 이상 시대에 맞지 않다는 경고다.

AI는 이미 인간 없이도 돌아가는 공장을 만들었고, 자동화는 인간에게서 시간을 돌려주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과제는 명확해진다. 사람이 줄어도 괜찮은 나라, 적은 사람으로도 품위 있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 사람의 수가 아니라 사람 한 명의 가치를 경쟁력으로 삼는 국가를 만드는 것이다.

이미 AI 시대에 진입한 세계는 이렇게 두 갈래로 나뉠 것이다. 인구로 경쟁하는 나라 VS 사람의 존엄으로 경쟁하는 나라, 사람을 늘리는 나라 VS 사람을 살 수 있게 만드는 나라, 기술의 속도만 좇는 나라 VS 인간의 시간을 존중하는 나라, 우리는 어떤 나라가 될 것인가? 후자의 나라가 돼야 한다.

AI 시대 인구 감소는 재앙이 아니다. 그것은 질문을 바꾸라는 사회적 요구다. “사람을 얼마나 낳을 것인가”가 아니라 “사람이 줄어도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준비가 되었는가”라는 질문 말이다. 이 질문에서 해답을 찾을 때 비로소 우리나라는 AI 시대에 맞는 강소국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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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김건희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준수가 3년간 수백 차례 연락에 사용한 휴대전화를 특검팀이 확보했다. 이준수는 주식·코인 주가조작으로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다 구속된 이희진에게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소개한 인물이다. 앞서 이희진이 구속된 2016년에도 그를 옹호하는 영상을 웹사이트에 올려 친분을 과시했다. 이준수는 과거 무자본 인수합병(M&A) 혐의 등으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에도 김건희 계좌와 연관된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불기소 처분된 바 있다. 같은 부류 서로 옹호 지난 7월15일 김건희 특검은 김건희와 이준수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에서 단순한 투자 조언을 넘어선 사적 관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의 메시지에는 주식 매매 관련 대화뿐 아니라, 사적인 감정 표현과 비공식적 만남 정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렌식 결과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처음 소개한 인물로 드러났다. 2013년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보낸 문자에서 “무당이라기보다는 거의 로비스트에 가깝다. 정치권 네트워크가 막강하다”고 표현하며 전씨를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이 관계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준수→건진법사→김건희’로 이어지는 핵심 연결고리로 보고 있다. 특히 건진법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후에도 대통령실 인사들과 접촉하고 영향력을 행사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특검은 이 라인과 김건희의 대선 이후 행보와의 연속성을 주시하고 있다. 이후 특검은 이준수의 최근 행적 단서를 발견했다. 지난해 10월, 이준수가 음주 운전 혐의로 적발됐는데, 경찰 조사에서 “가까운 지인이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를 받아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당시 ‘무혐의’를 받은 인물은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김건희를 의미한다. 경찰 조사 조서에는 ‘지인’이라고만 기록됐지만, 특검은 실제 진술 내용과 시점을 대조해 그 ‘지인’이 김건희임을 확인했다. 이는 2023년 말까지도 김건희와 이준수 간에 연락이 이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이준수가 차명계좌 등을 통해 거래에 참여한 정황을 새롭게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음주 운전 혐의로 경찰에 수배된 상태였으며, 특검팀은 지난달 압수수색 현장에서 그를 발견하고 체포를 요청했으나, 경찰이 도착하기 직전 건물 2층에서 뛰어내려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수는 김건희의 금융 거래와 밀접한 인물로 여러 차례 거론됐다. 특히 2022년 대선 당시 김의겸 의원은 김건희가 2010년 4월 주가가 급등락하던 태광이엔씨 주식을 대량 매수한 뒤 하루 만에 1000만원이 넘는 이익을 보고 매도했다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자 의혹을 제기했다. 이준수, 김건희-건진법사-도이치모터스 핵심 코인판으로 진화한 주가조작 조직 ‘VIP’까지 당시 태광이엔씨를 실질적으로 인수해 주가를 띄우고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확정받은 인물이 바로 이준수였다. 김건희가 이준수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받아 주식을 사고 팔았던 것 아니냐는 과거 의혹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건희 측은 이에 대해 “이준수가 일방적으로 투자와 관련해 연락을 취한 적은 있으나, 김건희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적이 없으며 이준수와 밀접한 관계도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이준수와 지난해까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이준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으로 불린다. 과거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유명한 그는 여러 투자자 명의 계좌를 동시에 관리하며 시세조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김건희의 계좌 출고 명령을 직접 수행했다는 내부 증언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그를 기소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과 4범, 닉네임 ‘새강자’”로 유명했다. 이희진 주가조작 사건 당시 검찰 전관 변호사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중개했다. 해당 사실은 이준수가 이희진에게 변호사를 알선하고 대가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으면서 드러났다. 이희진은 지난 2016년 9월 무인가 투자매매사를 설립했고, 2014년 7월부터 2016년 8월까지 1600억원대의 주식을 판매해 자본시장법·유사수신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희진과 조기축구 모임에서 친해진 이준수는 2016년 8월 이희진에게 오광수 등 변호사를 알선하고 그 대가를 받거나 약속받은 혐의를 받았다. 당시 이희진은 증권방송 회원들에게 비상장 주식을 매도한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끼리끼리 축구 모임 이희진은 수사기관에서 이준수가 검사·수사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변호사들을 소개하고, ‘착수금’ 2000만원과 불구속 수사를 받을 경우 성공 보수 5000만원을 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진술했다. 이준수의 혐의에 관한 증거는 대부분 이희진의 진술에서 비롯됐다. 이희진에 따르면 이준수는 “변호사들에게 적지 않은 선임료를 주는데 나도 그동안 너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으니 돈을 달라. 변호사들은 앞선에서 일하고 나는 뒷선에서 일을 볼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를 승낙한 이희진은 자신의 주거지에서 이준수에게 현금 1000만원을 줬다. 또 며칠 뒤 이준수는 이희진에게 “검찰 수사관에게 알아보니 너 골인(구속)될 것 같다. 약속한 1000만원을 달라”고 해 나머지 1000만원을 더 지급했다고 한다. 이에 관해 이준수는 “1000만원은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한 담보대출을 추진하기 위해 수고비 명목으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희진의 공소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이희진과 다른 증인의 진술이 상반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이희진은 변호사를 선임하고 이준수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착수금·성공 보수를 요구받았다고 했지만, 해당 차량 운전사는 이 같은 말을 들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짚었다. 이희진의 진술은 동생 이희문의 말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이희진은 동생과 이준수에게 돈을 지급할지, 깎을지 상의했다고 했지만, 동생은 “당시 변호사 소개비 등 명목으로 2000만원을 줬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고 나중에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7년 2월14일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이희진과 그의 동생을 사기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2015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피해자 28인에게 허위, 과장된 내용을 말하며 대략 41억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하며 추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인가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며 비상장주식 종목을 추천한 뒤 선행 매매한 주식을 판매해 122억6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2020년 2월 징역 3년6개월, 추징금 122억6000만원이 확정됐다. 최근 이씨 형제는 현재 가상화폐(피카코인) 시세조종 사건에 연루돼 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국가권력으로 범죄 네트워크 이희진의 절친이자 김건희와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담 브로커로서 “증권사 내부망 접근, 차명계좌 운용, 대포폰 관리” 등을 통해 시세조작을 총괄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이희진 코인 사건의 자전거래 구조 및 주식시장 조작 방식과 유사하다. 통정·자전 거래 구조가 동일하다. 차명계좌·직원을 동원해 리딩방을 운영하고, 허위 보도자료·루머형 호재를 유포하는 패턴도 동일하다. 지난 2016년 이준수는 웹사이트를 통해 이희진을 두둔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해당 방송에서 “언론이 사건을 과장했다”며 혐의 전반을 축소하고, “1600억 허가 안 받은 것뿐이지 큰 죄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유사수신죄는 원금 보장 약속이 있어야 성립한다. 계약서엔 그런 말이 없다”며 기소 자체의 정당성을 부정했다. 또 이준수는 “주가가 4배, 5배 간다고 했다가 떨어졌다고 죄는 아니”라며, 주가조작을 단순한 ‘예측 실패’로 치부했다. 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목표가를 제시하는 것도 죄냐”고 반문하며, 이희진이 진행했던 거래를 “시장 참여자의 일반적 행위”로 표현했다. 영상에서 이준수는 전환사채 거래와 내부자 정보 이용 혐의를 언급하며 “브로커들이 조작했고, 희진이는 오히려 그 사실을 검찰에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IS동서 전환사채권은 큰 잘못이지만 희진이는 계약 불이행 피해자”라며 범죄의 고의성을 부정했다. 이는 공소장과 재판기록상 사실과는 상충되는 주장이다. 수백억 먹은 이희진 절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소개 또 다른 발언에서 그는 “사기적 부정거래는 회사가 거짓말로 주식을 파는 행위”라며 “이희진은 단지 회사 공시를 믿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리패스 등 현재 상장폐지된 기업을 언급하며 “공시가 취소됐다고 사기라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금융감독 규정상 ‘허위 공시 정보 활용’과 ‘공모 행위’의 구분을 의도적으로 축소한 해석이다. 영상 말미에서 이준수는 피해자들의 법적 구제 가능성마저 부정했다. “이희진한테 피해 입었다고 나라가 받아주지 않는다. 민사·형사도 성립 안 된다”며 “다 변호사들이 사기 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조계를 “돈에 눈먼 집단”이라 비난하며, 피해자들의 소송을 “쓸데없는 짓”이라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준수가 옹호한 주가조작범 이희진은 코인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2023년 10월4일자로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피고인 이희진과 이희문은 A, B, C 토큰을 이용한 대규모 가상자산 시세조종·사기 조직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두 형제는 실체가 불분명한 ‘스캠(Scam) 코인’을 발행해 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고, 허위 공시와 자전거래(봇 프로그램 활용)를 통해 시세를 인위적으로 부풀린 뒤 투자자들에게 고점 매도를 유도하는 ‘물량 털기(Pump & Dump)’ 방식으로 약 700억원대의 피해를 입혔다. A 토큰 피해자는 1만564명으로 피해액은 약 217억원, B 토큰 피해자는 4342명, 피해액은 약 341억원, C 토큰 피해자는 1만5641명, 피해액은 약 339억원이다. 김건희 특검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는 그의 단순한 과거 인연을 넘어, 사적 네트워크가 실제 정치권력의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현재 ‘김건희·이준수·건진법사’로 이어지는 삼각관계의 실체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이희진과 이준수는 변호사·브로커 인맥을 공유하고, 자전거래 기술을 활용해 주식과 코인 양쪽의 시장 조작 기술도 공유했다. 이희진과 김건희의 접점은 없으나 이준수를 경유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이희진 형제는 ‘코인판 사기’ 혐의로 기소됐지만, 이준수에 대한 직접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공소장과 언론 보도를 교차 검증할 때 자전거래 시스템, 차명계좌 운용, 허위 호재 유포 패턴 등이 모두 이준수의 과거 주가 조작 수법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검찰의 보강 수사 필요성이 높다. 국정으로 연결 범죄 네트워크 이씨 형제의 범행은 과거 주가조작 사건의 복제판이며, 그 배후에는 이준수 같은 ‘조작 기술자’가 존재한다는 정황이 공소장 등에서 확인된다. 김건희 계좌가 활용된 도이치모터스 사건과의 연계가 입증될 경우, 이 사건은 단순한 금융 사기가 아닌 ‘국가권력과 민간 조작 네트워크의 교차 지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