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0원짜리 임금 지급’ 갑질 업주 대출 사기 피해담

10년 만에 나타난 그놈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과거 아르바이트생의 임금을 ‘10원짜리 동전 수천개’로 지급해 논란을 일으켰던 PC방 업주 김씨가 10년 만에 또다시 등장했다. ‘갑질 업주’로 불렸던 김씨가 이번에는 지인 명의를 이용한 대출 사기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이따금 만나 술 한잔도 하던 친구였어요.” 피해자 A씨는 울분을 토했다. <일요시사>가 만난 A씨는 김씨와 고등학교 동창이다. 서로 가정사까지 털어놓을 정도로 막역한 사이였다.

A씨에 따르면 2021년 가을, A씨는 김씨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오랜만의 연락이었다. 김씨는 “PC방 세금 문제로 명의를 바꿔야 한다”며 “3년만 이름을 빌려주면 1800만원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A씨는 과거 김씨가 운영하던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고, 그가 여러 매장을 운영하는 ‘잘나가는 사업가’인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인천 재력가?

결국 A씨는 고민 끝에 명의를 빌려주기로 했다.

김씨는 곧장 A씨를 부천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로 불렀다. 계약서에는 ‘시설대여(리스) 계약’이라는 문구가 찍혀 있었다. 캐피털을 통한 장비 리스 계약이었다. 리스 계약은 캐피털사가 창업자 대신 장비 대금을 먼저 지급하는 금융상품이다. 통상 PC방·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초기 자금이 부족한 창업자가 많이 이용한다.


캐피털사는 이용자 신용도와 사업자 정보를 심사해 대출 실행 여부를 결정하며, 장비업체는 납품 후 수령 확인서를 캐피털사에 제출하면 대금을 지급받는다. 김씨의 첫 번째 계약 당시 금액은 2억4205만원, 실제 실행 금액은 2억3000만원이었다.

그로부터 6개월 뒤인 2022년 3월, 김씨는 A씨에게 다시 한번 연락해 왔다. “세금 폭탄을 맞게 생겼다. 이번만 더 도와달라”는 간절한 부탁이었다. A씨는 마지못해 한 번 더 서명했다. 두 번째 계약 금액은 2억9110만원, 실행 금액은 1억6000만원이었다.

하지만 A씨 통장으로 돈이 들어온 적은 한번도 없었다. “김씨가 ‘캐피털에서 내 계좌로 바로 받는다’고 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기나긴 기다림에도 김씨는 끝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A씨는 계약서상 사업장 주소로 찾아갔다. 기재된 시흥 삼미시장 인근과 인천 남동구의 주소에 PC방은 흔적조차 없었다. A씨는 “현장을 직접 찾아가 봤는데, PC방이 들어설 자리도 아닌 작은 건물이었다”고 말했다.

리스 계약은 보통 기기 납품을 전제로 한다. 캐피털사가 장비 공급업자에게 돈을 지급하면 이용자(명의자)가 원금과 이자를 갚는 구조다. 하지만 A씨의 경우 실제 장비를 납품받은 사실이 없었다. 이후 A씨에게는 연체 안내 문자와 독촉 전화가 쏟아졌다.

지인 명의 빌려 대출금 갈취
과거 인천 일대 사업장 운영

그는 “대출이 시작되자마자 문자메시지가 왔고, 김씨에게 보여주면 ‘오늘 처리한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전했다.


결국 A씨 명의로 된 대출금은 모두 연체 처리됐다. C캐피털사는 ‘계약 해지 예고문’을 보냈다. A씨는 “도장은 김씨가 가지고 다녔다”며 “물건 수령증 같은 서류도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약속한 1800만원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또 다른 피해자 B씨도 같은 수법에 당했다고 주장했다.  B씨 주장에 따르면 해외에서 일하던 B씨는 A씨를 통해 김씨를 알게 됐다. “명의만 빌려주면 1800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에 동의했다. 2022년 7월8일, B씨 명의로 C캐피털과 두 건의 리스 계약이 체결됐다.

금액은 각각 1억8000만원과 1억2000만원이었다. 대출금은 B씨 계좌로 한번 들어왔다가 즉시 김씨 계좌로 이체됐다. B씨가 실제로 받은 돈은 600만원뿐이었다. 이후 연체 문자와 독촉이 이어졌다.

B씨가 항의하자 김씨는 “내가 알아서 한다”며 오히려 “그거 무시하고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B씨도 A씨와 마찬가지로 약속된 돈을 받을 수 없었다.

현재 A씨와 B씨는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고소를 진행한 상태다. 이후 알게 된 사실은 계약 당시 김씨가 제출했던 사업자 등록증이 위조됐다는 점이다. B씨는 “캐피털 직원과 공모한 것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A씨 또한 계약 당시 김씨가 “캐피탈 직원과 잘 아는 사이”라며 “계약은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현재 추정되는 피해자는 10명 이상이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진술서에 언급된 피해자만 7명, 고소를 원하지 않아 조용히 넘어간 피해자들도 있었다. 모두 김씨의 요구로 명의를 빌려주고 같은 방식으로 대출 계약을 진행했다고 증언했다.

추가로 확보한 김씨가 당시 관리하던 사업장 리스트에도 같은 이름이 보였다. 일부 피해자는 ‘동업 계약서’까지 작성했다.

“3년이 지났을 때 PC방을 인수할 수 있는 영업권을 주겠다”는 말에 속았다는 것이다. 실제 PC방 명의를 넘겨받았다가 임차료 연체로 건물주에게 소송을 당해 법원의 회생 절차를 밟은 이도 있었다.

또 일부 피해자는 계좌 압류 통보까지 받았다. 피해자들은 “김씨가 인감도장을 직접 가지고 다니면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고 입을 모았다. 리스 계약을 제외한 모든 서류는 김씨가 처리했다는 것이다.

밀린 월급 전액 10원짜리로
10년 전 갑질 사건 ‘파묘’

지난해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은 일부 피해자들이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김씨의 책임을 인정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은 김씨가 지인 명의를 이용해 C캐피털을 통해 허위 리스계약을 체결하고 대출금을 편취한 사실을 인정하고, 피해자 두 명에게 각각 3억9000만원과 3억3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피고 김씨가 피해자 명의를 이용해 대출을 실행하고 이를 유용했다”고 적시했다.


A씨는 “대출금을 받은 적이 없는데 내 이름으로 빚이 남았다”며 “지금도 독촉 문자가 계속 온다”고 토로했다. 문제가 된 리스 대출 채권은 이후 C캐피털에서 다른 캐피털사로 양도됐다. 새 채권사는 일부 피해자 계좌를 압류하고 지급명령을 진행 중이다.

피해자들은 “김씨가 수년간 같은 수법으로 주변 사람을 속였다”고 주장했다. 그가 사람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재력 과시’ 때문이었다. 김씨는 과거 인천 일대에 30개 이상의 사업장을 운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PC방, 노래방, 베이커리, 골프장 등 업종도 다양했다. A씨는 ”외제차를 타고 다녀 자산가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자산이 60억원이 있는데 50세 이전에 100억원을 만들어 일을 안 하겠다고 말하곤 했다”고 덧붙였다.

김씨의 재력은 지인들 사이에서도 유명했다. A씨는 “당시 여러 개의 매장을 운영했고 겉보기에는 재력가로 보였다. 그래서 의심 없이 명의를 빌려줬다”고 말했다.

A씨는 “김씨는 이미 과거에도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고 밝혔다. 2014년 부천 원종동에서 PC방을 운영하던 당시, 아르바이트생 임금을 모두 10원짜리 동전으로 지급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사건이다. 당시 ‘임금체불 신고를 당하자 보복성으로 지급했다’는 비판이 쏟아진 바 있다.

현재 피해자 상당수는 신용불량 상태에 놓였다. 연체 통보와 압류로 생활이 무너졌고, 일부는 개인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A씨는 “너무 힘들고 괴롭다”면서 “고소 후 한동안 연락이 닿았지만 이제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늑장 수사

김씨가 다른 사람들에게 접근하고 있다는 목격담도 들려왔다. B씨는 “이 와중에 같은 수법으로 다른 사람들을 접촉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아직도 김씨는 활보하고 다니는데 수사는 더디게 흘러가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일요시사>는 김씨에게 대출 사기 혐의에 대해 물었지만 “재판 중인 건 있지만 밝힐 수가 없다”고 답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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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