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빨간 딱지’ 서보산업 기업사냥꾼에게 먹힌 내막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9.26 10:27:13
  • 호수 15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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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 돈까지 빼돌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건설 자재 전문 기업 서보산업이 알루미늄 거푸집 스크랩 3227톤 등을 압류당했다. 회사가 약 수백억원에 달하는 채무를 갚지 못하면서다. 앞서 지난 6월, 166억원에 지분 100%를 매각한 서보산업 전 대표이사 이모씨는 인수자 신모씨 측의 실사 요청을 거부하고, 신 전 대표를 하루 만에 강제 해임했다. 이후 서보산업 등기상에 ‘기업사냥꾼’ 심모씨가 등장했다.

서보산업은 건축용 거푸집인 알루미늄 폼·유로폼(철제+합판) 등을 설계·제조해 건설 현장에 임대 및 판매하는 회사다. 지난해 매출 545억3330만원을 기록했으며, 기술연구소 및 100여건의 관련 특허를 보유하는 등 실적과 기술력을 갖춰 관련 업계에선 잔뼈가 굵은 회사로 알려졌다.

알루미늄
폼 생산

주력 제품인 알루미늄 폼은 기존 유로폼보다 약 5배 이상 재활용 효율이 높고 건설 폐기물이 적어 친환경적이라고 소개됐다. 또 기존 제품보다 약 50% 정도 가볍고 조립식 시공으로 간편한 장점이 있어 1군 시공사들과 협력하는 업체였다.

그러나 서보산업의 내부 사정은 크게 달랐다. 2022년 12월 기준 부채비율은 약 406.16%로 자본 대비 4배 이상의 빚이 쌓였고, 2023년 12월 기준 부채비율은 약 71.47%로 개선됐다가 약 157.82%로 다시 내리막길을 걸었다(지난해 12월 기준). 그해 부채비율이 급감한 것을 보면, 재무구조 개편이나 자본 조달 등의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선 베트남 등 동남아 건설 현장에 투입한 알루미늄 폼 등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수백억원에 달하는 채무를 감당하지 못한 서보산업은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지분 100%를 166억원에 매각하겠다고 나섰다. 지난 6월까지 국세, 지방세, 직원들의 4대 보험료 등 총 5억원이 체납돼 대출도 막힌 상태였다.

결국 서보산업은 모 자산운용사 부사장 출신인 신모씨가 운영하는 A사와 지난 6월25일 주식 및 경영권 양도에 관한 약정계약을 체결했다. A사는 위 약정대로 166억원을 서보산업 계좌에 이체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주식을 양도받아 명의 개서를 이행해 주식 100%를 보유한 주주가 됐다.

더불어 신씨는 서보산업 대표 이모씨가 체납한 5억원의 세금 등을 모두 갚아 법정관리에서 벗어나게 했고, 166억원을 입금했다. 이후 이 전 대표는 변호사를 대동한 자리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 A사에 주식을 양도했다.

4대 보험도 못 내 법정관리
기껏 살려줬더니 강제 해임

이사회 결의를 통해 지난 6월27일 신씨가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지난 7월 초 A사가 지정한 신씨, B씨, C씨 등은 이사 및 감사로 등재됐다. 기존 주주였던 이 전 대표는 등은 양도양수 계약에 의해 기존 사내이사의 지위를 유지했다.

다만, 신씨는 서보산업의 우발 부채 등을 우려해 실사 작업을 요청하면서 166억원을 1개월간 질권 설정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이 전 대표는 “약정 체결상에 질권을 설정하겠다는 내용은 없지 않았냐”며 실사 작업을 거부하고, 서보산업의 기존 인감도장과 통장을 신씨에게 주지 않았다.

양도양수 계약을 모두 이행한 신씨는 대표이사의 권한으로 서보산업 인감도장을 새로 발급받아 실사 작업을 시도했다.

이에 이 전 대표는 법무법인 주성에 보관된 양도양수 계약서와 166억원을 이체하면 돌려받기로 한 신씨와 사내이사 2명의 백지 사임서를 빼돌려 이들에 대한 사임 등기를 지난 7월21일 청주지법 음성등기소에 신청했다. 이와 함께 신씨가 발급한 인감 도장을 분실 신고하고, 인감 도장을 발급하기도 했다.

통상 대표이사의 허락 없이 사내이사가 법인 인감도장을 발급받아 사용하는 것은 권한남용으로,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결국 이 전 대표는 신씨로부터 인수금 166억원과 5억원을 받았음에도 질권 설정이 돼있다는 이유로 독단적으로 신씨를 해고한 것이다.

겉만 번지르르
속은 곪았다

사임 등기 신청의 접수 과정에서 이 전 대표는 신씨와 B씨, C씨를 강제 해임하고, 이로 인해 자신이 단독으로 사내이사가 됐으므로 대표이사 자격도 자신에게 있다는 논리로 권리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신씨는 사임 의사가 없다고 재차 음성등기소에 신청했고, 지난 7월24일 이 전 대표가 신청한 해임 등기는 각하 결정이 났다.

각하 결정이 났음에도 이 전 대표는 양도양수 계약 이전의 과거 주주명부를 이용해 임시주주총회 의사록을 공증받았고, 신씨 등에 대해 해임등기 신청을 재차 접수했다. 결국 이틀 뒤 음성등기소는 이 전 대표의 등기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해임 등기가 이뤄졌다.

신씨 등의 해임이 이뤄짐과 동시에 대표이사와 이사에는 김모씨와 사내이사 심모씨가 등재됐다. 심씨는 M&A 업계에서 ‘기업사냥꾼’으로 알려져 있으며, 다수의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현금을 빼돌린 경제 사범으로 전해졌다.

현재 신씨 측은 이 전 대표를 사문서위조 및 동 행사,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 등으로 고소장을 접수한 상태다.

양도양수 계약을 근거로 A사는 166억원을 서보산업에 납입했고, 계약 위반이 없는 상태다. 이 전 대표 측이 주장하는 신씨의 귀책 사유는 투자금을 질권 설정했다는 것인데, 이를 두고 등기소가 계약 해제나 사임을 결정하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법원 판결이 없는 상태에서 이 전 대표의 주장만으로 계약이 해제된 것을 두고, 그가 음성등기소와 유착 관계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현재 피고소인이 된 이 전 대표와 김 대표, 심씨는 위법한 임시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선출된 이사 내지 감사로 등재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

신씨 측은 또 주주총회 의사록을 공증한 법무법인 민주의 박모 공증 담당 변호사도 고소한 상태다. 계약 위반이 없는 상태에서 불법행위로 회사를 찬탈하기 위해 허위의 주주명부로 주주총회를 개최해 의사록을 작성한 것인데, 공증 사무실조차 이 전 대표 측에서 제시한 서류를 믿고 공증했다는 것이다.

퇴직금
먹튀 논란

또 이 전 대표의 주도하에 서보산업에 새롭게 취임한 김 대표는 신씨가 납입한 166억원의 통장 비밀번호를 변경했고, 투자금을 돌려주지 않겠다고 했다. 신씨 측이 투자금 반환을 요구하자, 사내이사 심씨는 “먼저 서보산업의 알루미늄 폼 500톤을 담보로 줄 테니 5억원을 빌려달라”고 협상을 요구했다.

신씨 측이 166억원의 투자금을 돌려받기 위해 5억원을 빌려주자, 166억원을 돌려줬다. 현재 서보산업의 재산 대부분은 채권자 30여명이 빚을 돌려받기 위해 압류한 상태다. 심씨는 아무런 권한도 없이 500톤을 요구한 것이다.

현재 서보산업은 52억원대 미납 대금으로 협력사 중앙알칸과 분쟁 중이다. 중앙알칸은 서보산업이 알루미늄 자재를 반환하지 않았다며 유체동산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다. 가처분 신청서에 따르면, 2024년 7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중앙알칸이 서보산업에 납품한 제품 대금은 총 52억5728만9630원에 달한다.

이 중 외상매출금 잔액 35억7256만3321원과 발급 어음 잔액 16억8472만6309원이 미결제 상태다.

납품 및 미납 현황으로는 ▲2025년 3월 6억7956만7350원 ▲2025년 2월 9억5294만4410원 ▲2025년 1월 5억877만9800원 ▲2024년 12월 6억3962만7230원 ▲2024년 11월 4억8735만6100원 ▲2024년 10월 6억7623만280원 ▲2024년 9월 6억6210만4300원 ▲2024년 8월 5억9533만3200원 ▲2024년 7월 8억1109만7815원이다. 

양측은 2025년 7월17일, 서보산업의 미납 대금을 해결하기 위해 원자재 양도양수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에 따르면, 서보산업은 중앙알칸에 미납 대금 대신 알루미늄 거푸집 3227톤을 양도하기로 합의했다.

중앙알칸 측 주장에 따르면, 서보산업은 합의된 기한까지 알루미늄 3227톤을 인도하지 않았다. 오히려 2025년 8월 초, 서보산업이 알루미늄 거푸집을 화물트럭에 싣고 반출하려던 정황이 포착됐다. 중앙알칸은 이를 확인하고 8월7일 서보산업 현재 대표이사 김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으며, 동시에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해 알루미늄 반출을 막고자 했다. 

“166억 인수금? 5억 더 주면 돌려줄게”
채무불이행 52억, 사문서위조로 고소

서보산업 경영진이 채무를 불이행한 채 현금을 만들려고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서보산업 부지에서 화물 트럭 여러 대가 알루미늄 자재를 적재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는 법원 판단에 중요한 증거가 될 전망이다.

중앙알칸은 가처분 신청서에서 “서보산업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보관 중인 알루미늄 거푸집을 외부로 반출하려 한다”며 “채권자가 위임한 집행관에게 점유권을 인도하고, 그 외 자재를 무단 반출하지 못하도록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당 자산이 반출될 경우 미납 대금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충북 음성 지역 주요 제조업체 간의 분쟁으로, 판결 결과에 따라 지역 산업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가처분 인용 여부는 알루미늄 자재가 중앙알간의 담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며 “법원이 보전 필요성을 인정할 경우, 서보산업의 자산 이동이 당분간 전면 금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보산업에 166억원을 투자해 지분을 인수한 A사는 “우리 측은 적법하게 주식을 인수했고, 명의 개서도 마쳤다”며 “계약 해지나 법원 판결 없이 기존 주주의 지위가 부활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소장에는 “피고소인 심씨와 이 전 대표 등이 주도한 임시주주총회는 실질적 주주가 아닌 자들이 소집하고 진행한 불법 회의”라며, “허위 주주명부로 회사 경영권을 찬탈하기 위한 시도였다”는 내용이 담겼다.

A사 측은 이번 사건을 사문서 위조 및 동행사죄,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로 규정하고 있다. 한편, 채권자에게 5억원을 빌린 심씨의 도주 우려도 제기됐다. 고소장에는 심씨가 현재 다수의 수사 사건에 연루돼있으며, 최근 “자금을 마련해 해외로 도피하려 한다”는 첩보가 접수됐다고도 언급됐다.

A사 측은 수사 당국에 출국금지 등 긴급 조치를 요청하며, 도주 우려가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회사 경영권
중대한 범죄”

이번 사건은 음성경찰서가 수사를 진행 중이며, 허위 주주총회 소집과 초고속 등기 처리 과정에서 등기소 내부 유착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어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A사 측은 “이번 사안은 단순한 민사 분쟁이 아니라 회사 경영권을 둘러싼 중대한 범죄”라며 “관계자 전원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중 처벌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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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바이포엠 미지급 판결 내막

[단독] 바이포엠 미지급 판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바이포엠스튜디오의 옛 계열사 디앤비아이앤씨가 인테리어 시공업자와 벌인 재판에서 공사비 지급 판결을 받았다. 앞서 디앤비아이앤씨는 “공사가 끝나지 않았고 심각한 하자가 발생했다”며 6억원이 넘는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법원이 인정한 금액은 1966만원에 그쳤다. 반면 디앤비아이앤씨가 시공업체에 지급해야 할 공사 대금은 2억6180만원으로 결정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4년 전 유귀선 바이포엠스튜디오 대표는 유명 보디빌더 황모씨와 버터짐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공사비 분쟁으로 소송전을 벌였다. 폭우로 인해 천장이 무너지고 공사에 차질이 생기자 유 대표는 버터짐 영업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황씨를 압박했다. 또 추가 공사비가 과하다며 법적 대응에 직접 관여한 정황이 담겼다. ‘버터짐’ 어떤 관계? 당시 황씨는 대외적으로 버터짐 대표 역할을 맡았고, 유 대표는 뒤에서 법률·언론 대응과 주요 의사결정을 내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유 대표는 황씨에게 “대표님께선 일단 실무와 운영에서 매출 극대화 쪽으로만 고생해 달라”고 말했다. 공사 책임자인 김모씨와의 추가 공사비로 인한 분쟁 대응은 자신이 맡을 테니 황씨는 운영에만 집중하라는 취지였다. 앞서 유 대표는 황씨에게 언론계 인맥을 거론하며 압박했다. 그는 “전 모 언론사 국장 등 여러 사람들과 관계가 있다”며 “언론과 채널을 통해 다룬다고 (시공업자에게) 고지해 달라”고 강조했다. 공사 문제의 외부 유출 가능성을 논의하던 시점이었다. 황씨를 통해 시공업자를 압박한 셈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7민사부는 지난달 9일 인테리어 시공업자 김모씨가 디앤비아이앤씨를 상대로 낸 공사 대금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2억618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원고인 김씨도 디앤비아이앤씨에 에어컨 하자보수비 1966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형식상 양측 일부 승소지만 인정된 금액과 소송비용 부담을 고려하면 디앤비아이앤씨가 사실상 패소한 셈이다. 재판부는 본소와 반소를 합한 소송비용 가운데 75%를 디앤비아이앤씨가 부담하도록 했다. 양측의 금전 지급 명령에는 가집행도 허용됐다. 분쟁의 출발점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경남아파트 지하 1층에 조성된 ‘버터짐 역삼점’이었다. 김씨는 2022년 4월 당시 바이포엠에이치앤비와 12억4300만원 규모의 인테리어 및 냉난방 공사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해 7월에는 13억7179만원 상당의 소방·제연 및 추가 공사를, 9월에는 3억8500만원 상당의 누수 피해 복구공사를 각각 계약했다. 옛 계열사 디앤비아이앤씨 2억6180만원 지급 판결 미완공·하자 주장했지만 법원 “주요 공정 완료” 세 차례 계약 금액은 약 30억원이었다. 회사가 김씨에게 지급한 금액은 총 27억7924만원이었다. 공사가 장기화하자 양측은 2023년 2월6일 별도의 합의서를 작성했다. 김씨가 남은 공사를 마무리하면 회사가 공사 대금 7억원을 지급하되 선금과 잔금을 각각 3억5000만원씩 주기로 했다. 회사는 이튿날 선금 가운데 3억원만 지급했다. 남은 선금 5000만원과 잔금 3억5000만원 등 총 4억원은 지급하지 않았다. 양측의 갈등은 이 지점에서 본격화됐다. 디앤비아이앤씨는 공사 완료 기한인 2023년 3월7일이 지나도록 시공이 끝나지 않았다며 같은 해 6월9일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후 다른 시공업체를 투입해 공사를 진행하고 헬스장 이름도 ‘바이젝 월드 피트니스’로 바꿨다. 디앤비아이앤씨는 지난 3월 법원에 제출한 준비서면 첫머리에 ‘변경 전 상호 바이포엠에이치앤비’라고 명시했다. 회사는 김씨가 공사의 핵심인 소방·제연 공사를 비롯한 여러 공정을 마치지 않은 채 현장을 이탈했고, 완성된 부분에도 심각한 하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공사 기한을 넘겨 손해를 입혔고 세금계산서 발행 의무도 회피했다는 것이었다. 공사가 한창이던 2022년 8월 버터짐 현장에는 누수 사고가 발생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누수 피해 공사계약은 같은 해 9월 체결됐지만, 황 대표와 김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에서는 누수 직후부터 영업과 촬영 일정을 둘러싼 대응이 논의됐다. 황 대표는 2022년 8월8일 상대방에게 “공사도 네가 해야 돼”라고 말했다. 다음 날에는 현장 상황이 담긴 자료를 전달받은 뒤 “일단 촬영만이라도 가능하게 복구해 봐. 영화 촬영까지 끝나면 폐업하든 손배를 때리든 하게”라고 강조했다. 언론 인맥 앞세워 압박 현장의 완전한 정상화보다 예정된 촬영을 우선 진행하고, 이후 폐업이나 손해배상 문제를 판단하겠다는 의미였다. 황씨가 헬스장 운영과 촬영, 현장 복구에 관한 지시를 실무진에게 전달하는 위치에 있었던 정황이다. 다른 대화에서는 상위의 의사결정 구조가 나타난다. 황씨 측은 “인테리어 문제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느냐”며 외부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을 걱정하자 유 대표는 계정은 “대표님은 실수하신 부분이 없다고 들었다”며 “따로 이야기하실 필요 없다”고 답했다. 이어 “소장님이 제 연락을 피하는 것 같다”며 자신에게 연락하도록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다. 문제 해결 과정에서 황씨를 전면에 세우기보다 공사 책임자와 직접 접촉하려 한 것이다. 대외적 대표는 황씨였지만 실질적인 분쟁 대응과 주요 판단은 유 대표가 주도했다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단체 대화방에서는 누수로 영업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보고도 오갔다. 한 참여자는 “전기회로까지 손상됐고 위층 누수시설 보수가 이뤄지지 않으면 영업장을 폐업해야 할 상황”이라고 적었다. 건물주에게 폐업을 통보하고 기구 견적, 인테리어, 직원, 프로그램 기획과 홍보 등 모든 손해를 청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버터짐에서는 영화 메인 촬영과 격투 프로그램 촬영이 예정돼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누수 문제가 장기화하면서 사업 일정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게 황씨 측 설명이다. 유 대표는 “올해 영업이 불가능한 수준까지 갔느냐”고 물었다. 현장 사진도 전달해 달라고 요구했다. 대화 참여자들은 건물주에게 누수 보강, 피해보상, 정상 영업 시점부터의 임대료 면제를 협상안으로 제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유 대표가 버터짐의 누수 피해와 영업 중단 수준, 향후 손해배상 대응을 공유받고 있었던 셈이다. 디앤비아이앤씨는 2023년 4월부터 6월까지 김씨에게 카카오톡으로 공사를 마무리하라고 계속 요구했다. 김씨 측은 같은 해 4월19일 “나머지 공사 일정 스케줄 조정 중”이라고 답했다. 5월23일에는 회사의 요청 사항에 대해 “작업 실시” “발주 상태” “소방은 지속적으로 작업 중”이라는 취지로 회신했다. 계약 해지일인 6월9일에도 냉·난방기와 덕트 등 잔여 공정의 일정을 회신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는 이를 공사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증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해석은 달랐다. 법원은 일부 마감공사가 남아 있었더라도 공사의 주요 부분이 약정대로 시공됐고, 당초 예정된 최종 공정도 일단 종료된 것으로 판단했다. 사회 통념상 공사가 완료됐다는 것이다. 30억 공사 미지급 4억 회사가 미완공의 증거로 제출한 공사 독촉과 보완 요구는 오히려 공사 기한을 사실상 연장한 정황으로 읽혔다. 재판부는 회사가 합의서상 기한인 3월7일 이후에도 공사를 계속 요청했고 시공 내용을 지속해서 확인하면서 미진한 부분을 보완하라고 요구한 점에 주목했다. 회사가 공사 기한을 유예해 놓고 뒤늦게 기한 도과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한 것은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디앤비아이앤씨는 회사가 공사 완료 확인서에 날인하지 않았으므로 공사 대금을 지급할 의무도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 주장도 배척했다. 도급인이 확인서를 써줘야만 공사 대금 채권이 발생한다고 보면 시공업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해석이 된다고 판단했다. 회사가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확인서를 작성하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이상, 오히려 계약 해지 통보 시점에 공사 대금 지급 기한이 도래했다고 봤다. 법원은 미설치된 골프연습장 기기와 스크린 비용 1억3820만원은 공사 대금에서 제외했다. 김씨가 청구한 4억원 가운데 이를 뺀 2억6180만원을 회사가 지급해야 할 금액으로 확정했다. 소방·제연 설비는 주요 부분이 약정대로 시공됐고 소방 점검 지적 사항도 보완된 것으로 인정됐다. 디앤비아이앤씨는 김씨를 상대로 지체상금과 하자보수비 등 총 6억1992만원을 청구했다. 지체상금만 약 4억3417만원, 하자보수비는 약 1억8575만원이었다. 재판부는 지체상금 청구를 전부 기각했다. 계약서에 적힌 ‘일 1000분의 3’이라는 문구는 손해배상책임의 한도를 정한 것일 뿐 통상적인 지체상금 약정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자보수비도 에어컨 관련 비용 1966만원만 인정했다. “운영·매출만 신경 써” 카톡 유귀선 지휘 정황 회사가 주장한 나머지 공사는 기존 시공의 하자를 고친 것인지, 헬스장 상호와 내부 인테리어를 변경하면서 새로 지출한 비용인지 구분하기 어렵다고 봤다. 회사가 반소로 요구한 금액 가운데 약 3.2%만 인정된 셈이다. 버터짐 관련 카카오톡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유 대표가 언론계 인맥을 거론한 부분이다. 문맥상 유 대표 자신이 언론계와 가까운 관계에 있어 문제의 확산 여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공사 분쟁 과정에서 특정 언론사 간부와의 친분을 언급한 것 자체가 상대방에겐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만한 대목이다. 이번 사건의 피고는 디앤비아이앤씨 대표 유모씨다. 유귀선 대표와 바이포엠스튜디오는 소송 당사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판결문과 피고 측 준비서면에 ‘바이포엠’이라는 이름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판결문에 따르면 디앤비아이앤씨는 2023년 3월20일 ‘바이포엠에이치앤비’에서 ‘버터컴퍼니’로 상호를 변경했다. 불과 15일 뒤인 같은 해 4월4일에는 다시 ‘디앤비아이앤씨’로 이름을 바꿨다. 2022년도 연결감사보고서에는 바이포엠스튜디오의 종속회사 목록에 ‘BY4M H&B Co., LTD’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버터짐 공사계약이 체결된 2022년 당시 바이포엠에이치앤비가 바이포엠스튜디오 산하 법인으로 분류됐다는 의미다. 그러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은 유 대표가 버터짐과 무관한 외부인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유 대표 이름의 계정은 황씨에게 운영과 매출에 집중하라고 지시했고, 누수와 영업 중단 수준을 보고받았으며 공사 책임자와의 접촉 및 소송 대응도 챙겼다. 유 대표가 이끄는 바이포엠스튜디오는 과거에도 거래 신뢰와 검증 능력을 둘러싼 논란을 겪었다. 2023년에는 배우 심은하의 복귀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가 당사자 측의 전면 부인으로 파문이 일었던 바 있다. 이후 제3자가 심은하 측 대리인을 사칭해 바이포엠으로부터 거액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고, 해당 인물의 사기와 문서위조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홍보 때 복구” 강력한 지시 바이포엠 역시 사기 피해자였지만, 실제 배우나 적법한 대리인에게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거액의 계약금을 지급하고 복귀를 공식화한 검증 부실 문제는 남았다. 공격적인 사업 확장 과정에서 계약과 지출을 누가 검토하고, 계열사의 수십억원대 공사비를 누가 관리했는지를 묻는 질문은 반복된다. 회사 이름은 바이포엠에이치앤비에서 버터컴퍼니로, 다시 디앤비아이앤씨로 간판은 두 번 바뀌었지만 2022년 시작된 공사 대금 책임은 사라지지 않았다. 한편, 유 대표는 공사비 지급 판결에 관한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