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세권’ 계절이 왔다

해마다 무덥고 긴 여름이 지속되자 주택시장에서 ‘숲세권’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숲세권은 ‘숲+(역)세권’의 합성어다. 요즘처럼 길어진 여름철에 숲세권 아파트는 역세권 못지않은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다. 한마디로 ‘숲=돈’인 시대다.

공원이나 녹지와 인접한 아파트 단지, 이른바 숲세권이라 불리는 주거지가 더위와 미세먼지, 건강까지 한번에 잡을 수 있어 여름철에 가장 이상적인 주거지로 떠오르고 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지난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도시 숲은 여름철 기온을 3~7℃ 낮추고 습도는 9~23% 높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상 속 자연 그늘 효과는 물론, 도심 열섬 현상을 완화해 실질적인 체감온도 저감 효과를 만들어낸다.

열섬 현상
저감 효과

숲세권이 주는 높은 가치는 숲이 주는 실질적인 혜택에 근거한다. 주변에 숲이 우거진 곳은 나무가 내뿜는 산소와 음이온, 피톤치드 등이 풍부해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탁 트인 녹색 조망권도 만족을 주는 프리미엄 요소다.

국립산림과학원이 2006년부터 2023년까지 경기도 시흥시에 조성된 ‘곰솔 누리숲’을 분석한 결과 도시 숲 조성 후 미세먼지 농도는 평균 49.5% 감소, 호흡기질환으로 인한 진료 건수도 43.4%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 숲이 미세먼지를 차단하고 공기 질을 개선해 지역주민의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다.


숲세권의 장점은 주거 선호도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주택산업연구원의 ‘2025 미래 주거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33%가 주거 선택 시 ‘쾌적한 녹지 환경’을 최우선 요소로 꼽았다. 이는 교통(24%), 생활 편의시설(19%)보다 높은 수치다.

KB경영연구소의 ‘KB 골든 라이프보고서’에서도 은퇴 전 가장 살고 싶은 곳으로 ‘공원 및 자연환경이 우수한 지역’이 50% 이상을 차지했다.

도심 속 녹지와 공원은 이제 단순한 힐링 요소를 넘어 건강과 환경, 자산 가치까지 좌우하는 중요한 주거 조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여름철이 다가올수록 숲세권 단지에 대한 실수요자 선호가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최근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쾌적한 환경을 갖춘 단지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전에는 집이 단순히 머무는 공간이었다면, 최근에는 라이프스타일을 완성하는 공간으로 개념이 변화하면서 쾌적성이 내 집 마련 시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상반기 분양시장에서 쾌적성을 갖춘 단지가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지난 2월 분양에 나선 ‘래미안 원페를라’의 경우 268가구(특별공급 제외)모집에 4만635명이 청약에 나서며 151.62대 1의 상반기 최고경쟁률을 기록하고 완판됐다. 단지 인근에 서리풀공원이 위치한 공세권 단지다.

경기도 화성시 산척동에서 지난 5월 공급에 나선 ‘동탄포레파크자연앤푸르지오’도 634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4만35 47명이 청약통장을 사용하며 68.69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 단지는 주변에 동탄호수공원을 비롯한 공원과 녹지를 갖춰 인기를 누렸다.

길어지는 여름 다시 주목
더위 먼지 건강 ‘한번에’


쾌적한 환경을 갖춘 아파트 집값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 수원시 원천동에 위치한 ‘광교아이파크’ 전용 84㎡의 경우 올해 6월 13억7000만원에 매매됐다. 이는 1년 전 매매가인 12억3500만원에 비해 1억3500만원이 오른 것이다. 단지는 광교호수공원 남쪽에 인접해 있어 일부 가구에서 호수 조망이 가능하고 집과 가까운 곳에서 산책 및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다.

업계는 숲세권 아파트의 인기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주거 공간 가까이에서 힐링을 추구하는 수요자들이 늘면서 녹지를 품고 있는 쾌적한 주거 환경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지방에 비해 녹지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수도권의 경우 숲세권 아파트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분양(예정) 중인 숲세권 단지.

▲안양자이 헤리티온= GS건설이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398-32번지에 건설하는 ‘안양자이 헤리티온’을 분양한다. 지하 5층~지상 최고 29층 17동, 1716가구 규모다. 이 중 조합원과 임대 물량 등을 제외한 일반 분양 물량은 전용면적 49~101㎡ 639가구다. 49㎡ 164가구, 59㎡ 404가구, 76㎡ 39가구, 84㎡ 25가구, 101㎡ 7가구 등 최근 수요가 많은 중소형 평형 위주로 구성된다.

남향 중심으로 단지를 배치하고 힐링가든, 웰컴가든, 엘리시안가든 등이 계획돼있다. 수리산을 바라보며 요가나 명상을 할 수 있는 힐링라운지와 스카이홀 등도 마련된다. 커뮤니티센터에는 골프연습장을 비롯해 스크린골프, 피트니스클럽, GX룸, 탁구장, 북카페, 남녀 사우나, 남녀 독서실, 키즈카페 등이 들어선다. 단지를 방문하는 손님들이 숙박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도 별도로 조성된다.

쾌적성
따진다

도보 약 11분 거리에 지하철 1호선 명학역이 있어 가산디지털단지역을 비롯해 용산역, 서울역, 종각역 등 서울 중심 업무 지역으로 환승 없이 한번에 갈 수 있다. 명학역에서 서울 방향으로 한 정거장이면 갈 수 있는 안양역에는 시흥 월곶에서 성남 판교를 연결하는 월곶판교선이 2029년 개통될 예정이어서 교통 여건은 더욱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또 명학역에서 수원 방향으로 한 정거장 거리인 지하철 1·4호선 금정역에는 경기도 양주에서 수원까지 이어지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도 뚫릴 예정이다.

단지 남측으로 수리산을 끼고 있는 ‘숲세권’ 아파트다. 인근에 안양천 수변 산책로와 명학공원 등 공원 시설이 있다. 안양시립만안도서관이 가깝고 단지 바로 옆에 성결대학교가 있어 대학교 상권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단지 내부에도 주민들이 쉴 수 있는 여러 공원을 조성한다.

▲해링턴 스퀘어 리버파크= 효성중공업은 경기도 광주시 역동에 ‘해링턴 스퀘어 리버파크’를 분양한다. 지하 5층~지상 최고 39층, 4개동, 전용면적 59~161㎡ 아파트 818가구(일반분양 817가구)와 전용면적 84㎡ 오피스텔 72실을 더해 총 890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단지 바로 앞에는 청석공원과 경안천이 위치해 아름다운 자연을 영구 조망(일부 세대)할 수 있다.

단지 외관에 커튼월룩과 입면 디자인을 적용해 고급스러움을 높였다. 내부 전 가구에 드레스룸을 적용하고, 타입에 따라 집안 곳곳에 펜트리를 추가로 구성해 수납력을 확보했다. 커뮤니티는 건강 관리를 위한 피트니스 센터부터 GX룸, 골프연습장, 사우나, 독서실, 작은도서관, 영상제작실, 다함께돌봄센터 등이 다채롭게 마련된다. 게스트하우스도 2개 소 조성돼 외부 손님을 맞이할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녹지서
힐링을

스마트홈 시스템도 도입된다. 홈 IoT 기술이 적용돼 스마트폰 앱으로 어디서나 전등, 난방, 가스, 환기 등을 손쉽게 제어할 수 있고, 방문자 조회도 가능하다. 또 비대면 무인 택배 시스템과 어린이놀이터, 지하주차장, 엘리베이터, 공동현관 등 단지 곳곳 범죄 예방 CCTV 설치를 통해 안전에도 신경 썼다.

단지 인근 경강선 경기광주역 이용 시 판교역까지는 14분대, 강남역까지는 30분 내 이동이 가능하다. 경기광주역에는 GTX-D 노선(계획)과 수서~광주 복선전철(예정)이 추진되고 있어 향후 개통 시 GTX-A 노선을 이용하면 지하철 2호선 삼성역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좋아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힐스테이트 회룡역파크뷰= 현대건설은 서울과 맞닿아 있는 경기도 의정부시 호원동에 ‘힐스테이트 회룡역파크뷰’를 분양 중이다. 전용 39~84㎡, 총 1816가구 규모다. 이 중 전용 59·84㎡, 674가구가 일반분양된다.

단지 곳곳에 어린이놀이터가 있고 소셜커뮤니티가든, 힐링가든, 패밀리가든, 힐링숲, 피크닉가든, 그래스가든, 잔디광장, 중앙광장 등 다양한 조경시설이 마련됐다. 피트니스 센터, 골프연습장, 스크린골프장, GX룸, 사우나, 키즈플레이룸(실내 놀이공간), 남녀 구분 독서실, 작은도서관, 다함께돌봄센터, 워크 라운지, 힐스 라운지, 게스트하우스 등 대규모 커뮤니티가 있다.

현대건설의 층간소음 저감 기술 ‘H 사일런트 홈 시스템 Ⅰ’와 지하 주차장 건식 세차 공간 ‘H 오토존’, 반려동물 맞춤 공간 ‘H 위드펫’ 등 현대건설만의 특화 설계 ‘H 시리즈’가 적용됐다.


도봉산, 사패산, 수락산, 중랑천 수변공원, 북한산 둘레길 등 주변으로 자연환경이 갖춰져 쾌적한 주거 환경이다. 지하철 1호선과 의정부경전철이 지나는 회룡역을 도보로 이용 가능한 역세권 입지로 시청역, 강남구청역 등 서울 주요 업무지구까지 40분대로 도달 가능하다.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와 동부간선도로 등 주요 도로망과 가깝다.

▲엘리프 검단 포레듀= 계룡건설은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엘리프 검단 포레듀’를 분양 중이다. 지하 3층~지상 15층, 11개동, 총 669가구로 조성된다. 전용 64㎡부터 110㎡까지 다양한 평면을 구성해 폭넓은 선택이 가능하다.

단지는 토당산, 역사공원, 다수의 근린공원 등으로 둘러싸여 있는 자연 친화적 입지를 자랑하는 4단계 구간 내 위치한다. 지난 6월 개통한 인천지하철 1호선 검단호수공원역을 통해 공항철도와 서울지하철 7호선 연계로 서울 및 인천 도심 접근성이 크게 향상됐다.

쾌적한 녹지 환경이 최우선
공원·자연 우수한 지역 선호

인근 인천지하철 2호선 마전역 이용이 가능하며, 향후 GTX-D 노선 검단역,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 등 대형 교통 호재가 예정돼있다. 도계~마전 간 도로 신설 등 도로망 확충 계획도 추진 중이다. 단지 옆에는 초등학교 신설이 예정돼 있고, 인근에 검단초·능내초·검단중·검단고·마전고 등이 밀집해 있어 원스톱 학세권을 형성한다.

생활 인프라로는 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 유통시설과 검단 탑병원 등 구도심 편의시설이 가깝다. 주변에는 커낼콤플렉스, 휴먼에너지타운, 워라밸빌리지 등 5개의 특별계획구역이 있다. 이 중 단지는 에너지 자족 시범단지로 개발되는 휴먼에너지타운과 수변형 상업특화거리인 커낼콤플렉스와 인접한 이점이 있다. 커낼콤플렉스는 향후 상업·문화 복합단지로 조성될 예정이어서 생활 편의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더파크 비스타동원= 동원개발은 부산광역시 사상구에 사상공원 민간공원 특례사업을 통해 ‘더파크 비스타동원’을 분양한다. 지하 5층~지상 25층, 10개동, 전용면적 84㎡ 단일 면적으로 총 852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조성된다.

타입별 가구수는 ▲84㎡A 55 2가구 ▲84㎡B 143가구 ▲84㎡C 135가구 ▲ 84㎡T 22가구다. 특히 84㎡T는 오픈형 테라스 특화 설계가 적용돼 탁 트인 조망과 사상공원의 자연을 가까이에서 누릴 수 있다. 단지 바로 옆에 위치한 사상공원은 부지 면적이 62만3118㎡(약 18만7000평)에 달한다. 이는 축구장 약 90개에 해당하는 규모다. 자연과 교감하는 ‘풍경누리’, 자연 재생 공간 ‘활력누리’, 자연 문화 공간 ‘무지개누리’ 등 세 가지 테마로 구성된다.

사상공원에는 숲체험교육관, 반려동물 놀이터와 산책로 등도 조성된다. 부산시와 민간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면서 조성 계획이 본격 추진되고 있다. 단순 녹지 공간을 넘어 문화와 휴식, 체험이 어우러진 복합 공간으로 만들어진다. 백양산을 등지고 낙동강을 바라보는 배산임수형 입지를 갖췄다.

실질적
혜택은?

도보 거리에 부산 2호선 감전역이 위치하며, 2호선·부산김해경전철·경부선 이용이 가능한 사상역과 부산서부버스터미널, 김해국제공항과도 인접하다. 단지 주변으로 부전~마산 복선전철(예정), 사상~해운대 지하고속도로(예정), 사상~하단 도시철도(예정), 북부산 세무서~백양로간 도로(예정), 엄궁대교(예정), 대저대교(예정) 등 광역 교통망 개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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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