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익선동 포장마차 골목 맛집에서

지난 12일 불금 저녁 폭우 속에도 60대 중반의 고등학교 동기 3명과 종로구 익선동 포장마차 골목에 있는 등심을 잘하는 맛집을 다녀왔다. 우리가 맛집을 찾던 중 안내요원 띠를 두른 70대 어르신이 친절하게 안내해줘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익선동 포장마차 골목과 주변 식당은 주로 젊은 청년과 외국인이 찾는 곳이다. 포장마차 골목에서 불과 100여미터 떨어진 송해거리에는 7-80대 노인이 주로 찾는 곳이다. 종로구청이 송해거리로 가야 하는데 잘못 찾아온 우리 같은 노인을 위해 포장마차 골목에 안내요원을 배치했을 것이다.

보험개발원 실장 출신으로 보험 관련 논문만 30여편 쓴 보험 박사 친구 R, 건강관리공단에서 기획, 심사 업무를 담당했던 건강 박사 친구 K, 서울시 초등학교 최연소 교감을 거쳐 10여년 동안 교장을 역임한 교육 박사 친구 Y, 그리고 필자까지 우리 4명은 주로 건강 문제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먼저 보험개발원 출신 R이 “우리나라 평균수명이 OECD 국가 중 몇 위나 될 것 같냐”며 화두를 던졌다. 우리는 5위에서 7위 사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그는 그럼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OECD 국가 중 몇 위나 될 것 같냐”고 물었다. 아무도 쉽게 답하지 못했다.

이때 R은 놀라지 말라면서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세계 2위고, 노인빈곤율은 세계 1위라고 했다. 그러면서 “얼마나 오래 사는가”보다 “어떻게 사는가”가 중요한데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배경도 설명해줬다.

우리나라가 1950년대 전쟁 직후 평균수명이 50세가 채 되지 않았는데, 불과 70여년 만에 세계 최상위권으로 올라선 배경에는 의료기술 발전, 경제 성장, 교육 수준 향상, 보건의료 접근성 확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했다.


그러나 단명 국가에서 장수 국가로의 극적 변화를 이뤄낸 것은 너무도 잘한 것이지만, 단기간 성과를 내면서 생길 부작용을 정부가 간과했다고 그는 정부의 노인정책을 지적했다. 그리고 고령사회에 맞는 연금, 노동시장, 주거정책 개선을 해야 노인 빈곤을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필자는 일본은 오래전부터 장수 국가여서 노인 정책을 수십년간 펼 수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최근 10여년 사이 갑작스럽게 장수 국가가 돼 정부가 노인 정책을 준비할 시간이 짧아 정부로서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지금 이재명정부가 청년 문제와 함께 노인 문제도 심각하게 여기고 있으니 기대해보자고 했다.

그러자 건강관리공단 출신 K가 “우리나라가 평균수명은 늘었지만, ‘건강하게 사는 기간’은 상대적으로 짧다”며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자살률이 가장 높아 삶의 질 문제가 심각하다고 언급했다.

K는 우리에게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꼭 받고, 운동도 지속적으로 하고, 매일 건강을 체크하는 습관을 가지고, 특히 몸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생기면 바로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으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우리나라 의료 수준이 세계 최고라면서 본인은 서울대병원 담당 주치의한테 자신의 건강을 다 맡기고 주치의가 하라는 대로 하고 있다고 했다.

이때 필자도 한마디 했다. “건강한데 건강을 지나치게 챙기면 오히려 독이 된다”는 게 최근 의학·심리학에서도 자주 지적되는 부분이라며, 지나치게 건강을 추구하다 보면 스트레스·불안이 늘어나 오히려 면역력이 떨어지고, 삶의 질이 낮아질 수 있으니 건강을 챙기되 과유불급을 삼가자고 했다.

필자 말에 R도 거들었다. 예전에는 “건강을 지키려면 노력해야 한다가 문제였다면, 지금은 지나친 건강관리가 건강을 해친다는 역설이 등장했다”며 ‘수명의 65%는 부모의 DNA에 따라 결정되며, 건강은 타고난다’는 최근 보고서가 있다면서 35%를 지키기 위해 너무 지나친 건강관리는 오히려 항체형성도 안 되고 해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자 K가 “장수 집안이 평균적으로 수명이 긴 건 사실이지만, 흡연·음주, 식습관, 운동 여부, 사회적 관계망, 교육 수준, 의료 접근성 등이 건강 수명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며 “‘수명의 65%는 DNA로 결정된다’는 주장은 믿을 만한 주장은 아닌 것 같다”고 국민건강보험 출신다운 말을 했다


필자도 장수시대에 노인으로서 건강하게 사는 방법을 하나 제시했다. 바로 죽기 전에 ‘한번쯤 해보고 싶은 일, 즉 버킷리스트 10가지를 작성해 하나씩 도전해보는 게 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며, 필자도 곧 도전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자 R은 버킷리스트 10개 중 한 개는 이미 정했다면서 다음 주 조용하고 공기 좋은 시골로 이사간다고 했다. 그리고 나머지 중 5개 이상을 해외 역사 탐방으로 하고 싶다고 했다. K는 “나는 친구들을 좋아하니 친구들과 같이 하는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겠다”고 했다.

우리 4명은 고깃집을 나와 옛 추억을 생각하면서 포장마차도 들렀다. 그리고 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소주잔을 들고 ‘건강을 위하여’ 라는 구호와 함께 건배도 했다. 그때 옆 테이블의 한 젊은 청년이 필자에게 “아버님 연세로 보이시는데 너무 멋있다”며 “자신의 부모님은 암 치료를 위해 요양원에 계신다”며 우리를 부러워했다.

포장마차를 나와 우리는 헤어졌다. 그런데 고깃집에서도 포장마차에서도 한마디 없던 교장 출신 Y가 밤늦게 단톡방에 동영상을 올렸다. 그 동영상에는 그가 작사·작곡한 ‘부모님 사랑의 노래’가 있었다. 그리고 자식과 조카를 교육시키기 위해 만들었다는 멘트도 있었다. Y는 본인이 작사·작곡한 ‘선산에 담긴 사랑’이라는 가사도 단톡방에 올렸다.

우리 세 친구는 추석을 앞두고 자식과 조카를 위해 멋진 선물을 준비한 Y에게 아낌없는 응원의 메시지와 이모티콘을 보내줬다.

필자는 그날 잠자리에 들기 전 여러 생각을 해봤다.

세계 2위 장수 국가에 살지만, 세계 1위 노인빈곤율의 상황을 극복하는 게 당분간 국가가 책임지기 쉽지 않으니, 우리나라 노인 스스로 무엇을 해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 국가와 사회 정책과 시스템이 평균수명을 올려 준 것만도 고맙게 생각하고 감사해야 한다는 생각도 했다.

R처럼 어떻게 살 것인가를 더 고민해보고, K처럼 꾸준히 건강 체크도 하고 운동도 하고, Y처럼 조상을 기리며 자식과 조카 교육도 시키고, 필자가 언급했듯이 버킷리스트도 작정해 도전해보고, 그리고 가끔 친구들과 만나서 담소를 나누는 것이 장수 국가에 살면서 행복해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정부도 세계 2위 장수 국가인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이 세계 1위라는 사실을 절대 간과하지 말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빈곤 노인이 원하는 게 돈이라고만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돈이 없어서 자살하는 게 아니라 할 일이 없고 자식한테까지 외면받을 때 자살한다는 점을 잘 새겨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익선동은 서울특별시 종로구에 위치한 법정동으로, ‘더할 익(益)’과 ‘착할 선(善)’을 합쳐 ‘예전보다 더 좋은’이라는 뜻을 지닌 지명이다. 우리는 익선동에서 전보다 더 좋은 방향으로 건강에 대한 담소를 니눌 수 있어 행복했다.

Y가 작사·작곡한 노래 두 곡이 이번 추석을 맞이하여 우리나라 노인들에게 필요할 것 같아 소개한다.

 

<부모님 사랑의 노래>


                                 작사·작곡 윤경동

 

윤@@ 아버지, 넓은 품에 안아 자수성가, 평생을 헌신하셨네
5남 2녀 우리 모두에게 하늘 같은 믿음을 주셨네

오@@ 어머님, 인자한 미소로 살림을 지혜롭게 가꾸셨네
유머 속에 따뜻한 사랑으로 가족의 등불 되어주셨네

아, 우리 부모님 사랑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어
세월이 흘러도 마음에 남아 추석 달빛처럼 우리를 비추네

가난 속에 씨앗을 심으시고 풍요로운 삶을 일구셨네
7남매의 꿈과 희망 되어 길을 밝혀주신 그 발자취

당신들의 땀과 눈물이 우리 삶을 이루어 주셨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영원히 기억하리


아, 우리 부모님 사랑 별빛처럼 영원히 빛나리
세월이 흘러도 마음에 남아 추석 달빛처럼 우리를 비추네

추억 속에 살아 계신 부모님 사랑 노래하리

 

<선산에 담긴 사랑>

                              작사·작곡 윤경동

홀홀단신 걸어가시던 길 열흘 넘게 산을 오르시며
조상 묘소 하나하나 찾아 정성으로 풀을 베셨네

아버님의 그 소원 하나 한 자리에 조상님 모시기를
막걸리 잔에 묻힌 한숨도 사랑으로 남아 있네

 

(후렴)
선산에 담긴 사랑 세월을 넘어 이어가리
윤@@ 오@@ 그 마음 자식들이 가슴에 품으리

 

2
30년 전 형제들 함께 마침내 이루었던 그 뜻
서천 땅에 모신 선산 안에 가문의 뿌리 살아 있네

힘이 부쳐 못 한다 하여도 병든 몸에 걸음을 멈추어도
자식들의 손에 이어질 그 정성은 꺼지지 않으리

 

(후렴)

 

3
추석 달빛 고이 내려 풀꽃 사이 스며드네
벌초의 땀방울 속에 우리 집안의 사랑 있네

선산에 담긴 사랑 세월을 넘어 이어가리
조상 대대로 흐르는 정성 후손들이 지켜 가리

추석 달 밝은 밤에 부모님 그 뜻 노래하리
디지털은 도구일 뿐, 본질은 기억이고 감사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