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익선동 포장마차 골목 맛집에서

지난 12일 불금 저녁 폭우 속에도 60대 중반의 고등학교 동기 3명과 종로구 익선동 포장마차 골목에 있는 등심을 잘하는 맛집을 다녀왔다. 우리가 맛집을 찾던 중 안내요원 띠를 두른 70대 어르신이 친절하게 안내해줘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익선동 포장마차 골목과 주변 식당은 주로 젊은 청년과 외국인이 찾는 곳이다. 포장마차 골목에서 불과 100여미터 떨어진 송해거리에는 7-80대 노인이 주로 찾는 곳이다. 종로구청이 송해거리로 가야 하는데 잘못 찾아온 우리 같은 노인을 위해 포장마차 골목에 안내요원을 배치했을 것이다.

보험개발원 실장 출신으로 보험 관련 논문만 30여편 쓴 보험 박사 친구 R, 건강관리공단에서 기획, 심사 업무를 담당했던 건강 박사 친구 K, 서울시 초등학교 최연소 교감을 거쳐 10여년 동안 교장을 역임한 교육 박사 친구 Y, 그리고 필자까지 우리 4명은 주로 건강 문제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먼저 보험개발원 출신 R이 “우리나라 평균수명이 OECD 국가 중 몇 위나 될 것 같냐”며 화두를 던졌다. 우리는 5위에서 7위 사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그는 그럼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OECD 국가 중 몇 위나 될 것 같냐”고 물었다. 아무도 쉽게 답하지 못했다.

이때 R은 놀라지 말라면서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세계 2위고, 노인빈곤율은 세계 1위라고 했다. 그러면서 “얼마나 오래 사는가”보다 “어떻게 사는가”가 중요한데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배경도 설명해줬다.

우리나라가 1950년대 전쟁 직후 평균수명이 50세가 채 되지 않았는데, 불과 70여년 만에 세계 최상위권으로 올라선 배경에는 의료기술 발전, 경제 성장, 교육 수준 향상, 보건의료 접근성 확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했다.


그러나 단명 국가에서 장수 국가로의 극적 변화를 이뤄낸 것은 너무도 잘한 것이지만, 단기간 성과를 내면서 생길 부작용을 정부가 간과했다고 그는 정부의 노인정책을 지적했다. 그리고 고령사회에 맞는 연금, 노동시장, 주거정책 개선을 해야 노인 빈곤을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필자는 일본은 오래전부터 장수 국가여서 노인 정책을 수십년간 펼 수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최근 10여년 사이 갑작스럽게 장수 국가가 돼 정부가 노인 정책을 준비할 시간이 짧아 정부로서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지금 이재명정부가 청년 문제와 함께 노인 문제도 심각하게 여기고 있으니 기대해보자고 했다.

그러자 건강관리공단 출신 K가 “우리나라가 평균수명은 늘었지만, ‘건강하게 사는 기간’은 상대적으로 짧다”며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자살률이 가장 높아 삶의 질 문제가 심각하다고 언급했다.

K는 우리에게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꼭 받고, 운동도 지속적으로 하고, 매일 건강을 체크하는 습관을 가지고, 특히 몸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생기면 바로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으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우리나라 의료 수준이 세계 최고라면서 본인은 서울대병원 담당 주치의한테 자신의 건강을 다 맡기고 주치의가 하라는 대로 하고 있다고 했다.

이때 필자도 한마디 했다. “건강한데 건강을 지나치게 챙기면 오히려 독이 된다”는 게 최근 의학·심리학에서도 자주 지적되는 부분이라며, 지나치게 건강을 추구하다 보면 스트레스·불안이 늘어나 오히려 면역력이 떨어지고, 삶의 질이 낮아질 수 있으니 건강을 챙기되 과유불급을 삼가자고 했다.

필자 말에 R도 거들었다. 예전에는 “건강을 지키려면 노력해야 한다가 문제였다면, 지금은 지나친 건강관리가 건강을 해친다는 역설이 등장했다”며 ‘수명의 65%는 부모의 DNA에 따라 결정되며, 건강은 타고난다’는 최근 보고서가 있다면서 35%를 지키기 위해 너무 지나친 건강관리는 오히려 항체형성도 안 되고 해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자 K가 “장수 집안이 평균적으로 수명이 긴 건 사실이지만, 흡연·음주, 식습관, 운동 여부, 사회적 관계망, 교육 수준, 의료 접근성 등이 건강 수명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며 “‘수명의 65%는 DNA로 결정된다’는 주장은 믿을 만한 주장은 아닌 것 같다”고 국민건강보험 출신다운 말을 했다


필자도 장수시대에 노인으로서 건강하게 사는 방법을 하나 제시했다. 바로 죽기 전에 ‘한번쯤 해보고 싶은 일, 즉 버킷리스트 10가지를 작성해 하나씩 도전해보는 게 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며, 필자도 곧 도전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자 R은 버킷리스트 10개 중 한 개는 이미 정했다면서 다음 주 조용하고 공기 좋은 시골로 이사간다고 했다. 그리고 나머지 중 5개 이상을 해외 역사 탐방으로 하고 싶다고 했다. K는 “나는 친구들을 좋아하니 친구들과 같이 하는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겠다”고 했다.

우리 4명은 고깃집을 나와 옛 추억을 생각하면서 포장마차도 들렀다. 그리고 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소주잔을 들고 ‘건강을 위하여’ 라는 구호와 함께 건배도 했다. 그때 옆 테이블의 한 젊은 청년이 필자에게 “아버님 연세로 보이시는데 너무 멋있다”며 “자신의 부모님은 암 치료를 위해 요양원에 계신다”며 우리를 부러워했다.

포장마차를 나와 우리는 헤어졌다. 그런데 고깃집에서도 포장마차에서도 한마디 없던 교장 출신 Y가 밤늦게 단톡방에 동영상을 올렸다. 그 동영상에는 그가 작사·작곡한 ‘부모님 사랑의 노래’가 있었다. 그리고 자식과 조카를 교육시키기 위해 만들었다는 멘트도 있었다. Y는 본인이 작사·작곡한 ‘선산에 담긴 사랑’이라는 가사도 단톡방에 올렸다.

우리 세 친구는 추석을 앞두고 자식과 조카를 위해 멋진 선물을 준비한 Y에게 아낌없는 응원의 메시지와 이모티콘을 보내줬다.

필자는 그날 잠자리에 들기 전 여러 생각을 해봤다.

세계 2위 장수 국가에 살지만, 세계 1위 노인빈곤율의 상황을 극복하는 게 당분간 국가가 책임지기 쉽지 않으니, 우리나라 노인 스스로 무엇을 해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 국가와 사회 정책과 시스템이 평균수명을 올려 준 것만도 고맙게 생각하고 감사해야 한다는 생각도 했다.

R처럼 어떻게 살 것인가를 더 고민해보고, K처럼 꾸준히 건강 체크도 하고 운동도 하고, Y처럼 조상을 기리며 자식과 조카 교육도 시키고, 필자가 언급했듯이 버킷리스트도 작정해 도전해보고, 그리고 가끔 친구들과 만나서 담소를 나누는 것이 장수 국가에 살면서 행복해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정부도 세계 2위 장수 국가인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이 세계 1위라는 사실을 절대 간과하지 말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빈곤 노인이 원하는 게 돈이라고만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돈이 없어서 자살하는 게 아니라 할 일이 없고 자식한테까지 외면받을 때 자살한다는 점을 잘 새겨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익선동은 서울특별시 종로구에 위치한 법정동으로, ‘더할 익(益)’과 ‘착할 선(善)’을 합쳐 ‘예전보다 더 좋은’이라는 뜻을 지닌 지명이다. 우리는 익선동에서 전보다 더 좋은 방향으로 건강에 대한 담소를 니눌 수 있어 행복했다.

Y가 작사·작곡한 노래 두 곡이 이번 추석을 맞이하여 우리나라 노인들에게 필요할 것 같아 소개한다.

 

<부모님 사랑의 노래>


                                 작사·작곡 윤경동

 

윤@@ 아버지, 넓은 품에 안아 자수성가, 평생을 헌신하셨네
5남 2녀 우리 모두에게 하늘 같은 믿음을 주셨네

오@@ 어머님, 인자한 미소로 살림을 지혜롭게 가꾸셨네
유머 속에 따뜻한 사랑으로 가족의 등불 되어주셨네

아, 우리 부모님 사랑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어
세월이 흘러도 마음에 남아 추석 달빛처럼 우리를 비추네

가난 속에 씨앗을 심으시고 풍요로운 삶을 일구셨네
7남매의 꿈과 희망 되어 길을 밝혀주신 그 발자취

당신들의 땀과 눈물이 우리 삶을 이루어 주셨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영원히 기억하리


아, 우리 부모님 사랑 별빛처럼 영원히 빛나리
세월이 흘러도 마음에 남아 추석 달빛처럼 우리를 비추네

추억 속에 살아 계신 부모님 사랑 노래하리

 

<선산에 담긴 사랑>

                              작사·작곡 윤경동

홀홀단신 걸어가시던 길 열흘 넘게 산을 오르시며
조상 묘소 하나하나 찾아 정성으로 풀을 베셨네

아버님의 그 소원 하나 한 자리에 조상님 모시기를
막걸리 잔에 묻힌 한숨도 사랑으로 남아 있네

 

(후렴)
선산에 담긴 사랑 세월을 넘어 이어가리
윤@@ 오@@ 그 마음 자식들이 가슴에 품으리

 

2
30년 전 형제들 함께 마침내 이루었던 그 뜻
서천 땅에 모신 선산 안에 가문의 뿌리 살아 있네

힘이 부쳐 못 한다 하여도 병든 몸에 걸음을 멈추어도
자식들의 손에 이어질 그 정성은 꺼지지 않으리

 

(후렴)

 

3
추석 달빛 고이 내려 풀꽃 사이 스며드네
벌초의 땀방울 속에 우리 집안의 사랑 있네

선산에 담긴 사랑 세월을 넘어 이어가리
조상 대대로 흐르는 정성 후손들이 지켜 가리

추석 달 밝은 밤에 부모님 그 뜻 노래하리
디지털은 도구일 뿐, 본질은 기억이고 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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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