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에게 날아든 극우 청구서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9.08 11:50:06
  • 호수 15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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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둘러봐도 사방이 적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김도읍 의원을 정책위원장으로 임명하자, 대표 당선에 이바지했던 강경 보수 세력이 크게 반발했다. 장 대표는 강경·중도 보수 노선을 모두 포용해 기각지세를 유지하려고 한다. 과연 장 대표의 구상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강력한 반탄(탄핵 반대) ▲찬탄(탄핵 찬성) 숙청 가능성 ▲전한길씨 등 극우 유튜버 세력과의 연대 등을 언급했다.

이는 선거 중 허언으로 그치지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2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경쟁 상대였던 조경태 의원을 향해 “우리 당에 내란 동조 세력이 있다는 조 의원의 말은 우리 당을 위험에 빠트리는 일”이라며 “상처받은 당원들에게 사죄할 마음은 없는지 먼저 묻고 싶다”면서 ‘결단’을 촉구했다.

시작부터…
히틀러 비유

그러자 조 의원은 다음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불법·위헌 비상계엄을 한 윤석열 전 대통령을 털고 가자고 한 것이 뭐가 잘못되었다는 거냐”고 반박했다. 이어 “나치정권의 선동에 의한 집단적 압력 때문에 개인의 비판적 사고가 사라져, 결국 희대의 독재자 살인마 히틀러를 지지·정당화해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참극이 벌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를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후 유대인을 학살한 아돌프 히틀러에 비유한 것이다.


장 대표를 히틀러에 빗댄 사람은 조 의원만이 아니다.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달 1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장 대표의 연설은 극우 정치인이 TV에서 히틀러의 연설을 흉내 내는 것과 너무 유사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전대 당시 “윤 전 대통령을 접견하겠다”고 언급했던 바 있다.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진행한 취임 기자회견에서도 “당원·국민께 약속드린 것은 특별한 사정 변화가 생기지 않는 한 반드시 지키겠다”며 “모든 우파 시민과 연대해 이재명정권을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대부분 이때까진 장 대표가 선거 중 예고한 대로 강성 보수 노선을 유지하리라고 생각했다.

장 대표가 이 예상을 보기 좋게 깬 날은 지난달 31일이었다. 장 대표는 이날 4선인 김도읍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했고, 사무총장엔 재선 정희용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장은 이준석 전 대표 체제서 정책위의장을 지냈다.

이를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일 KBS1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김 의장은 싫어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평이 좋은 분”이라며 “저도 이고초려 정도는 해서 정책위의장으로 모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의장은 보수 진영과 부산의 위기에 대해 강한 책임을 느끼는 분”이라며 “장 대표가 굉장히 좋은 분을 모신 것”이라고 호평했다.

정 총장은 경북 고령·성주·칠곡을 지역구로 두고 있고, 지명도가 높지 않아서 일각에선 “언더 찐윤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장 대표와는 호형호제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따라서 “장 대표 나름대로는 찬탄·반탄을 아우르면서 당 장악에 가속도를 붙이려는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김 의장 임명을 두고, 장 대표 당선에 크게 일조했다고 자부할 법한 강경 보수 진영에서 반발했다.


고성국 ‘고성국 TV’ 대표는 지난 1일 “많은 분이 ‘김도읍이 웬 말이냐’고 비판한다”며 “김도읍은 그런 비판을 받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일엔 “국민의힘은 자유통일당 등 자유우파 정당 4개에 기초자치단체장 공천 30개를 양보하라“고 요구했다.

중도 보수 모두 포용해 기각지세?
김도읍 임명하자 강경파 크게 반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도 “김 의장 임명을 철회하라”거나 “중도는 없다. 초심을 잃지 말라”는 등 항의 글이 올라왔다.

이런 상황서 장 대표와 함께 당선된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은 연이어 초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방식으로 장 대표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달 28일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판결할 권한이 원칙적으로 없어야 맞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극단적으로 국민의 불안을 조성한 적이 없고, 국회 앞에서 시위를 하던 시민을 강경 진압하지도 않았다”며 “윤 전 대통령에겐 어떤 국민도 다치게 하거나, 불안하게 할 의도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지난 1일엔 국회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 도중 “이재명정권은 국익·국민을 위해 정치 보복성 수사를 종결하고, 탄핵의 강을 건너길 바란다”며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3일엔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와 논의해서 윤 전 대통령 접견을 신청했고, 장 대표도 굉장한 관심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에게 “약속을 지키라”는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을 남긴다.

장 대표에 대한 강경 보수 세력의 압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전한길씨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서 “제가 장 대표에게 영향력이 있어 힘이 세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며 “놀랍게도 벌써 제게 인사·공천 청탁이 들어온다”고 주장했다. 이어 “저는 그런 역할은 안 한다”며 “장 대표에게 부담을 드리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전씨는 이미 전대 당시에도 “나를 품는 사람이 의원·시장·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부담을 드리진 않는다”면서도 청탁을 언급하는 자체가 ‘부담을 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고씨·전씨·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뒤통수를 치면 안 된다”는 압력으로 해석되고 있다.

극우의 찬사
극우의 야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장 대표의 당선에 이르기까지 진행된 국민의힘의 상황은 극우 정당 성장 서사와 대단히 비슷하다. 극우 정당은 사람들의 공포·불안·분노를 건드려 성장한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좌파가 이렇게까지 나라를 잠식한 거냐”는 공포를 안겨줬다.


윤 전 대통령의 몰락과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 과정은 “좌파가 나라를 망칠 것”이라는 불안·분노를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공포·불안심리를 자극해 성장한 대표적인 극우 정당은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이하 대안당)을 거론할 수 있다. 대안당은 지난 2013년 창당했고, 지난 2016년 유럽에서 발생한 일부 무슬림 난민의 집단 성폭행 사건 이후 크게 성장했다.

이 사건은 유럽에서 반이민주의·난민 반대 정서가 확대되는 결정적인 계기였다. 대안당은 이 기회로 “이슬람은 독일 일부가 아니다”라는 강령을 택했다. 이어 난민 수용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앙겔라 메르켈 내각에 대한 반감이 커지는 틈을 타 세를 확장했다.

이후 대안당에선 극우 성향 계파 플뤼겔이 세를 확장하면서, 수장 비요른 회케 튀링겐주 대표가 당 주도권을 장악하는 흐름이 이어진다.

회케 대표는 수시로 네오나치 성향 발언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2015년엔 히틀러 생가를 방문하고 추모해 논란이 발생했다. 이어 지난 2017년엔 유대인 학살 추념비를 일컬어 “독일인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수도 중심부에 수치스러운 기념비를 세웠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2021년엔 한 정치 행사에서 “독일을 위한 모든 것”이란 나치 돌격대의 구호를 사용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대안당이 잦은 논란을 일으키자, 독일 연방헌법수호청은 지난 2일 “대안당이 자유민주주의 기본 질서에 반하는 노선을 추구한다는 의심이 사실로 확인됐다”면서 대안당을 우익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했다. 헌법수호청은 이미 2021년 대안당을 의심 단체로 분류해 도·감청하거나 요원들을 투입해 감시했다.

하지만 대안당의 성장세는 만만치 않다. 대안당은 이미 2016년부터 지방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꾸준히 선전하고 있다. 지난해엔 소속 정치인 막시밀리안 크라 의원이 “무장 친위대원 90만명 중엔 농민도 많았다”며 “이들 모두가 범죄자는 아니다”라고 발언해 큰 물의를 일으켰다.

그런데도 대안당은 같은 해 진행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15.9%를 득표해 제2당이 됐다.

벌써 드러낸
카멜레온 본색

이는 독일에서만 일어난 흐름이 아니다. ▲프랑스 국민연합(31.37%) ▲이탈리아 형제당(28.76%) ▲오스트리아 자유당(25.4%) ▲헝가리 시민동맹(44.81%) 등 다수의 극우 정당이 각국에서 득표율 1위를 기록했다.

대안당을 연구한 표광민 경북대 교수는 지난 1월 발표한 논문 <독일 극우 정당과 정동의 정치학>에서 “나치 시대의 역사적 트라우마로 인해 형성된 두려움을 대체해 난민이란 새 두려움의 대상이 등장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상당수 시민이 정부의 난민 수용 등 정책으로부터 탈피해 독일의 주권을 회복해야 한다는 대안당의 주장에 호응해서 대안당이 부상했다”며 “대안당은 ‘난민과 엘리트가 결탁하여 평범한 독일 시민들을 착취하고 있다’는 음모론적 피해의식을 자극했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의 당선 과정은 대안당의 성장 과정에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 두둔 ▲부정선거 의혹 제기 등 한국식 극우 담론을 가미한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적 제거를 위해 무력을 활용하려고 한 윤 전 대통령의 대처는 이미 히틀러가 진행했던 적이 있다. 이

이 때문에 조 의원은 윤 전 대통령과 장 대표를 일컬어 히틀러를 비유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장 대표는 김 의장 임명으로써 자신만의 길을 갈 가능성이 있단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렸다. 이는 정치권에서도 공개적으로 언급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상욱 의원은 지난 2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서 “장 대표의 지난 삶을 돌아보면 정말 카멜레온 같다”며 “장 대표는 또 바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서용주 전 상근부대변인도 같은 날 MBC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장 대표는 본인의 권력을 위해 끊임없이 변신하는 카멜레온 정치를 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는 또 누군가를 배신하는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김 의장 등 합리적이란 평가를 받는 정치인을 주요 당직에 임명하는 것을 통해 강경 보수 세력이 매우 싫어하는 중도 보수 노선을 함께 추구할 가능성을 드러냈다. 이는 일본 자유민주당식 빅텐트 정당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특히 그는 지난달 28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씨를 일컬어 “당 외곽에서 의병으로 열심히 싸웠다”며 “그게 전씨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이자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치권에서 암암리에 돌던 ‘전씨 주요 당직 임명설’을 정면으로 부정한 발언이라고 볼 수 있다.

관군은 성안 의병은 밖에서
공포·불안·분노 버튼 눌러?

장 대표는 전씨 등 강경 보수 세력을 ‘의병’이라고 표현했다. 그렇다면 자신을 포함한 국민의힘은 ‘관군’이 된다. 장 대표의 발언은 “관군이 성안에서 내부 민심까지 추슬러 수성전을 주도할 때, 의병은 성 밖에서 별동대 역할을 맡는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문재인 전 대통령·김어준씨의 관계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그리고 “군을 일부 분산 배치한 후 별동대로 활용해 양면 공세를 한다”는 기각지세를 취하는 것과 비슷하다. 본대와 별동대를 총지휘하는 사람은 장 대표 자신일 것이다.

문제는 “장 대표에게 그만한 영향력이 있느냐”는 것이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재선 의원이 된 후 불과 1년이 지났다. 재선이지만, 여전히 초선 의원이라고 볼 여지도 있다.

대안당에서도 플뤼겔과 중도 성향 계파 미테가 치열하게 내부 투쟁을 이어갔다. 플뤼겔의 세가 커지자, 이를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도 있었다. 프라우케 페트리 전 대표는 플뤼겔이 지원해 지난 2015년 당 대표로 선출됐지만, 회케 대표와의 갈등 끝에 2년 만에 대안당을 탈당한 후 파란당을 창당했다.

대안당은 보수 성향의 중산층들을 주된 지지층으로 거느리고 있다. 난민 반대 이슈를 크게 내세운 이후엔 ▲청소년 ▲이민 1세대 ▲정치·경제 상황에 불만이 많은 구동독 지역주민 등으로 지지층을 확장했다.

하지만 우리 정치 구도는 독일과 다르다. 우리 정치 구도에선 4050 세대와 2030 세대 여성의 민주당 지지가 매우 굳건하다. 노년 세대의 국민의힘 지지는 비교적 확고하지만, 4050 세대가 노년으로 진입한 이후에도 이 지지를 굳건하게 유지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2030 남성은 4050 세대와 민주당에 대한 반감이 커서 보수 성향을 강하게 드러낸다. 하지만 보수 성향 표심은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으로 분산돼있고, 민주당을 지지하는 2030 남성의 수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모두 비판하면서 중도 성향을 유지하는 유권자 비중도 적지 않다.

강경 보수 성향만 유지해선 대안당처럼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기 어렵다.

국민의힘은 시대 변화에 발맞추지 못한 채 계파 갈등에만 몰두해 나날이 국회 의석수가 줄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수반된 당 몰락은 한편으로 국민의힘이 변화할 기회였다. 하지만 이들은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6월 제안한 5대 개혁안을 하나도 수용하지 않았다. 이어 윤희숙 혁신위원장의 인적 쇄신 시도도 소리 없이 자취를 감추게 했다.

장 대표는 선거 과정에서 그동안의 정치적 변화가 모두 공개됐고,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측은 이를 쇼츠로 제작해 널리 퍼트렸다. 따라서 장 대표의 변화는 어느 정도 예측됐던 측면도 있다.

앞으로 더…
남은 9개월

내년 지방선거가 불과 9개월여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장 대표가 서두를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장 대표는 독자적인 세 없이 당 대표로서의 역량과 성과를 검증받아야 한다. 이것이 ‘카멜레온’으로 평가받는 장 대표의 기질을 더욱 부추기는 것으로 보인다.

기각지세라는 그림은 그럴듯하게 그렸지만 이는 확고한 지도력을 갖춘 수장만이 전개할 수 있다. <삼국지>의 여포는 책사 진궁으로부터 적의 포위를 뚫을 방법으로 기각지세를 조언받았다. 하지만 여포는 부하의 믿음을 얻지 못해서 감히 시도조차 못했다. 혹시 장 대표도 이런 상황인 것은 아닐까?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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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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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