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103>운정3지구 토지보상 핫 키워드

  • 장경철 2002cta@naver.com
  • 등록 2012.10.22 12: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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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억서 수백억씩…파주에 3조 돈벼락

<일요시사=장경철 르포라이터>연내 전국 택지지구, 보금자리주택지구, 산업단지 등에서 토지 보상금 5조∼6조원이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시장 전반에 침체의 골이 깊지만 막대한 토지 보상금이 쏟아질 경우 대토 수요가 몰리는 보상지 인근 지역은 물론 각종 개발 기대감으로 토지·주택시장 전반이 들썩거릴 것으로 보인다. 그중 한곳이 바로 파주 운정3지구다.

LH 재정난으로 중단된 보상 3년 만에 재개
토지와 지장물 등 보상금 총 3조원대 추산

국토해양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 따르면 전국 택지지구, 보금자리주택지구, 산업단지 등에 대해 연말까지 토지보상이 이뤄진다. 특히 그동안 토지 보상 지연으로 주민들과 갈등이 극에 달했던 파주 운정3지구 보상이 본격화된다. 파주 운정3지구는 약 698만㎡ 용지에 주택 3만9291가구를 짓는 신도시급 사업이다.

10월부터 절차 돌입
1인당 평균 10억원

LH 재정난이 겹쳐 보상 절차가 중단됐다가 3년 만에 보상이 재개되는데 토지와 지장물 등 보상비는 총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부동산·금융·소비시장 등의 경기 활성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LH에 따르면 운정3지구는 10월15일 보상가 개별통보를 시작해 10월20일부터 본격적인 보상절차에 들어갈 계획으로 알려졌다. 운정3지구 보상대상은 697만3000㎡내 토지 4566필지, 지장물 2236건, 영업권 798건에 이른다. 반면 소유권 이전을 마친 후 보상을 해야 하는 토지의 경우 이달 말에나 보상을 받게 된다. 이번 보상으로 개인당 평균 보상액은 10억원 정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LH 파주직할사업단 관계자는 “보상 후 수십억대 자산가가 탄생할 것으로 예상되며 개인 최고로는 200억원 정도를 받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보상 절차에 들어가는 운정3지구의 토지소유주 3명 중 1명은 외지인이다. 전국개발정보제공업체 지존(www.gzonei.com)에 따르면 운정3지구는 총 5874필지(실시계획승인고시 토지조서 기준) 규모로 사유지가 4168필지, 국공유지는 1706필지로 나타났다.

사유지의 경우 현지민 소유땅은 2699필지(64.75%), 외지인 소유땅은 1469필지(35.25%)로 3분의 1 가량이 외지인 소유인 것으로 조사됐다. 외지인 소유자는 수도권 거주자(96.39%)에게 편중됐다. 경기도(파주 제외) 759필지(51.66%)로 가장 많았고, 서울 626필지(42.61%), 인천 31필지(2.11%), 전남 13필지(0.88%), 전북 9필지(0.61%) 순이다.

서울지역 거주자는 강남3구(서초, 강남, 송파)가 119필지(19%), 서대문구 65필지(10.38%), 은평구 64필지(10.22%), 양천구 63필지(10.06%) 등의 순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강남3구, 서대문구 및 양천구 거주자 중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된 2007년 6월28일 이후에 토지를 취득한 사례는 상속에 의한 소유권 이전 단 한건에 그쳤다는 점이다.

땅주인 3명 중 1명 ‘외지인’
개인수령 최고액 200억 예상

이는 보상을 노린 투기적인 요인은 전무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업체 측은 설명했다. 이 지역 거주자 소유 토지 중 130필지(52.63%)는 2000∼2006년 사이에 소유권을 취득했다.

지존 신태수 대표는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파주 및 접경지역에 대한 개발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을 뿐 아니라 운정1·2지구 개발에 따른 지가상승을 예상한 투자수요가 많았던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음은 토지보상금이 대거 유입될 것으로 보이는 업계별 동향이다.
▲부동산 = 대체 토지(대토)를 사는 일부 수요를 제외하고는 보상금이 시장 활성화의 촉매제 역할을 하진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파주 지역의 미분양 아파트가 넘치는 상황에서 주택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집값 상승 기대가 꺾인 상황에서 장기 투자 목적으로 수익성 부동산에만 일부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운정지구 개발이 예정보다 지연되면서 보상금이 나올 것을 미리 예상해 대출을 받은 많은 원주민들은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려왔기 때문에 이들은 당분간 부동산 투자보다는 일단 빚을 갚아 금융비용을 줄이는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부동산에 투자한다면 단기 시세차익보다는 수익형 부동산 등에 장기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속적인 아파트값 하락으로 대형아파트에 대한 투자수요가 사라지면서 상가 건물 쪽으로 투자 수요가 옮겨간 상태로 토지보상금을 받은 후 1년 내에 부동산을 매입해야 취득세 감면 혜택을 받는 점을 유의해야 하고, 상가건물은 철저하게 수익성에 초점을 맞춰 투자해야 한다.

개발 계획이 취소됐지만 향후 재개발 추진 가능성이 높은 뉴타운 해제지역 주택도 투자 가치가 있다. 보상금 여윳돈이 20억∼30억원 대라면 소형 상가건물 매입을, 5억원 이하는 실수요가 많은 85㎡이하 중소형아파트 매입을 전문가들은 권하고 있다. 이밖에 농지가 수용돼 대체 토지를 구입할 때는 해당지역 반경 20㎞ 이내 땅을 기존 토지 양도 후 1년 내에 매입해야 양도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유의해야 할 사항이다.

채권보다 현금보상
토지별 양도세 감면

▲금융권 = 운정3지구 수용 비상대책위원회 사무실 앞에는 각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등 금융회사 직원들이 임시 창구를 차려놓고 보상금 유치경쟁이 치열하다. 은행과 보험사들은 현금 보상을 받는 현지인들을 상대로 3∼6개월 만기 단기 정기예금이나 즉시연금(일시에 목돈을 맡기고 매달 연금을 받는 상품) 등 안정성이 높은 상품 판매에 전념하고 있다.

증권사들의 경우 외지인들이 받게 될 채권 매입에 무게를 두고 채권을 받기 위해 필요한 증권 계좌 개설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펀드나 주식 등은 위험성도 높으며 이를 설명하는데도 시간이 걸리고 현 시점에서 권하긴 어려워 현재는 채권 확보에만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자금이 단기간에 증시로 흘러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소비시장 = 지역 소비시장은 자동차 등 고가 소비재를 중심으로 수요 증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현대기아차는 파주지역 각 영업지점으로 ‘보상금 지급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라’는 공문을 내려 보내 차량 판매를 독려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측은 “3조원 중 현금으로 풀릴 자금으로 인해 자동차 판매 급증이 예상돼 판촉 및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있다”며 “보상이 시작되면 판매를 위한 현지인들과의 1대 1 접촉을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토지보상과 관련해 반드시 체크해야 할 대목은 ‘세테크’다.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단번에 ‘인생역전’을 이룬 땅 주인들이지만, 거액의 보상금에 따라붙는 세금만 아파트 한 채 값인 경우가 많아 세(稅)테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우선 토지보상 시 현금보상을 받으면 양도소득세를 낼 때 양도세액의 20%가 채권보상 때는 25%가 감면된다. 세금 면에서는 채권보상이 나아 보이지만 향후 채권을 현금화할 때 할인율 등을 감안하면 당장 목돈을 손에 쥘 수 있는 현금보상이 유리하다.

토지보상금을 받는 건 곧 땅이 수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여기서 양도가는 보상액이 된다. 보상 종류나 토지별로 양도세 감면액이 다른데 현금보상(20%), 채권보상(25%), 취득 후 20년 된 개발제한구역 토지(30%), 8년 이상 자경농지(100%) 등이다. 단, 토지보상을 받을 수 있는 건 사업인정 고시일로부터 2년 이전에 취득한 부동산만 대상이 된다.

대체 부동산 구입 시 취득세를 면제받으려면 수용 부동산 소재지나 인접 지역에서만 가능하다. 예를 들면 파주 보상금으로 인접한 서울지역 아파트를 구입해도 취득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단, 보상받은 토지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 현지인이어야 한다. 또 취득세를 면제받는 대체부동산으로 인정받으려면 마지막 보상금을 수령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취득해야 한다.

보상금으로 대체부동산을 구입하면 이처럼 취득세를 면제받는 ‘인센티브’가 있다. 보상금을 대토로 보상받으면 취득세 면제와 함께 양도세를 당장 안 내는 ‘프리미엄’도 있다. 현금보상 대신 받은 대토를 나중에 매각할 때까지 양도세 납부가 유예되는 과세이연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보상 종류에 따라 양도세 감면은 20∼100%까지 가능하지만 감면액은 연간 총 1억원을 넘을 수 없다. 이 때문에 경우에 따라 ‘일괄보상’보다는 ‘분할보상’이 보상금 절세전략의 핵심이 될 수도 있다.

파주 운정3지구 보상이 당장 시작된다고 해도 통상 6개월 넘게 걸리는 보상작업 특성상 마무리는 올해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 한 세무전문가는 “일괄보상을 받을 경우 양도세 감면액이 연간 한도 1억원을 넘을 수 없지만 두 해에 걸쳐 보상을 받으면 한도액 1억원을 추가로 받는 셈이어서 절세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토지보상금 수령 이후의 상속세 및 증여세 절세전략은 다음과 같다. 먼저 보상금 수령 이후 상속세 및 증여세를 줄이기 위해서는 자녀들의 사전증여가 필수다. 사전증여에 따른 증여세는 현재의 지출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보면 된다.

보상금 수령자가 사망할 경우, 상속개시일 10년 이전에 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가액은 합산이 되지 않는다. 아울러 혹시 보상금 수령자가 사전증여 후 10년 이전에 상속개시가 되어 증여재산이 합산되더라도 증여당시의 가액으로 합산되므로 증여일 이후 늘어난 증여재산 가액에 대해서는 세금이 없다. 증여받은 재산을 처분하여 사업자금 등으로 사용할 경우 자금출처의 근원이 증여받은 재산을 처분했으므로 자금출처조사 시 증여세가 없게 된다.

부동산·금융 상품에 대거 유입 전망
“아파트 한 채 왔다갔다” 세테크 필수

또 한번의 증여로 매년 납부하는 종합소득세도 절세된다. 자녀에게 금융자산을 증여하면 그날부터 아버지의 이자소득이 줄게 되고, 부동산을 증여하면 그날부터 아버지의 부동산 임대소득이 줄게 되어 종합소득세가 절세된다. 따라서 매년 납부하는 종합소득세도 한번 증여로 평생 절세할 수 있다.


보상금 수령자가 자녀에게 증여할 경우, 자녀 1인에게 몰아서 증여하지 말고 자녀는 물론 며느리, 손자 등에게 분산하여 증여하는 것이 증여세를 절세하는 지름길이다. 부담부증여를 활용하는 것도 절세방법중 하나다. 부담부증여란 증여를 받는 사람이 채무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증여받는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이 증여재산과 함께 채무를 인수한 때에는 증여세 계산 시 채무액을 공제해 증여세가 감소하게 된다. 대신 인수한 채무액에 대해서는 유상으로 양도한 것으로 보아 증여자에게 양도소득세를 과세한다.

부담부증여로 자녀가 인수한 채무는 관할세무서에서 부채사후관리대장에 등재해 사후 관리한다. 자녀가 인수한 채무의 원금 및 이자를 부모가 대신 상환한 사실이 밝혀지는 경우 증여세가 과세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율하2·만성지구
광주·포항산단 포상금 풀려

가능하면 즉시연금을 통해 상속받도록 해야 한다. 계약자 및 수익자를 보상금 수령자로 하고 자녀가 피보험자인 상태에서 보상금 수령자가 사망하면 자녀가 계약자 및 수익자의 지위를 상속받아 남은 기간의 연금수급권을 수령하게 되는데, 이때 자녀가 지급받게 될 이자와 원금전체를 상속재산가액에 포함시키는 것이 아니라 6.5%로 정기금할인평가를 하므로 상속재산가액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 10억 정도를 즉시연금에 가입하고 사망한 경우 상속재산이 10억원이 아니라 8억원 후반 또는 9억원 초반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즉시연금상품이 이자소득세 비과세가 과세되도록 기획재정부에서 개정안을 이미 발표했기 때문에 차후 소득세법시행령이 개정되면 과세로 전환되므로 가입을 서둘러야 한다.

운정3지구 외에도 김해 율하2지구, 전주 만성지구 등 2개 택지개발지구에 대한 보상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총 보상비는 7000억원 가량이다. 장항국가산단을 시작으로 광주산단과 포항산단 등 총 3개 산업단지가 보상 대기 중이다. 이들 3개 산업단지에 대한 보상비는 1조원 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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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