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K-뷰티 황태자 36세 김병훈

8개월 만에 2조5000억 ‘잭팟’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에이피알이 한국 뷰티 업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오랫 동안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지켜온 ‘투톱 체제’가 무너지고, 에이피알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한 것이다. 단숨에 국내 증시 뷰티 업종 시가총액 1위에 올라서면서 뷰티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에이피알은 주가 23만원에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8조7500억원으로, 국내 뷰티 기업 가운데 1위 자리를 굳혔다. 전날 종가 기준 시총 7조9322억원으로 아모레퍼시픽(7조5339억원)을 제친 데 이어, 이틀 만에 또다시 주가를 끌어올리며 업계 정상 자리를 확실히 한 것이다.

 

K뷰티 No. 1
폭발적 성장

불과 1년5개월 전 상장 당시 시총 1조원 규모였던 점을 고려하면, 폭발적인 성장세가 아닐 수 없다. 

에이피알의 시총이 아모레퍼시픽을 넘어선 시점은 지난 6일이다. 이날 종가 20만8500원을 기록하며 시총 7조9322억원으로 올라섰다. 25년간 업계 1위를 지켜온 아모레퍼시픽을 제친 순간이었다. 에이피알은 이후 상승 곡선을 그리며 단숨에 8조원을 돌파했고, 그 기세는 업계 전반에 충격을 안겼다.

뷰티 시장에서는 “에이피알이 드디어 아모레의 턱밑까지 쫓아왔다”는 말이 나오더니, 이제는 “뷰티 업계의 거장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는 지난 7일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어제는 역사적인 날이었다. 에이피알이 국내 뷰티 기업 시총 1위에 등극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송년회 때 우리는 ‘모두가 인정하는 K-뷰티 No. 1 회사가 된다’는 목표를 세우고 O.N.E 전략을 마련했다”며 “8개월 만인 어제 에이피알은 시총 1위가 됐다”고 소회를 전했다.

김 대표는 성과에 도취되지 않고, 다음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에이피알과 에이프로의 열정과 노력이 인정을 받은 것 같아 기쁘다”면서도 “언제나처럼 성과에 취하지 않고 더 큰 무대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전했다.

에이피알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84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02%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은 3277억원으로 111% 증가했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특히 화장품 및 뷰티 부문에서만 2270억원을 올리며 전년 대비 3배 성장했고, 뷰티 디바이스 부문 매출도 900억원을 넘기며 32% 성장했다.

매출을 보면 해외시장, 특히 미국에서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에이피알의 해외 매출 비중은 78%에 달한다. 이 중 29%가 미국 내 매출이다. 국내시장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글로벌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에이피알 주가는 신고가를 연일 경신했다. 현재는 8조원을 넘어서며,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을 동시에 제치는 기염을 토했다.

주식시장 안팎에서는 김 대표의 경영 감각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단순히 제품만으로 승부하지 않고, 기획·마케팅·브랜드 전략을 종합적으로 설계한 결과라는 것이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성장 속도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오랜 시간 오프라인 유통망을 중심으로 견고한 입지를 다져온 데 비해, 에이피알은 상장 1년5개월 만에 업계 1위 자리에 올랐다. 짧은 시간 안에 보여준 폭발적 성장세는 ‘신흥 강자’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에이피알 성공 신화…업계 시총 1위
아모레·LG생건 누르고 신흥 강자로

증권가 역시 에이피알의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한다. K-뷰티 열풍을 기반으로 한 화장품 매출 급증, 뷰티 디바이스 부문의 안정적 성장, 그리고 해외시장에서의 두드러진 성과가 고르게 상승한 점 때문이다. 단순히 ‘반짝 효과’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있다는 분석이다.

김 대표의 도전정신은 뷰티 업계에도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다. 기존 대기업 중심으로 흘러가던 화장품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은 데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김 대표의 도전정신과 전략적 판단이 에이피알을 단숨에 업계 정상으로 끌어올렸다”며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런 그가 처음부터 탄탄대로를 걸었던 것은 아니다. 김 대표가 창업을 결심하게 된 배경에는 어린 시절 깨달음이 동력이 됐다. 그는 중학교 시절, 사내 정치를 이유로 직장을 잃은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당시의 충격은 훗날 “직접 회사를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졌다. 안정된 직장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길을 개척해야 한다는 생각이 창업 결심으로 이어진 셈이다.

대학 시절에도 그는 일찍이 창업가의 길을 모색했다. 김 대표는 연세대학교 재학 중 교환 학생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에 머무르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현시키려 했다. 당시 가상 착장 서비스 ‘이피다’, 데이트 중개 애플리케이션 ‘길하나사이’ 등을 차례로 론칭했지만 결과는 모두 실패였다.

알람 애플리케이션(앱), 커플 미션 앱, 소셜커머스 등도 시도했으나 마찬가지였다. 김 대표는 나중에 “블루오션이라고 불리는 시장은 사실상 소비자 니즈가 없어서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배웠다”고 회고했다.

이처럼 수차례 실패를 겪은 뒤에도 창업에 대한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실패 속에서 교훈을 찾아냈다. 당시를 돌아보며 그는 “남들이 하지 않는 건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그 말 속에는 ‘금광처럼 보이는 아이템도 소비자들이 실제로 필요하지 않다면 시장성이 없다’는 통찰이 담겨있다. 이런 경험은 훗날 에이피알 사업 모델을 세우는 과정에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

젊은 세대
공략 효과
 

김 대표의 진짜 전환점은 광고 대행업에서 찾아왔다. 여러 번의 창업 실패 이후 그는 광고 대행을 맡으며 패션과 뷰티 분야에서 실적을 쌓았다. 광고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그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아무리 광고가 뛰어나도 제품의 품질이 받쳐주지 않으면 소비자는 곧 등을 돌린다는 점이었다. 이 경험이 그에게 새로운 결심을 안겨줬다. “차라리 직접 제품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광고를 잘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결국 소비자가 인정하는 제품 자체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다다른 것이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창업이 시작된다. 2014년 김병훈 대표는 공동창업자 이주광 전 대표와 함께 ‘에이프릴스킨’을 설립했다. 이것이 에이피알의 시작점이다. 초기에는 특정 품목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소비자의 반응이 좋은 제품에 집중해 사업을 확장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판매했던 제품 중에는 지금은 사라진 고체 비누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시행착오 과정은 소비자와 시장을 빠르게 학습하는 기회가 됐다.

2017년, 회사 이름은 ‘에이피알(APR)’로 바뀌었다. ‘에이프릴스킨’을 포함해 ‘메디큐브’ ‘널디(NERDY)’ ‘글램디바이오’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김 대표의 경영 전략은 ‘미디어 커머스’였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같은 대기업이 백화점·마트 등 오프라인 채널에서 성장한 것과 달리, 김 대표는 SNS를 적극 활용했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광고를 통해 소비자 반응을 즉각 확인하고, 피드백에 따라 제품 기획과 광고 전략을 신속히 조정하는 방식이었다. 그는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읽고 가격·제품·기술 중 하나라도 확실히 차별화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 전략은 젊은 세대 공략에 특히 효과적이었다. 김 대표는 제품을 사용할 특정 타깃층을 미리 정해두고 그들의 취향과 소비 패턴에 맞춰 마케팅을 설계했다. 주 타깃은 SNS 사용이 활발한 10~30대였다. 소비자 맞춤형 기획과 빠른 피드백 반영 대기업이 갖추기 어려운 신속함을 보여줬다.


실적 역시 곧바로 반응했다. SNS 광고를 통해 인지도를 쌓은 에이프릴스킨은 국내외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다만 김 대표는 이 시점에서 또 한 번의 확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미디어 커머스에 머무르지 않고, 오프라인 채널 진출과 글로벌 시장 확대가 뒤따라야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8조 돌파
목표 달성
 

이후 그는 메디큐브·에이지알·널디 등 실적이 좋은 브랜드를 앞세워 백화점·올리브영 등에 입점시켰다. 이 전략은 결과적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

창업 초기의 실패 경험, 광고 대행업을 통해 얻은 통찰, 그리고 미디어 커머스에서 오프라인·해외시장으로의 확장은 김 대표의 경영철학을 잘 보여준다. 그는 “경험하는 모든 순간을 배움으로 바꾸자”는 원칙을 강조해 왔다.

지난 2020년 한 인터뷰에서 그는 “정말 힘든 일도 많았지만 한순간도 헛되지 않았다. 조직 운영과 마케팅 방법을 모두 현장에서 배우며 성장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에이피알의 성공은 김 대표의 집요한 도전과 반복된 실패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 대표가 에이피알을 미디어 커머스 기업에 머물게 하지 않고 성장하게 만든 결정적인 선택은 ‘뷰티 기기’로의 확장이었다. 이듬해 그는 화장품 브랜드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제품력과 기술력이 결합해야 소비자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이 무렵 선보인 메디큐브의 뷰티 기기 라인은 시장에서 빠르게 주목을 받았다.

대표적인 제품이 ‘에이지알(AGE-R)’ 시리즈다. 고주파, 초음파, LED 등 다양한 기술을 접목한 기기는 화장품 소비에 익숙했던 고객층을 새로운 시장으로 끌어왔다. 김 대표는 “화장품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렵다. 기술과 기기를 결합해야 한다”는 판단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특히, 뷰티 기기로의 확장은 해외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해외 소비자들은 ‘한국의 뷰티 기술’을 경험하는 데 매력을 느꼈다. 특히 집에서도 전문적인 스킨 케어를 할 수 있다는 콘셉트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와 맞물려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오프라인 클리닉 방문이 어려운 상황에서 ‘홈케어’ 수요가 커진 것이다.

김 대표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국내에서 성공한 모델을 해외에 그대로 적용했다. SNS 기반 마케팅, 인플루언서 협업, 빠른 피드백 반영이라는 기존 전략을 미국·유럽 시장에도 그대로 적용했다. 그는 현지 MZ세대가 이용하는 플랫폼과 문화를 철저히 분석해 현지화 전략을 세웠다.

특히 카일리 제너, 헤일리 비버 등 미국 젊은 층에게 큰 영향력을 가진 인플루언서들과 협업한 마케팅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SNS에서 확산된 이들 협업 콘텐츠는 곧바로 판매량 증가로 이어졌다. 김 대표는 매년 매출의 20% 안팎, 약 1000억원 이상을 광고선전비에 투자했다. 단기간에 글로벌 인지도를 높이는 데 집중한 것이다.

뷰티 기기로 해외시장 공략
특히 미국 내 성장세 압도적

실적은 눈에 띄게 성장했다. 에이피알은 2024년 기준으로 해외 매출 비중이 전체의 78%를 차지할 정도로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시장에서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해외시장을 노린 결과였다.

올해 연매출은 1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 대비 세 자릿수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어 업계 안팎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성장세와 함께 주주 환원 정책도 등장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1343억원 규모의 배당을 실시하고, 300억원 규모 자사주 소각을 발표했다. 주주 친화적인 행보를 내놓자 내부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무명 스타트업이었던 에이피알이 이제는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업계를 흔들고 있다. 국내 화장품 산업이 두 대기업 중심의 양강 구도로 굳어져 있던 상황에서, 신생 기업이 새로운 성장 모델을 제시하며 판을 바꿔버린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에이피알은 SNS 마케팅으로 반짝 성장한 기업이 아니다. 소비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품 기획과 마케팅을 동시에 돌리는 구조를 정착시켰고, 뷰티 기기와 화장품을 결합한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냈다”며 “이 점이 해외에서도 통했다”고 분석했다.

최근 경제 전문 뉴스 <블룸버그>는 ‘36세 뷰티 재벌, 한국의 새로운 억만장자 되다’라는 제목의 기사로 김 대표를 소개했다. 미국 경제지 <비즈니스 인사이더> 역시 ‘카일리 제너도 반한 스킨케어 기기를 만든 한국의 새로운 밀레니얼 뷰티 억만장자’라며 김 대표를 조명했다.

단기간에 이뤄낸 빠른 성장과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해외 언론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김 대표는 최근 제6회 포니정 영리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포니정재단은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의 새로운 길을 연 차세대 경영인”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앞서 <블룸버그>가 그를 ‘밀레니얼 억만장자’로 주목한 데 이어, 국내에서도 그는 혁신성과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국내 투자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상장 직후 1조원 규모에 불과했던 에이피알의 기업가치는 불과 1년 반 만에 8조원대에 올라섰다. 증권가에서는 “에이피알이 단순한 화장품 제조사를 넘어 글로벌 마케팅 플랫폼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오랫 동안 시장을 점유해 왔지만, 신흥 기업이 단기간에 업계를 뒤흔들어 버렸다. 특히 SNS 바이럴 마케팅, 해외 MZ세대 타깃 전략은 전통 대기업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줬다. 

밀레니얼
억만장자

뷰티 업계에서는 에이피알을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직접 제품을 만들고, 뷰티 제품에 기술력을 결합해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는 전략에 김 대표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글로벌 소비 시장에서 통하는 브랜드 파워를 보여줬다. 미국에서의 매출이 국내를 넘어섰다는 사실은 에이피알이 독자적 성장 동력을 갖췄다는 신호다. 이는 K-뷰티 산업의 판도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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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