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해답’은 없다. 저자는 순진한 온정주의에 호소하거나, 냉혹한 적자생존 논리를 들먹이지 않는다. 생태계의 균형을 고려하지만, 개별 동물의 복리를 함부로 무시하는 태도도 지양한다. 서로 입장이 다른 전문가와 현장 활동가의 목소리를 폭넓게 취재하고, 각지의 원주민들이 오래도록 쌓아 온 지혜와 현대 과학의 발견을 조화롭게 활용할 수 있음을 역설한다.
저자는 말한다. “공존이 늘 평화롭고 달콤할 수는 없다”고. 문제는 매번 새롭게 발생할 것이고, 우리는 그때마다 ‘겸손한 앎’에 기반한 상생 규칙을 도출할 수 있을 따름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기 위하여 사회를 만들고, 규칙을 세우는 것처럼 말이다. 서식지에 식량이 부족한데 인간의 영역에는 먹이가 풍부하다면, 동물은 민가로 내려올 것이다. 특정 동물을 마구잡이로 도살하거나 내키는 대로 도입한다면, 생태계의 균형은 머잖아 무너질 것이다. 저자가 ‘사후 약방문’이 아닌 ‘사전 준비’를 강조하는 이유다.
과학과 문화를 가로지르고 실험실과 현장을 분주히 쏘다니는 저자를 바쁘게 따라다니다 보면, 우리는 “정말로 자연을 이길 길은 없다”는 당연한 사실과 새삼 마주치게 된다. 동시에 유쾌함과 따스함, 호기심과 엄정함을 잃지 않는 저자의 서술을 통해, 우리는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비인간 이웃들’과 살아가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