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아이에게도 본능적인 도덕감정이 있다고 믿게 되었을까? 그리고 그 믿음은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 이 책의 출발점은 바로 이 질문이다. 예일대 심리학과 교수이자 세계적 심리학자인 폴 블룸은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마음속에 어떤 ‘철학적 직관’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그는 아기의 인지 능력을 정밀하게 관찰한 일련의 실험들을 통해, 인간은 본능적으로 육체와 정신을 별개의 것으로 여기는 이원론적 직관을 가지고 태어나며, 그것이 인간 본성을 형성하는 틀로 작용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이원론적 직관은 단순한 감각 차원을 넘어 사회·문화적 판단으로까지 이어진다. 우리가 영혼을 믿고, 죽은 이의 셔츠를 입기 꺼려하며, 타인의 고통을 상상하는 능력을 갖는 것은 모두 이 이원론적 세계관의 산물이다.
저자는 이 단순한 발견을 시작점 삼아, 철학과 진화심리학, 인지과학을 넘나드는 경이로운 여정을 펼친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의 심리에는 ‘보이지 않는 본질’을 추적하는 인식 체계가 자리하고 있다. 우리는 대상이 가진 외형이나 행동보다 그 안에 깃든 ‘정체성’이나 ‘의도’ ‘내면’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이로 인해 인간은 예술 작품의 원본과 복제품을 다르게 평가하고, 똑같이 생긴 물건에서도 ‘누가 사용했는가’에 따라 가치를 다르게 부여한다. 이러한 본질주의적 사고는 도덕, 종교, 예술, 심지어 경제와 정치적 판단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문화 전반을 이끌어가는 심층 동력으로 작용한다.
결국 이 책은 인간 본성의 가장 깊은 층위에 있는 이원론과 본질주의의 연결고리를 해부하며, 인간 정신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통로를 연다. ‘왜 인간은 인간답게 생각하고 느끼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저자는 우리가 흔히 ‘문화의 산물’이라 여겼던 믿음과 감정, 가치 판단들이 사실은 생물학적 진화의 결과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은 ‘AI 시대에 인간만의 고유한 정신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오늘날에 더욱 주목해야 할 통찰을 던진다.
또한 이 책은 인간 본성에 대한 데이터 기반 접근의 기준을 제시한 획기적 작업의 결과이다. 책에서 언급한 인간 본성에 대한 수많은 명제들은 오늘날 AI 윤리, 신경철학, 문화진화론 등 현대 쟁점에서도 활발히 재해석되며 인간을 이해하는 새로운 렌즈를 제공한다. 이 탐구의 과정은 오늘날처럼 인간과 인공지능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우리 앞에 던진다. 과연 인간만이 지닌 고유한 정신 구조란 무엇인가? 인공지능은 타인의 고통에 ‘응답’할 수 있는가?
이 책은 그런 질문에 대한 가볍지 않은 통찰(인간과 기계를 가르는 것은 사고의 속도나 계산 능력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본질을 감지하고, 타인의 마음을 추측하며, 자기 안의 모순과 한계를 끝까지 성찰하려는 능력이라는 것)을 제공한다. 저자는 우리는 생각하는 존재이자 ‘도덕철학자’로서 우리에게 주어진 이성을 더욱 가꾸고 강화해나가야 함을 이야기한다. 기술이 진화해도 변하지 않는 인간다움의 본질(이성과 감정의 균형, 개인과 공동체의 조화)을 탐구하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은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