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넘쳐나고, 인간은 배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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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5.07.07 07:25:17
  • 호수 15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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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츨라프 스밀 / 김영사 / 2만2000원

세계는 지금 기아와 식량 낭비라는 모순된 두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인류는 필요한 양보다 30% 이상 많은 식량을 생산하고 있지만, 여전히 8억명 넘는 사람들이 굶주린다. 기후변화와 자원 고갈로 식량 체계는 한계에 부딪혔고 100억 인구 시대를 앞둔 지금, 이와 같은 방식으로는 더 이상 인류를 먹여 살릴 수 없다.

<음식은 넘쳐나고, 인간은 배고프다>는 이러한 현실을 과학적이고 구조적으로 분석하며, 우리가 직면한 식량 시스템의 문제점을 낱낱이 파헤친다.

저자 바츨라프 스밀은 환경과학자이자 경제사학자로 에너지·식량·환경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다. 그는 이 책에서 감정이나 이념이 아닌 ‘사실’에 근거해 식량 시스템을 날카롭게 통찰하며, 기후 위기, 자원 고갈, 식습관과 문화적 차이, 경제 구조, 글로벌 불평등이라는 복합적 요인을 통합적으로 조망한다.

왜 이토록 많은 음식이 버려지는가? 인류는 왜 수십만 종의 식물 중 단 20종만을 소비하는가? 소, 돼지, 닭 등 일부만 먹고 그 외의 동물은 어떻게 식탁에서 배제됐는가? 광합성의 비효율성, 물과 비료 자원의 낭비가 식량 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비건, 배양육, 곤충은 해법이 될 수 있는가?

식탁 위의 철학에서 농업 기술, 가축 소비의 생태적 비용까지, 우리가 무심코 반복하는 ‘먹는 행위’에 담긴 거대한 인류적 과제와 지속 가능한 생존 방식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시한다.저자는 수치와 통계, 역사와 과학을 통해 식량 과잉과 기아가 어떻게 공존하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획기적인 기술보다 점진적이고 지속 가능한 변화’야말로 기후 위기와 인구 증가 속에서 인류를 먹여 살릴 해법임을 강조하며 기아 문제를 경제 구조, 문화적 선택, 윤리적 실천의 관점에서 풀어낸다.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식량 시스템 전 과정을 정밀하게 해부하며,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할지에 대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기준을 제안한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우리의 식탁은 전보다 풍성해지고, 선택은 보다 분명해질 것이다.


이 책은 단지 식량 생산과 소비에 관한 논의가 아니다. 무엇을 먹고, 무엇을 버릴 것인지, 우리가 매일 무심코 하는 선택이 인류 전체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식량 시스템은 더 이상 농업이나 과학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기후 변화 대응, 생태 보전, 윤리적 소비, 글로벌 정의를 아우르는 핵심적 이슈다.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식탁 위를 넘어 세계를 다시 보는 일이다. 익숙하다고 믿었던 식문화와 유통 구조, 식품 산업의 이면에 숨겨진 구조적 불균형을 깨닫는 순간, 독자는 더 이상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먹고 소비할 수 없게 된다. 저자는 문제를 지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작지만 실천 가능한 변화의 방향을 안내한다.

배양육이나 곤충 단백질을 당장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즉시 비건 식단을 시작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무엇을 알고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기준을 제공한다. 이 책은 궁극적으로 묻는다. 인류는 기술로 배고픔을 해결할 수 있는가, 아니면 인식과 태도의 전환이 먼저인가? 이는 우리 모두에게 향한 질문이자, 오늘의 식탁에서 시작되는 내일의 해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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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