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새 대통령에 바란다 - 김진우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

“좌우 아닌 가운데서 봐 달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실상은 알려진 것보다 혹독했다. 그 판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도 버티지 못하고 나가 떨어졌다. ‘불황’이라는 불이 번지는 속도가 끄는 속도보다 훨씬 빨랐다. 급한 불이라도 끄겠다며 동원한 물은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밖에 안 됐다.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전국가맹점주협의회(이하 전가협) 사무실서 만난 김진우 공동의장의 얼굴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만 해도 총회, 국회서 열리는 회의 등으로 일정이 꽉 찬 상태였다. 서울 송파구 배달의민족 본사 앞에서 농성도 한창이었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사장님’이기도 했다.

팔수록 손해

2013년 8월 가맹사업법이 개정되면서 가맹점주가 단체를 구성해 본사와 협상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를 발판으로 2018년 10월 전가협이 설립됐다. 현재 대한제과외식가맹점협회·전국자동차정비사업자연합회 등 업종별 연합단체를 비롯해 60여개 개별 단체, 4만5000여 가맹점주가 참여하고 있다.

김 의장은 “자영업자가 처해 있는 현실이 너무 열악하다. 많은 자영업자가 개인회생을 신청하거나 파산에 이르고 있다”고 한탄했다. 자신이 운영 중인 고깃집을 언급하면서도 “계엄 이후 매출이 ‘빵(0원)’인 날이 생겼다”고 말했다. 20년 가까이 피자집을 운영하는 등 25년째 자영업을 해온 입장에서 “요즘만큼 힘든 적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한 달에 2~3일은 손님이 1명도 없는 이른바 ‘공치는 날’이었다. 인터뷰 전날에는 매출 10만원을 찍었다고 했다. 임대료, 재료비, 아르바이트생 급여 등을 따지면 하루에 70만~80만원은 벌어야 하는데 매일 손해를 보는 상황이었다. 한 달로 따지면 매달 400만~500만원 마이너스가 나고 있었다.


김 의장은 현재 가맹점주를 비롯한 자영업자에게 가장 필요한 문제로 ‘수수료 인하’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본사의 갑질에 고통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최근에는 플랫폼 업체까지 등장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 의장은 “본사에도 뜯기고 플랫폼 업체에도 뜯기다 보니 남는 게 없는 수준이 아니라 마이너스를 찍고 있다”고 말했다.

배달업계는 ‘코로나 특수’를 업고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다. 코로나19 창궐로 이동과 모임 등이 제한되면서 배달앱 사용량이 급격하게 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플랫폼은 정액제 방식을 사용했다. 매달 정해진 돈만 내면 됐기에 자영업자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배달업계가 급성장하면서 수수료는 정률제(비율에 따라 부과)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 과정서 수수료가 몇 배나 치솟았다.

자영업자 본사-플랫폼 이중고
수수료 낮추고 대출이자 고정

김 의장은 “정액제로 수수료가 부과될 때는 ‘우리 가게가 여기 있습니다’라는 뜻의 깃발을 3~4개만 꽂으면 됐다. 일종의 광고비인데 8만8000원으로 계산하면 40만원 정도다. 그런데 정률제로 바뀌면서 그 정도 광고를 하려면 200만원 넘게 나간다. 과거에는 개업 초기에 (깃발을) 10개 정도 꽂고 단골손님이 생기면 줄이는 식이었는데 이제는 아예 그 시스템 자체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김 의장은 “배달앱을 사용하는 사람이 늘면서 배달료가 너무 비싸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그러자 플랫폼 업체는 배달료를 줄이는 게 아니라 자영업자에게 전가했다. 예전에는 배달료를 어떻게 부과할지 가게서 정할 수 있었다”며 “예를 들어 배달료가 5000원이면 가게가 2000원을 부담하고 소비자에게 3000원을 내라고 하는 식이다. 마진이 안 나오면 그 정도를 조정할 수 있었다는 뜻으로, 소비자와 가게 모두에 선택권을 주는 방식이었지만 지금은 그게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 업체는 자영업자와 소비자 사이의 접점을 계속 없애고 있다”며 “플랫폼 업체를 통해서만 소비자와 접촉할 수 있으니 종속될 수밖에 없다. 배달하려면 플랫폼 업체를 써야만 하는 구조로 가는 상황인데, 지난해 배달의민족 매출액이 4조3000억원이다. 자영업자의 호주머니서 나간 돈으로 플랫폼 업체만 배를 불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현재의 수수료 부과 방식이 매출에 상관없이 적자를 만드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배달 매출이 높을수록 내점에서 나오는 이익을 까먹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수수료 문제 해결을 위해 플랫폼 업체와 자영업 관련 단체가 모여 상생안을 내놨지만 전가협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농성에 돌입했다.

김 의장은 플랫폼 업체와 자영업자가 상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양쪽 모두 일정 정도 만족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수수료를 낮추면 플랫폼 업체가 망하고 높이면 자영업자가 망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플랫폼 업체 간 경쟁이 심하다 보니 마케팅 비용이 상상을 초월한다. 그 비용을 줄이면 수수료를 낮출 여력이 생긴다. 쓸 돈을 다 쓰면서 돈이 없다고 하면 누가 이해하겠나. 플랫폼 업체서도 줄일 수 있는 비용을 산출해 그만큼 양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결국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 때마다 후보들이 시장을 찾으면서 자영업자를 살리겠다고 말하지만 공염불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정부나 국회가 세상이 바뀌는 것을 따라가지 못한다고도 항상 느끼고 있다. 법이라는 게 죽기 전에 만들어져야지 죽어야만 만들어지는 게 무슨 법인가”라고 일갈했다.

고깃집 등 25년째 자영업
“이렇게 힘든 적 없었다”

이어 “윤석열정부 3년 동안 ‘자율규제’를 말했지만 실행된 건 없다. 실제 자율규제가 됐다면 현 상황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기업은 법이 없으면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카드 수수료, 부동산 수수료 모두 정부가 어느 정도 관여하고 있지 않나. 배달 수수료 문제도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 안 그러면 자영업자들 다 죽는다”고 호소했다.

자영업자에게 30만원, 50만원씩 지원하는 방식은 ‘언 발에 오줌 누기’밖에 안 된다고 단언했다. 현금을 지급하는 것보다 구조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자영업자에게 진짜 도움이 되는 방식은 공공플랫폼을 전국에 깔아서 활성화하는 것이다. 수수료가 줄어 자영업자가 돈을 벌면 소득세도 더 걷지 않겠나. 그게 선순환이라고 본다. 이번에도 배달비를 지원한다고 2000억원 넘게 예산이 잡혀 있더라. 근데 그게 다 어디로 들어가는 줄 아나. 배달의민족, 쿠팡 같은 플랫폼 업체로 간다”고 지적했다.

대출이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의장은 “코로나 시기에 정부 자금으로 자영업자에게 대출해줬는데 이익은 은행이 다 가져가고 있다. 처음 대출받을 때 2%대였던 금리가 지금 6~7%로 3배가 올랐다. 몇 년 새 이자가 3배 넘게 늘어나니 허덕거릴 수밖에 없다. 정부 정책 자금은 고정금리로 지원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수수료나 대출이자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현재 자영업계는 이미 붕괴 상태에 접어들었다는 암울한 진단을 내놨다. 자영업자 100만명이 폐업했다는 언론 보도를 언급하면서 실제로는 그 이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폐업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지경의 자영업자도 100만명가량 될 것으로 봤다.

김 의장은 “폐업하는 데도 돈이 든다. 그리고 폐업하게 되면 대출받은 돈을 일시 상환해야 한다. 문을 닫는 순간 청구서가 날아온다. 다른 일을 해서 대출금을 갚을 수도 있지 않나 하는데 그게 안 되는 거다. 상환 계획서를 낸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유예 기간을 주고 갚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으면 한다. 안 그럼 전부 신용불량자가 된다”고 말했다.

폐업도 못 해

김 의장은 “새 정부는 좌클릭, 우클릭을 떠나 가운데서 바라봐 줬으면 한다. 정책을 폈을 때 누구에게라도 손해가 가면 안 되지 않나. 최저임금제처럼 노동자를 위한 정책이 때로는 자영업자에게는 치명타가 되는 경우가 있다. 이 외에도 자영업자가 역차별을 받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 부분을 고려하고 헤아려서 정책을 펴줬으면 좋겠다”고 말을 맺었다.

<jsja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