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밑 전세가율’ 이참에 사버려?

아파트 매매 가격은 떨어지고 전세 가격은 오르면서 전세가율(매매 대비 전셋값 비율)이 상승하고 있다. 올해도 전세가율은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돼 ‘갈아타기’ 수요로 인한 매매 거래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세가율은 매매가격 대비 전세 가격의 비율로, 전세가율이 높을수록 집값과 전세 가격의 차이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전세가율이 높아져 매매 가격과 차이가 적어지면 매매 수요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통상 기준점은 60~70%로 본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가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월 수도권 전세가율은 62.2%를 기록했다. 같은 해 1월 전세가율이 60.8%였음을 감안하면 1.4%p 상승한 수치다.

60~70%
기준점

수도권 지역서 전세가율이 가장 높게 상승한 지역은 인천 67.6%(3.3%p 상승)과 경기 65.5%(1.7%p 상승), 서울 54.2 %(0.2%p 상승) 순으로 집계됐다. 전국은 지난해 12월 67.8%의 전세가율을 기록해 같은 해 1월(66.8%) 대비 1%p 상승했다.

전세가율이 높아지면서 수도권 아파트 매매 거래량 역시 급증하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1~11월) 수도권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0만9435건을 기록했다. 이는 2023년(1~12월) 수도권 아파트 매매 거래량(16만6720건)에 비해 4만건 이상 많아진 수치다.


부동산 정보업체 관계자는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도 줄어들고 있어 앞으로 전세 매물의 희소성은 더욱 부각될 전망”이라며 “전세가율이 높아지고 있는 수도권 지역서 인기 아파트 공급이 이어져 수요자들의 매매 전환을 부추길지 관심이 집중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전세가율이 높아져 매매 가격과 차이가 적어지면 매매 수요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강도 대출 규제로 인해 매매 수요와 가격은 내려갔지만, 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

매매가 떨어지고 전세가 오르고
갈아타기 수요↑ 전환 가능성↑

KB부동산 기준 지난달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은 0.15% 하락했지만, 전셋값은 0.02% 올랐다. 서울의 경우 매매 가격은 0.06%의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전셋값 변동률이 0.07%로 더 높았다. 이 같은 전세가 상승 현상은 전세수급지수서도 드러난다.

KB부동산 조사 결과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26.1, 서울은 125.5로 기준선인 100을 훌쩍 넘겼다. 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임대인 우위 시장인 것이다.

올해 공급 물량이 급감할 예정이라 전세가율 상승은 지속될 전망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임대 제외)은 4만3181가구로, 전년 동기(7만4356가구)보다 41.93%(3만1175가구) 줄어든다.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00년 이후 두 번째로 적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높은 전셋값에 피로감을 느낀 이들이 유망 지역을 중심으로 청약과 분양 신청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서의 주택 구매는 장기적으로 볼 때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면서도 “개인의 재정 상황과 향후 주택시장 전망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봄 이사철
움직임은?

지난해 전국서 아파트 전셋값이 가장 많이 뛴 곳은 인천 부평구와 서구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 전세가가 강세를 보인 이유는 지난해 전셋값이 약세였던 데다 서울지역 전셋값 급등으로 일부 수요가 이주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인천 부평구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지난해 1월1일 이후 12월 셋째 주(2월16일 기준)까지 11.04% 오르며 전국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인천 서구는 10.89% 올라 2위로 조사됐다. 서울 자치구 중 전셋값 상승세가 가장 가파른 성동구(9.55%)와 비교해 1.5%포인트가량 차이가 난다.

서구 청라동 ‘청라호수공원 한신더휴’ 전용면적 84㎡ 전세는 지난해 12월 4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같은 해 1월 전세가 3억3000만~3억7000만원(갱신 제외)과 비교해 약 1억원 상승했다. 부평구 산곡동 ‘부평두산위브더파크’ 전용 59㎡는 지난해 12월 전세 계약이 3억2000만원에 이뤄져 최고가를 썼다. 지난해 초 전셋값(2억5000만원)보다 7000만원 올랐다.

다음은 전국 최고 전세가율을 보인 인천 부평구와 서구 신축 단지.

▲부평 두산위브 더파크= 인천광역시 부평구 산곡동 52-11번지 일대를 재개발로 공급하는 아파트인 ‘부평 두산위브 더파크’가 임대 세대를 분양 매각한다. 2022년 11월 입주한 아파트로 총 10개 동, 지하 4층~최고 26층, 799가구 규모다.

이번에 매각 대상이 되는 세대는 110동 전용 39.7946㎡(6세대), 49.9486㎡(19세대)다. 전용 39타입(구 17평형)은 1.5룸, 49타입(구 21평형)은 2룸 소형 평형으로 1인 가구나 신혼 부부 등에게 적합한 구조로 제공된다. 현재 3년 차 전세 입주로 갭투자, 실입주 가능하며 주변 신규 분양가 대비 저렴하게 선착순으로 매각 중이다.

지상 주차 없는 공원형 단지로 설계되는 것은 물론 아이들을 위한 테마형 놀이 공간 4개소, 다양한 체력 단련 시설을 갖춘 운동 공간 및 커뮤니티 광장을 조성한다. 또 단지 내 산책로 겸 생활형 트랙을 설치하는 등 건강 친화형 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가장 뛴 곳?
부평·서구

지하철 7호선 연장선 구간 산곡역이 도보 거리에 있다. 이용하면 서울 강남권까지 환승 없이 한번에 이동할 수 있다. 또 GTX-B 노선 환승역(예정)으로 개발되는 부평역(경인선·인천도시철도 1호선)도 이용할 수 있다. 이 노선은 송도국제도시부터 시작해 부평과 서울 여의도·용산·서울역·청량리 등 서울 주요 도심을 거쳐 남양주 마석까지 연결된다.

원적산과 장수산이 단지를 둘러싸고 있으며 인천 나비공원과 원적산공원, 원적산 체육공원, 뫼골놀이공원 등도 가깝다. 이 밖에 롯데마트(부평점)와 롯데하이마트(산곡점), CGV(부평점), 인천 북구도서관, 인천삼산 월드체육관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단지 남단에는 마곡초교와 산곡북초교가 있으며 청천중학교도 도보 거리에 있다. 인천의 명문고인 세일고와 명신여고, 인천외고 등도 통학 가능하며 청천학원가도 근거리에 있다.

▲두산위브 더센트럴 부평= 인천 부평 삼산동에 짓는 ‘두산위브 더센트럴 부평’이 선착순 동·호 지정 계약을 진행 중이다. 지하 4층~지상 최고 25층, 6개동, 총 500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이 중 전용면적 50㎡ 16가구, 52㎡ 22가구, 63㎡ 103가구 등 141가구가 일반에 분양 중이다.


계약금 1000만원으로 입주 예정일인 2028년 4월까지 추가비용 부담이 없어 수요자들의 자금 마련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원하는 동과 호수를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으며 실거주 의무 기간도 따로 적용받지 않는다. 분양권 전매는 2025년 10월 이후 가능하다.

가구 내부에는 에너지절약시스템, 안전시스템, 웰빙시스템, 디지털시스템 등 다양한 특화시스템이 적용된다. 또 유리난간 창호, IoT시스템 등 두산건설만의 특화 설계를 선뵌다. 특히 AI 월패드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가구 내·외부를 제어할 수 있어 스마트 라이프를 실현시킬 전망이다.

피트니스센터, 스크린골프장, 작은도서관 등 다양한 커뮤니티시설이 마련될 예정이다. 단지 곳곳에 풍부한 조경시설을 갖췄으며, 지상 공간의 공원화로 도심 속에서도 풍부한 녹음을 즐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높은 전셋값에 피로감↑
청약·분양 신청 적극

서울지하철 7호선 굴포천역과 인천지하철 1호선 갈산역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서울 및 수도권 주요 지역으로 빠른 이동이 가능하다. 차량을 이용할 경우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중동IC), 경인고속도로(부평IC)와 국도 6호선, 봉오대로 등을 이용해 서울 및 수도권 지역으로 이동도 가능하다. 향후 GTX-B 노선(예정), D·E 노선(계획)과 더불어 대장홍대선(예정) 등 광역 교통망 개발이 예정돼있다.

도보 거리에 삼산초, 삼산중, 부일중이 자리 잡고 있다. 단지 반경 1㎞대 거리에 영선고, 삼산고, 진산과학고 등 명문 학군이 들어서 있다.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삼산시장, 삼산농산물도매시장 등 편의시설 이용이 쉽고 뉴코아아울렛, 현대백화점, 웅진플레이도시 등이 조성돼있다. 또 굴포천, 삼산체육공원, 서부간선수로 등 쾌적한 자연환경도 누릴 예정이다.


▲부평 산곡역 효성해링턴플레이스= 효성중공업이 시공하는 ‘부평 산곡역 효성해링턴플레이스’가 분양한다. 지하 3층에서 지상 45층까지 고층으로 건설될 예정이다. 14개동 2475세대로, 일반 분양 물량은 보류분을 제외한 1231세대다.

서울도시철도 7호선 산곡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초역세권 입지에 위치해 있다. 산곡초등학교와 부마초등학교, 산곡중학교, 명신여자고등학교 등 여러 학교와 인접해 있다. 부평구는 인천서 서울 접근성이 가장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주택이 낡아 주거환경이 떨어지는 것이 약점이었다.

특히 청천동과 산곡동 일대 재개발 사업이 끝나면 약 1만5000가구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 부평구에 새로운 신흥 주거타운으로 자리 잡을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검단신도시 푸르지오 더 파크= 대우건설이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AA28블록 일원에 시공하는 ‘검단신도시 푸르지오 더 파크’는 검단신도시 내 희소성 높은 메이저 브랜드 단지로 대형 건설사 프리미엄과 분양가 상한제로 실수요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지하 5층~지상 20층, 13개동, 총 919가구 규모로 건립된다. 전용면적은 84~99㎡이다. 입주는 2027년 12월 예정.

단지는 최초 입주자 선정일(당첨자 발표일)로부터 3년 이후에는 입주 전까지 분양권 전매가 가능한데, 이 단지의 경우 당첨자 발표일(2024년 11월20일)로부터 3년이 지난 2027년 11월21일 이후 전매가 가능해진다. 입주 지정 기간은 일반적으로 60일(예정)로 지정된다. 입주 전 전매는 취득세를 절감할 수 있으며, 잔금 부담이 없다.

에너지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가 가능한 ‘실시간 에너지 모니터링 시스템’부터 스마트폰을 소지하면 공동 현관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엘리베이터가 자동으로 내려와 대기하는 ‘원패스 시스템’, 조명 제어, 난방 제어, 원격 검침, 엘리베이터 호출까지 가능한 월패드(Wall-Pad) 등 스마트한 시스템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전 가구에 각 동 지하 4층에 위치한 세대 창고, 세대 내 현관 창고 및 드레스룸을 기본 제공해 넉넉한 실거주 공간을 구성했다. 삶의 질을 높이고 일상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푸르지오만의 옵션 상품인 ‘라이프 업’ 상품을 통해 공간 활용성을 높인 주방 특화 및 수납 시스템 등과 세련된 공간을 연출하는 마감 특화 옵션인 스타일링 상품을 도입했다. 전용면적 84㎡B의 경우 알파룸이 기본으로 제공된다.

장기적으로?
“신중해야”

인천2호선 완정역을 도보로 이용 가능하다. 단지 반경 1㎞ 내에는 마전중과 검단고 등이 위치하며 특히 500m 내에는 마전초가 위치해 도보 통학이 가능하다. 각종 상업시설, 병원, 은행 등은 물론 롯데마트(검단점), 이마트(검단점)와 같은 대형마트도 있다. 출퇴근이 빨라질 쾌속 교통 수혜도 기대된다. 인천 계양구 귤현동서 서구 검단신도시까지 총 6.825㎞를 연장하는 인천1호선 검단 연장선인 검단호수공원역(2025년 예정) 호재가 있다.

<webmast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12·3 계엄 당일 내란 주동자들은 정치인과 판사 등 자신들이 반국가 세력으로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위해 서둘렀다. 하지만 준비가 된 것은 각 군의 사령관들뿐이었다. 계엄사령부와 합동수사본부의 설치는 훈련 상황서도 24시간가량 걸리는데 이를 간과한 것이다. 미리 계엄을 준비했다는 증거가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에 실무진에게 준비시키지 않은 점이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주도자들이 정치인과 판사 등 ‘좌파세력’이라고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그 내막에는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본)의 미설치가 있다. 진술 나오자 다른 전략 <일요시사>가 검찰 진술 조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계엄이 시작된 계기와 14명의 체포 미수 및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불법 점거의 실패 이유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를 꼽았다.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국회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립은 심각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당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법안을 통과시켰고 윤 전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사용했다. 또 야당은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한 검찰들에 대한 탄핵을 시도하고 김건희씨와 관련한 특검법을 계속 발의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7일경, 윤 전 대통령이 관저 식사 자리서 “수사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검사를 탄핵하고, 재판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판사를 탄핵하고, 헌법재판소가 마음에 안 들면 정족수를 자르고, 이게 나라냐.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국가 세력의 준동에 관해 청주간첩단 및 창원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수사 과정서 잡은 인원들을 판사 기피 신청이 들어오면 단기간에 결정하는 것이 상식인데 6개월이나 결정을 하지 않아 간첩들의 구속 기간이 끝나 다 풀려나 돌아다니는데도 이런 것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니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미래 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비상계엄)이 필요하겠다”고 강조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야당의 패악질로 나라의 미래가 없다. 국가 비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들은 비상계엄 관련 논의를 했다. 이때 체포 명단인 이른바 ‘좌파 세력’ 14명의 명단과 군대를 어떻게 투입할지 등을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들은 체포 명단의 사람들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게다가 내란 주동자들은 검찰 진술과 형사 법정 등에서도 체포하려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합수부 미설치로 체포 불가” “합수부 없어 시작부터 위법” 김 전 장관은 검찰에 “주요 정치인 등에 대한 검거를 시도한 바 없다. 혐의가 있어야 검거를 시도하지 않겠냐”며 “언론에 나오는 위치 추적 등은 포고령에 따라 정치활동이 금지되고 있는 상황이니 주요 정치인 몇 분과 부정선거 등과 관련해 사회서 의혹이 제기되는 사람들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라고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의 진술로 체포 명단이 실제로 존재했으며 체포를 지시하고 시도했다는 것마저 모두 드러났다. 체포 시도가 있었다는 진술이 계속해서 나오자 내란 주동자들은 다른 전략을 세우게 된다. 바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진술서 합수본이 미설치돼 체포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사령부와 합수본이 설치되는 과정이라 검거가 불가능하다”며 “합수본이 설치되려면 검찰과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데 아무런 대비도 없이 체포부터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술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은 계엄 직후 선관위에 국군 정보사령부 부대원들을 보내 선거인 명부 관리 서버를 장악하고 선관위 당직자들에 대한 통신 제한(휴대전화 압수)과 감금이 위법한 수사 활동임을 나타내고 있다. 계엄이 터지면 통상적으로 합수본 역할을 맡는 국군 방첩사령부 관계자도 검찰 진술 당시 선관위 투입은 잘못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영희 방첩사 비서실 1과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방첩사 소속 군인들로 하여금 중앙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도록 지시하거나 계엄 해제 이후 관련 증거를 제거하도록 시킨 것은 자신들의 정당한 권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성 미리 알고? 박성하 방첩사 기획조정실장은 “현장에 나가 있던 소위 체포조에 대해서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전시에도 방첩사가 일부 범죄에만 수사권이 있기 때문에 전시나 계엄 상황이라도 관할권이 없는 선관위나 정치인 등 체포나 점거는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합수본(방첩사)은 직접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역 합수단서 해야 할 일을 방첩사 인원으로 진행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 군검찰 출신 변호사는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임명하는 군사경찰 관리, 경찰공무원, 국가정보원 직원 중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 그 밖에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구성된다”며 “또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지정한 사건의 수사와 정보기관 및 수사기관의 조정·통제업무를 관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선관위로 투입된 인원들은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지도, 임무를 하달받지도 않았다”며 “게다가 합수본까지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시작부터 위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보사와 방첩사 모두 계엄사령군(군사경찰)이 아니기에 정당한 절차가 없었다면 반란군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은 계엄 업무를 해본 김 전 장관이 왜 무리수를 뒀는지다. 김 전 장관은 대한민국 합동참모부서 작전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합참 작전본부에는 계엄과가 편제돼있기 때문에 김 전 장관이 계엄군과 합수본 지정 및 운용 등을 몰랐다고 보기 힘들다. 합참 계엄과서 편찬하는 계엄실무편람에도 잘 나와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논란을 줄이기 위해 계엄이 선포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하면서 박안수 전 육국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합동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일부 사령관 등에게만 공유됐던 12·3 계엄 작전은 계엄사령부가 설치되기도 전에, 합수본이 설치되기도 전에 끝났다. 사령부만 알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 조서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사령관에게 국회와 선관위 출동을 하면서 방첩사에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서 임무 수행을 하라고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이 방첩사에 지시한 임무는 경찰과 국방부 조사본부에 100명씩 인원을 요청하고 선관위로 먼저 투입된 국군 정보사령부가 접수한 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라는 지시였다. 국방부 조사본부와 경찰에 인원 요청을 한 것은 정치인, 판사, 등 민간인 체포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조사본부는 방첩사가 요청한 수사관 지원 요청을 4차례 거절했다. 조사본부 한 관계자는 검찰 조사 당시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이후 방첩사로부터 수사관 100명 지원을 네 차례 요청받았지만,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응하지 않았다”며 “이후 합수본 실무자 요청에 따라 시행 계획상 편성돼있는 수사관 10명을 지난해 12월4일 오전1시8분 출발시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의 수사관 파견 요청에는 불응했고, 계엄 시행 이후 방첩사를 중심으로 꾸려지는 합수본 요청에는 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관이 파견된 시간은 이미 계엄 해제 의결이 이뤄진 뒤였다. 합수본이 계엄 해제와 비슷한 시기에 모양새라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 전 장관이 계엄 직후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여 전 사령관에게 합수본 설치를 지시했지만 설치가 늦어진 이유가 있다. 방첩사에 내려진 지시는 좌파세력 체포와 합수본 설치, 검찰과 경찰 및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협조 요청 등으로 내란 주동자들에게는 어느 것 하나 미룰 수 없는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기획조정실장은 “부대에 도착해보니 OOO회의실에 여 전 사령관이 이경민 참모장, 이창엽 비서실장과 같이 있었다”며 “합수본 설치 지시를 받으려 사령관에 물어봤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여 전 사령관이 다른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합수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우리 대원들은 다 나가 있다’고 말하며 통화에만 집중했을 뿐 합수본 설치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계엄 6개월 전부터 준비 실무진만 ‘닭 쫓던 개’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이 될 텐데 방첩사는 계엄 선포 예정 사실을 알고 준비하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계엄이 선포되면 합수본을 설치해야 하는 사람이 나다. 하지만 나는 해당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체포조를 운영한 수사단장도 해당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그는 “방첩사 비상소집이 완료된 시간이 지난해 12월4일 오전 1시4분”이라며 “합수본은 기본 시설도 갖추지 못한 상태서 계엄이 해제됐다”고 말했다. 방첩사 인원들이 전원 소집되는 시간에 이미 계엄은 해제된 것이다. 방첩사의 작전 계획상에는 상황실 설치에 8시간, 합수본 설치에 24시간을 예정하고 있는데 비상계엄이 3시간 만에 해제됐다. 본부 설치에만 24시간이 걸리며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아 합수본을 완전히 구성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 군사학과 교수는 “계엄 선포에 대해 사령관과 참모진 외에 실무자에게도 공유가 됐다면 미리 합수본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가 계엄이 선포된 후 바로 체포를 진행했을 것”이라며 “이번 계엄의 패착은 이전 계엄과 달리 빠르게 대처한 국회를 막지 못한 것과 계엄사령부부터 합수본까지의 실무자들이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방첩사 사령부에서는 미리 계엄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방첩사 소속 간부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방첩사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체결한 MOU에 언급된 ‘합동수사본부’는 계엄 시 설치되는 합수부가 맞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와 국수본은 지난해 6월28일 ‘안보범죄 수사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합동수사본부 설치 시 편성에 부합하는 수사관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방첩사가 계엄을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지휘부에서 최초에는 지난해 5월 초순경 3주안에 체결하라는 지시를 했다”며 “보통 미국 국방정보국(DIA) 등 해외정보수사기관과 이런 MOU를 맺고, 국내 기관은 관련 법령이 있어 MOU를 맺지는 않는다. 국내 기관과 MOU를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고, 굳이 이런 MOU를 맺는 게 의아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다만 조지호 경찰청장은 해당 MOU에도 불구하고 계엄 당일 수사관 지원 요청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조 청장은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나와 “방첩사 주관으로 수사본부가 꾸려질 수 있으니 경찰서 필요한 인력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준비하겠다고 했다”고 밝혔으며 계엄 당일 수사관 81명이 방첩사 요청으로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과 구상 흡사 내란 주동자들은 경찰력을 대거 방첩사로 파견해 합동수사본부를 꾸리고 정치인 체포 작전을 벌일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79년 비상계엄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만든 합수본과 흡사한 구상이다. 당시 합수본은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인에 대한 정보 기능을 도맡아 12·12 군사 반란의 수괴인 전두환씨가 권력을 장악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됐다. <kcj512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계엄 사령부 구성도 완전 실패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계엄사령부는 구성조차 못했다. 권영환 전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은 계엄이 선포된 후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계엄사령부 설치를 도와라’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에 그는 육군 본부 참모진들이 올라올 때까지 계엄사 상황실 구성 준비를 했다. 계엄이 선포되면 계엄사에는 2실(비서실, 기획조정실) 8처(정보처, 작전처, 치안처, 법무처, 보도처, 동원처, 구호처, 행정처)를 구성하도록 돼있으나. 권 전 과장이 계엄사 상황실을 구성하고 있을 당시 국회에서는 ‘비상계엄해제 요구결의안’이 가결됐다. 당시 권 전 과장이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에게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됐으니) 법률상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도록 돼있다”고 말하자 박 전 총장은 “그런 것을 조언할 것이 아니라 일이 되게끔 만들어야지 일머리가 없다”며 “올해 연습을 두 번이나 했다고 하면서 구성을 왜 빨리 못하냐”고 꾸짖었다고 한다. 이는 내란 주동자들이 2차 계엄을 생각하고 있었으며 계엄사 구성의 역할이 합참에 있었다는 것을 내포하는 대목이다.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