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외롭게 떠난 김새론

새로운 시작 꿈꿨지만…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배우 김새론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김새론의 사망은 예견된 미래였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는 단 한 번의 잘못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언론과 네티즌들의 타작질에 또 한 생명이 숨을 거두고 말았다. 하지만 여론은 언제 그랬냐는 듯 180도 돌변해 김새론을 추모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대체 누가 김새론을 죽음으로 내몬 것일까?

배우 김새론이 지난 16일 오후 4시54분경 서울 성동구 자택서 숨진 채 발견됐다. 만나기로 약속했던 친구가 집을 방문했다가 이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즉시 김새론을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결국 숨을 거뒀으며, 발견 당시 심정지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폭로 영상
고통 호소

현장서 외부 침입 흔적 등 범죄와 관련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17일 국가수사본부 정례 브리핑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변사사건으로 처리할 예정”이라며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고, 별다른 추가 수사 내용도 없다”고 밝혔다.

김새론은 2022년 5월18일 서울 청담동 부근서 음주 운전 사고를 일으켜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사고로 변압기가 파손되면서 주변 건물 4곳과 가로등의 전기가 일시적으로 끊겼고, 인근 상점 57곳에서는 카드 결제가 한동안 불가능해지는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그는 현장서 음주 측정을 거부하고 채혈 검사를 요청했으며, 검사 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취소 기준인 0.2%에 해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고로 인해 김새론은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으며 자숙의 시간을 가졌다. 사고 전 촬영을 마친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에서 ‘차현주’역을 맡았으나, 대부분의 촬영분이 편집됐고, 후반부에서는 다른 배우로 대체됐다.

자숙 기간 동안 김새론은 생활고를 겪으며 카페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방송 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입 대부분을 가족의 생활비와 부모의 사업 자금으로 사용했으며, 음주 운전 사고로 인해 발생한 위약금과 손해배상금을 감당하지 못해 전 소속사로부터 약 7억원을 빌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 인해 기존에 거주하던 소속사 명의의 아파트서도 나와야 했다. 채무 상환이 지연되자 소속사는 김새론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상환을 요구했다. 회사 자금을 개인에게 빌려준 만큼, 변제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배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방송 활동이 끊긴 김새론은 채무를 갚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여론의 반응이 워낙 부정적이었던 탓에 복귀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카페와 연기학원 등에서 아르바이트하며 근근이 생계를 유지했으나, 빚을 상환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김새론은 채권자들에게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했고, 반드시 변제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유튜브 채널 ‘연예 뒤통령 이진호’는 2022년 5월 김새론의 음주 운전 사고 이후 그의 근황을 지속적으로 다뤄왔다. 같은 해 11월, 이씨는 제보를 근거로 “김새론이 자숙 기간 중 생일을 맞아 지인들과 술자리를 가졌다”며 비판했다. 이듬해에는 김새론이 생활고로 인해 카페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를 ‘보여주기식 행태’라며 지적했다.

음주 운전 사고 후 방송 끊겨 생활고
알바로 생계 유지하다 극단적 선택

지난달 6일에는 김새론이 SNS에 한 남성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결혼설이 제기되자, 이씨가 직접 사실 확인에 나섰다. 하지만 연락이 닿지 않자 “본인 번호까지 삭제했다”며 “자숙의 진정성이 없고, 유명 연예인으로서 최소한의 책임감조차 없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누리꾼들은 이씨 등 유튜버와 일부 언론 보도가 김새론의 사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권영찬 한국연예인자살예방협회 소장은 지난 17일, 김새론의 빈소서 언론에 “유튜버의 ‘폭로 영상’으로 고인이 큰 심적 고통을 겪었다”고 전했다. 현재 이씨의 유튜브 채널에는 김새론에 대한 영상이 모두 내려간 상태다. 유튜브에는 “한 사람을 죽게 만들고 영상만 내리면 그만인가” “이런 방송 채널은 삭제해야 한다” 등 비판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그룹 AOA 출신 권민아도 이씨를 비판했다. 권민아는 “저도 전혀 일면식 없는 분이라 조심스럽지만, 솔직히 저에 대해서도 예전에 함부로 지껄이고 당해본 사람으로서 다 아는 척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 역겹다”며 자신도 같은 경험이 있음을 밝혔다.

이어 “마치 날, 아니 우릴 오래전부터 지켜봐 온 사람처럼 엄청 가까이 늘 계셨었던 것처럼 허위 사실만 가지고 ‘팩트다’ ‘팩트다’ 세뇌하는 영상이구나. 다 보지도 못하고 껐다”며 “그때 당시에는 당신이란 사람도 무서워서 아무 말도 못하고 상처받고 울었는데, 저도 그땐 솔직히 정신적으로 더 미치는 줄 알았다”고 당시 고통을 회상했다.

김새론의 사망 이후, 지난 19일 방송서 한 연예부 기자는 김새론의 카페 아르바이트가 ‘보여주기식’이 아니었음을 직접 확인한 사실을 밝혔다. 그는 우연히 카페서 아르바이트 중이던 김새론을 마주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김새론의 아르바이트가 가짜라는 기사가 나왔을 때 저도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신사동의 한 카페에 우연히 방문했는데 부엌서 일하다가 쪼르르 와서 ‘주문받을게요, 오래 기다리셨죠’라고 상냥하게 일하는 직원이 있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지인이 ‘저 사람 김새론인 것 같다’고 말해 확인해 보니 정말 김새론이었다”며 “눈으로 직접 일하고 있는 걸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새론에게 자신의 명함과 함께 메모를 남겼다고 한다. “나도 기사를 보고 오해했던 사람 중 한 명인데 정말 미안하다. 그리고 지금 나오고 있는 기사들에 대해서도 내가 대신 사과하고 싶다. 언젠가 좋은 날, 좋은 장소서 꼭 영화로 인터뷰했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이후 카페 사장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는 그는 “그 메모를 본 김새론이 옥상에 올라가 한참 동안 오열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김새론은 개명 후 카페 개업과 연예계 복귀를 준비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의 지인은 “음주 운전 사고 이후 김새론이 이름을 ‘김아임’으로 개명했다”며 “안경을 쓰고 이름도 달라 처음에는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했지만, (카페에서 일하는)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정체가 밝혀졌고 결국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했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고민이 많았다”며 “그럼에도 연기자로서 다시 무대에 서고 싶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칸 영화제
최연소 배우

김새론은 지난해 4월 연극을 통해 활동을 재개하려 했으나, 이씨의 폭로 영상이 공개된 후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결국 건강상의 이유로 하차했다. 당시 그는 이미 법적 처벌과 피해 보상을 마친 상태였으며, TV 드라마나 상업 영화에 출연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김새론의 연극 무대 복귀를 부정적으로 다루며 여론을 형성했고, 결국 그는 무대에 오르지도 못한 채 작품서 하차해야 했다.

김새론은 생전 배우로서 뚜렷한 소신을 가지고 있었다. 과거 한 인터뷰서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에 자주 출연하는 것에 대해 “누군가는 해야 하는 역할”이라며 씩씩한 태도를 보였다. 우울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어두운 이미지가 형성된 것에 대해서도 “세상에는 밝은 아이도 있지만, 어두운 아이도 있을 것”이라며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작품을 선택하는 과정서도 김새론은 확고한 주관을 드러냈다. “내가 하고 싶어서 선택한 것이다. 대본을 읽고 결정하는 건 결국 나다. 부모님과 소속사의 조언을 듣기는 하지만, 최종 선택은 내가 한다”는 그는 “어떤 특정한 장면이나 캐릭터에 끌리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이야기서 여운이 남는 작품을 선택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또, 배우로서 감수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를 견지했다. “연기자가 되겠다고 결심했을 때, 이미 각오한 것이 있다. 내가 감수해야 할 것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며 지금까지 맡아 온 역할에 대해서도 “불만은 없다. 오로지 맡은 캐릭터를 잘 소화하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새론은 영화 <여행자>서 부모에게 버려진 ‘진희’역을 맡아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그는 ‘진희’라는 배역을 연기하며 관객들을 압도하는 연기로 극찬을 받았다. 당시 아역 배우였지만 9세라고는 믿을 수 없는 연기력을 선보였다. 김새론은 이 영화에 출연하며 최연소로 세계 3대 영화제인 칸 국제영화제에 진출했다.

이후 영화 <아저씨>를 통해 대중에게 이름을 널리 알리기도 했다.

김새론의 갑작스러운 비보에 연예계에서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영화 <아저씨>서 함께 연기했던 배우 원빈은 김새론의 빈소를 찾아 눈물을 쏟았다. 두 사람의 인연은 남다르다. 15년 전 개봉한 <아저씨>서 사실상 투톱 주연으로 호흡을 맞추며 각별한 관계를 형성했다.

계속된
마녀사냥

당시 원빈은 ‘딸 바보’라는 별명까지 생길 정도로 어린 김새론을 각별히 챙긴 것으로 유명하다.

원빈은 김새론에게 정성이 가득 담긴 선물들을 주기도 했으며, 김새론도 이를 소중히 간직하며 애정을 표현했다. 과거 미니홈피를 통해 원빈에게 받은 분홍색 미니 노트북과 알록달록한 공주님 머리빗을 공개하며 “아저씨처럼 바른 어른이 될게요. 제 방에 소중히 모셔뒀어요”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김새론과 절친한 친구였던 그룹 악동뮤지션의 이수현도 빈소를 찾아 오열했다. 특히 이수현은 김새론의 빈소가 마련되자마자 곧장 달려와 자리를 지키며 끝까지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우 김보라도 함께하며 김새론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고, 두 사람은 한동안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김새론과 이수현은 연예계서도 소문난 절친으로, 각별한 우정을 이어왔다. 지난 2021년 방송된 예능프로그램 <독립만세>서도 두 사람의 친밀한 관계가 공개된 바 있다. 당시 방송에서는 김새론과 김보라가 이수현의 집을 방문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수현은 두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친해진 지 4~5년 정도 됐다. 단체 대화방서 집 비밀번호까지 공유할 정도”라며 돈독한 우정을 자랑했다. 이어 “지금까지 한번도 싸운 적 없이 잘 지내고 있다”며 “우리 집에 오면 김보라는 청소와 분리수거를 맡고, 김새론은 요리를 한다. 나는 베짱이처럼 논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는 집에 김보라와 김새론을 위한 칫솔과 슬리퍼를 항상 3개씩 준비해둘 정도로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SNS서도 함께 찍은 사진을 꾸준히 공유하며 남다른 친분을 과시해 왔다.

김새론의 죽음에 추모의 물결이 이어지는 한편,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개혁신당 이기인 최고위원은 “여러분, 우리는 못나지고 있다”며 과거 고인을 향한 도 넘은 공격과 비방을 가한 사회를 지적했다.

이 최고위원은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배우 김새론의 사망 소식을 언급하며 깊은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김새론씨가 세상을 떠났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라는 성경 구절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배우 이선균의 명대사를 인용하며 “내가 내 과거를 잊고 싶어하는 만큼, 다른 사람의 과거도 잊어줘야 하는 게 인간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새론씨의 과거 행적을 정당화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가 지금 느끼는 비통함과 참담함, 그리고 무언가 잘못돼가고 있다는 감각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점점 더 잔인해지고 있다. 자신이 정의의 편에 서 있다고 믿는 순간, 죽창을 들고 목표물을 사정없이 공격한다”며 “그 방식이 아무리 공적 범위를 넘어 잔인해도 상관없다고 여긴다”고 지적했다.

개명 후 복귀 준비 중 반복된 좌절
무차별 비난 문화에 대한 성찰 필요

또 “서로를 향한 ‘파묘’가 일상이 되었고, 폭로가 이어지고, 끝까지 쫓아가 상대를 짓이겨 버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그런데도 아무도 이를 제지하지 않는다”며 “이 광기의 책임이 특정 정치 세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상대를 공격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망설임 없이 죽창을 휘둘렀기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이 최고위원은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라도 두 번째 기회를 주는 것, 누군가를 인격적으로 살해하지 않는 것, 섣부른 판단으로 집단 린치를 가하지 않는 것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지키려 했던 가치들”이라며 “이제 다시 그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 지옥도를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있다면 법이 그를 처벌할 것이다. 그러나 ‘그를 바로 세운다’는 명목으로 손쉽게 죽창을 드는 것은 결코 정의가 될 수 없다”며 “이 숨 막히는 지옥 열차를 멈추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예능프로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했던 나종호 미국 예일대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조교수도 배우 김새론의 비보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며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지적했다.

나 조교수는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음주 운전은 분명히 큰 잘못이다. 만약 처벌이 약하다면 그것은 법체계의 문제”라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한번의 실수로 인해 재기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사람을 사회서 매장시키는 것은 건강한 사회의 모습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 사회는 실수하거나 낙오된 사람을 쉽게 버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나간다. 그 모습이 마치 거대한 <오징어 게임>과 같다”고 비유했다.

또 “개인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편이지만, 김새론 배우의 죽음은 벼랑 끝으로 내몰린 결과라는 생각이 너무 강하게 들어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마지막으로 접한 그녀의 소식이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기사였다. 그런데 그 기사뿐만 아니라 그녀가 일한 카페마저 온갖 악플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이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생명을 잃어야, 우리가 타인에게 숨 쉴 틈도 없이 파괴적인 수치심을 부여하는 일을 멈출까”라며 “이제는 사회적 대화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덧붙이며 깊은 슬픔을 표했다.

연예인을 향한 악성 댓글 문제는 오랫동안 사회적 이슈로 지적돼왔다. 지난 2019년 그룹 에프엑스 출신 배우 설리와 카라 출신 구하라, 그리고 지난해 배우 이선균까지, 악성 댓글로 인한 안타까운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더 나아가, 김새론의 사생활을 세세히 보도하며 비난 여론을 부추긴 언론에도 책임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아저씨도
울었다

그가 음주 운전 사고로 활동을 중단한 이후 근황이 전해지거나 복귀를 시도할 때마다, 언론이 그의 일상을 지나치게 부각하며 논란을 키웠다. 또 이 과정서 악성 댓글이 양산됐으며, 다시 기사화하는 방식으로 논란을 지속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보도 방식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논란을 소비하며 대중의 관심을 유도하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으며, 이에 대한 성찰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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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도 못 뚫은 선관위 방패

감사원도 못 뚫은 선관위 방패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안 하는 걸까, 못하는 걸까. 지방선거 이후 선거관리위원회에 쏟아지던 폭발적인 관심이 사그라들고 있다. 그로 인한 나비효과는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정작 핵심은 비껴가는 모양새다. 지난 6월3일 치러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이재명정부 들어 처음 열리는 대형 정치 이벤트였던 만큼 국민의 관심이 매우 높았다. 이미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여당은 압승으로 국정 운영에 동력을 더하고자 했고,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등으로 궤멸 직전에 몰려 있던 보수 진영은 ‘샤이 보수’를 기대하며 유권자에게 읍소했다. 사상 초유 참정권 침해 결과는 절묘했다. 지방선거의 승패를 가를 때 판단하는 광역단체장 수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16개 시도 중 12곳을 석권했다. 하지만 서울을 내줬고 국민의힘의 텃밭인 대구·경북 지역도 빼앗지 못했다. 선거 운동 초반 16개 시도를 전부 싹쓸이할 것으로 예상했던 상황이라 민주당의 실망은 더욱 컸다. 특히 서울에서의 패배는 뼈아팠다. 이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서울시장을 내주면서 중간 평가를 받았다는 말이 나왔다. 실제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방선거 이후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다. 규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이 시장에 먹히지 않았고, 지방선거 직전 상장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여파가 지지율을 흔들었다. 여기까지는 지방선거 이후 늘 나타났던 여파였다. 문제는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실한 관리로 선거의 근간 자체가 흔들렸다는 점이다. 선거가 한창 진행 중이던 시각,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지가 부족한 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선거를 총체적으로 관리, 감독하는 기관이 국민의 참정권을 침해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사태 이후 선관위의 대응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선관위는 투표지가 부족한 투표소의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선관위는 6월5일 투표지를 추가로 송부한 투표소는 67개, 용지가 부족했던 투표소는 50곳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같은 내용은 사흘 뒤인 6월8일 140개 투표소에 추가 투표용지가 송부됐고, 이중 91곳에서 투표지가 부족했다는 발표로 바뀌었다. 3일 만에 각각 거의 두 배씩 늘어난 것이다. 결국 조현욱 전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을 위원장으로 한 진상규명위원회가 꾸려졌다. 진상규명위원회는 10일(6월10일~19일)간의 조사 끝에 “선거 관리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에 관한 책임 소재에 따라 수사 의뢰를 권고한다”며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을 비롯한 선관위 수뇌부 등 12명을 지목했다. 채용 비리 의혹·소쿠리 투표 투표지 부족 사태로 민심 폭발 진상규명위원회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 발생 당시의 상황을 보면 상급위원회에 대한 신속한 보고 체계가 전혀 작동되지 않았다”며 “상급위원회의 지휘권도 전혀 발동되지 않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서울시선관위가 투표 시간 연장을 중앙선관위 보고나 논의 없이 결정했으며 송파구선관위가 투표가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표를 개시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관위 해체에 가까운 대대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선관위의 과거 행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휴직자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현상이 10년여 동안 이어졌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선관위의 존재 의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선거 기간 휴직자의 증가로 인력 공백이 생기면서 ‘소쿠리 투표’ 사건 등 부실 관리 문제가 불거졌는데도 이번 선거에서 같은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중앙선관위가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5차례의 선거 중 휴직자 통계’에 따르면 6·3 지방선거 당일 선관위 직원 179명이 휴직 상태였다. 휴직자의 71%는 육아휴직(127명), 일반 질병(30명), 가족 돌봄 및 해외 동반 휴직(8명), 유학·병역 및 노동조합 전임자(1명) 등의 사유였다. 특히 최근 4년 새 진행된 다섯번의 선거에서 두 차례 이상 휴직한 직원이 97명으로 집계됐다. 2회 휴직자는 77명, 3회 휴직자는 19명이다. 다섯번의 선거 중 4번이나 휴직한 직원도 있었다. 선관위는 휴직자의 대다수가 육아 휴직자인 만큼 법적 권리를 보장했다는 뜻을 밝혔다. 국가공무원법 제71조에 따르면 자녀 양육 및 임신·출산을 사유로 공무원이 휴직을 신청하면 임용권자는 휴직을 명해야 한다. 선관위 직원들의 휴직을 강제로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쌓이고 쌓인 국민 분노 하지만 선관위의 항변은 국민의 분노를 꺼뜨리지 못했다. 무엇보다 선관위 자체가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점을 방패 삼아 각종 문제를 피해 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선관위는 독립성이 생명인 기관이기에 감찰을 받지 않는다. 문제가 발생해도 자체적으로 덮고 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있던 것이다. 이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온 계기는 선관위의 채용 비리 의혹이었다. 2023년 선관위 전·현직 사무총장을 비롯한 고위 간부들의 자녀가 ‘아빠 찬스’를 통해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혜 채용 의혹이 전방위로 번지자 외부 기관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선관위는 독립성을 근거로 자체 조사를 고집했다.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하자 선관위는 결국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의 조사를 받아들였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당시 권익위가 2023년 이전 7년여 동안 선관위의 경력 채용을 전수조사한 결과 58명의 부정 합격 의혹 등 총 353건의 채용 비리가 적발됐다. 권익위는 고의성이 의심되거나 상습적으로 부실채용을 진행한 28명을 고발하고 가족 특혜나 부정 청탁 여부 등 사실관계 규명이 필요한 312건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일각에서는 권익위와 국회 국정조사만으로는 선관위 조사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선관위의 조사 수용 방침 자체가 자신들이 그 범위를 정하는 방향으로 잡힌 점도 논란 거리였다. 결국 감사원이 선관위의 인력 관리 전반을 들여다보겠다고 나섰다. 선관위와 감사원 사이의 충돌이 시작된 지점이다. 독립성만 앞세웠다 실제 감사원의 감사가 이뤄지기까지 선관위의 저항은 상당했다. 국민 여론이 부정적으로 흐르자 선관위는 감사원의 감사를 일단 수용하면서도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감사원에 헌법상 독립기구인 선관위를 감사할 권한이 있는지를 다퉈보겠다는 취지였다. 그사이 감사원은 2024년 4월 선관위 내부에 부정 채용이 만연한 사실을 확인하고 비리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선관위 전·현직 직원 27명을 대검찰청에 수사 요청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선관위는 조직 전반에 걸쳐 채용, 인사, 복무 등 관계 법규를 무시하거나 이를 용인하는 행태가 관행화된 상태였다. 고위직부터 중간 간부에 이르기까지 본인의 자녀 채용을 청탁하는 행위가 빈번했고, 채용 담당자들은 각종 위법·편법적 방법을 동원해 선거철 경력 경쟁 채용을 직원 자녀들이 손쉽게 국가 공무원으로 입직할 수 있는 통로로 이용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들여다본 2013년 이후 시행된 경력 경쟁 채용 167회를 전수조사한 결과 확인된 위반 건수만 800여건에 달했다. 당시 감사원은 “채용 비리와 관련한 사안은 신속한 수사 착수의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감사원이 내놓은 결과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판단으로 무위로 돌아갔다는 점이다. 헌재는 지난해 2월 감사원이 선관위의 인력 관리에 대해 직무감찰을 할 권한이 없다고 만장일치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감사원의 권한은 행정부 내부의 통제 장치 성격을 가지고 있는 바, 정부와 독립된 헌법 기관인 국회·선관위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감사원이 실시한 직무감찰은 헌법 및 선거관리위원회법에 의해 부여받은 선관위의 독립적인 업무 수행을 침해한 것”이라고 했다. ‘헌법상 독립기관’ 내세워 헌재 판단까지 ‘난공불락’ 감사원장과 감사위원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는데 대통령 소속 기관인 감사원이 선관위에 대해 직무감찰을 할 수 있게 되면 선거 관리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될 위험이 있다고 본 것이다. 헌재의 판단은 법원으로 이어졌다. 지난 6월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선관위 직원 A씨가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을 상대로 낸 견책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감사원은 감사에서 A씨에게 경징계 이상의 처분을 요구했고, 선관위는 징계를 의결, 견책 처분을 내렸다. A씨는 2021년 10월에 발생한 사안에 대해 징계시효 3년이 지난 2025년 3월 징계를 의결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의 징계시효는 성폭력 범죄 등이 아닌 기타 징계 사유의 경우 3년이다. 다만 감사원이 조사 개시를 통보하면 시효가 정지된다. 재판부는 감사원의 감사 자체가 위법이기에 조사 개시 통보를 시효 중단 사유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가 권한쟁의 심판에 대해 인용한 점을 들어 A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러면서 이를 토대로 A씨에 대한 징계시효 3년이 이미 지났다고 판단했다. 헌재의 판단은 당시에도 선관위를 난공불락의 요새로 만든다는 말이 나왔다. 이후 투표지 부족 사태가 벌어지면서 선관위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일었다. 특히 투표지 부족 사태는 부정선거 논란으로 이어져 ‘올림픽 공원’ 시위 사태 발생 등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결국 지난달 7일 출범한 선관위 특검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선관위 특검팀(특별검사 이태한)은 지난 7일 출범 한 달째를 맞아 강제수사, 포렌식 검증, 관련자 소환조사 등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표지 부족 사태를 비롯해 투표율 허위 입력 정황,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 등 선관위 관계자들의 해외 출장 유용 의혹, 투표함 입찰 담합 의혹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사회에 끼친 악영향도 커 특검의 본 수사 기간은 90일이며 필요한 경우 30일씩 두 차례 연장할 수 있다. 최장 150일 간 수사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일단 인력 충원이 시급한 상황이다. 중대범죄수사청 청장 인선 절차가 늦어지면서 선거 관련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감사원은 선관위의 방패를 뚫지 못했다. 특검은 어떨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