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대로’ 통일부 남북교류협력법 악용 논란

감시 기관 전락…통일 배제부 오명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김성민 기자 = 통일부의 역할이 180도 바뀌었다.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기보다는 외면으로 일관 중이다. 특히 남북교류협력법을 국가보안법처럼 악용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실제 통일부는 지난해부터 조선학교 학생들과 접촉한 시민단체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정권이 바뀐 이후 남북교류협력법이 만들어진 취지와는 다르게 ‘제재’에만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조선학교의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 외교부와 통일부의 극단적 안보 스탠스가 무조건 좋다고만 할 수 없다.” 지난달 17일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이하 조총련) 간부 출신 관계자의 말이다. 위의 주장은 재일동포 사회서도 종종 언급된다. 과거 조총련과 현재 조총련을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위기의
조선학교

통일부는 지난해 말 남북교류 관련 제재 강화를 위한 법·제도를 개정했다. 남북교류협력법을 위반한 전력이 있으면 북한 주민 접촉 신고 수리를 제한한다는 게 골자다. ▲법 위반에 따른 형 집행 종료·면제 이후 1년 ▲과태료를 납부한 이후 6개월 동안 수리 제한 ▲방북, 물자 반출입, 협력 사업, 수송장비 운행 등에서 승인 조건 위반 시 과태료 부과 등 내용이 포함됐다.

이 같은 법 개정은 김영호 장관 체제서부터 시작됐다. 남북교류보다는 제재에 몰두한 것이다. 김 장관 체제의 통일부는 먼저 일본서 영화를 제작한 문화예술인의 수년 전 조총련 접촉 경위를 파악했다.

통일부 남북관계관리단은 지난해 다큐멘터리 영화 <차별>의 김지운 감독과 <나는 조선사람입니다>의 조은성 PD에게 “영화 제작 과정서 조총련 관계자와 접촉했다면 접촉 경위를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낸 바 있다. 두 영화는 각각 일본 내 조선학교 차별 문제와 재일조선인들의 역사를 다뤘다.


지난해 개봉한 <차별>은 2017~2019년 촬영됐고, 2021년 개봉한 <나는 조선사람입니다>는 2016~2017년에 주로 촬영됐다. 한 시민단체의 2019년 교류 활동도 문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접촉 신고 위반에 따른 과태료 부과 시효는 5년이다.

이는 무소속 윤미향 의원이 조총련 주최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주기 추모식’에 참석했던 걸 문제 삼은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실상 제재의 연장선으로 평가된다.

통일부가 수년 전 접촉 여부까지 광범위하게 들여다보겠다고 한 상황을 두고 문화예술계에서는 과도한 조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이명박·박근혜정부서도 이 정도의 조치는 없었다. ‘접촉하지 않았냐’고 떠보는 식의 조사도 진행됐다”며 “조선학교를 방문하지 않고 학생들을 만난 것까지 문제 삼으려 하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에 따라 우리 국민이 북한 주민과 접촉 시 미리 통일부에 계획을 신고해야 한다. 미리 하지 못한 경우 사후에도 신고할 수 있다. 조총련이나 소속 기관, 개인의 경우는 북한 주민으로 간주해 사전 접촉 신고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또 통일부는 ‘남북교류·협력을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거나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신고 수리를 거부할 수 있다’고 제한적으로만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총련 접촉했나 안 했나…사정기관 뺨치는 조사
사전 신고해도 수리 안 하면 끝 ‘사실상 허가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자의적인 법 해석에 따라 민간인 간의 교류는 끝났다고 보는 게 맞다. 지난해 말부터 신고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김영호 장관이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시 과태료 부과가 아닌 무조건적 수사 의뢰로 법 개정을 추진하려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토로했다.

통일부는 같은 해 말 남북대화와 교류·협력 분야를 담당하는 조직을 ‘종이호랑이’로 만들기도 했다. 통일부서 남북교류협력을 담당하는 부서에는 교류협력국, 남북회담본부,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 남북출입사무소 등이 있다.

전직 통일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조직 개편안이라고 발표하고 인원은 100명 가까이 줄여버렸다. 통일부 공무원 수의 6분의 1 수준이다. 대통령실 주도로 이뤄졌는데 당시 감축되는 인력에는 통일부 본부 및 산하조직에 적을 두고 있는 공무원만 포함됐다”고 말했다.

통일부의 강도 높은 규제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개인·단체의 북한 주민 사전 접촉 신고가 39건 제출됐으나 단 6건만 수리됐다. 상반기에 69건이 제출돼 57건이 수리된 것과 비교하면 통일부의 접촉계획 승인 비율이 급락한 것이다.

특히 조총련 대상 접촉 신고의 경우 하반기에 7건이 제출됐으나 전부 수리 거부돼 수리율은 0%로 나타났다. 상반기에는 14건이 제출되고 9건이 수리됐다.

통일부의 강경 태세는 재일동포 사회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분위기다. 재일동포의 한국 입국이나 일본 내 사업 운영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상당하다.

한 재일동포 사업가는 “코리아타운에서는 조총련이든 민단이든 가리지 않고 서로 교류한다. 한국 정부가 변화하면 재일동포를 바라보는 일본 정부의 시선도 달라진다”며 “일본 정부의 정책 변화로 피해를 입거나 혐오 문제가터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사업가는 “재일동포의 국적은 2차 대전 패전 후 일본이 일본 국적을 빼앗고 부여한 조선적, 1965년 한일 수교 후 취득할 수 있게 된 한국 국적, 일본 귀화자 등 다양하다. 이들이 만날 때마다 서로 국적을 확인하고 신고해야 한다면 비즈니스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과거까지
파헤치기

위기에 놓이게 된 건 조선학교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일본 사회서 혐오의 시선을 받으며 살아간다. 대부분 민족 역사와 한국말을 배우려는 의지가 강하기에 조선학교를 다니는 것이지, 북한 정권에 충성하거나 주체사상을 피부로 느끼려는 학생은 거의 없다.

조선학교는 1945년 해방 후 한국에 돌아가지 못한 재일동포들이 아이들에게 한민족의 정체성과 한국어를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해 벌인 민족교육 운동의 결과다. 북한은 1950년대부터 조선학교에 장학금과 교과서 등을 보내며 지원한 반면 한국 정부는 외면했다. 이 과정서 조선학교는 북한 체제를 옹호하는 교육도 하게 됐다.

현재 한국 정부가 운영하는 일본 내 한국 학교의 수는 도쿄 1곳 등 겨우 4곳으로, 조선학교(60여곳)와 격차가 크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조선학교 출신 인사는 “일본 학교에서는 한국말을 배울 수도 없고 역사가 왜곡된 일본 교과서로 공부해야 한다. 가난한 가정이 많아서 지방 곳곳에 사는데 도쿄나 오사카까지 가지 못하는 청년도 많다”고 말했다.

조선학교와 조총련은 재정난에 시달릴 만큼 과거와는 다르게 위상이 하락했다. 영향력도 줄어들어 조선학교는 물론 조총련 구성원조차도 70% 정도는 한국 국적자다. 지난 1965년 한·일 국교 수립 이후 일본에 거주하는 교포들의 생활환경은 분열됐다.

먼저, 일본 당국은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이들을 1947년 미군정 당시 편의상 만든 임시 국적인 조선적으로 분류했다. 현재 재일교포 중 대한민국 국적자는 41만여명이다. 조선적은 국제법상 무국적자로, 본인 의지만 있다면 한국이나 일본 등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

우리 외교당국도 이들에게 한국 국적 취득을 권하고 있다. 지난 2018년 12월 기준 조선적은 2만9559명이었으나 현재는 약 2만2000명 정도다.

이념 따라
갈팡질팡

조총련의 위기는 조선학교 교육 수준의 질 저하로 이어졌다. 조선학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 시민단체의 지원을 받으며 가난을 극복하려 시도했다. 올해 초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남북관계가 얼어붙으면서 교류 자체가 씨가 말라 조선학교 학생의 수도 줄게 됐다. 재일동포 청년들이 올바른 역사관과 우리말을 배울 기회가 적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선학교 교원 출신 재일동포는 “14년 전 고교무상화법이 시행되면서부터 조선학교는 어려움을 겪었다. 일본 정부에 정치적으로 이용당한 데 이어 통일부의 제재가 지속되면서 민간 교류가 끊겨 희망의 끈을 놔버린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고교무상화법은 지난 2010년 4월1일 ‘공립고등학교에 관한 수업료 불징수 및 고등학교 등 취학 지원금 지급에 관한 법률’의 약칭이다. 이 제도는 외국인학교를 포함한 모든 고교의 수업료를 무상화한 조치였으나 유일하게 조선고급학교만 무상화 적용 보류 대상이 된 후 심사에 회부됐다.

2년 동안 중단됐던 심사는, 2012년 12월26일 재집권한 자민당 아베 신조 정권에 의해 아예 배제로 바뀌었다.

고교무상화 문제가 떠오르자 학생들이 평등한 교육 기회를 달라며 일본 여론에 호소했고, 기회를 완전히 박탈당한 뒤에는 부모, 학교와 함께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시작했다. 오사카·아이치·히로시마·규슈·도쿄 등 5곳에서 조선고급학교 ‘고교무상화’ 재판이 시작됐다.

모든 재판이 원고 패소로 끝났지만, 지난 2017년 7월28일 오사카 지법만은 ‘상식적’ 판단을 했다.

그러나 오사카부와 오사카시가 독자적으로 조선학원(초중고)에 대한 보조금 교부를 중단했다. 이런 지자체의 ‘차별’을 문부과학성이 나서서 전국으로 확산시켰다. 2016년 3월 문부과학성은 조선학교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28개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 지사에게 사실상 지급 중단을 요청하는 통지를 보냈다.

대한민국 국적 70% 불구 ‘북한 주민’ 취급
사상 따라 법리해석 조선학교 학생이 간첩?

2019년 10월 시행된 유아교육·보육 무상화에서는 모든 외국인학교의 유치원이 제외되는 사태가 발생한다. ‘모든 어린이가 건강하게 크도록 지원한다’는 이념이 시설에 따라 달라졌고, 조선학교 차별은 외국인학교로 확대됐다.

남북교류협력법 제30조(국외단체 중 북한 주민 간주 조항)에 따르면 조총련 간부와 관계자는 북한 주민으로 취급된다. 조선학교 교장을 포함해 조총련 산하기관에 근무하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들 중 절반 이상이 대한민국 국적자다. 현행법상 북한 주민으로 취급되는데 대한민국 국적자라는 모순적인 상황이 생긴다.

통일부 신고 절차를 밟지 않고 북한 주민으로 취급되는 대한민국 국적자를 만나면 남북교류협력법뿐만 아니라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혐의까지 받을 수 있다. 특히 조선학교가 모두 조총련의 지령을 받는 것도 아니다. 설사 몇몇 시민단체 지원이 있다고 해도 재정난을 겪는 상황서 이행 가능성은 매우 적다.

한편 총련은 북한 당국으로부터 통일 관련 활동을 모두 중단하고 한국 인사와의 관계도 완전히 차단하라는 내용의 지시를 받았다. 총련은 북한 당국의 지시를 13개 활동 방침으로 정리해 자신들이 운영하는 동포 교육기관인 조선학교 등 하부 조직에 이른바 ‘13항목 지시서’로 전달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말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의 교전국으로 규정한 이후 북한이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대남 적개심이 극에 달한 것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총련계 동포 일부는 갑작스러운 통일 관련 활동 금지 등에 대해 반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조총련은 북한 노선에 따라 활동하는 국외단체로 구성원과 접촉하려면 사전에 접촉 및 신고 수리가 필요하다”며 “현행법에 따라 이들은 북한 주민으로 규정하고 있고, 국적 여부에 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모순적
상황들

조총련 집행부는 북한 당국의 지시를 그대로 하부 조직에 전달했지만, 총련계 동포들의 반발은 예상보다 큰 상황이다.

조총련 출신 한 관계자는 “조총련을 이탈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 같다”며 “수십년간 통일에 대한 믿음과 의지와 관련된 교육과 지시가 이뤄졌었는데 한순간에 뒤바뀌면서 조총련 간부 및 재일동포 사회에도 큰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며 “표면적으로 김정은을 비판하는 사람은 없으나 불만을 가진 사람이 10명 중 7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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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