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대로’ 통일부 남북교류협력법 악용 논란

감시 기관 전락…통일 배제부 오명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김성민 기자 = 통일부의 역할이 180도 바뀌었다.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기보다는 외면으로 일관 중이다. 특히 남북교류협력법을 국가보안법처럼 악용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실제 통일부는 지난해부터 조선학교 학생들과 접촉한 시민단체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정권이 바뀐 이후 남북교류협력법이 만들어진 취지와는 다르게 ‘제재’에만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조선학교의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 외교부와 통일부의 극단적 안보 스탠스가 무조건 좋다고만 할 수 없다.” 지난달 17일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이하 조총련) 간부 출신 관계자의 말이다. 위의 주장은 재일동포 사회서도 종종 언급된다. 과거 조총련과 현재 조총련을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위기의
조선학교

통일부는 지난해 말 남북교류 관련 제재 강화를 위한 법·제도를 개정했다. 남북교류협력법을 위반한 전력이 있으면 북한 주민 접촉 신고 수리를 제한한다는 게 골자다. ▲법 위반에 따른 형 집행 종료·면제 이후 1년 ▲과태료를 납부한 이후 6개월 동안 수리 제한 ▲방북, 물자 반출입, 협력 사업, 수송장비 운행 등에서 승인 조건 위반 시 과태료 부과 등 내용이 포함됐다.

이 같은 법 개정은 김영호 장관 체제서부터 시작됐다. 남북교류보다는 제재에 몰두한 것이다. 김 장관 체제의 통일부는 먼저 일본서 영화를 제작한 문화예술인의 수년 전 조총련 접촉 경위를 파악했다.

통일부 남북관계관리단은 지난해 다큐멘터리 영화 <차별>의 김지운 감독과 <나는 조선사람입니다>의 조은성 PD에게 “영화 제작 과정서 조총련 관계자와 접촉했다면 접촉 경위를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낸 바 있다. 두 영화는 각각 일본 내 조선학교 차별 문제와 재일조선인들의 역사를 다뤘다.


지난해 개봉한 <차별>은 2017~2019년 촬영됐고, 2021년 개봉한 <나는 조선사람입니다>는 2016~2017년에 주로 촬영됐다. 한 시민단체의 2019년 교류 활동도 문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접촉 신고 위반에 따른 과태료 부과 시효는 5년이다.

이는 무소속 윤미향 의원이 조총련 주최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주기 추모식’에 참석했던 걸 문제 삼은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실상 제재의 연장선으로 평가된다.

통일부가 수년 전 접촉 여부까지 광범위하게 들여다보겠다고 한 상황을 두고 문화예술계에서는 과도한 조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이명박·박근혜정부서도 이 정도의 조치는 없었다. ‘접촉하지 않았냐’고 떠보는 식의 조사도 진행됐다”며 “조선학교를 방문하지 않고 학생들을 만난 것까지 문제 삼으려 하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에 따라 우리 국민이 북한 주민과 접촉 시 미리 통일부에 계획을 신고해야 한다. 미리 하지 못한 경우 사후에도 신고할 수 있다. 조총련이나 소속 기관, 개인의 경우는 북한 주민으로 간주해 사전 접촉 신고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또 통일부는 ‘남북교류·협력을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거나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신고 수리를 거부할 수 있다’고 제한적으로만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총련 접촉했나 안 했나…사정기관 뺨치는 조사
사전 신고해도 수리 안 하면 끝 ‘사실상 허가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자의적인 법 해석에 따라 민간인 간의 교류는 끝났다고 보는 게 맞다. 지난해 말부터 신고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김영호 장관이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시 과태료 부과가 아닌 무조건적 수사 의뢰로 법 개정을 추진하려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토로했다.

통일부는 같은 해 말 남북대화와 교류·협력 분야를 담당하는 조직을 ‘종이호랑이’로 만들기도 했다. 통일부서 남북교류협력을 담당하는 부서에는 교류협력국, 남북회담본부,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 남북출입사무소 등이 있다.

전직 통일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조직 개편안이라고 발표하고 인원은 100명 가까이 줄여버렸다. 통일부 공무원 수의 6분의 1 수준이다. 대통령실 주도로 이뤄졌는데 당시 감축되는 인력에는 통일부 본부 및 산하조직에 적을 두고 있는 공무원만 포함됐다”고 말했다.

통일부의 강도 높은 규제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개인·단체의 북한 주민 사전 접촉 신고가 39건 제출됐으나 단 6건만 수리됐다. 상반기에 69건이 제출돼 57건이 수리된 것과 비교하면 통일부의 접촉계획 승인 비율이 급락한 것이다.

특히 조총련 대상 접촉 신고의 경우 하반기에 7건이 제출됐으나 전부 수리 거부돼 수리율은 0%로 나타났다. 상반기에는 14건이 제출되고 9건이 수리됐다.

통일부의 강경 태세는 재일동포 사회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분위기다. 재일동포의 한국 입국이나 일본 내 사업 운영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상당하다.

한 재일동포 사업가는 “코리아타운에서는 조총련이든 민단이든 가리지 않고 서로 교류한다. 한국 정부가 변화하면 재일동포를 바라보는 일본 정부의 시선도 달라진다”며 “일본 정부의 정책 변화로 피해를 입거나 혐오 문제가터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사업가는 “재일동포의 국적은 2차 대전 패전 후 일본이 일본 국적을 빼앗고 부여한 조선적, 1965년 한일 수교 후 취득할 수 있게 된 한국 국적, 일본 귀화자 등 다양하다. 이들이 만날 때마다 서로 국적을 확인하고 신고해야 한다면 비즈니스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과거까지
파헤치기

위기에 놓이게 된 건 조선학교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일본 사회서 혐오의 시선을 받으며 살아간다. 대부분 민족 역사와 한국말을 배우려는 의지가 강하기에 조선학교를 다니는 것이지, 북한 정권에 충성하거나 주체사상을 피부로 느끼려는 학생은 거의 없다.

조선학교는 1945년 해방 후 한국에 돌아가지 못한 재일동포들이 아이들에게 한민족의 정체성과 한국어를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해 벌인 민족교육 운동의 결과다. 북한은 1950년대부터 조선학교에 장학금과 교과서 등을 보내며 지원한 반면 한국 정부는 외면했다. 이 과정서 조선학교는 북한 체제를 옹호하는 교육도 하게 됐다.

현재 한국 정부가 운영하는 일본 내 한국 학교의 수는 도쿄 1곳 등 겨우 4곳으로, 조선학교(60여곳)와 격차가 크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조선학교 출신 인사는 “일본 학교에서는 한국말을 배울 수도 없고 역사가 왜곡된 일본 교과서로 공부해야 한다. 가난한 가정이 많아서 지방 곳곳에 사는데 도쿄나 오사카까지 가지 못하는 청년도 많다”고 말했다.

조선학교와 조총련은 재정난에 시달릴 만큼 과거와는 다르게 위상이 하락했다. 영향력도 줄어들어 조선학교는 물론 조총련 구성원조차도 70% 정도는 한국 국적자다. 지난 1965년 한·일 국교 수립 이후 일본에 거주하는 교포들의 생활환경은 분열됐다.

먼저, 일본 당국은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이들을 1947년 미군정 당시 편의상 만든 임시 국적인 조선적으로 분류했다. 현재 재일교포 중 대한민국 국적자는 41만여명이다. 조선적은 국제법상 무국적자로, 본인 의지만 있다면 한국이나 일본 등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

우리 외교당국도 이들에게 한국 국적 취득을 권하고 있다. 지난 2018년 12월 기준 조선적은 2만9559명이었으나 현재는 약 2만2000명 정도다.

이념 따라
갈팡질팡

조총련의 위기는 조선학교 교육 수준의 질 저하로 이어졌다. 조선학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 시민단체의 지원을 받으며 가난을 극복하려 시도했다. 올해 초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남북관계가 얼어붙으면서 교류 자체가 씨가 말라 조선학교 학생의 수도 줄게 됐다. 재일동포 청년들이 올바른 역사관과 우리말을 배울 기회가 적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선학교 교원 출신 재일동포는 “14년 전 고교무상화법이 시행되면서부터 조선학교는 어려움을 겪었다. 일본 정부에 정치적으로 이용당한 데 이어 통일부의 제재가 지속되면서 민간 교류가 끊겨 희망의 끈을 놔버린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고교무상화법은 지난 2010년 4월1일 ‘공립고등학교에 관한 수업료 불징수 및 고등학교 등 취학 지원금 지급에 관한 법률’의 약칭이다. 이 제도는 외국인학교를 포함한 모든 고교의 수업료를 무상화한 조치였으나 유일하게 조선고급학교만 무상화 적용 보류 대상이 된 후 심사에 회부됐다.

2년 동안 중단됐던 심사는, 2012년 12월26일 재집권한 자민당 아베 신조 정권에 의해 아예 배제로 바뀌었다.

고교무상화 문제가 떠오르자 학생들이 평등한 교육 기회를 달라며 일본 여론에 호소했고, 기회를 완전히 박탈당한 뒤에는 부모, 학교와 함께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시작했다. 오사카·아이치·히로시마·규슈·도쿄 등 5곳에서 조선고급학교 ‘고교무상화’ 재판이 시작됐다.

모든 재판이 원고 패소로 끝났지만, 지난 2017년 7월28일 오사카 지법만은 ‘상식적’ 판단을 했다.

그러나 오사카부와 오사카시가 독자적으로 조선학원(초중고)에 대한 보조금 교부를 중단했다. 이런 지자체의 ‘차별’을 문부과학성이 나서서 전국으로 확산시켰다. 2016년 3월 문부과학성은 조선학교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28개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 지사에게 사실상 지급 중단을 요청하는 통지를 보냈다.

대한민국 국적 70% 불구 ‘북한 주민’ 취급
사상 따라 법리해석 조선학교 학생이 간첩?

2019년 10월 시행된 유아교육·보육 무상화에서는 모든 외국인학교의 유치원이 제외되는 사태가 발생한다. ‘모든 어린이가 건강하게 크도록 지원한다’는 이념이 시설에 따라 달라졌고, 조선학교 차별은 외국인학교로 확대됐다.

남북교류협력법 제30조(국외단체 중 북한 주민 간주 조항)에 따르면 조총련 간부와 관계자는 북한 주민으로 취급된다. 조선학교 교장을 포함해 조총련 산하기관에 근무하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들 중 절반 이상이 대한민국 국적자다. 현행법상 북한 주민으로 취급되는데 대한민국 국적자라는 모순적인 상황이 생긴다.

통일부 신고 절차를 밟지 않고 북한 주민으로 취급되는 대한민국 국적자를 만나면 남북교류협력법뿐만 아니라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혐의까지 받을 수 있다. 특히 조선학교가 모두 조총련의 지령을 받는 것도 아니다. 설사 몇몇 시민단체 지원이 있다고 해도 재정난을 겪는 상황서 이행 가능성은 매우 적다.

한편 총련은 북한 당국으로부터 통일 관련 활동을 모두 중단하고 한국 인사와의 관계도 완전히 차단하라는 내용의 지시를 받았다. 총련은 북한 당국의 지시를 13개 활동 방침으로 정리해 자신들이 운영하는 동포 교육기관인 조선학교 등 하부 조직에 이른바 ‘13항목 지시서’로 전달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말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의 교전국으로 규정한 이후 북한이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대남 적개심이 극에 달한 것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총련계 동포 일부는 갑작스러운 통일 관련 활동 금지 등에 대해 반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조총련은 북한 노선에 따라 활동하는 국외단체로 구성원과 접촉하려면 사전에 접촉 및 신고 수리가 필요하다”며 “현행법에 따라 이들은 북한 주민으로 규정하고 있고, 국적 여부에 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모순적
상황들

조총련 집행부는 북한 당국의 지시를 그대로 하부 조직에 전달했지만, 총련계 동포들의 반발은 예상보다 큰 상황이다.

조총련 출신 한 관계자는 “조총련을 이탈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 같다”며 “수십년간 통일에 대한 믿음과 의지와 관련된 교육과 지시가 이뤄졌었는데 한순간에 뒤바뀌면서 조총련 간부 및 재일동포 사회에도 큰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며 “표면적으로 김정은을 비판하는 사람은 없으나 불만을 가진 사람이 10명 중 7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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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