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전기차’ 불안한 충전소 막전막후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8.12 11:28:39
  • 호수 14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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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도 위험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전기차 충전소서 화재가 일어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만약 학교 내에 있는 충전소에 불이 난다면 어떨까?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예상되지만, 이미 서울을 제외한 지역의 학교 내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가 많다. 화제는 물론이고 아이들의 등·하굣길도 위협받고 있다.

지난 1일 오전 6시8분, 오전 인천시 서구 청라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돼있던 메르세데스-벤츠 EQE 350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 8시간여 만에 진화된 화재로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아파트 5개 동 480세대가 단전, 단수 등의 막심한 피해를 입었다.

주차된 차량
배터리 발생

화재는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의 배터리서 발생했고, 이를 발견한 주민이 119에 신고했다. 지하주차장서 발생한 연기는 배기구와 계단을 통해 위층으로 스며들어 퍼졌다. 아파트단지 전체가 실외 배기구를 통해 연기가 뒤덮일 정도였다.

새벽 시간이었던 만큼 자고 있던 주민들은 화재 소식에 급히 대피를 시도했지만, 이미 수도와 전기 공급이 끊겨 엘리베이터에 갇힌 주민이 문을 열고 급히 탈출을 시도해야 했다. 고층 주민은 계단이 연기로 막혀 옥상으로 대피하고 헬기 구조 요청을 기다리는 등 혼란을 겪었다.

시민 103명은 소방관 177명과 장비 62대를 동원해 건물 안에서 밖으로 대피시켰고, 106명은 베란다나 계단으로 구조됐다. 이 과정서 20명 이상이 연기를 마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생명에 큰 지장은 없었다.


소방차가 지하주차장에 진입하지 못해 소방관이 직접 호스를 들고 지하주차장 진입을 시도했지만, 리튬이온 배터리 특성상 열폭주가 급속도로 일어나기 때문에 즉시 진입하지 못했다. 소방관 한 명이 탈진했을 정도로 화재의 규모가 컸다.

진압에는 무려 5시간39분이 소요됐다. 지하주차장에 주차돼있던 차량 중 140여대 이상이 전소되거나 그을리는 피해를 입었고, 천장에 설치된 배관시설 등이 열변형이 일어나 주저앉았기 때문에 피해 금액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아파트 배관이나 회로가 녹아서 단수 및 단전으로 무더운 폭염이 지속되는 여름철에 주민들이 생활할 수 없게 됐다. 결국 인근 임시 주거시설 등을 향한 피난 행렬이 이어졌다.

14개동 1581세대 중 5개 동 480세대의 전기공급이 끊겨 46세대 120여명이 행정복지센터 등지에 마련된 임시 주거시설과 친인척 집으로 대피했다. 

주민 A씨는 초등학생과 유치원 자녀 3명을 데리고 캐리어와 가방에 옷가지를 챙겨 서둘러 집을 나섰다. A씨는 “당분간 친척집에 머물기로 했다”고 말했다.

순식간에 아파트 480세대 피해 입어
2018년부터 6년간 180건 화재 집계

그나마 친인척 집으로 대피한 주민은 다행이었다. 청라동 전기차 화재 아파트 주민들은 기온이 30도를 넘나드는 폭염 속 급수차서 물을 받아 생활하고 있다.


당초 서구는 지난 4일까지 수도·전기 복구작업이 완료될 것으로 봤지만, 화재로 약해진 수도관이 재차 터지는 등 현장 상황이 좋지 않아 복구가 지연됐다. 수도·전기 복구 완료 시점이 작업 진행 상황에 따라 계속 늦어지고 있는 점이다.

지난 7일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청라 아파트 전기차 화재 내부 조사에서 주차장 상부에 설치된 준비 작동식 스프링클러가 작동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 관계자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설치됐던 스프링클러는 준비 작동식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확한 미작동 원인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수도권 아파트서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출입 공지 안내문을 걸면서 ‘전기차 포비아’라는 말까지 생겼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160건이다. 아파트를 비롯한 다중이용시설 지하주차장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2018년 0건에서 지난해 10건으로 늘었다.

뉴스를 접한 누리꾼들은 “전기차를 지하로 주차하지 말고 지상으로 주차하도록 조치가 필요하다” “소방차가 와서 바로 물을 뿌리거나 다른 장소로 신속하게 이동시킬 수 있게 하려면 지상이 좋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상당수의 신축 아파트들은 지상에 주차공간 대신 ‘차 없는 아파트단지’라는 명목으로  충전 인프라 자체가 마련돼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충전기 자체서 이상전압·전류 감지 시 자동으로 전원을 차단하는 최신형 충전기를 달거나 충전 차량을 열화상 카메라로 모니터해 특정 온도 이상 올라가면 긴급 알림을 보내는 등의 대응책 외에는 방도가 없는 상황이다.

아파트 내 지하주차장 외 전기 자동차 충전소가 많이 설치돼있는 장소는 다름 아닌 학교다. ‘전기차 충전소 찾기’ 홈페이지를 접속해보면 초·중·고등학교 내부에 전기차 충전소가 설치돼있다.

위협받는
등·하교

부산시 북구의 한 초등학교는 야산 인근에 위치하고 있는데, 근방에 전기차 충전소가 없고 학교 내부에 설치돼 있었다. 부산 기장군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도 전기차 충전소가 설치돼있는데, 근처에 전기차 충전소가 3곳이나  있었지만, 학교 내부에도 설치됐다.

대구시 북구 소재의 중·고등학교에는 전기차 충전소가 각각 설치돼있었다. 광주시 북구 소재의 한 중학교도 학교 내부에 전기차 충전소가 설치돼있었고, 울산시 소재의 2개 건물이 붙어 있는 중·고교엔 전기차 충전소가 세 군데 설치돼있었다.

의외로 서울에는 학교 내 전기차 충전소가 드물었는데, 이미 설치된 곳이 많아서 학교 내부까지 설치할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교내 전기차 충전소 상황은 정부가 전기차 충전소를 확대하면서 발생했다. 지난해 6월29일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 420만대 보급에 대비해 충전시설을 구축하고 충전기 123만기 이상을 설치하겠다고 공표했다.


당시 안전한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만 시장에 출시되도록 배터리 안전성 인증, 사후 검사 제도, 이력관리제도 등을 도입한다고 했지만, 전기차 충전소만 늘어나고 안정성은 확보되지 않은 것이다. 

또 충전기 보급을 어렵게 하는 일부 규제들도 개선했다. 충전시설 전용 주차면 색상인 녹색 도색이 어려운 장소에는 녹색 외에도 일부 허용하도록 했고, 전기용량이 부족한 노후 아파트 등에서 완속 충전시설 설치가 쉽도록 일정 비율의 급속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는 조례 규정도 개선된 것이다.

학교 내에 있는 전기차 충전소가 처음부터 안전 문제로 논란이 된 것은 아니다. 시작은 학교 내 충전소를 일반 시민이 이용하기 어려워서였다. 대부분 학교가 이용 시간을 제한하거나 외부인 출입을 막고 있어 공용 충전소가 교직원 전용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용하기 
어려운데…

대부분 초·중·고교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는 이용 시간 제한(개방)이 정해져 있는데, 보통 오전 8~9시부터 오후 5~6시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심지어 수업 시간에도 충전 중인 차량은 없고, 전기차 충전 관련 애플리케이션이나 홈페이지로 학교 내 충전기 정보를 살펴보면 사용 제한으로 ‘교직원 전용’이라고 기재돼있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초등학교 내 전기차 충전소 중 24시간 이용할 수 있다는 곳도 있었지만 이용자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달 28일이 마지막 이용이라고 안내됐다. 기타 항목엔 ‘해당 시설 정책에 따라 이용이 불가할 수 있다’는 내용이 안내됐다.


이들 교내 충전소들은 국고로 설치한 것인데 교직원 전용으로 전락한 것이다.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았고 학교 경비원이 전기차 충전소를 알지 못하기도 했다. 학교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상시 개방이 불가하고, 이를 제재하는 방법은 없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시흥시 소재의 검바위초교 옆엔 전기차 충전소가 생기면서 업체와 학교의 갈등이 심화됐고, 지난해 4월부터 안전을 우려한 학부모들의 민원이 빗발치기도 했다.

시흥시가 일단 공사를 멈추게 했는데, 행정심판서 경기도가 공사 중지 명령을 취소했다. 이 부지는 은계지구 조성 당시 학교 용지분담금을 마련하기 위해 LH가 공원서 근린생활부지로 용도를 바꿔 매각한 땅이다.

한 학부모는 “아이가 입학하고 난 뒤 공사가 시작됐다. 교문 바로 앞 통행로 중간에 차가 오가는 진출입로가 생기는 거라서 위험하다. 초등학생 아이들의 안전이 걸렸는데 부모들이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특히 전기차 화재 사례가 늘고 있는 탓에 불안감은 더 커졌고 무엇보다 학생들의 통행 안전 문제가 대두됐다.

충전시설은 학교 교문과 한두 걸음 차이로 맞닿은 데다, 진출입로가 등‧하굣길로 이용되는 통행로 중간이다. 학부모들이 주축이 된 비상대책위원회는 “인도 폭이 좁고 아침 시간 특히 붐비는 이곳에 차량 통행을 유도하고, 통행로를 잘라 차량 진출입로를 내는 시설을 짓는 건 부적절한 건축행위”라고 주장했다.

“아이들 안전이 걸렸는데…”
초·중·고 내부에도 설치

결국 해당 전기차 충전소 사업자는 학부모 대표를 형사 고소하고 손해배상 민사소송까지 제기하기까지 했다. 학부모 대표 측도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하면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지만 당국도 대책을 내놓지 못해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1일 시흥시와 시의회, 검바위초 전기차 충전소 설치반대 비대위(이하 비대위), ㈜해피카메니아 등에 따르면, 경기도 행심위 판결 이후 전기차 충전소 공사가 재개된 가운데 학부모 비대위의 반대 집회가 계속되자 ㈜해피카메니아 측은 학부모 대표 A씨를 지난해 12월 중순께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으로 형사고소하고 1억원의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사업주 측은 시위 현장서 ‘사업자가 부지매입비 63억원을 요구했다’는 이상훈 시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도 사실무근이라며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시의원은 “공공의 이익을 대변하면서 업체가 빨리 협상에 나서 달라고 하던 도중 과하게 얘기했던 부분이다. 참작해달라고 경찰에 진술했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형사고소에 이어 민사손해배상 청구를 한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절대 위축되지 않고 아이들 통학로 안전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소송건과 관련, 법률 대리인으로 변호사를 선임하고 법적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사업주 측은 지난해 4월 검바위초교 교문 바로 옆 부지에 전기차 충전소 공사를 시작했고, 시가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리자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바 있다.

하지만 통학로인 인도에 차량 진출입로를 두 군데나 낸다는 계획이 알려지자 학부모들은 안전한 통학로를 보장하라며 줄곧 전기차 충전소 설치를 반대해왔고 매일 아침마다 학교 앞에서 집회를 열어왔다.

커지는 
불안감

시 관계자는 “사업주 측과 협의를 계속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체 부지를 찾기도 힘들고 서로 의견이 달라 진척이 없는 상황”이라며 “조율은 하고 있지만, 원론적인 대화 정도로 사실상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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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