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시멘트 바위가…’ 한신공영 용산 현장 무슨 일이…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1.15 11:37:39
  • 호수 14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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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제로’ 기원 뒤 ‘와르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중견건설사 한신공영(한신)의 부실공사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시공 중인 공사 현장서 둘레 1m가 넘는 콘크리트 덩어리가 추락하면서다. 한신 측은 “고층부라서 제거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일정을 잡고 조치하겠다”고 일축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로의 E 주상복합 옥상서 콘크리트 덩어리 2개와 철재 구조물이 떨어졌다. 불행 중 다행으로 낙하물 방지망에 걸린 채 위태로운 모습을 연출했다. 이를 목격한 주민은 떨어질까 불안하다며 사진을 찍어 보내왔다. <일요시사>와 만난 현장 노동자는 “방지망이 없었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나를 보면…

한신 측은 뚜렷한 사고 발생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분위기다. 겨울철 공사는 양생 기간 부족 등의 문제로 콘크리트의 적정 강도를 확보하지 못해 다양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콘크리트 강도를 확보하기 위해 실시하는 ‘보온 양생’ 작업 시 사용되는 갈탄 연료로 질식사고도 발생할 수 있어 다양한 위험이 있다.

이처럼 겨울 건설공사가 진행될 때 충분한 공사 기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한신도 준공 기한을 맞추기 위해 공사를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

한신이 2021년 5월7일 착공한 E 주상복합은 지하5층~지상20층으로 이뤄져 있다. 주거시설은 218세대로 오피스텔 50세대 및 근린생활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도급액은 무려 377억3000만원(당사분 100%)으로 알려졌으며, 완성 시기는 미정이다.


한신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한파에 의한 콘크리트 양생 기간 부족이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며 “안전망을 제대로 설치했기에 추가적인 사고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콘크리트 양생 기간 부족에 의한 사고는 2022년 1월 광주 화정 아이파크 건설 현장을 연상케 한다. 당시 사고도 콘크리트 양생을 충분히 하지 않아 발생한 인재였다. 한신의 E 주상복합 건설 현장서 발생한 붕괴 사고 역시 설계와 다른 시공과 이에 대한 감리 부족 등으로 예견된 사고였다고 볼 수 있다.

과거 화정 아이파크 사고 당시 정부는 사고가 발생한 뒤 건설 현장의 하도급 업체관리 강화와 부실시공, 벌점 등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였다. 건설업계는 불호령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부실시공이 드러나면 미분양 사태로 이어질 수 있어 덮어두기에만 급급한 현실이다.

이틀 전 ‘중대재해 ZERO’ 행사 자축
끊임없는 부실공사 논란···덮어두기 급급 

일각에선 한신의 부실시공 원인에 대해 스스로 낙관적으로 대응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공교롭게도 E 주상복합 현장 사고 발생 2일 전(5일) 한신공영은 “4년 연속 ‘중대재해 ZERO’ 달성을 기원한다”며 안전의 날 행사를 실시했다.

한신공영이 시공 중인 ‘서울 9호선 4단계 3공구’ 현장서 진행된 ‘안전의 날’ 행사에는 선홍규 대표이사와 임직원 및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건설 현장서 발생하는 추락, 낙하, 감전 등의 재해 유형이 각각 적혀있는 박 터트리기 등 다양한 이벤트로 구성됐다. 

한신 측은 지난 3년 동안 사망사고는 단 1건도 발생하지 않았고, 국토교통부의 안전관리수준 평가서 3년 연속 ‘우수 이상’ 등급을 달성했다고 자축했다. 이날 선홍규 대표이사는 “3년 연속 중대재해 ZERO 달성은 임직원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안전수칙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며 “올해의 목표 역시 흔들림 없이 중대재해 제로”라고 강조했다.


자축하는 분위기와 반대로 한신의 부실시공 논란은 수년 전부터 이어져왔다. 2022년 4월 말 입주를 시작한 경기도 양주시 ‘옥정 신도시 한신더휴’는 비가 내린 뒤 지하주차장과 세탁실 등에서 누수가 발생해 입주민들의 원성으로 이어졌다. 

또 부실시공 정황, 사전점검 이후 하자 처리 지연 등으로 비판을 받았다. 한신더휴 일부 단지는 부실시공 논란 당시 하자 처리 지연은 물론, 콘센트와 월패드 미시공, 에어컨과 거실 등 전기기구 미설치 등도 확인됐다. 당시 신축이었던 한신더휴는 지방자치단체가 소방점검 등을 거쳐 준공 승인을 내줬다. 

입주자 사전점검 등에서 누수 등에 대한 많은 지적이 나왔지만 이에 대한 점검 방법조차 명확하게 명시돼있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준공 승인 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한 피해 입주민은 “지자체의 준공 승인이 떨어지면 하자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도 잔금을 치를 수밖에 없다”며 “시공사가 적극적으로 하자보수에 나서지 않아도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고, 지자체나 하자분쟁위원회 등에 민원을 넣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토로했다.

둘레 1m 콘크리트 덩어리 붕괴 ‘대롱대롱’
얼마나 대충 했으면···현장은 공포 분위기

2022년 초 한신공영 등 5개 업체가 참여한 성산대교 보강공사도 부실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보강 공사 1년 만에 바닥판 균열이 생긴 성산대교와 관련해 서울시는 “합동 조사 끝에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내렸다. 그러나 공사 과정에 ‘부실공사’가 원인으로 드러나며 재조명됐다.

2023년 1월20일 서울시 감사위원회의 ‘성산대교 성능개선공사 추진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사 과정에 사전 검토 없는 분할·분리계약, 주요공종 시공 방법의 검토 소홀 및 잦은 변경, 기존 바닥판 철거 후 확인 측량 미실시 등이 지적됐다.

1980년 건설된 성산대교는 내부순환도로와 서부간선도로를 잇는 연장 1455m, 폭 27m 규모의 다리다. 하루 교통량이 16만대 이상으로 한강 다리 중 한남대교 다음으로 많으며, 노후화로 인해 서울시가 2017년부터 성능개선공사를 3단계에 걸쳐 시행했다.

1단계 북단(2017년 3월~2020년 11월)과 2단계 남단(2018년 1월~2021년 3월) 공사를 완료하고 2022년 1월부터 본교에 대한 성능개선공사를 진행했다. 이후 남단 구간서 공사 종료 1년도 채 안 돼 폭 9m짜리 ‘프리캐스트 콘트리트(PC)’ 시공 바닥 판 3곳에 균열이 발생했다. PC공법은 바닥판을 미리 제작해 현장서 설치하는 방식이다.

결국 공사 과정서의 부실함이 원인 중 하나로 드러났다. 남단공사 PC바닥판 하부에 간격재 등을 설치계획서 및 감리자 승인 조건과 다르게 설치한 것이다. 이 결과 신설되는 PC바닥판과 거더(기둥과 기둥을 연결하는 보) 간 틈이 발생할 가능성을 초래한 것이다.

또 콘크리트 및 모르타르 타설 작업 시행 전 설치해야 하는 진동방지장치를 모두 설치하지 않은 채 타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차량 통행에 의한 진동 발생 등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할 수 있다.

무자격자를 배치하는 몰상식함도 더했다. PC바닥판 제작 및 설치 공사 과정에 당초 발주청으로부터 승인받은 하도급 현장 대리인을 배치하지 않고, 무자격자를 현장 책임자로 배치해 현장 관리도 엉망이었다.


성산대교 시공을 맡은 한신공영은 “재보수 참여 등은 결정된 것이 없으나, 요청이 있을 경우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겨울이라?”

당시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최용선 한신공영 회장과 서울시 관계자 등을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서민민생대책위는 최 회장의 경우 “부실시공에 대한 건축법 위반과 현장소장 등에게 설계를 위반한 시공을 하도록 강요한 강요죄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경찰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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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